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 스토리
아자부 게이바조 외 지음, 박기옥 옮김 / 포즈밍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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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스토리

 

이 책은 소설집이다. 4편의 단편소설이 들어있다.

 

#인터넷 밈과 나

#이니시에이션스

#울트라 새드 앤 그레이트 디스트로이 클럽

#파인더 너머 나의 세계

 

제목 앞에 모두 해시태그가 붙어있다. 소설 4, 의미 있는 내용들이다.

 

<#파인더 너머 나의 세계>.

 

4편의 소설 중에서 읽히기 쉬운 것은 아무래도 서사가 바로 드러나는 <#파인더 너머 나의 세계>이다.

 

이 소설에서는 내가 알고 있는 소설과 영화가 등장하기에, 더욱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쥬라기 공원>, <쇼생크 탈출>
<데스 노트>, <남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공기 인형>,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타이타닉>

<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남녀가 만나고 사귀고 헤어지는 과정을 요약한다면? 세 단계로 설명할 수 있다.

 

남녀가 처음 만나 호감을 갖기 시작할 때에는?

분명히 그때 우리는 서로에게 제가 지루한 인간이 아님을 보여주느라 바빴다. (174)

 

시간이 흘러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함께 있는 시간이 당연해지자 작품 감상을 열렬히 나누는 일은 없어졌고, 영화를 함께 보는 날도 차츰 사라졌다. (191)

 

종착역에 다다르면?

가장 찬란했던 순간은 벌써 예전에 흘러가고 말았다. 그리고 한번 작아진 불씨는 다시 커지는 법이 없다. (195)

 

<#울트라 새드 앤 그레이트 디스트로이 클럽>

 

제목이 어마어마한데, 그 내용이 알차다.

제목에 등장하는 단어 하나 하나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소설이 진행이 될수록, 서서히 이 구절의 진의에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103)

 

울트라 새드, 완전 슬프다는 뜻. (115)

요즘 회사도 디스트로이 하고 싶었거든, (149)

 

<#이니시에이션스>

 

이 소설에서는 신세대 용어 다수 등장한다,

다행하게도 역자가 일일이 그런 용어에 설명을 붙여주어서, 신세대 용어도 제법 알게 된다.

 

햇살캐와 음침캐 61

덕질 61

숨덕 67

트친 69

입덕 75

 

이런 용어 알아두는 것도 사회를 읽어가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문해력이란 게 바로 이런 것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

 

사족이지만, 아쉬운 점들

 

해시태그?

해시태그는 개념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자. 나무위키에서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Hashtag

메타데이터 태그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소셜미디어)나 마이크로 블로그에서 특정한 주제나 내용을 담은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다. 넘버 사인(#, 해시)을 사용한다.

종류에는 3가지가 있는데, 마케팅, 사회 참여 그리고 장르 태그가 있다.

 

그럼 이 책의 제목(해시태그 스토리)에서는 어떤 의미로 쓰인 것일까?

책에서는 제목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다. 아쉬운 대목이다.

 

대신 인터넷 서점에서는 설명을 붙여놓았다

(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 참조)

 

의문 하나!

왜 이런 설명을 종이책에서는 찾아보지 못하는 것일까? 요즘 시대가 인터넷 시대라 하지만, 종이책으로 발간하면서 거기에는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다니?

 

의문 둘,

책의 띠지에 이런 글이 보인다.

 

새시대 소설가들이 선사하는 신작 앤솔로지

인스타그램, X, 유튜브

타임 라인을 떠돌며 지친 당신을 위로할 마음을 어루만지는,

기분 좋은 SNS 이야기

 

그리고 띠지 뒷면에는 4편 작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글이 있다.

 

#인터넷 밈과 나 - 인터넷에서 유명한 시골길에서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든 소녀사진.

그 사진 뒤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는?

 

#이니시에이션스 - 26, 비정규직, 미혼 여성

덕질 자금이 필요해 잠깐의 욕심으로 2차 창작 그림을 판매하지만...

 

#울트라 새드 앤 그레이트 디스트로이 클럽

- 스토커 침입으로 위기에 처한 나를 구한 건, 고등학교 시절 축제 테마였다. 친구의 슬픔과 현재의 나를 날려버려라!

 

#파인더 너머 나의 세계

- 대학시절 서브컬쳐에 빠져 살던 나.

어느날, 옛 애인이 오래된 인스타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데.....

 

확실히 새시대이긴 하다. 책 소개를 띠지에만 하고 정작 본 책에서는 아무런 정보도 없다니.

 

! !

이렇게 띠지의 소개글을 옮겨버리면, 혹시 스포일러가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염려가 될 정도로 띠지의 내용이 정확하다. 그래서 이 책의 출간 담당자는 책에 대한 정보를 일체 제공해주지 않으려 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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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교양 과학과 미술
노인영 지음 / 문예출판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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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교양 과학과 미술 

 

책 제목은 이렇다. 최소한의 교양, 과학과 미술

 

앞 부분의 최소한의 교양’, 그런 교양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뒷말이 걸렸다.

내가 과학과 미술에 걸쳐서 교양이 있을까? 그것도 최소한의 교양이?

 

그런 자문자답 끝에 이 책을 집어들었다. 아무래도 내겐 과학과 미술에 대한 최소한의 교양이 없을 듯해서. 그런 나의 생각은 맞았다.

저자가 <들어가는 말>에서 예로 들은 <열역학 제2 법칙, 즉 엔트로피 법칙을 설명할 수 있을까?>에 걸린 것이다. 설명 불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러니 이 책 읽을 수밖에.

 

이말 먼저 적어둔다.

과학을 알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

저자의 확신에 찬 답은 이거다.


과학을 앎으로써 지식이 배양되는 것은 물론이고, 과학적 사고 체계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니 과학을 알면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시스템이 생겨, 사물과 이치를 과학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 그것이 삶의 기본이 되고 기준이 된다면, 그것보다 더 바랄 게 어디 있겠는가?

 

그런 앎을 이 책에서 배운다.

 

콜럼버스의 관은 왜 공중에 떠있을까? (67쪽 이하)

 

스페인 세비야에 있는 세비야 대성당에 콜럼버스의 유해가 있다.

그런데 그 유해가 있는 관은 바닥에 묻혀있는 게 아니라 공중에 떠있다.

거기에는 아주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처음에는 호의적이던 스페인 왕실이 콜럼버스가 새 항해에서 큰 이익을 내지 못하게 되자, 외면하고 냉대하기 시작하고, 결국 그는 냉대속에서 55세의 나이로 쓸쓸히 생을 마친다.

그 때 그의 유언이, 죽어서도 스페인 땅은 절대 밟지 않겠다, 였다.


그래서 그의 유해는 도미니카로 쿠바로 떠돌다가 스페인으로 오긴 왔는데, 땅을 밟을 수 없으니 별 수 없이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관을 떠매고 있는 네 사람은 당시 스페인을 구성하던 네 개의 나라 국왕들이다.

세비야 대성당에 가는 독자가 있다면 그런 콜럼버스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루마니아 출신의 화가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작품 <공간 속의 새> (145)

 

이 작품을 전에 본 적은 있는데 이 책으로 다시 한번 그 의미를 새기게 된다.

이 작품을 사서 미국으로 가져가려던 미국의 사진작가 에드워드 스타이켄은 세관에서 미술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세를 물게 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그 자세한 내용이 145 ~ 146쪽에 소개되고 있는데, 기억해둘 것은 이것이다.

 

이 작품은 제목처럼 새의 형태에 치우치지 말고 작품을 둘러싼 공간까지 포함하여 감상해야 한다.

 

제멜바이스의 불운 (179)

 

오스트리아 빈의 종합병원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던 이그나츠 제멜바이스의 이야기다.

 

산부인과 병원에서 원인모를 사망자가 발생하는데, 그 이유를 알기 위해 노력한 결과 그 이유를 찾아냈다. 바로 소독의 문제다. 소독하지 않은 손으로 산모를 만진 결과 산모들이 병균에 감염되어 죽어간 것이다,

그가 병동의 의사들에게 염화 칼륨액으로 손을 씻도록 지시하자. 산모들의 사망률이 놀랍도록 줄어들었다.

 

그런데 그 다음 더욱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바로 이런 주장이 의사에게 책임을 묻는 매우 위험한 주장으로 간주되어, 그는 결국 병원에서 해고되고......

 

바실리 칸딘스키의 놀라운 경험 (266쪽 이하)

 

첫째, 모네의 그림 <건초더미>를 본 것,

여기에서는 마술 같은 색채의 미학에 빠져들었고


둘째,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을 본 것.

여기에서는 소리와 함께 색들이 떠오르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쉔베르크의 무조 음악을 듣고 감명받았는데, <인상 3(콘서트)>를 그려 선물했다.

그는 깨닫는다

아름다움은 점, , , 색채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다시,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철학을 공부하면서 이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를 철학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때 생각이 왜 철학자들이 그런 것을 철학으로 삼았을까 였는데, 이 책에서 그 궁금증이 풀렸다.

 

이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라는 화두는 고대 그리스 철학으로부터 오늘날 입자물리학까지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이 단순한 응용 기술이 아니라 자연관이라는 것.

그런 연구가 계속 되어온 결과 이 세상은 믿음의 수준에서 증거의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 바로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노력과 그것을 이어온 과학자들의 덕분인 것이다. 

 

읽고 나니, 미술과 과학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물론 그것은 저자의 설명 솜씨가 대단해서 그렇겠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과학이. 미술이 조금은 쉬워진 느낌이 든다.

이 책, 정말 신기하게도 그림과 과학이 잘 어울린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미술에서 이야기를 꺼내 과학에 이르게 하는 저자의 글 솜씨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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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여중 추리소설 창작반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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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여중 추리소설 창작반

 

소설이다. 여자 중학교 동아리인 추리소설 창작반을 무대로 한 추리소설이다.

학교 동아리인 추리소설 창작반을 소재로, 또한 무대로 하여 벌어지는 이야기.  

작가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등장인물은 누구인가?

 

지명여중 추리 소설반 반원들이다.

추리 소설반을 지도하는 선생님 박수아 선생님

반원들 -

강지안, 심해영, 등등

그리고 오지은, 이 소설의 대표 주인공이다. 이 소설에서 화자 역할도 하고 있다.

오지은의 외할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

 

소설의 시작과 사건의 시작

 

이 소설의 액자 소설이기도 한 오지은의 과제작이 되는 소설에 등장하게 될 인물들이 있다.

 

물론 오지은이 살고 있는 곳과 오지은의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곳,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 

 

추리소설 작법도 공부해보자.

 

추리소설반에서 과제가 주어진다.

1학기가 끝날 때까지 원고지 100매 안팎의 추리소설을 한 편 써내는 일이다.

 

소설을 한 번도 쓰지 않았고 또한 쓸 줄도 모른다는 지은의 말에 지도교사인 박수아 선생님은

추리 소설을 실제 범죄 사건을 소재로 하여 쓸 수도 있다고 알려준다. (13)

이름하여 논픽션 소설,

 

이 말을 듣고 화자인 오지은은 도전해보기로 한다.

그래서 어떤 것이 있을까 고심하던 차에 할아버지 집에 가던 길에 보게 된 현수막을 보고, 예전에 일어난 진송 초등학교 화재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그 학교에서 불이 났는데, 맨처음 분리수거장에서 일어난 불은 학교 건물까지 번져 학교 건물이 모두 불타버려 결국 학교는 폐교되어 버린 사건이다.

그 사건의 범인은 분리 수거장에서 담배를 피웠다는 영자 할머니다.

 

그것을 소재로 하여 소설을 쓰기로 하고 자료 조사에 들어가는데.......

소설 한 편 쓰기가 그리 쉬운 일인가?


여러 난관을 만나기도 하자 소설 쓰기가 어려워지는데, 그럴 때 박수아 선생님의 지도 방법이 소설을 진행시키는 방향으로 이끌어간다.

 

세상에는 발로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이 많다. (84)

 

아무리 야심 차게 시작했더라도 글을 쓰다보면 반드시 막히는 순간이 찾아온다. 지금까지 썼던 글을 다 지워버리고 싶을 때도, 다른 소재를 찾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도 있을 거야. 하지만 좌절하지 말자. (111)

 

그런 지도를 받으면서, 지은은 드디어 소설 한편을 써나간다.

그 소설도 이 소설 안에 있으니, 소설 속에 소설이 또 한 편 들어있는 것이다.

그러니 액자 소설이라고 할까

다만 액자가 어디까지가 액자인지 불분명하다는 것, 그리고 액자 밖과 안이 교묘하게 섞여있다. 그만큼 작가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이런 것도 알게 된다.

- 추리소설과 스릴러의 차이는?

 

소설 중에 박수아 선생님이 추리 반원들에게 강의하는 내용중 추리소설과 스릴러의 차이를 말해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 둘의 차이점은? 여기에서 알게 된다. (40)

 

추리소설은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밝히는 소설.

스릴러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설이다.

 

추리소설, 진송 초등학교 화재 사건

 

진송 초등학교, 그 학교에서 불이 났는데, 맨처음 분리수거장에서 일어난 불은 학교 건물까지 번져 학교 건물이 모두 불타버려 결국 학교는 폐교되어 버린 사건이다.

그 사건에 범인은 분리 수거장에서 담배를 피웠다는 영자 할머니다.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되어 이제는 흘러간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구태여 다시 조사할 게 하나도 없는 사건인데. 영자 할머니가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버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CCTV에 찍혔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 지은이 하나하나 벌어진 일들을 짚어가는 동안에 무언가 허점을 발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박수아 선생님의 말씀대로, 세상에는 발로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이 많다는 말그대로 여기저기 다니면서 과거의 사건을 마치 직소퍼즐 맞추둣이 살펴보는데, 그  과정에서 무언가 이상한 점이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어떤 일이?

이건 스포일러니까, 여기까지 말해두기로 하자.

추리소설에서 범인 밝히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니까.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첫째는 추리소설을 어떻게 쓰는지를 알게 된다.


둘째는 그 사례로 제시되고 있는 추리물이 추리물의 정석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지은이 과제물로 제출하기 위해 발로 뛰어다니며 쓰게 되는 추리 소설, 이것 시건 자체도 재미 있고 추리하는 과정에서도 독자를 끌어들이는 흡입력 또한 대단하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책에서 추리소설의 재미도 충분히 만끽하고 더하여 추리소설 창작방법도 알게 되니,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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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으로 온 카스테라 오늘의 청소년 문학 43
한정영 지음 / 다른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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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으로 온 카스테라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말이 언젠가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었다.

물론 부정적인 방향으로 말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라고 했던가?

 

그런 부정적인 경우 말고, 그 말에 들어있는 깊은 뜻을 제대로 새겨보면 그 의미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맞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어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역사는 바로 그 말을 제대로 사용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여기 그 말을 새겨보게 만드는 소설이 있다.

바로 조선으로 온 카스테라, 한정영의 작품이다.

 

다산(茶山)이 살았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어느 소녀의 성장기.

온갖 고난을 헤치고 여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에 그 길을 헤쳐나가는 소녀의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먼저 등장인물을 살펴보자.

 

다미 : 주인공 소녀

 

아버지 : 역관, 아내 때문에 역모로 몰려 고난을 당한다.

             사라진 엄마 때문에 아버지는 대신 관아에 끌려가 치도곤을 당하고 뼈가 부서져서 

             돌아왔다. (48)

 

어머니 : 홍경래 난에 연루되어 행방불명이 된다.

            엄마는 그랬다. 사내든 여인네든 똑같이 사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그 말의 뿌리가 홍경래 란에 깊이 박혀 있었기 때문에 엄마는 그로 인해 역적이 되었다. (32)

 

조상궁과 빙허각 : 다미의 자질을 아껴 도와주려는 인물들.

이 여인들은 여자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으려드는 사회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진다.

 

이야기의 시작은?

 

엄마 대신 관아에 끌려가 치도곤을 당하고 뼈가 부서져서 돌아온 아버지를 돌보는 다미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아버지를 위해 약을 다리고 점심을 치려 놓고, 또 일을 한다. 어떤 일?

 

생활비와 아버지의 약값을 대기 위해 여러 일을 해야만 하는 다미, 그는 책을 필사하는 일도 한다. 필사한 책을 가져다 주러 니선다. 온갖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맞서는 소녀의 당찬 모습이 이 소설의 시작이다.

 

카스테라, 가수저라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카스테라를 떠올렸다.

우리가 마음대로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카스테라. 그 달콤한 맛을 생각하게 된다.

지금은 그렇게 흔한 것이지만, 과연 우리나라 역사에서 언제부터 그걸 먹을 수 있게 되었을까?

 

물론 여기 소설처럼 다미라는 소녀가 처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이 책의 내용처럼 그렇게 시작되었다는 상상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게 누군가의 눈과 손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것이니 말이다.

 

겉은 거무스름하게 그리도 안쪽은 노랗게 익은, 맛은 고소하고 폭신한, 아기들이 좋아할만한 음식 (152-153)

 

우리나라에서 맨처음 카스테라를 맛본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맛과는 별개로 그것의 의미를 찾아본다면, 여기 소설에 등장하는 다산의 말이 제격이다.

 

난 새로운 것에도 관심이 많고 그렇게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자꾸 해보려는 사람을 좋아한단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야 세상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130)

 

여기 등장하는 다산 정약용이 다미에게 하는 말이다. 정말 다산은 저리 말했을 사람이다. 그의 말을 그런 의미에서 새겨보고 싶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져야 세상이 좋아진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이 참으로 많다.

 

절차 하나하나에 시간을 들여야 한다. (25)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래서 책을 썼다. (31)

 

읽고 쓸 줄 알면 세상을 보는 지혜가 생기고 깨달음이 생긴다. (31)

 

이제부터는 네 손끝을, 네 입맛과 네가 진심을 다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믿어라. 그러면 남들이 하지 못한 것들도 할 수 있을 게야. 그리고 그게 너를 살게 해 줄 것이다. (71)

 

다시, 이 책은?

 

괜찮다. 아무런 바탕도 없이 어찌 처음부터 잘되겠느냐? 하고 또 하다 보면 되는 것이지. 새로운 것을 해 보겠다고 나서는 용기가 더 필요한 때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 않으냐?” (130)

 

 

다산이 다미에게 해준 말이다.

다산의 일생을 한 문장으로 압축해보라 한다면 저것이 아니었을까? 그러니 다산은 분명 저런 말을 누군가에게 했을 것이다

 

그것을 이 소설의 저자는 다미라는 소녀를 통해 구현시켰다.

설령 가상의 인물 다미가 아닐지라도 분명 우리 역사에서 누군가는 그런 일을 해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런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소설은 청소년을 위해 쓰여진 것이지만, 성인에게도 우리 역사를, 그리고 우리 삶을 새겨보는 데 아주 유용하다. 그러니 오늘 카스테라를 맛보면서, 그러한 것들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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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고흐가 당신 얘기를 하더라 - 마음이 그림과 만날 때 감상은 대화가 된다
이주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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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고흐가 당신 얘기를 하더라

 

이 책, 마음에 드는 게 여럿이다. 하나씩 적어본다.

 

첫째, 그간 그림 공부를 화가들 중심으로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 읽어보니 아직 멀었다. 이 책에서 그간 듣지 못했던 화가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못 보았던 그림은 물론이다.

 

예컨대, 오페라 <카르멘>을 공부하면서 카르멘을 모델로 하여 그린 그림을 몇 점 본 적이 있는데, 여기에서 다른 스타일의 카르멘 그림을 몇 점 더 보게 된다. 53, 55, 58, 60, 모두 넉 점을 더 보게 된다.

 

<카르멘>, 밸런타인 카메론 프린셉

<카르멘>, 레오폴드 슈무츨러

<카르멘>, 에밀 보터스

<카르멘으로 분장한 에밀리 앙브르의 초상>, 에두아르 마네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주인공 역인 비올레타의 그림도 여기 있다.

<라 트라비아타>, 가브리엘 폰 막스 (66)

 

또한 그 그림과 더불어 오페라 속의 이야기도 같이 곁들이고 있다.

음악과 그림을 같이 듣게 되는 것이다.

 

둘째, 그림과 화가들을 주제별로 잘 분류해 놓아, 그림 보면서 맞아 맞아, 그렇지 하는 감탄의 발언이 저절로 나온다.

 

1장 사랑의 얼굴은 백만 가지

2장 내 마음의 등을 밝히면 온 세상이 밝아진다

3장 침묵할 때 비로소 선명해지는 내면의 소리

4장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

5장 절망의 장막이 드리우면 희망의 별이 뜬다

 

각 장마다 분류해서 전시해 놓은 그림들이 주제별로 딱딱 맞아떨어져서, 각장의 주제와 연관해서 그림을 감상하게 되는데, 그게 또한 여간 철학적이지 않다. 해서 그림 보면서 철학하는 기분이랄까, 그럴 정도다.

 

셋째, 듣지 못했던 이야기들, 사람들, 신화의 이야기도 듣게 된다.

 

예컨대, 톨스토이가 짐꾼 노릇을 하게 된 사연(8)이 소개되는데, 이런 일화는 다른 데에서 듣지 못한 것이라, 반가웠다.

 

또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빠진 이야기 여기서 듣는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거인이 있는데, 그 이름은 폴리페모스다.

그 폴리페모스, 다만 <오디세이아>에만 등장하는 거인인줄 알았는데, 다른 이야기도 여기에서 듣게 된다. 그에게 슬픈 사랑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42)

갈라테이아라는 님프에게 한 눈에 반했는데, 안타깝게도 그 님프는 그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니, 이런 이야기도 있다, 그 이야기를 <오디세이아>의 폴리페모스 이야기에 추가해 놓아야겠다.

 

넷째, 그냥 지나쳤던 그림의 부분을 새롭게 보게 된다.

 

예컨대,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에서 새로운 부분을 보게 되었다.

장 레온 제롬이 그린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를 본 것이 한 두 번이 아닌데, 저자의 이런 말을 듣고 새롭게 보게 된다.

 

조각상은 허리춤까지 사람의 살빛을 띠고 있어요. 상반신이 어느덧 사람으로 변해있는 것입니다. 다만 그녀의 다리는 아직 사람의 것이 아닙니다. 엉덩이 위의 따뜻한 살색과 구분되는, 여전히 창백한 대리석 빛의 다리는 입맞춤이 생명의 기운을 온몸에 퍼트리는 중임을 시사합니다. (28)



 

이 글 읽고 그림을 다시 보았다. 그렇다. 아직 채 사람이 덜 되었기에 다리 부분의 색깔은 다르다. 그걸 이제야 보다니, 저자 덕분이다.

 

다섯째, 새롭게 알게 되는 것도 있다.

 

초상화와 트로니(Tronie)는 다르다.

 

네델란드 화가 페르메이르의 그 유명한 그림 <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그게 초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난 사람 얼굴을 그리면 그게 설령 가공의 인물일지라도 무조건 초상화라고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다른 이름 트로니로 분류된다는 것인데, 초상화는 모델을 그 사람 자신으로 그리는 반면, 트로니는 그 사람 자신을 그리는 게 아니라 특정한 유형의 표정이나 인상, 인종, 성별, 연령의 특징을 가진 가상의 인물로 새로이 창조하는 것이다. (290)

 

그러므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의 소녀는 가상의 인물이고, 그녀가 누구인지 묻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것, 이제 알게 된다.

 

다시, 이 책은?

 

저자는 이런 말을 <프롤로그>에서 하고 있다.

 

미술에 대해 잘 모른다는 두려움, 반드시 새로운 것을 알아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잠시 내려놓고 그저 편하게 그림을 보다가 마음에 떠오른 생각을 간략히 적어보면 어떨까요? (7)

 

그런 저자의 말에 힘입어 여기 책에 담아놓은 그림들을 보면서 어느새 저자처럼 그림에 대해 생각하고, 말도 하는 그런 것 처음 해보게 되었다.

 

그림을 다룬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그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책, 몇 번이고 거듭 읽으면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마음씨까지 헤아려 보기는 처음인데, 그림마다 붙여놓은 말을 들으니 저자의 마음씨가 참 곱다. 참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글을 쓰는 솜씨가 차분하고 여유가 있어보여, 그림을 감상할 때 나도 모르게 마음이 넉넉해지는 기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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