나는, 자정에 결혼했다 Endless 2
한지수 지음 / &(앤드)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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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정에 결혼했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살고 있다. 그 많은 사람들은 제각각 살아가면서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은? 역사가 되거나 소설이 된다.

독자들에게 더 의미있는 흔적은 대개 소설가가 수습한다. 사람들은 그저 살아가고 사라지지만, 소설가가 그 흔적을 수습해서, 이 세상에 남겨두는 것이다. 사람들의 평생은 그렇게 마무리된다.

소설가의 눈에, 소설가의 촉수에 잡힌 그 흔적들이 소설로 되는 것이다.

 

여기 모두 7, 그 안에는 몇 몇이 살고 있을까?

7 X 1이 아니다. 각 편마다 딸린 식구들이 또 몇 몇 있으니, 더 많다.

그런 사람들의 흔적을 여기에서 만나, 읽는다.

 

그들의 삶에 음악이 흐른다.

 

어떤 흔적?

그들의 삶에는 음악이 있다. 저자는 그들의 삶에 음악이 있다는 것을 포착한다.

 

<열대야에서 온 무지개>에선 첼로가 흐른다.

 

재석은 도립악단에서 첼로를 담당했다.(59)

틈만 나면 재석의 첼로 줄을 건드려서 낮고 음산한 소리가 울리게 했고, 그 순간을 틈타 최대한 모아 올린 젖가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는데, (60)

 

그리고 <배꼽의 기원>에서는 정지용의 <향수>가 흘러나온다.

 

당신은 늘 <향수>라는 노래를 연습하는 도중에 눈물을 글썽였다.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 가 나오는 부분에서 당신은 매번 숨을 멈추었다. (174)

 

그리고 <페르마타>애서는 고요한 쉼표가 흐른다. 쉬고, 좀 더 길게 쉬고....

 

또한 <나는 자정에 결혼했다> 에는 <전람회의 그림>이 카페에서 흐른다. (293) 전시장 근처에 있는 카페이니 그런 선곡 얼마나 안성맞춤인가.

 

정감이 가는 인물들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무엇보다 소설 속 인물들이 마음에 들어야 한다. 그래야 그 인물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길 수 있다. 주인공 뒤를 정겨운 마음을 지니고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여기 소설집에서 그런 인물들을 만난다.

 

<미란다 원칙>에서 화자인 와 나가 근무하는 복지관에 봉사활동을 하러 나온 녀석. 모 건설업체라는 조직의 중간보스다, 다른 말로 하면 조폭쯤 되겠다.

조폭이다 싶으니 눈 갈 게 없는 인물이겠는데, 이게 인물이다. 그래서 그의 죽음이 의외인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도처에서 만난다. 그래서 이 소설집이 재미있는 것이다.

 

이런 기막힌 안성맞춤이 있나!

 

같은 소고기라도 해도 다르다.

소를 수입해서 3년간 기르면 국내산이라도 표기할 수 있어. 하지만 한우는 이 땅에서 태어나고 자란 소들에게만 한우라고 할 수 있는 거야. (56)

 

이런 지식을 새롭게 받아들였는데, 이게 소설의 주요한 줄거리가 될 줄이야!

그 지식에 기반을 둔 이런 대화로 저자는 <열대야에서 온 무지개>를 완성한다.

 

이번 결혼 기념일에는 무슨 선물을 할까?

한우를 낳고 싶어요, (72)

 

재석과 사이룽, 그리고 그 사이에 태어날 한우를 응원하는 마음이 저절로 든다.

 

2인칭 소설도 한번 읽어보자.

 

이 소설집에서 두 편이 2인칭으로 진행이 된다.

<배꼽의 기원><나는 자정에 결혼했다>

 

2인칭 소설의 서술 기법은 희한하다. 2인칭이 가능하려면 2인칭 대명사인 당신이라는 말을 하는 1인칭 서술자가 필요한데. 1인칭 화자가 누구인가, 그것 또한 문제다.

 

2인칭 소설은 더 의미있는 독서가 된다.

 

무엇보다도 소설가는 문장이 좋아야 한다.

 

이런 문장 읽어보자. 문장이 좋다. 더해서 문장에는 몇 가지 의미를 함축해야만 의미가 있는데, 이런 글 읽으면서 보물을 발견하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이 인생이란 게 이 골프장 같아서 말이죠. 그냥, 곳곳에 벙커가 널려있잖습니까? (117)

 

이 말은 이런 글을 보완해서 읽으면, 인생이 무엇인가 깨닫게 된다.

 

볼이 제일 잘 떨어지는 곳에 정확히 벙커가 있잖아......

잘 생각해봐, 왜 그렇게 설계를 했는지.(118)

 

다시, 이 책은?

 

작가의 사명이 여기에 있다.

독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작가의 가장 으뜸되는 사명이 아닐까? 그래서 독자들은 그런 작가의 인도를 받아, 글을 따라가면서 다양한 인생 체험을 해보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경험은 간접적이긴 하지만.

 

그래서 소설을 읽을 때 다양한 인물을 만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그건 일단 합격이다.

 

또 있다. 이런 고통도 우리가 느껴야만 한다는 것을, 저자는 보여준다.

<이불 개는 남자>에서 무대가 되는 카리브 모텔, 두 사람이 만난다. 남과 여다.

무언가 이 생길 것만 같은 두 남녀. 그들은 서로 흔적으로만 만난다.

 

방안의 모든 벽을 다시 한번 꼼꼼하게 살핀다. 남자가 어깨를 부딪혔을 저기 어디쯤 그가 내려놓고 간 고통이 아직 묻어있는지 모른다. (221)

 

이 세상을 살아온 사람들의 흔적을 세밀화처럼 그려 보여준, 그리고 보이지 않은 사람들의 고통까지도 헤아려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작가, 그는 작가의 사명을 이 책에서 다했다. 사람들의 흔적을 완전하게, 그리고 고통까지도 완벽하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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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고 난처한 미술 전시회 - 41명의 거장과 명화 속 숨은 이야기
야마다 고로 지음, 권효정 옮김 / 유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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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고 난처한 미술 전시회

 

이 책은 여러 가지 장점을 찾아볼 수 있는데. 가장 좋은 점은 이것이다.

 

책을 펼치면, 먼저 이런 정보들이 보인다.

 

한눈에 보는 서양 미술 연표

   - 여기에는 1400년대부터 1960년까지

       미술 사조와 그에 속한 화가들을 일목요연하게 분류해놓았다.

        해서, 이 연표로 서양 미술 사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어서 인물관계도를 제시하고 있는데, 다음 5개 사조에 속한 인물들이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르네상스, 북유럽 르네상스, 바로크, 인상주의, 포스트 인상주의.

 

이 책에 등장하는 화가들

 

모두 41명이다.

그림 사조와 관련해 화가들을 정리해볼 수 있다.

 

그중에 하나,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화가들 :

 

신고전주의 :

    자크 루이 다비드

   도미니크 앵그르 : 다비드의 제자

낭만주의 : 외젠 들라크루아

   들라크루아는 신고전주의에 반기를 들었다.

 

여기에는 두 사조의 대립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프랑스 미술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군림한 앵그르는 들라크루아가 아카데미 회원이 되는 것을 강력히 반대했다. (186)

 

처음 보는 그림들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

 

<마리 드 메디시스의 초상>, 1622년 작이다.

 

왜 이 그림에 관심이 가느냐 하면 그녀는 프랑스의 앙리 4세와 결혼한 인물이다.

이자벨 아자니가 출연한 영화 <여왕 마고 (1994)> 로 잘 알려진, 프랑스 역사상 아주 유명한 왕이 앙리 4세인데, 그는 두 번 결혼했다.

앙리 4세는 첫 번째 아내와 결별하고, 마리 드 메디시스와 결혼한다.

그러니까 그녀, 마리 드 메디치(Marie de Medici, 1573-1642)는 프랑스의 앙리 4(Henri IV de France, 1553- 1610)의 두 번째 아내인 것이다.

 

루벤스는 마리 드 메디시스의 의뢰로 그림 여러 점을 그렸는데. 이 책에는 그 중 3 점이 실려있다.

 

<마르세유 상륙> (131)

<마리 섭정 시대의 풍요와 행복>(191)

<마리 드 메디시스 초상> (191)

 

흥미로운 사연 있는 그림들

 

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1829~1876)

 

우리에게 <오필리아의 죽음>으로 잘 알려진 존 에버렛 밀레이가 아주 흥미로운 그림을 그렸는데. 제목이 <나의 첫 설교><나의 두 번째 설교>이다.

 

밀레이의 <나의 첫 설교><나의 두 번째 설교> (286, 287)

 

그는 딸 에피가 처음으로 교회에 가 설교를 듣는 모습을 그렸다. 그 때 아이 나이는 다섯 살이었다. 진지하게 설교를 듣는 아이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이다. 그리고 같은 장면의 모습을 1년 후에 다시 그렸는데, 제목은 <나의 두 번째 설교>.

두 번째 설교에서는 아이의 모습이 달라져있다. 첫 번째 설교를 들을 때와는 다르다. 그 모습이 더 귀엽고 사랑스럽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림을 자세히 보거나, 사연을 자세하게 읽어보면 지금까지 우리가 알거나 들어온 것과는 다른 것들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몇 가지 그런 사연들을 만난다.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다.

 

뭉크의 <절규>

 

너무나 유명한 뭉크의 <절규>

지금껏 들어왔던 이야기는 이 그림이 놀라서 소리를 지르는, 절규하는 자신은 그린 것이라 했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주장을 펼친다.

 

이 그림을 자세히 보면 손으로 귀를 막고 있다, , 이 인물은 놀라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큰 소리를 듣고 놀란 것이다, 이 그림은 뭉크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하늘이 핏빛으로 물든 황혼 무렵, 그는 다리 위에서 갑자기 큰 소리를 듣고 본인도 모르게 귀를 막았다. 그러나 그 소리는 항상 죽음의 공포에 떨었던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낸 소리없는 외침이었다. (356)

 

인상파라는 말은 원래 폄하?

 

인상파라는 말, 원래 그렇게 부른 것은 폄하할 의도였다고 알고 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1874 바티뇰파 화가들은 마침내 염원하던 그룹 전시회를 열었다. 그곳에서 모네의 <인상, 해돋이>를 본 평론가 루이 르루아가 확실히 인상은 전해지지만, 미완성 벽지보다 형편없다고 폄하한데서 인상파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많은 책에 쓰여있다.

그런데 그 기사의 전체 문장을 잘 읽어보면 르루아는 결코 인상파를 폄하하지 않았다.

르루아가 풍자신문 <르 샤리바리>에 기고한 기사는, 풍경화의 대가로 여겨지는 가상의 나이 많은 화가가 작품을 깎아내리면, 르루아가 이를 옹호하는 형식으로 재미있게 쓰여 있다. , 르루아가 암묵적으로 비판한 것은 인상파의 새로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고전주의 화가 쪽이었다. (236)

 

다시, 이 책은?

 

그림은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한다. 그래야 어느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예뻐 보인다. 그렇게 제대로 된 그림 감상을 위해서는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 책, 은밀하고 난처한 미술 전시회를 통하여 그런 방법을 배운다. 해서 그림이 이제 제대로 보이는 것이다.

 

더해서 이 책의 특징을 여럿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중에 하나, 이런 특징은 저자가 <프롤로그>에 이렇게 밝혀놓은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서양 미술사의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화가들이 활동한 연대순으로 배열했다.

이 책은 시대별, 화가별 인덱스로도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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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누아르 달달북다 3
한정현 지음 / 북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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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누아르 (달달북다03) 

 

이 책은?

 

소설이다. 단편소설, 그것도 무지 짧은 단편소설이다.

그러나 장편(掌篇)이 아닌 제대로 격식을 갖춘 단편이다.

오히려 어지간한 장편(長篇)소설보다 새길 게 훨씬 많다.

 

그리고 짚고 넘어갈 게 있는데, 이 소설 안에는 소설이 또 있다.

그것을 알고 읽어야 이 소설의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다.

해서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다.

 

먼저, 이름에 얽힌 사연

 

사연없는 인생은 없다. 또한 이름 또한 사연이 없는 사람은 없다,

여기 이 소설의 작가는 그것을 안다.

그래서 주인공 이름을 아주 멋지게, 사연을 입혀 지어 주었다.

 

주인공 이름은 선이다, ,

성은 박. 해서 박선이다. 박선.

 

선이라는 이름은 멀쩡해 보이지만 사실 자()자조차도 붙이기 귀찮았던 아버지의 마지막 선택이었다. (33)

 

등장 인물은? 선을 포함해서....

 

, 그리고 미쓰리 언니.

 

미쓰리 언니의 이름은?

그리고, , 즉 박선의 이름은? 다른 이름이 있을지.....

일단 그 정도 알고 소설 읽어보자......

 

소설, 미쓰리 언니가 쓴 소설, 장르는 무엇일까?

 

미쓰리 언니는 사라지던 날, 선에게 종이 한 뭉치를 맡긴다.

그게 소설이었다. 누아르 소설.

 

이 소설에서 주인공 선과 미쓰리 언니가 나누는 대화, 들어보자.

 

장르? 장르가 뭐에요?

주제요. 여자가 성공하는 장르가 있다고 한다면 나는 그걸 세상에 없는 이야기, 환상소설이라고 하겠어요. (50)

 

미쓰리 언니가 쓰는 소설에는 여자 성공 뭐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자가 성공하는 이야기는 애시당초 글러먹은 거라는 것. 그래서 미쓰리 언니가 쓰려는 것은 누아르, 여성들은 다 죽어간다는 서울의 이야기.

 

그래서 미쓰리 언니가 쓴 소설은 누아르다. 이런 식이다.

 

여자를 때리고 구박하는 남자들이 일으킨 전쟁 때문에 이 세상이 망할 거라는 내용.

특히 그런 남성들에 대항해서 최고의 여성 킬러가 등장한다는 것. (56)

 

그래서 선에게는 현실성이 없게 보인다. 그렇게 현실성이 없어야 하며, 마지막에는 주인공이 멋지게 죽어가는 것, 그게 누아르 아닌가?

 

그리고 미쓰리 언니가 왜 그런 소설을 썼는가, 에 대한 이유도 소설 말미에 들어있다는 것이다.

 

로맨스가 아니에요. 이 세상은.

여자에게야말로 누아르 장르가 필요해요.

누아르는 여성 장르여야 해요. (57)

 

또 하나의 소설, 선이 쓴 소설

 

아니 틀렸다. 또 하나의 소설이 아니라, 원래의 소설이다.

이 원래의 소설 속에 미쓰리 언니가 쓴 소설이 들어있는 것이니, 이게 원래의 소설이다.

 

그렇게 소설을 써서, 선은 누군가에게 말을 건다.

그 누군가는 바로 이 소설의 작가, 한정현이다.

 

선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미래라는 것을 직감한다. 이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에게 말을 걸어본다. 그렇게 작가는 작가 자신을 소설 속에 포함시킨다. 메타, 아니 역메타..인가?

 

선은 미쓰리 언니로부터 배운다,

 

미쓰리 언니와 알게 된 후, 선의 눈에도 너무 많은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51)

 

언니, 나도 소설 좀 읽어볼래요. 언니가 좋아한다는 게 뭔지, 그 세계가 뭔지 언니를 따라

나도 가볼래요, 거기에 답이 있을 거 같아요.(61)

 

그리고 다시 반전

 

이것을 적는 것은 스포일러다.

작가가 꽁꽁 숨겨 놓은 것 하나가 있다.

반전이다. 그러니 작가가 천재가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반전이다.

 

아니다, 그걸 말해버리면, 작가는 싫겠다.

그냥 이 정도 말해 두어야지.

독자들이여, 이 책 64쪽을 자세히 읽어보시라. 거기에 뭔가 있다.

 

아니, 책 읽는 독자라면 그 정도 눈치는 다 있는 것 아닌가. 뭘 그런 것 가지고 호들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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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 역사 - 중동의 3천년 역사를 이해한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시토미 유조 지음, 정애영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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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 역사 

 

아라비아는 언제 나에게 알려졌을까?

아마도 고교 시절이 아닐까, 세계사 시간에 배운 이슬람의 창시자 마호메트, 물론 그 이름은 가지각색으로 불린다. 이 책에서는 무함마드.

 

무함마드가 천사 가브리엘의 계시를 받고, 자신이 선지자임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아라비아의 역사는 나에게 알려졌다.

그러니 나에게 아랍의 역사는 무함마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지금 이 책을 읽으면서 무함마드 이전에도 아랍은 존재했다는 것을 비로서 알게 된다. 그래서 아랍 역사의 범위가 이 책을 읽으면서 넓어지게 된다.

 

1장 도시와 국가의 성립과 발전 아라비아사의 여명

2장 신구세력의 교체와 문명의 변질 기원전 천 년기 말의 변동

3장 오리엔트 세계의 삼극구조화 3세기의 변동과 그 후

4장 아라비아의 고대 말기 여러 세력의 각축

5장 이슬람의 탄생과 발전 아라비아의 신세기

6장 침체와 혼미의 수백 년 중세 아라비아

7장 유럽인의 내항과 오스만조의 지배 근세의 아라비아

8장 독립과 번영 근현대의 아라비아.

 

이 책에서 무함마드의 이슬람 창시는 제 5장에 등장하니, 이 책의 거의 반 되는 지점이다.

아랍의 역사는 무함마드로 인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는 것이다

 

이슬람의 등장

 

고교 세계사에서 그 많은 항목을 다루느라, 이슬람에 관해 어디 자세한 내용 들을 겨를이 있었을까? 겨우 도시 이름 몇 개와 단어 몇 개로 이슬람 부분을 갈음하고 말았으니, 거기 그 땅에서 당시 역사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미안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제야, 이 책으로 무함마드가 이루어놓은 업적들을 알게 된다.

당시 메카는 전체 인구로 1만명 정도 되는 도시였다. 거기에서 무함마드는 천사 가브리엘을 통하여 유일신 알라의 계시를 받는데 자신이 예언자임을 자각하게 되고, 포교활동에 나서게 된다. 그로부터 히즈라(이주)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에티오피아와 야스립(지금의 이름으로 메디나) 히즈라를 거쳐, 드디어 이슬람의 원년이 시작된다. 서력 622716.

 

그 다음에 벌어진 사건들은 다음과 같다.

 

메카 정복 (290쪽 이하)

메카 정복에서 특기할 일은 메카를 무혈 정복하였는데, 무함마드는 그길로 카바 신전에 가서 내부의 우상을 모두 파괴했다고 전해진다. (293) 이슬람은 일신교다.

 

대정복의 시작 (294쪽 이하)

여기에서 특기할 것은 저자의 이런 생각이다.

 

메카 정복 이후 아랍의 개종은 대부분이 개인적인 회심이 아니고 부족의 존립을 무함마드로부터 보증받기 위해 집단적으로 개종한 데 지나지 않았다.(301)

 

이슬람 사 초기 단계에서는 아랍을 열심히 무슬림으로 만든 것은 무함마드가 설파한 교의가 아니라 지하드에서의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301)

 

여기서 지하드, 라는 말이 등장한다. 성전(聖戰)이다.

메카, 히즈라, 지하드. 이런 세 단어로 띄엄띄엄 존재하던 이슬람 역사가 드디어 이 책에서 문장으로 만들어지면서 앞뒤가 연결되는 것이다.

 

유럽이 아랍을 어지럽히다.

 

그후 아랍인들의 세계로 있던 아랍은 돌연 세계사 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바로 유럽인들이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것이다 ,

 

그 장이 어찌보면 아랍의 역사에 가장 분주한 부분이 아닐까. 해서 7장과 8장은 아주 중요한 장이다. 현대에 근접하기도 하려니와, 현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지역들이 형성되는 시기이니 말이다.

 

7장 유럽인의 내항과 오스만조의 지배 근세의 아라비아

8장 독립과 번영 근현대의 아라비아.

 

그런 오랜 역사를 거쳐, 이제 아랍에는 이런 나라들이 산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수장국 연맹,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예멘.

 

이런 것 알게 된다.

 

무함마드인가, 마호메트인가?

 

지금껏 알고 있었던 이름은 마호메트, 이 책에서는 무함마드,

같은 인물이지만 부르는 게 다른 것이다. 그래서 찾아보았다, 대체 어떤 이름이 진짜(?)인가.

 

무함마드는 이슬람의 예언자이며 성사(聖使, 영어: holy prophet, last prophet of Islam)이다. 마호메트 또는 모하메드(Muhammad, Mohammed, Mahomet) 등은 아랍어 여러 방언의 발음 변이 및 아랍어를 차용한 여러 언어의 발음 차이로 생긴 변이형이다. (위키백과)

 

따라서 무함마드가 진짜 이름이다. 고맙다. 이 책 덕분에 진짜 이름도 찾았다.

 

비단 제작 기술, 퍼지다.

 

비단은 522년에 동방으로 파견된 네스토리우스파 수도사가 누에알을 대나무통에 숨겨 오면서 중국이 유출통제를 하던 양잠기술이 비잔틴에 전해졌다고 한다. (245)

 

그렇게 해서 비단은 비잔틴에, 또 비슷한 방법으로 목화는 고려에 전해졌다.

 

다시 이 책은?

 

이 지역을 둘러싸고 유럽 열강들이 서로 치고박고 싸웠던 것들을 생각하면, 그 시간은 피로 얼룩진 시간이었을 것이다. 아랍의 역사를 읽으며, 실제 그 땅에서 살아내야 했던 사람들은 과연 이 역사를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무릇 인간의 역사는 어느 한 곳 안타깝지 않은 데가 없지만, 아랍의 역사는 더더욱 그렇다.

 

안타까움은 또 하나 있다. 이 책의 판형이 조금 더 컸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많은 양의 정보를 담은 책이라서 그런지 책 판형이 적으니, 책 내용 구성 편집이 힘들어보인다. 그 좁은 지면에 그려진 지도도 보기 어렵고, 책이 두꺼우니 책을 펴고 접을 때 힘드는 것은 당연지사. 다음 쇄를 찍을 때는 판형 변경을 고려해보는 것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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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음악 취향은 - 음반 프로듀서가 들려주는 끌리는 노래의 비밀
수전 로저스.오기 오가스 지음, 장호연 옮김 / 에포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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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음악 취향은

 

사람들은 어떤 음악에 반응하는가?

아니 나는 왜, 어때서, 어떻게, 어떤 음악에 반응하는가?

 

그런 흥미로운 주제가 이 책에서 펼쳐진다.

요즘 클래식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나 자신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이 책으로 그런 질문들을 해보는 기회로 만들어보자는 마음에서 이 책을 읽어 보았다.

 

사람들이 음악에 반응하는 일곱 가지 차원

 

이 책은 사람들이 음악에 반응하는 차원이 7가지 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한다.

 

진정성, 사실성, 참신성, 멜로디, 가사, 리듬, 음색

 

7가지 차원을 분류해보면, 미적 차원과 음악적 차원으로 나눌 수 있다.

 

미적 차원 : 진정성, 사실성, 참신성

음악적 차원 : 멜로디, 가사, 리듬, 음색

 

어느 것이 자신에게 우선시되는 차원인지?

 

이런 7가지 차원은 각각 개별적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저마다 독자적으로 즐거움을 안겨준다. 예컨대. 음악에서 진정성, 사실성, 참신성, 멜로디, 가사, 리듬, 음색, 이렇게 7개의 차원이 어느 하나라도 즐겁지 않을 수가 없다. 만약 그런 즐거움은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음악을 들으면서 모두 어느 하나의 차원에서라도 즐거움을 반드시 느낄 것이다.

 

그런데 이런 7가지 차원을 구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어떤 차원이 다른 차원보다 더 즐거움을 선사하는 차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바대로 살펴본다면, 7개의 차원 중 어느 것이 자기에게 더한 즐거움을 주는 것인지, 알아볼 수 있다.

 

예컨대 진정성에 대하여,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가장 강력하게 반응하는 음악은 가장 나다운대목이 어느 지점인지 드러낼 수 있다. 몽상에 잠기거나 꿈의 나래를 펼칠 때 내 마음이 어김없이 향하는 바로 그곳이다. 그러므로 여러분의 청취 프로필에 딱 들어맞는 음악의 특징을 파악함으로써 여러분은 그저 더 좋은 청자가 되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가장 내밀한 본질을 더 잘 알게 된다. 우리가 음악의 진정성이라는 개념에 높은 가치를 두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가 의식적으로 진정성을 경험할 때 우리의 자아상을 구현하는 뇌의 연결망이 작동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63~64)

 

그래서 이런 말이 가능해진다.

 

음반이든 연애 상대든 우리는 나를 최고로 나답다고 느끼게 하는 대상과 사랑에 빠진다. (64)

 

가사는 모호할수록 나의 노래가 된다.

 

우리는 왜 노래를 들으며, 그 내용이 자기 자신의 경우를 노래한 것이라 느끼는 것일까?

여기 저자는 이런 해답을 내놓는다.

 

음악 작사가들은 대체로 시간, 공간, 인물을 익명으로 두기 때문에 청자가 가사를 개인의 사연으로 삼기가 쉬워진다. (198)

 

작사가는 이런 모호함을 의도적으로 이용하여 청자가 더 몰입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199)

 

이런 모호함은 청자가 의미를 찾으려는 과정에서 여러 가능성을 탐험하도록 만든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 노래의 가사가 자기의 마음을 노래한 것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미국인이니 당연히 예로 들고 있는 노래가 외국곡이지만, 굳이 외국곡을 듣지 않고 우리 음악 중에서 몇 곡만 들어보면, 가사의 모호함이 얼마나 자신을 그 노래 속으로 끌어들이게 되는지 깨달을 수 있다.

 

클래식 관련 이야기도 읽어보자,


독자들은 이 책에서 다양한 음악을 경험할 수 있다.

그 중에 클래식도 얼마든지 만나게 된다

 

그 첫 번째 바흐 <마니피카트 D 장조, BWV 243>

 

<마니피카트 D 장조, BWV 243>을 들어보자. 실제로 들으면서 이 부분을 읽었다.

J. S. Bach: Magnificat BWV 243

https://www.youtube.com/watch?v=3EPk6zOaLH0

 

바흐는 이 곡에서 공저자인 오기를 전율케하는 초월적인 환희의 감정을 표현한다. 다섯 성부가 주고받는 대위법과 대칭적이고 완벽하게 균형이 맞는 음정들 사이로 감정의 연결이 자연스럽게 흐른다. 정규 음악 기술에 익숙하지 않는 청자들도 곡이 영혼에 직접적으로 말을 거는 것을 느낄 수 있다. (56)

 

두 번째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

 

전하는 말에 의하면 라벨은 친구 앞에서 손가락 하나로 피아노를 두들기며 이 멜로디를 연주했다고 한다, 그는 악절에서 반복되기를 갈망하는 뭔가가 느껴진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곡은 멜로딕한 주제를 계속 반복하는 식으로 진행하며, 반복할 때마다 악기를 달리하고 보강하며 집요한 리듬이 점차 커지고 극적으로 바뀐다. 멜로디는 결코 바뀌지 않는다. 다만 층을 이룬 오케스트레이션과 역동적인 타악기의 가세로 곡의 힘을 늘린다. (176)

 

지금까지 라벨의 <볼레로>에 대하여 여러 설명을 들었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적확하게 표현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글을 읽어가는 순간, 볼레로의 멜로디가 들려오기 시작하며 점차 리듬이 커지는 듯한데, 그것은 분명 착각이 아닐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에서 저자가 분석하고 있는 7개의 차원, 즉 진정성, 사실성, 참신성, 멜로디, 가사, 리듬, 음색 중 처음의 4개는 음악과 약간 동떨어진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 내용을 잘 살펴보면 그게 오히려 음악을 대하는 자세를 바로 해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에서 저자가 결론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 아닐까?

 

첫눈에 반한 사랑이라는 현상은 여전히 대부분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우리는 사랑이 상대방을 속속들이 아는 것에 근거하지 않음을 안다. 실은 정반대다. 가장 큰 매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바로 그것, 순간적으로 알아채는 신체적 매력인 것같다. 단 한번 쳐다보았는데 묘한 끌림을 느낀다. (337)

 

첫눈에 반한 사랑처럼, 음악도 첫귀에 반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바로 나의 음악 취향인 것이다. 물론 그 취향은 한 자리에 멈추지 않는다. 그 누가 말한,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라는 말대로 음악에 대한 취향은 변하며 확장되며 결국은 음악에 대한 사랑은 깊어지는 것이다.

 

그런 것을 알게 해주는 책, 이 책에서 음악 취향의 다양함을 알게 되었으니, 음악에 탐닉하는 방법이 다양해진다. 더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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