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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누아르 ㅣ 달달북다 3
한정현 지음 / 북다 / 2024년 8월
평점 :
러브 누아르 (달달북다03)
이 책은?
소설이다. 단편소설, 그것도 무지 짧은 단편소설이다.
그러나 장편(掌篇)이 아닌 제대로 격식을 갖춘 단편이다.
오히려 어지간한 장편(長篇)소설보다 새길 게 훨씬 많다.
그리고 짚고 넘어갈 게 있는데, 이 소설 안에는 소설이 또 있다.
그것을 알고 읽어야 이 소설의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다.
해서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다.
먼저, 이름에 얽힌 사연
사연없는 인생은 없다. 또한 이름 또한 사연이 없는 사람은 없다,
여기 이 소설의 작가는 그것을 안다.
그래서 주인공 이름을 아주 멋지게, 사연을 입혀 지어 주었다.
주인공 이름은 선이다, 선,
성은 박. 해서 박선이다. 박선.
선이라는 이름은 멀쩡해 보이지만 사실 자(子)자조차도 붙이기 귀찮았던 아버지의 마지막 선택이었다. (33쪽)
등장 인물은? 선을 포함해서....
선, 그리고 미쓰리 언니.
미쓰리 언니의 이름은?
그리고, 선, 즉 박선의 이름은? 다른 이름이 있을지.....
일단 그 정도 알고 소설 읽어보자......
소설, 미쓰리 언니가 쓴 소설, 장르는 무엇일까?
미쓰리 언니는 사라지던 날, 선에게 종이 한 뭉치를 맡긴다.
그게 소설이었다. 누아르 소설.
이 소설에서 주인공 선과 미쓰리 언니가 나누는 대화, 들어보자.
장르? 장르가 뭐에요?
주제요. 여자가 성공하는 장르가 있다고 한다면 나는 그걸 세상에 없는 이야기, 환상소설이라고 하겠어요. (50쪽)
미쓰리 언니가 쓰는 소설에는 여자 성공 뭐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자가 성공하는 이야기는 애시당초 글러먹은 거라는 것. 그래서 미쓰리 언니가 쓰려는 것은 누아르, 여성들은 다 죽어간다는 서울의 이야기.
그래서 미쓰리 언니가 쓴 소설은 누아르다. 이런 식이다.
여자를 때리고 구박하는 남자들이 일으킨 전쟁 때문에 이 세상이 망할 거라는 내용.
특히 그런 남성들에 대항해서 최고의 여성 킬러가 등장한다는 것. (56쪽)
그래서 선에게는 현실성이 없게 보인다. 그렇게 현실성이 없어야 하며, 마지막에는 주인공이 멋지게 죽어가는 것, 그게 누아르 아닌가?
그리고 미쓰리 언니가 왜 그런 소설을 썼는가, 에 대한 이유도 소설 말미에 들어있다는 것이다.
로맨스가 아니에요. 이 세상은.
여자에게야말로 누아르 장르가 필요해요.
누아르는 여성 장르여야 해요. (57쪽)
또 하나의 소설, 선이 쓴 소설
아니 틀렸다. 또 하나의 소설이 아니라, 원래의 소설이다.
이 원래의 소설 속에 미쓰리 언니가 쓴 소설이 들어있는 것이니, 이게 원래의 소설이다.
그렇게 소설을 써서, 선은 누군가에게 말을 건다.
그 누군가는 바로 이 소설의 작가, 한정현이다.
선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미래라는 것을 직감한다. 이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에게 말을 걸어본다. 그렇게 작가는 작가 자신을 소설 속에 포함시킨다. 메타, 아니 역메타..인가?
선은 미쓰리 언니로부터 배운다,
미쓰리 언니와 알게 된 후, 선의 눈에도 너무 많은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51쪽)
언니, 나도 소설 좀 읽어볼래요. 언니가 좋아한다는 게 뭔지, 그 세계가 뭔지 언니를 따라
나도 가볼래요, 거기에 답이 있을 거 같아요.(61쪽)
그리고 다시 반전
이것을 적는 것은 스포일러다.
작가가 꽁꽁 숨겨 놓은 것 하나가 있다.
반전이다. 그러니 작가가 천재가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반전이다.
아니다, 그걸 말해버리면, 작가는 싫겠다.
그냥 이 정도 말해 두어야지.
독자들이여, 이 책 64쪽을 자세히 읽어보시라. 거기에 뭔가 있다.
아니, 책 읽는 독자라면 그 정도 눈치는 다 있는 것 아닌가. 뭘 그런 것 가지고 호들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