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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음악 취향은 - 음반 프로듀서가 들려주는 끌리는 노래의 비밀
수전 로저스.오기 오가스 지음, 장호연 옮김 / 에포크 / 2024년 8월
평점 :
당신의 음악 취향은
사람들은 어떤 음악에 반응하는가?
아니 나는 왜, 어때서, 어떻게, 어떤 음악에 반응하는가?
그런 흥미로운 주제가 이 책에서 펼쳐진다.
요즘 클래식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나 자신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이 책으로 그런 질문들을 해보는 기회로 만들어보자는 마음에서 이 책을 읽어 보았다.
사람들이 음악에 반응하는 일곱 가지 차원
이 책은 사람들이 음악에 반응하는 차원이 7가지 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한다.
진정성, 사실성, 참신성, 멜로디, 가사, 리듬, 음색
이 7가지 차원을 분류해보면, 미적 차원과 음악적 차원으로 나눌 수 있다.
미적 차원 : 진정성, 사실성, 참신성
음악적 차원 : 멜로디, 가사, 리듬, 음색
어느 것이 자신에게 우선시되는 차원인지?
이런 7가지 차원은 각각 개별적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저마다 독자적으로 즐거움을 안겨준다. 예컨대. 음악에서 진정성, 사실성, 참신성, 멜로디, 가사, 리듬, 음색, 이렇게 7개의 차원이 어느 하나라도 즐겁지 않을 수가 없다. 만약 그런 즐거움은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음악을 들으면서 모두 어느 하나의 차원에서라도 즐거움을 반드시 느낄 것이다.
그런데 이런 7가지 차원을 구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어떤 차원이 다른 차원보다 더 즐거움을 선사하는 차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바대로 살펴본다면, 7개의 차원 중 어느 것이 자기에게 더한 즐거움을 주는 것인지, 알아볼 수 있다.
예컨대 진정성에 대하여,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가장 강력하게 반응하는 음악은 가장 ‘나다운’ 대목이 어느 지점인지 드러낼 수 있다. 몽상에 잠기거나 꿈의 나래를 펼칠 때 내 마음이 어김없이 향하는 바로 그곳이다. 그러므로 여러분의 청취 프로필에 딱 들어맞는 음악의 특징을 파악함으로써 여러분은 그저 더 좋은 청자가 되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가장 내밀한 본질을 더 잘 알게 된다. 우리가 음악의 진정성이라는 개념에 높은 가치를 두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가 의식적으로 진정성을 경험할 때 우리의 자아상을 구현하는 뇌의 연결망이 작동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63~64쪽)
그래서 이런 말이 가능해진다.
음반이든 연애 상대든 우리는 나를 최고로 나답다고 느끼게 하는 대상과 사랑에 빠진다. (64쪽)
가사는 모호할수록 나의 노래가 된다.
우리는 왜 노래를 들으며, 그 내용이 자기 자신의 경우를 노래한 것이라 느끼는 것일까?
여기 저자는 이런 해답을 내놓는다.
음악 작사가들은 대체로 시간, 공간, 인물을 익명으로 두기 때문에 청자가 가사를 개인의 사연으로 삼기가 쉬워진다. (198쪽)
작사가는 이런 모호함을 의도적으로 이용하여 청자가 더 몰입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199쪽)
이런 모호함은 청자가 의미를 찾으려는 과정에서 여러 가능성을 탐험하도록 만든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 노래의 가사가 자기의 마음을 노래한 것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미국인이니 당연히 예로 들고 있는 노래가 외국곡이지만, 굳이 외국곡을 듣지 않고 우리 음악 중에서 몇 곡만 들어보면, 가사의 모호함이 얼마나 자신을 그 노래 속으로 끌어들이게 되는지 깨달을 수 있다.
클래식 관련 이야기도 읽어보자,
독자들은 이 책에서 다양한 음악을 경험할 수 있다.
그 중에 클래식도 얼마든지 만나게 된다
그 첫 번째 바흐 <마니피카트 D 장조, BWV 243>
<마니피카트 D 장조, BWV 243>을 들어보자. 실제로 들으면서 이 부분을 읽었다.
J. S. Bach: Magnificat BWV 243
https://www.youtube.com/watch?v=3EPk6zOaLH0
바흐는 이 곡에서 공저자인 오기를 전율케하는 초월적인 환희의 감정을 표현한다. 다섯 성부가 주고받는 대위법과 대칭적이고 완벽하게 균형이 맞는 음정들 사이로 감정의 연결이 자연스럽게 흐른다. 정규 음악 기술에 익숙하지 않는 청자들도 곡이 영혼에 직접적으로 말을 거는 것을 느낄 수 있다. (56쪽)
두 번째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
전하는 말에 의하면 라벨은 친구 앞에서 손가락 하나로 피아노를 두들기며 이 멜로디를 연주했다고 한다, 그는 악절에서 반복되기를 갈망하는 뭔가가 느껴진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곡은 멜로딕한 주제를 계속 반복하는 식으로 진행하며, 반복할 때마다 악기를 달리하고 보강하며 집요한 리듬이 점차 커지고 극적으로 바뀐다. 멜로디는 결코 바뀌지 않는다. 다만 층을 이룬 오케스트레이션과 역동적인 타악기의 가세로 곡의 힘을 늘린다. (176쪽)
지금까지 라벨의 <볼레로>에 대하여 여러 설명을 들었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적확하게 표현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글을 읽어가는 순간, 볼레로의 멜로디가 들려오기 시작하며 점차 리듬이 커지는 듯한데, 그것은 분명 착각이 아닐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에서 저자가 분석하고 있는 7개의 차원, 즉 진정성, 사실성, 참신성, 멜로디, 가사, 리듬, 음색 중 처음의 4개는 음악과 약간 동떨어진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 내용을 잘 살펴보면 그게 오히려 음악을 대하는 자세를 바로 해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에서 저자가 결론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 아닐까?
첫눈에 반한 사랑이라는 현상은 여전히 대부분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우리는 사랑이 상대방을 속속들이 아는 것에 근거하지 않음을 안다. 실은 정반대다. 가장 큰 매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바로 그것, 순간적으로 알아채는 신체적 매력인 것같다. 단 한번 쳐다보았는데 묘한 끌림을 느낀다. (337쪽)
첫눈에 반한 사랑처럼, 음악도 첫귀에 반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바로 나의 음악 취향인 것이다. 물론 그 취향은 한 자리에 멈추지 않는다. 그 누가 말한,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라는 말대로 음악에 대한 취향은 변하며 확장되며 결국은 음악에 대한 사랑은 깊어지는 것이다.
그런 것을 알게 해주는 책, 이 책에서 음악 취향의 다양함을 알게 되었으니, 음악에 탐닉하는 방법이 다양해진다. 더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