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여중 추리소설 창작반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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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여중 추리소설 창작반

 

소설이다. 여자 중학교 동아리인 추리소설 창작반을 무대로 한 추리소설이다.

학교 동아리인 추리소설 창작반을 소재로, 또한 무대로 하여 벌어지는 이야기.  

작가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등장인물은 누구인가?

 

지명여중 추리 소설반 반원들이다.

추리 소설반을 지도하는 선생님 박수아 선생님

반원들 -

강지안, 심해영, 등등

그리고 오지은, 이 소설의 대표 주인공이다. 이 소설에서 화자 역할도 하고 있다.

오지은의 외할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

 

소설의 시작과 사건의 시작

 

이 소설의 액자 소설이기도 한 오지은의 과제작이 되는 소설에 등장하게 될 인물들이 있다.

 

물론 오지은이 살고 있는 곳과 오지은의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곳,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 

 

추리소설 작법도 공부해보자.

 

추리소설반에서 과제가 주어진다.

1학기가 끝날 때까지 원고지 100매 안팎의 추리소설을 한 편 써내는 일이다.

 

소설을 한 번도 쓰지 않았고 또한 쓸 줄도 모른다는 지은의 말에 지도교사인 박수아 선생님은

추리 소설을 실제 범죄 사건을 소재로 하여 쓸 수도 있다고 알려준다. (13)

이름하여 논픽션 소설,

 

이 말을 듣고 화자인 오지은은 도전해보기로 한다.

그래서 어떤 것이 있을까 고심하던 차에 할아버지 집에 가던 길에 보게 된 현수막을 보고, 예전에 일어난 진송 초등학교 화재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그 학교에서 불이 났는데, 맨처음 분리수거장에서 일어난 불은 학교 건물까지 번져 학교 건물이 모두 불타버려 결국 학교는 폐교되어 버린 사건이다.

그 사건의 범인은 분리 수거장에서 담배를 피웠다는 영자 할머니다.

 

그것을 소재로 하여 소설을 쓰기로 하고 자료 조사에 들어가는데.......

소설 한 편 쓰기가 그리 쉬운 일인가?


여러 난관을 만나기도 하자 소설 쓰기가 어려워지는데, 그럴 때 박수아 선생님의 지도 방법이 소설을 진행시키는 방향으로 이끌어간다.

 

세상에는 발로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이 많다. (84)

 

아무리 야심 차게 시작했더라도 글을 쓰다보면 반드시 막히는 순간이 찾아온다. 지금까지 썼던 글을 다 지워버리고 싶을 때도, 다른 소재를 찾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도 있을 거야. 하지만 좌절하지 말자. (111)

 

그런 지도를 받으면서, 지은은 드디어 소설 한편을 써나간다.

그 소설도 이 소설 안에 있으니, 소설 속에 소설이 또 한 편 들어있는 것이다.

그러니 액자 소설이라고 할까

다만 액자가 어디까지가 액자인지 불분명하다는 것, 그리고 액자 밖과 안이 교묘하게 섞여있다. 그만큼 작가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이런 것도 알게 된다.

- 추리소설과 스릴러의 차이는?

 

소설 중에 박수아 선생님이 추리 반원들에게 강의하는 내용중 추리소설과 스릴러의 차이를 말해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 둘의 차이점은? 여기에서 알게 된다. (40)

 

추리소설은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밝히는 소설.

스릴러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설이다.

 

추리소설, 진송 초등학교 화재 사건

 

진송 초등학교, 그 학교에서 불이 났는데, 맨처음 분리수거장에서 일어난 불은 학교 건물까지 번져 학교 건물이 모두 불타버려 결국 학교는 폐교되어 버린 사건이다.

그 사건에 범인은 분리 수거장에서 담배를 피웠다는 영자 할머니다.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되어 이제는 흘러간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구태여 다시 조사할 게 하나도 없는 사건인데. 영자 할머니가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버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CCTV에 찍혔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 지은이 하나하나 벌어진 일들을 짚어가는 동안에 무언가 허점을 발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박수아 선생님의 말씀대로, 세상에는 발로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이 많다는 말그대로 여기저기 다니면서 과거의 사건을 마치 직소퍼즐 맞추둣이 살펴보는데, 그  과정에서 무언가 이상한 점이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어떤 일이?

이건 스포일러니까, 여기까지 말해두기로 하자.

추리소설에서 범인 밝히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니까.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첫째는 추리소설을 어떻게 쓰는지를 알게 된다.


둘째는 그 사례로 제시되고 있는 추리물이 추리물의 정석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지은이 과제물로 제출하기 위해 발로 뛰어다니며 쓰게 되는 추리 소설, 이것 시건 자체도 재미 있고 추리하는 과정에서도 독자를 끌어들이는 흡입력 또한 대단하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책에서 추리소설의 재미도 충분히 만끽하고 더하여 추리소설 창작방법도 알게 되니,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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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으로 온 카스테라 오늘의 청소년 문학 43
한정영 지음 / 다른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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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으로 온 카스테라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말이 언젠가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었다.

물론 부정적인 방향으로 말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라고 했던가?

 

그런 부정적인 경우 말고, 그 말에 들어있는 깊은 뜻을 제대로 새겨보면 그 의미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맞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어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역사는 바로 그 말을 제대로 사용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여기 그 말을 새겨보게 만드는 소설이 있다.

바로 조선으로 온 카스테라, 한정영의 작품이다.

 

다산(茶山)이 살았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어느 소녀의 성장기.

온갖 고난을 헤치고 여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에 그 길을 헤쳐나가는 소녀의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먼저 등장인물을 살펴보자.

 

다미 : 주인공 소녀

 

아버지 : 역관, 아내 때문에 역모로 몰려 고난을 당한다.

             사라진 엄마 때문에 아버지는 대신 관아에 끌려가 치도곤을 당하고 뼈가 부서져서 

             돌아왔다. (48)

 

어머니 : 홍경래 난에 연루되어 행방불명이 된다.

            엄마는 그랬다. 사내든 여인네든 똑같이 사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그 말의 뿌리가 홍경래 란에 깊이 박혀 있었기 때문에 엄마는 그로 인해 역적이 되었다. (32)

 

조상궁과 빙허각 : 다미의 자질을 아껴 도와주려는 인물들.

이 여인들은 여자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으려드는 사회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진다.

 

이야기의 시작은?

 

엄마 대신 관아에 끌려가 치도곤을 당하고 뼈가 부서져서 돌아온 아버지를 돌보는 다미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아버지를 위해 약을 다리고 점심을 치려 놓고, 또 일을 한다. 어떤 일?

 

생활비와 아버지의 약값을 대기 위해 여러 일을 해야만 하는 다미, 그는 책을 필사하는 일도 한다. 필사한 책을 가져다 주러 니선다. 온갖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맞서는 소녀의 당찬 모습이 이 소설의 시작이다.

 

카스테라, 가수저라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카스테라를 떠올렸다.

우리가 마음대로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카스테라. 그 달콤한 맛을 생각하게 된다.

지금은 그렇게 흔한 것이지만, 과연 우리나라 역사에서 언제부터 그걸 먹을 수 있게 되었을까?

 

물론 여기 소설처럼 다미라는 소녀가 처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이 책의 내용처럼 그렇게 시작되었다는 상상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게 누군가의 눈과 손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것이니 말이다.

 

겉은 거무스름하게 그리도 안쪽은 노랗게 익은, 맛은 고소하고 폭신한, 아기들이 좋아할만한 음식 (152-153)

 

우리나라에서 맨처음 카스테라를 맛본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맛과는 별개로 그것의 의미를 찾아본다면, 여기 소설에 등장하는 다산의 말이 제격이다.

 

난 새로운 것에도 관심이 많고 그렇게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자꾸 해보려는 사람을 좋아한단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야 세상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130)

 

여기 등장하는 다산 정약용이 다미에게 하는 말이다. 정말 다산은 저리 말했을 사람이다. 그의 말을 그런 의미에서 새겨보고 싶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져야 세상이 좋아진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이 참으로 많다.

 

절차 하나하나에 시간을 들여야 한다. (25)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래서 책을 썼다. (31)

 

읽고 쓸 줄 알면 세상을 보는 지혜가 생기고 깨달음이 생긴다. (31)

 

이제부터는 네 손끝을, 네 입맛과 네가 진심을 다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믿어라. 그러면 남들이 하지 못한 것들도 할 수 있을 게야. 그리고 그게 너를 살게 해 줄 것이다. (71)

 

다시, 이 책은?

 

괜찮다. 아무런 바탕도 없이 어찌 처음부터 잘되겠느냐? 하고 또 하다 보면 되는 것이지. 새로운 것을 해 보겠다고 나서는 용기가 더 필요한 때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 않으냐?” (130)

 

 

다산이 다미에게 해준 말이다.

다산의 일생을 한 문장으로 압축해보라 한다면 저것이 아니었을까? 그러니 다산은 분명 저런 말을 누군가에게 했을 것이다

 

그것을 이 소설의 저자는 다미라는 소녀를 통해 구현시켰다.

설령 가상의 인물 다미가 아닐지라도 분명 우리 역사에서 누군가는 그런 일을 해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런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소설은 청소년을 위해 쓰여진 것이지만, 성인에게도 우리 역사를, 그리고 우리 삶을 새겨보는 데 아주 유용하다. 그러니 오늘 카스테라를 맛보면서, 그러한 것들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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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고흐가 당신 얘기를 하더라 - 마음이 그림과 만날 때 감상은 대화가 된다
이주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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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고흐가 당신 얘기를 하더라

 

이 책, 마음에 드는 게 여럿이다. 하나씩 적어본다.

 

첫째, 그간 그림 공부를 화가들 중심으로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 읽어보니 아직 멀었다. 이 책에서 그간 듣지 못했던 화가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못 보았던 그림은 물론이다.

 

예컨대, 오페라 <카르멘>을 공부하면서 카르멘을 모델로 하여 그린 그림을 몇 점 본 적이 있는데, 여기에서 다른 스타일의 카르멘 그림을 몇 점 더 보게 된다. 53, 55, 58, 60, 모두 넉 점을 더 보게 된다.

 

<카르멘>, 밸런타인 카메론 프린셉

<카르멘>, 레오폴드 슈무츨러

<카르멘>, 에밀 보터스

<카르멘으로 분장한 에밀리 앙브르의 초상>, 에두아르 마네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주인공 역인 비올레타의 그림도 여기 있다.

<라 트라비아타>, 가브리엘 폰 막스 (66)

 

또한 그 그림과 더불어 오페라 속의 이야기도 같이 곁들이고 있다.

음악과 그림을 같이 듣게 되는 것이다.

 

둘째, 그림과 화가들을 주제별로 잘 분류해 놓아, 그림 보면서 맞아 맞아, 그렇지 하는 감탄의 발언이 저절로 나온다.

 

1장 사랑의 얼굴은 백만 가지

2장 내 마음의 등을 밝히면 온 세상이 밝아진다

3장 침묵할 때 비로소 선명해지는 내면의 소리

4장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

5장 절망의 장막이 드리우면 희망의 별이 뜬다

 

각 장마다 분류해서 전시해 놓은 그림들이 주제별로 딱딱 맞아떨어져서, 각장의 주제와 연관해서 그림을 감상하게 되는데, 그게 또한 여간 철학적이지 않다. 해서 그림 보면서 철학하는 기분이랄까, 그럴 정도다.

 

셋째, 듣지 못했던 이야기들, 사람들, 신화의 이야기도 듣게 된다.

 

예컨대, 톨스토이가 짐꾼 노릇을 하게 된 사연(8)이 소개되는데, 이런 일화는 다른 데에서 듣지 못한 것이라, 반가웠다.

 

또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빠진 이야기 여기서 듣는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거인이 있는데, 그 이름은 폴리페모스다.

그 폴리페모스, 다만 <오디세이아>에만 등장하는 거인인줄 알았는데, 다른 이야기도 여기에서 듣게 된다. 그에게 슬픈 사랑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42)

갈라테이아라는 님프에게 한 눈에 반했는데, 안타깝게도 그 님프는 그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니, 이런 이야기도 있다, 그 이야기를 <오디세이아>의 폴리페모스 이야기에 추가해 놓아야겠다.

 

넷째, 그냥 지나쳤던 그림의 부분을 새롭게 보게 된다.

 

예컨대,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에서 새로운 부분을 보게 되었다.

장 레온 제롬이 그린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를 본 것이 한 두 번이 아닌데, 저자의 이런 말을 듣고 새롭게 보게 된다.

 

조각상은 허리춤까지 사람의 살빛을 띠고 있어요. 상반신이 어느덧 사람으로 변해있는 것입니다. 다만 그녀의 다리는 아직 사람의 것이 아닙니다. 엉덩이 위의 따뜻한 살색과 구분되는, 여전히 창백한 대리석 빛의 다리는 입맞춤이 생명의 기운을 온몸에 퍼트리는 중임을 시사합니다. (28)



 

이 글 읽고 그림을 다시 보았다. 그렇다. 아직 채 사람이 덜 되었기에 다리 부분의 색깔은 다르다. 그걸 이제야 보다니, 저자 덕분이다.

 

다섯째, 새롭게 알게 되는 것도 있다.

 

초상화와 트로니(Tronie)는 다르다.

 

네델란드 화가 페르메이르의 그 유명한 그림 <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그게 초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난 사람 얼굴을 그리면 그게 설령 가공의 인물일지라도 무조건 초상화라고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다른 이름 트로니로 분류된다는 것인데, 초상화는 모델을 그 사람 자신으로 그리는 반면, 트로니는 그 사람 자신을 그리는 게 아니라 특정한 유형의 표정이나 인상, 인종, 성별, 연령의 특징을 가진 가상의 인물로 새로이 창조하는 것이다. (290)

 

그러므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의 소녀는 가상의 인물이고, 그녀가 누구인지 묻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것, 이제 알게 된다.

 

다시, 이 책은?

 

저자는 이런 말을 <프롤로그>에서 하고 있다.

 

미술에 대해 잘 모른다는 두려움, 반드시 새로운 것을 알아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잠시 내려놓고 그저 편하게 그림을 보다가 마음에 떠오른 생각을 간략히 적어보면 어떨까요? (7)

 

그런 저자의 말에 힘입어 여기 책에 담아놓은 그림들을 보면서 어느새 저자처럼 그림에 대해 생각하고, 말도 하는 그런 것 처음 해보게 되었다.

 

그림을 다룬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그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책, 몇 번이고 거듭 읽으면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마음씨까지 헤아려 보기는 처음인데, 그림마다 붙여놓은 말을 들으니 저자의 마음씨가 참 곱다. 참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글을 쓰는 솜씨가 차분하고 여유가 있어보여, 그림을 감상할 때 나도 모르게 마음이 넉넉해지는 기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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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서설 - 이성을 잘 인도하고 학문에서 진리를 찾기 위한
르네 데카르트 지음, 이재훈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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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서설

 

이 책 방법서설은 곧 방법에 관한 책이다.

방법이라고 하니, 쉬운 것 같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는 것, 그게 문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말 뜻은 알겠는데, 일단 책이 어렵다. 데카르트가 말을 어렵게 했기 때문이다.

 

문장 하나가 어찌 그리 긴지..

 

길어도 너무 길다. 중간에서 길을 잃기 딱 좋게끔 길다.

이런 문장, 하나 읽어보자.

 

내가 이것을 써야만 했던 다른 이유는, 내가 필요로 하지만 타인의 도움 없이는 해낼 수 없는 무한한 관찰 때문에 나를 지도하려는 나의 기획이 매일 점점 늦춰지는 것을 보면서, 공중이 나의 관심을 공유하기를 희망할 정도로 그렇게 자만하지 않음에도, 나는 스스로에게 불충실하고 싶지 않았고 또 후대 사람들이 그들이 무엇에서 나의 기획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에 내가 소홀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들에게 훨씬 더 좋은 여러 가지의 것을 남겨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이유로 언젠가 나를 비난할 기회를 주고 싶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162)

 

간단히 말해서, 이 긴 문장 속에 몇 개의 종속절이 들어있는지, 일일이 세기도 어려울 정도다. 우리 흔히 하는 식으로 문장의 주부와 술부를 얼른 찾아내기 어려운 것이다,

주부는? 내가 이것을 써야만 했던 이유, 가 되겠지.

그리고 그것을 설명하는 문장이 이어지는데........그렇게 해서 문장을 분석해보니 이렇다.

 

내가 이것을 써야만 했던 다른 이유는 (......) 언젠가 나를 비난할 기회를 주고 싶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로 ( ........) 속에 들어간 문장을 다시 분석해보고, 그렇게 읽어가다 보니, 데카르트가 원망스럽다. 왜 그리 한 문장을 길게 했는지.

 

그러나 그 중에서 아포리즘으로 사용해볼 만한 것들도

 

그렇게 길고 긴 문장 속에서 보석같은 아포리즘들이 들어있는 것, 또한 놓치면 안될 것이다.

문장의 전체 맥락을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긴 문장을 이루는 부분에서도 아포리즘과 같은 번쩍이는 통찰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내 의견 중 그 근거가 잘못 되었다고 판단한 의견들을 모두 파괴하면서 관찰했고, 여러 경험을 획득했는데, 이 관찰과 경험은 내가 그 후로 더 확실한 의견들을 세우는데 쓸모가 있었다. (71)

 

그들이 첫 번째로는 쉬운 것을 탐구하고 점점 단계적으로 더 어려운 것으로 나아가면서 얻게 될 습관은 나의 모든 가르침보다 그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159)

 

드디어 만났다, 그 유명한 말!

 

그래도 읽다보니, 만났다, 그 유명한 구절을.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 이 말이 여기 있구나!

 

이 진리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아주 견고하고 확실해서 회의주의자들의 매우 과장된 모든 가설도 이 진리를 흔들리게 할 수 없다는 것에 주목하면서, 나는 이것을 내가 찾던 철학의 제일원리로 주저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82)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에는 내가 생각하기 위해서는 존재해야만 한다를 아주 명석하게 알고 있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내가 진리를 말한다고 확신시켜주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하면서, 나는 우리가 아주 명석하고 판명하게 인식하는 것은 모두 참이라는 것을 일반 규칙으로 삼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판명하게 인식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에만 어떤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 (84)

 

그런 판단에 이르기까지, 그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또한 거기에 이르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곳곳에 그런 고심의 흔적이 보인다.

고심하고 고민하고 고뇌한 흔적들을 이 책에서 발견하는 것도 또한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철학자는 고민하고 힘들겠지만, 그 결과물을 읽어가며 손에 넣을 수 있는 독자는 그래서 행복하다. 특히 데카르트가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자기 자신을 채찍질했나를 알면 더욱 그럴 것이다.

 

세계라는 책 속에서 연구하고 경험을 쌓는 데 몇 년을 보낸 뒤, 나는 어느날 나 자신 안에서도 연구하기로, 그리고 내 정신의 모든 힘을 내가 따라야만 하는 길을 선택하는데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31)

 

다시. 이 책은?

 

데카르트는 그의 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이런 문장 읽어보니, 그의 뜻이 보인다.

 

내 글들이 어떤 가치가 있다면 내가 죽은 후에 내 글들을 가진 사람들이 그것들을 가장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153)

 

이 문장을 읽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의도를 충분하게 이루어주기 위해서, 이 책을 토씨 하나까지 새기며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 책, 읽어가기 힘들지만, 그러므로 좋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따라해보자.

나는 읽는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그런 말이 합당할 정도의 책, 만나기 쉽지 않다. 바로 이 책이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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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 10년 차 망원동 트레이너의 운동과 함께 사는 법
박정은 지음 / 샘터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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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책 제목을 듣는 순간, 느꼈다.

공감했다. 그러네, 맞아. 운동을 한다고 할 때 그런 생각이 먼저 든다. 진지함!

운동을 시작할 때 마치 전장터에 나가는 병사처럼 진지하게 각오부터 하게 되는 것, 그게 그렇다.

뱃살 빼야지. 몸무게 줄여야지. 멋지게 옷을 입을 수 있게.........

물론 대부분 작심살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매번 시작할 때는 진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관행, 습관에 대하여 이 책은 딴지를 걸고 있다.

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제목 끝에 생략된 물음표를 집어넣어본다. 그렇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그래서 운동이 어려운 거지?

 

이 책은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

 

프롤로그 타이틀이 이것이다. <덜 진지하게 운동을 시작하는 법>.

그렇지. 진지하게 하려니 시작부터 어려운 것이다. 그러니 시작부터 덜 진지하게 하라는 것이다,‘

 

언젠가 운동하는 일이 일로 느껴지면 이 책을 또 펼쳐주세요. (8)

 

글도 잘 쓴다, 저자는. 저 문장에서 느껴지는 운율을 느껴보라.

운동하는 일이 일로 느껴지면, 일이 일로 느껴지면, 어떤가? 입에 찰싹 달라붙지 않는가?

 

그렇다. 문장도 좋고 그 뜻도 좋다. 운동하는 일이 일로 느껴지지 않아야 운동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다음 말은 이것이다.

운동을 덜 진지하게 해도 되는 이유를 가득 적어둘게요. (8)

 

해서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나면 진지함 빼고 대신 즐거움을 가득 채운 운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운동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은?
- 거창하게 말고, 되는 만큼만 하자.

 

저자가 이에 관해 하는 말을 새겨보자. 금과옥조가 따로 없다.

 

최대한 회복할 수 있는 정도를 찾아서 그 범위 내에서 운동하는 것이다. (75)

 

하는 만큼 되는 게 맞는데, 일단은 되는 만큼 하는 게 먼저다.

되는 만큼 하는 것과 하는 만큼 되는 것 중 무엇을 더 오래 할 수 있을까? 되는 만큼 해도 된다. 그러다 운동이 익숙해지고, 그러다 어느 날 운동이 좀 괜찮네?’ 하는 편이 오늘 운동 한 시간 대박 빡세게 했음하고 1년 쉬는 것보다 낫다. (76)

 

이런 말도 납득이 된다. 몸에 와닿는 말이다.

 

싫은 운동이 있으면 구체적으로 싫어하자. 선명하게 싫어하면서 조금은 덜 싫은 것을 편식해보자. (87)

 

운동은 회복할 수 있는 만큼의 적당한 스트레스를 만드는 정도면 충분하다. (108)

 

운동한다는 뜻의 영어 exercise. (125)

이 단어의 어원은 제어를 없애다이다. 해서 어원으로 운동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나를 더 자유롭게 하는 활동은 무엇이든지 운동이 된다.

 

기능해부학에 대하여

 

저자가 이런 말 하는 순간 우리가 깜빡하고 잊어버린 몸에 관한 지식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우리 삶의 기본이고 기초가 되는 몸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

몸 어디가 고장나도 스스로 고칠 생각은커녕 어디가 어떻게 아픈 지도 모르고 쩔쩔 매는 게 일상이지 않은가?

 

해서 저자의 이런 말 백 퍼센트 공감이 된다.

 

수능이 끝난 학생들에게 메이크업 강좌 대신 기능 해부학을 알려주면 그들의 삶이 얼마나 넓어질까. (98)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책을 읽다가 운동과는 별개로 인생에 관한 깊이 있는 통찰이 담긴 글을 발견하고,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이게 인생이야. 이런 말 어디에서 못 들어. 다시 새기고 음미해봐. 그런 깨달음이 순간 솟구친다. 정말 몇 번이나 읽어보고 새겨보게 된다.

 

세상에 없는 것들은 이유가 있어서 없는 것이다. (41)

 

인간의 가장 멋진 점은 언제나 방법을 찾는다는 것이다. (43)

 

운동에 완벽한 하나의 목표가 있다면 당신이 자유로워지는 일이다. (126)

 

이게 어디 운동에만 해당하는 것일까? 인생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인생에 완벽한 하나의 목표가 있다면 당신이 자유로워지는 일이다.

 

책을 더 읽다가 여기에서는 무릎을 쳤다. 이런 신박한 발언이 있나, 이렇게 간단하게 인생을 논하다니!

 

트레이너님은 책을 참 많이 읽으시네요.”

책을 많이 읽네요?”
당최 트레이너가 왜 책을 많이 읽는지 모르겠다는 눈치다. 구태여 설명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궁금하기는 하다.

책을 안 읽으면서 공부하는 방법이 있나요?”(143)

 

정말 묻고 싶은 말이다. 책을 읽지 않고 공부하는 방법이 있을까?

글쎄다. 여태껏 살아온 경험에 의하면, 그런 방법 없던데..........글쎄 혹시?

 

다시. 이 책은?

 

이 책, 운동에 관한 방법만 논하는 게 아니다

운동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그저 외부로 보이는 몸을 위해서 운동한다? 아니다.

운동은 인생을 논하는 차원에서의 일부일뿐이다. 그러니 운동은 인생 차원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그것을 알고 있다. 혹시 철학하네... 하고 딴지 걸까봐 그런 것을 애써 감추고 운동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운동이지만 속내는 인생이다.

운동을 모르고 인생을 논하지 마라. 인생은 운동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책, 손에 잡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백 번도 더 든다.

운동, 그러니 덜 진지하게 해야 한다.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하면 운동은 덜 진지해도 된다. 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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