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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으로 온 카스테라 ㅣ 오늘의 청소년 문학 43
한정영 지음 / 다른 / 2024년 10월
평점 :
조선으로 온 카스테라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말이 언젠가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었다.
물론 부정적인 방향으로 말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라고 했던가?
그런 부정적인 경우 말고, 그 말에 들어있는 깊은 뜻을 제대로 새겨보면 그 의미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맞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어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역사는 바로 그 말을 제대로 사용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여기 그 말을 새겨보게 만드는 소설이 있다.
바로 『조선으로 온 카스테라』, 한정영의 작품이다.
다산(茶山)이 살았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어느 소녀의 성장기.
온갖 고난을 헤치고 여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에 그 길을 헤쳐나가는 소녀의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먼저 등장인물을 살펴보자.
다미 : 주인공 소녀
아버지 : 역관, 아내 때문에 역모로 몰려 고난을 당한다.
사라진 엄마 때문에 아버지는 대신 관아에 끌려가 치도곤을 당하고 뼈가 부서져서
돌아왔다. (48쪽)
어머니 : 홍경래 난에 연루되어 행방불명이 된다.
엄마는 그랬다. 사내든 여인네든 똑같이 사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그 말의 뿌리가 홍경래 란에 깊이 박혀 있었기 때문에 엄마는 그로 인해 역적이 되었다. (32쪽)
조상궁과 빙허각 : 다미의 자질을 아껴 도와주려는 인물들.
이 여인들은 여자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으려드는 사회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진다.
이야기의 시작은?
엄마 대신 관아에 끌려가 치도곤을 당하고 뼈가 부서져서 돌아온 아버지를 돌보는 다미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아버지를 위해 약을 다리고 점심을 치려 놓고, 또 일을 한다. 어떤 일?
생활비와 아버지의 약값을 대기 위해 여러 일을 해야만 하는 다미, 그는 책을 필사하는 일도 한다. 필사한 책을 가져다 주러 니선다. 온갖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맞서는 소녀의 당찬 모습이 이 소설의 시작이다.
카스테라, 가수저라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카스테라를 떠올렸다.
우리가 마음대로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카스테라. 그 달콤한 맛을 생각하게 된다.
지금은 그렇게 흔한 것이지만, 과연 우리나라 역사에서 언제부터 그걸 먹을 수 있게 되었을까?
물론 여기 소설처럼 다미라는 소녀가 처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이 책의 내용처럼 그렇게 시작되었다는 상상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게 누군가의 눈과 손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것이니 말이다.
겉은 거무스름하게 그리도 안쪽은 노랗게 익은, 맛은 고소하고 폭신한, 아기들이 좋아할만한 음식 (152-153쪽)
우리나라에서 맨처음 카스테라를 맛본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맛과는 별개로 그것의 의미를 찾아본다면, 여기 소설에 등장하는 다산의 말이 제격이다.
난 새로운 것에도 관심이 많고 그렇게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자꾸 해보려는 사람을 좋아한단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야 세상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130쪽)
여기 등장하는 다산 정약용이 다미에게 하는 말이다. 정말 다산은 저리 말했을 사람이다. 그의 말을 그런 의미에서 새겨보고 싶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져야 세상이 좋아진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이 참으로 많다.
절차 하나하나에 시간을 들여야 한다. (25쪽)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래서 책을 썼다. (31쪽)
읽고 쓸 줄 알면 세상을 보는 지혜가 생기고 깨달음이 생긴다. (31쪽)
이제부터는 네 손끝을, 네 입맛과 네가 진심을 다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믿어라. 그러면 남들이 하지 못한 것들도 할 수 있을 게야. 그리고 그게 너를 살게 해 줄 것이다. (71쪽)
다시, 이 책은?
“괜찮다. 아무런 바탕도 없이 어찌 처음부터 잘되겠느냐? 하고 또 하다 보면 되는 것이지. 새로운 것을 해 보겠다고 나서는 용기가 더 필요한 때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 않으냐?” (130쪽)
다산이 다미에게 해준 말이다.
다산의 일생을 한 문장으로 압축해보라 한다면 저것이 아니었을까? 그러니 다산은 분명 저런 말을 누군가에게 했을 것이다
그것을 이 소설의 저자는 다미라는 소녀를 통해 구현시켰다.
설령 가상의 인물 다미가 아닐지라도 분명 우리 역사에서 누군가는 그런 일을 해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런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소설은 청소년을 위해 쓰여진 것이지만, 성인에게도 우리 역사를, 그리고 우리 삶을 새겨보는 데 아주 유용하다. 그러니 오늘 카스테라를 맛보면서, 그러한 것들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