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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서설 - 이성을 잘 인도하고 학문에서 진리를 찾기 위한
르네 데카르트 지음, 이재훈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9월
평점 :
방법서설
이 책 『방법서설』은 곧 방법에 관한 책이다.
방법이라고 하니, 쉬운 것 같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는 것, 그게 문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말 뜻은 알겠는데, 일단 책이 어렵다. 데카르트가 말을 어렵게 했기 때문이다.
문장 하나가 어찌 그리 긴지..
길어도 너무 길다. 중간에서 길을 잃기 딱 좋게끔 길다.
이런 문장, 하나 읽어보자.
내가 이것을 써야만 했던 다른 이유는, 내가 필요로 하지만 타인의 도움 없이는 해낼 수 없는 무한한 관찰 때문에 나를 지도하려는 나의 기획이 매일 점점 늦춰지는 것을 보면서, 공중이 나의 관심을 공유하기를 희망할 정도로 그렇게 자만하지 않음에도, 나는 스스로에게 불충실하고 싶지 않았고 또 후대 사람들이 그들이 무엇에서 나의 기획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에 내가 소홀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들에게 훨씬 더 좋은 여러 가지의 것을 남겨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이유로 언젠가 나를 비난할 기회를 주고 싶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162쪽)
간단히 말해서, 이 긴 문장 속에 몇 개의 종속절이 들어있는지, 일일이 세기도 어려울 정도다. 우리 흔히 하는 식으로 문장의 주부와 술부를 얼른 찾아내기 어려운 것이다,
주부는? 내가 이것을 써야만 했던 이유, 가 되겠지.
그리고 그것을 설명하는 문장이 이어지는데........그렇게 해서 문장을 분석해보니 이렇다.
내가 이것을 써야만 했던 다른 이유는 (......) 언젠가 나를 비난할 기회를 주고 싶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로 ( ........) 속에 들어간 문장을 다시 분석해보고, 그렇게 읽어가다 보니, 데카르트가 원망스럽다. 왜 그리 한 문장을 길게 했는지.
그러나 그 중에서 아포리즘으로 사용해볼 만한 것들도
그렇게 길고 긴 문장 속에서 보석같은 아포리즘들이 들어있는 것, 또한 놓치면 안될 것이다.
문장의 전체 맥락을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긴 문장을 이루는 부분에서도 아포리즘과 같은 번쩍이는 통찰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내 의견 중 그 근거가 잘못 되었다고 판단한 의견들을 모두 파괴하면서 관찰했고, 여러 경험을 획득했는데, 이 관찰과 경험은 내가 그 후로 더 확실한 의견들을 세우는데 쓸모가 있었다. (71쪽)
그들이 첫 번째로는 쉬운 것을 탐구하고 점점 단계적으로 더 어려운 것으로 나아가면서 얻게 될 습관은 나의 모든 가르침보다 그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159쪽)
드디어 만났다, 그 유명한 말!
그래도 읽다보니, 만났다, 그 유명한 구절을.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아, 이 말이 여기 있구나!
이 진리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아주 견고하고 확실해서 회의주의자들의 매우 과장된 모든 가설도 이 진리를 흔들리게 할 수 없다는 것에 주목하면서, 나는 이것을 내가 찾던 철학의 제일원리로 주저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82쪽)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에는 내가 ‘생각하기 위해서는 존재해야만 한다’를 아주 명석하게 알고 있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내가 진리를 말한다고 확신시켜주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하면서, 나는 우리가 아주 명석하고 판명하게 인식하는 것은 모두 참이라는 것을 일반 규칙으로 삼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판명하게 인식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에만 어떤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 (84쪽)
그런 판단에 이르기까지, 그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또한 거기에 이르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곳곳에 그런 고심의 흔적이 보인다.
고심하고 고민하고 고뇌한 흔적들을 이 책에서 발견하는 것도 또한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철학자는 고민하고 힘들겠지만, 그 결과물을 읽어가며 손에 넣을 수 있는 독자는 그래서 행복하다. 특히 데카르트가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자기 자신을 채찍질했나를 알면 더욱 그럴 것이다.
세계라는 책 속에서 연구하고 경험을 쌓는 데 몇 년을 보낸 뒤, 나는 어느날 나 자신 안에서도 연구하기로, 그리고 내 정신의 모든 힘을 내가 따라야만 하는 길을 선택하는데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31쪽)
다시. 이 책은?
데카르트는 그의 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이런 문장 읽어보니, 그의 뜻이 보인다.
내 글들이 어떤 가치가 있다면 내가 죽은 후에 내 글들을 가진 사람들이 그것들을 가장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153쪽)
이 문장을 읽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의도를 충분하게 이루어주기 위해서, 이 책을 토씨 하나까지 새기며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 책, 읽어가기 힘들지만, 그러므로 좋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따라해보자.
나는 읽는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그런 말이 합당할 정도의 책, 만나기 쉽지 않다. 바로 이 책이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