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의 나라
김나영 지음 / 네오픽션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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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의 나라 - 영화 한편을 읽었다.

 

영화 한편 보고 갑니다.

 

<야수의 나라>가 도착했다. 김나영 장편소설, 인터파크도서 K- 오소어워즈 공모전 5회차 당선작이다. 저녁을 먹고 그 책을 손에 잡았는데, 다 읽고 잘 수밖에 없었다.

끝이야 해피엔딩으로 마감하겠지만, 주인공 재휘와 선영의 발걸음이 무척 궁금해지는 장면들의 연속이어서 도저히 중간에서 그 흐름을 끊을 수가 없었다.

해서 다 읽었는데,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본 기분이었다.

 

흡입력, 몰입도

 

문장이 깔끔하다. 군더더기가 전혀 없다. 글은 오로지 스토리의 진행을 존재한다.

글 속에서 주인공인 재휘와 선영이 등장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우연으로 엮여진 인연이 되고 그 인연이 소설 전편을 이끌고 가는 동력이 된다.

이런 기막힌 우연, 인연이라니!

 

무릇 모든 소설은 그런 우연을 얼마나 교묘하게 짜깁기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작가의 문장력은 그런 우연을 우연이라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고 달리는 바람에, 우연으로 점철된 작품의 식상함과 인위성을 잘 이겨냈다고 하겠다.

 

그래서 책을 덮으면서, 주인공들이 야수의 나라에서 무사히 살아 돌아온 것을 축하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도가 좋았다.

 

이야기 전개가 기기묘묘하다

 

그래서 이야기의 중간에 독자들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넘길 것이다.

선영이 분명 아버지 오사장의 복수를 하긴 할 것인데, 그 방법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

뭐 게임에서 이겨서 복수한다면, 그것은 정말 식상함의 대명사일 것이고, ‘그럼 어떻게? 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는데?‘하는 궁금증을 지닌 채, 끝까지 따라가게 된다.

 

그래서 결국, 오사장 등의 복수를 속 시원하게 하는데, 그것을 작가는 끝까지 보여주지 않다가, 독자들이 , 이제는 글렀구나...선영이도 결국하며 체념하는 순간에 비장의 묘수를 보여주는데, 그것이야말로 이 소설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이런 소설일수록 해피엔딩이 반갑다.

 

어떤 소설들은 작가에게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심산인지, 이런 종류의 소설조차 비극으로 끝내고 마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을 빌려 이야기를 해 보자면, 끝 장면에서 재휘가 강회장이 휘두른 칼에 찔려 죽게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마지막 엔딩 신을 재휘의 유골을 들고 바닷가로 향하는 장면으로 한다거나, 아니면 (이제 다섯 살 난 ) 아이 - 그 것도 머리를 예쁘게 딴 여자아이 - 의 손을 잡고 납골당에서 휘재의 영정사진을 보고, ‘이 아이를 보세요, 잘 컸어요. 이제 컸다고 아빠를 보고 싶어해요,’ 라는 신파조의 대사를 남발하는데...

 

이 소설은 애당초 그럴 생각이 없어 좋았다. 그래서 두 주인공이 닥쳐오는 위기들을 얼마나 슬기롭고 용감하게 극복해 나가는지! 그래서 그런 장면을 만날 때마다 독자들은 십년 체증이 내려가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작가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니 해피엔딩이 반가운 것이다.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장면, 실제 인물은 아니지만 축복을 빌어주고 싶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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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상고사, 국사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는 우리 역사
신채호 지음, 김종성 옮김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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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책을 읽을 때에, ‘내가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면서 읽지는 않을 것이다. 설사 의미있는 책을 접한다 할지라도, 그런 질문을 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그러나 이 책 <조선 상고사>는 이런 질문을 하면서 읽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책이다. 왜 이책을 읽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 없이 읽는 사람에게는, 이 책은 혼동만 가져다 줄게 뻔하기 때문이다.

 

왜냐면, 지금까지 우리가 배워왔던 주류학계의 역사지식으로는 이 책에서 느끼는 괴리를 그리 쉽사리 극복할 수 없을 것 같기에 그렇다. 그런 혼동과 괴리를 극복하기위해서는 반드시 그런  질문을 하면서 읽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하는 질문을 하면서 읽어보았다.

 

<신채호>이며, <조선상고사>인가?

 

먼저 신채호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가져야 한다. 그가 누구인가? 그가 누구이기에,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책을 썼으며, 이 책은 우리 역사학계에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확실하게 대답을 하여야 한다.

 

그에 대한 대답을 하기 위해서 이 책에 소개된 그의 프로필을 잠시 인용한다.

 

신채호(申采浩, 18801936)는 대한민국의 독립운동가, 사학자, 언론인이다.

지금의 대전광역시 중구 어남동에서 신광식(申光植)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호는 일편단생(一片丹生), 단생(丹生), 단재(丹齋), 금협산인(錦頰山人), 무애생(無涯生) 등이다. 충북 청원군 낭성면 귀래리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조부에게 한학을 배웠는데, 13세에 사서삼경을 모두 읽어 신동으로 불렸고, 19세에 성균관에 입학해서 1905년 성균관 박사가 된다. 같은 해 장지연(張志淵)황성신문시일야방성대곡을 쓰고 투옥되자, 그의 뒤를 이어서 논설위원으로 활동한다.

이듬해 대한매일신보의 주필이 되었고, 이태리 건국 삼걸전을 광학서포에서 발행한다. 1907년 신채호는 비밀결사 단체 신민회에서 독립운동을 하면서, 국채보상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앞장선다.

 

그런 사람이 바로 신채호다. 그러면 그가 저술한 이 책 조선상고사는 어떤 책인가?

<조선상고사>는 독립운동으로 10년 실형을 받고 뤼순감옥에서 투옥 중인 신채호가 19316월부터 10월까지 <조선일보>조선사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글을 엮은 것으로, 신채호가 순국한 지 12년이 지난 1948년에 출간되었다.

단군시대부터 백제부흥운동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1총론에서 제11백제의 강성과 신라의 음모까지 모두 11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시 보충설명을 덧붙인다. 신채호는 어떤 사람인가? 

 

안재홍은 그를 가리켜 가부(可否)가 분명하다'고 했다. 그런 그이니 그의 앞에 놓인 역사를 서술함에 있어, 시세에 따르지 않고 당파를 따지지 않고, 다하여 민족을 가르지 않았다. 그는 사실에 입각한 바른 역사를 기술하려고 애썼다.

 

여기에서 애를 썼다는 것이 공연한 말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앉아서 사료를 뒤적일 때에 그는 역사가 이루어졌다는 땅을 직접 밟아보고 관찰하였다. 그게 바로 신채호가 역사를 위하여 애를 썼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호사가의 취미생활같은 유적답사가 아니다.

 

그 상황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여비가 부족해서 능과 묘를 모두 구경하지 못했고, 그래서 전부 몇 개가 되는지 세어보지 못했다.>

 

<현지의 일본인이 탁본해서 파는 광개토왕릉비문의 가격만을 물어보았고.....>

 

< 그 오른 쪽에 있는 제천단을 붓으로 대강 그려서 사진을 대신하였다.> (51)

 

그런 정황으로 보아, 그가 재정적 형편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역사를 바로 정리하기 위하여 발로 뛰어다니며 확인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눈에 선하지 않은가? 게다가 수중에 돈이 없으니 사료가 될만한 자료를 구입하지 못하여 마음 아파하는 그의 모습이, 바로 이런 책을 쓰기에 적합한 인물이라 할 것이니, 그런 인물이 쓰는 역사야말로 진짜 역사일 것이다.

 

그런 가부가 분명한 신채호가 우리 역사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그게 바로, <조선상고사>이다.

 

신채호가 썼기에, 이 책 <조선상고사>가 의의가 있는 것이다. 가부를 분명히 하는 그가 썼기에 이 책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파당을 지어 자기들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서로 끌어주며 밀어주면서 학파를 유지하기 위해, 역사 기술하기를 손바닥 뒤집기 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이 책이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조선상고사>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그런데, 딱 한가지 문제가 있다.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라는 책은, 읽을 수는 있으나, 내용적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개개인의 성향이나 공부 정도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 역사의 가르침이 그렇게 되어 왔길래, 그래서 우리가 그런 서술에 익숙해져 있길래, 이 책을 읽는 데는 낯설고 어색한 부분이 많이 보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역사를 바라보는 눈이 그렇게 길러졌기 때문이다.

 

다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조선상고사의 문제점을 인용해본다.

.

조선상고사원문은 지금의 우리말과 큰 차이가 있어 내용을 이해하며 읽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그 다음 단계는 과연 이 책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얼마만한 접근성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내용도 낯설은데, 그 내용의 서술하는 언어마저 현대인들에게 접근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면, 그 책 내용을 이해하려는 노력 이전에 책을 읽어가다가 중도포기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제 문제는 과연 어떻게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이 책을 번역했는가로 요약이 된다.

 

 

 

<김종성 번역, 역사의 아침 출간>인 이 책인가?

 

나에게는 두 권의 <조선 상고사>가 있다. 신채호의 저작임은 분명하나, 번역자가 다른 책이다. 그러니 이 책들을 읽으면서 부득불, 다른 번역본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이하에서, 이 책이라 함은 김종성 역으로 역사의 아침에서 출판된 책을 말하며 비교가 되는 다른 책은 밝히지 않겠다.)

 

1. 먼저 이런 부분을 읽어본다.

 

[그 결과 도깨비도 뜨지 못한다는 <땅 뜨는 재주>를 부리어, 졸본을 떠다가 성천 혹은 영변에 갖다 놓고, 안시성을 떠다가 용강 혹은 안주에 .....] (31)

 

여기에서 <땅 뜨는 재주>가 무슨 의미인지 이해되는지? 물론 그 뒤의 문장을 계속해서 따라 읽어가다 보면 무슨 의미인지 감이 오지만, 그 말 자체로는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땅을 삽으로 떠서 퍼서 - 옮긴다는 말인지?

 

그러나 이 책을 보면 그게 훨씬 이해가 빨리 온다.

 

[그들은 도깨비도 흉내 못낼 땅 옮기는 재주를 발휘했다. 졸본을 들어다가 성천 혹은 영변에 놓고, 안시성을 들어다가 용강 혹은 안주에 놓고....] (30)

 

2. 정확한 번역은 어떤 책?

 

의 문화적 강보에서 성장한 일본이 X 가 되지 않은 이유, (27)

 

이 책에서 이 글을 읽을 때에 X’란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의아했다. 왜 갑자기 X 란 부호가 등장할까?

그러나 그 의문은 바로 풀렸다. 그 다음 페이지에 그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명에 의하면, “X”는 일본이 보기에 불온한 표현이기 때문에 삭제됐을 것이다. 문맥을 고려할 때, 신채호가 신하(臣下)라는 표현을 사용하려다가 고의로 혹은 실수로 거하(巨下)라고 썼고, 의도를 알아차린 총독부가 하()자만 삭제했을 가능성이 있다. (28)

따라서 X 는 총복부에서 글자를 삭제했다는 표시이다. 그 것을 이 책에서는 분명히 해 놓고 있다.

 

한편 그에 대한 번역이 다른 번역본에서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아의 문화의 강보에서 자라온 일본이 아의 한 부분이 되어 있었던 것이 현재는 그리 되어 있지 않은 사실과 ...>(28)

 

다른 번역본에 의하면 신채호와 일본 총독부간의 줄다리기가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신채호가 바른 역사를 기록하기 위하여 애쓴 그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다.

 

3. 현대화된 문장

 

다른 번역본이 그대로 직역하는 바람에 고어체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데 비하여 이 책은 그러한 고문체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현대의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예컨대 이런 번역을 대비해 보자.

 

 

 

<그 후에도 어느 정도 노력했지만 나는 몇 걸음도 더 진보하지 못했다. 그 원인을 국내의 역사 독자들에게 하소연하고자 한다.> (50)

 

다른 번역본은 다음과 같다.

 

<그 이후 어느 정도 열심히 노력한 적도 없지 않으나, 그러나 진척된 것이 촌보(寸步)도 되지 못한 원인을 오늘의 국내 일반 독사계(讀史界)를 통하여 앙소(仰訴)하고자 한다.> (48)

 

앙소하고자 한다.’ 어찌 금방 이해가 되는지?

 

4. 역자의 수고가 반영된 부분

 

그런데 의아한 것이 있다.

다른 번역본은 “<서곽잡록>(저자의 이름은 전해지지 않음 - 원저)”(48) 라고 되어 있는데, 이 책에는 이문홍의 <서곽잡록>”(50)으로 되어 있다.

 

이는 왠일인가? 역자는 그러한 부분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는 점을 상기해보면, 이 책의 우수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감방 안에서 사료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는 점이다. 감옥에서 이용할 수 있는 사료가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신채호는 자신의 기억에 상당부분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신채호는 기억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사료 기록을 100% 완벽하게 기억해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의 사료 인용은 완전하지 못하다.> (9)

 

그래서 신채호가 설령 그 책의 저자의 이름이 전해지지 않는다 했을지라도 역자의 연구 끝에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넣어 이 책을 더 완벽하게 만든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이 다른 번역본보다 진일보한 것이라 판단이 된다.

 

이 서평의 목적은 그런 사례를 모두 밝히는데 있지 않기에, 여기에 그런 사례를 모두 인용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해주시라. 그런 사례를 읽어가면서 확인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가 될 것이다.

 

5. 이 책의 또 다른 장점

 

이 책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을 들라하면 당연히 <깊이 읽기>라는 항목이다. 다른 번역본에서는 볼 수 없는 심층적인 이야기를 덧붙여 놓고 있다. 그래서 신채호가 이 책을 통하여 강조하는 점들을 역자는 잘 파악하여 거기에 대한 심층 해설을 해 주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어가면서 한걸음 한걸음 우리 역사의 바른 모습을 구경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더하여 얻은 것들

 

1. 회통(會通)이란?

 

<마과회통(麻科會通)>이란 책이름을 국사를 공부하면서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마과회통(麻科會通), 정약용이 편찬한 의학책이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정약용은 의사는 아니다. 그 당시 말로 의원은 아니다. 그런데 그가 어떻게 그런 의학책을 저술할 수 있었을까? 바로 그 책 제목에 그 비결이 들어있다. 회통(會通)!

 

회통(會通)이란 말은 국어사전에 <불교>용어로 소개되고 있다. 네이버 사전에 의하면, 회통이란 불교용어로 언뜻 보기에 서로 어긋나는 뜻이나 주장을 해석하여 조화롭게 함이란 말이다. 그러니 이 의미만 가지고는 마과회통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차릴 수 없다. 그런데 이 책, 조서상고사에서 그것을 알만한 힌트가 보인다.

 

신채호는 <역사의 개조에 관한 의견>에서 그 조건으로 세 가지를 언급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상호관련성을 규명하라이다. (72)

 

그런데 역자가 상호관련성이라 번역한 원래의 말이 바로 회통(會通)이다. 회통은 그래서 사건 상호간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이다. 국어사전적 의미보다 한 걸음 더 나간 개념이다. 따라서 이 의미를 마과회통에 대입해 보면, 홍역 치료에 관한 여러 연구들을 모아서 그 상호관련성을 규명해 놓은 책이다. 그런 책이니 정약용이 의원이 아님에도 저술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정약용이 목민심서를 저술할 정도의 목민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과 불쌍한 민초들을 위한 의학책을 저술할 정도의 일반의학 지식이 있었다는 것, 또한 무시못할 요소이기는 하다는 점,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지만!

 

2. 소서노에 관한 언급

 

소서노는 우리가 역사 소설로, 또는 역사 드라마로  알게 되고 듣게 되었는데, 정통 역사에서는 언급이 되지 않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소서노는 역사의 전면으로 등장한다. (176쪽 이하)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면 지금껏 감추어진, 또한 굴곡진 우리 역사의 진짜 얼굴 또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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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화 속의 사랑과 성 인간사랑 중국사 4
왕이쟈 지음, 이기흥 옮김 / 인간사랑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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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를 관통하는 묘체(妙諦) - '사랑과 성'

 

먼저 짚고 넘어가자. ‘묘체(妙諦)’묘한 진리, 또는 뛰어난 진리를 말한다.

 

우리가 드러내 놓고 말하지 못하는 단어, ‘성은 생물체의 행위일 뿐만 아니라 일종의 심리현상이고 사회적 사건이며 문화의 산물인 동시에 역사적 자취이기도 하다.’(15) 따라서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면서 막상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인간사를 관통하는 진리가 숨어있으니, 그것을 묘체(妙諦)라 부르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서문에서 밝히는 바와 같이 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여러 가지 장애에 부딪혀 왔다. 우선 그것을 설파하는 대목을 서문에서 인용해본다.

 

순치(馴致)에 맞서려는 성

 

<성은 인류와 동물이 모두 가지고 있지만 이제 막 동물과는 경계를 분명히 하려는 () 인간의 본능이라고 볼 수 있다. 동물과의 경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거의 모든 민족은 성에 대하여 갖가지 문명화된 교육을 시도했지만 생명력이 마구 넘치는 성은 오히려 이런 교육에 줄곧 맞서왔다. 모든 민족은, 아니 모든 인류의 성 발전사는 본능과 문명 사이에서 접전을 벌인 갈등과 충동, 타협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15)

 

이러한 전제하에 시작하는 이 책은 중국 문화를 살펴보면서 그 안에 들어있는 사랑과 성을 까발리고 있다. 어떻게 까발리느냐?

 

명나라와 청나라 시대의 소설 (필기소설)에 기록된 글을 탐색하면서 그 안에 사랑과 성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발췌해서, 그 이야기들을 주제별로 분류하고, 그 이야기(‘이야기’)를 먼저 들려준 다음에 저자의 해석(‘이야기 뒤의 이야기’)을 덧붙이는 식으로 책을 끌어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사랑과 '에 관한 이야기만을 하려는 게 아니다. ‘이야기 뒤의 이야기를 통하여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자는 것이다.

 

각자 시험하기’ - 현대에 이런 일이 있었더라면?

 

예컨대 이런 '이야기' 한번 들어보자.

'이야기'의 제목은 <각자 시험하기>(330) 인데, 이야기는 이렇다.

<왕국헌은 장가를 들고 여러 해가 지났는데도 아이를 얻지 못했다. 그는 첩실을 들일 작정으로 아내의 동의를 구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내는 끝내 동의하지 않았다. 그 뒤에도 그는 이 문제를 놓고 아내와 몇 차례나 거듭 의논을 했다. 그러자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잘못이 누구에게 있는지 모르잖습니까? 우리 부부가 각자 상대를 찾아 한번 시험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당신 생각은 어떠신지요?"> (민국초기, 서가, 청패유초)>

 

이 '이야기'가 단순한 이야기로 들리는가? 아니면 그 이야기 속에 무언가 들어있음직 한가?

만약 이 '이야기'를 그냥 단순한 이야기로 넘겨버리면 그것은 한낱 술자리의 음담패설에 불과하겠지만 저자 왕이쟈는 그것을 단순히 이야기로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뒤의 이야기를 통하여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더 들려주고 있다.

 

<‘각자 시험하기에 나오는 여성은 날카로운 말로 포악한 성 문화의 올가미를 망가뜨리며 반박을 한다. 지난 날 중국 남성들은 가장 큰 불효는 후손이 없는 것널리 대를 이어야 하는 의무같은 그럴듯한 이유를 앞세우며 아내는 물론 많은 첩실을 들였다. 이런 첩실문화에 대하여 여성들은 보통 운명이라고 여기며 받아들였다. 그러나 <각자 실험하기>에서 왕국헌은 혼인한지 오해 되었지만 아직 아이가 없다는 이유로 첩실을 들이려고 하자 그의 아내는 동의하기는커녕 기탄없이 이렇게 말한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잘못이 누구에게 있는지 모르잖습니까? 우리 부부가 각자 상대를 찾아 한번 시험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당신 생각은 어떠신지요?"

과학적인 실증정신에도 부합하는 이 한 마디 타박은 아들이 없다는 이유로 첩실을 들이려던 남편에게 주는 망신일 뿐만 아니라 아들이 없다고 늘 푸대접을 받거나 버림까지 받던 여성이 내 놓은 원망과 분노이다. >(345)

 

생각해보자, 지금 위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가정해보자. 과연 이 부부는 어떻게 처리할까? 위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것처럼 을 들여서 대를 이으려 할까? 아니면 다른 방법을 강구할까?

당연히 각자 시험하기를 택할 것이다. 물론 각기 다른 상대방을 만나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검사를 통하여 누구에게 문제가 있는지를 각자 시험해본다는 말이다. 그래서 흠결이 있는 쪽의 문제점을 과학적인 방법을 통하여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니 위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아내의 생각은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당연한 주장을 하지 못하고 그 대신 첩실을 들여 수모를 당하는 여자의 운명(?)을 과감하고 통렬하게 비판한 이야기이다. 그러니 그 이야기이야기 뒤의 이야기없이 읽기만 하면 그야말로 술집에서 생각없이 하는 음담패설로 전락할 게 아닌가?

 

그렇게 이 책은 자칫하면 - 그 이면의 이야기 없이 읽으면 - 시중의 야하고 우스운이야기로 그치고 말 이야기들을 건져내 그 이면의 고함과 신음’(333) 을 보여주는 가운데 중국 문화 속의 '사랑과 성'을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들에 대한 다양한 분석 도구

 

이 책은 그래서 그러한 이야기들을 수집한 뒤 다각도의 분석도구를 들이댄다. 그래서 과연 그런 '이야기'가 대표하는 그 당시 사랑과 성의 문화가 어디에서 굴절되고 왜곡되었는지, 그래서 결국은 중국인이 생명의 강인함으로 어떻게 갈등과 충돌 속에서도 상황을 잘 파악하여 자신의 행복에 가장 잘 맞는’(17) 모습을 찾아갔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시각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만감이 교차하는 불랙홀

색정의 구조분석

중국인의 두가지 성 문화 - 방종과 억압

성별에 따른 권력구조

여성에 대한 육체적 착취

절규와 신음 - 성문화가 폭력으로 통치되는 경우

성과 문화의 타협,

 

'이야기'를 넘어 건전한 담론으로

 

따라서 이 책은 단순히 성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과 성'이란 잣대를 통하여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는 담론(談論)의 장을 열어 놓은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결론적 부분에서 등장하는 다음과 같은 발언은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사실상 중국이든 서방이든 성문화는 모두 방종과 억압이 드나드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정 반 합의 변증과정을 거치며 이루어졌다. 역사를 돌아보고 과거를 살피면 오늘날 성문화의 무늬 및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비교적 분명하고도 전반적인 이해는 물론 속내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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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내경, 인간의 몸을 읽다 - 중국 최고 석학 장치청 교수의 건강 고전 명강의 장치청의 중국 고전 강해
장치청 지음, 오수현 옮김, 정창현 감수 / 판미동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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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몸과 마음을 다시 읽다

 

장치청이 쓰고 오수현이 옮긴 <황제내경, 인간의 몸을 읽다>라는 책의 제목은 잘 못 되었다. 그 제목은 이렇게 고쳐야 한다. <황제내경, 인간의 몸과 마음을 읽다>

이 책을 읽고, 인간이란 존재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는데, 그것은 이 책이 인간이란 존재를 두 가지 방면 - 몸과 마음-에서 볼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목의 넒이를 넓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황제내경을 읽기 위한 선이해

 

그러나 이 책은 그리 만만한 책이 아니라서읽기 전에 몇 가지 선이해가 필요하다

 

황제내경은 진한시대(B.C 221~A.D 220)에 만들어진 의서다.

이 책의 저자는 당시의 고전들이 그렇듯이 시대를 거치면서 등장한 수많은 의원들에 의해 수정되고 보완된 것으로 보인다.

 

동양철학의 근본 개념인 음양오행을 설파한 중의학 분야의 고전으로, 신화 속 인물인 황제와 그의 신하이자 명의인 기백(岐伯)이 나눈 문답으로 이루어졌다.

 

인간의 생리, 병리, 질병, 치료에 대한 원리와 방법을 풀어내어 인류가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게 공헌한 중국 최초의 의학 이론서이자, ‘아직 병들지 않은 것을 다스리는예방 양생 비결을 서술한 최초의 경전, 그리고 의학, 천문학, 지리학, 심리학, 사회학, 철학, 역사 전반을 풀어내어 생명의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고자 한 최초의 백과사전이기도 하다.

이 책을 기초로 하여 중국 전통의학이 체계적으로 발전하였으며, 허준의 동의보감도 영향을 받았다.

 

<중국 고대에는 기서라 불리는 세 가지 경전이 있는데, 그중 첫째는 역경, 그 다음은 도덕경, 마지막이 바로 황제내경이다. 이 세 가지 경전은 현대인이 인생에서 한 번쯤은 밁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필독서이다.> (19)

 

<이 경전 가운데에서 어느 것부터 연구를 시작해야 할까? 그 답은 간단하다. 마땅히 황제내경부터 시작해야 한다. 왜냐하면 황제내경은 다음 세 가지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9- 20)

그 세 가지 최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황제내경은 중국 최초의 의학 이론서이다.

둘째, 황제내경은 양생의 비결을 서술한 최초의 경전이다.

셋째, 황제내경은 생명의 문제를 다룬 최초의 백과사전이다.

 

황제내경의 구성과 핵심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소문(素問)과 영추(靈樞)이다.

소문은 생명의 체질과 본질, 근원에 대해 황제와 기백이 문답식으로 주고 받은 내용이며

영추는 신령함의 핵심이며 생명의 중추를 의미하는데, 경혈과 침뜸의 실전편이다.

황제내경에는 총 162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는데, 소문 81, 영추 81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황제내경의 핵심은 불치이병 치미병’(不治已病 治未病, 이미 병든 것을 치료하기보다 아직 병들지 않은 것을 다스린다) 이다. (21)

 

沒世不殆, 長生久視, 无有終時

양생을 잘하면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영원히 잘 살 수 있다.(9)

 

恬淡無慾, 合同於道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 우주와 하나가 되는 것 (10)

 

질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사람의 몸과 마음에서 찾는 내구’(內求)야말로 생명과 건강, 장수의 비결이다. 내구가 바로 양생이고, <황제내경>가 뜻하는 바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양정 養精, 조기 調氣, 치신 治神을 제시하였다. 즉 몸의 근본인 정을 지키고, 생명활동의 에너지인 기를 기르며, 생명활동의 주재자인 신을 잘 다스리는 것이다. 이후 정기신 양생론은 면명히 계승되어 한의학 양생론의 근간으로 확고히 자리하게 되었다.> (10)

 

여기 염담(恬淡)’이란 말은 무슨 의미일까? 이와 관련해서 추가 언급된 부분이 있어 인용한다.

<황제내경에는 염담허무 恬淡虛無 라고 하였는데, 이는 마음을 편안히 가라앉히고 담담하게 하면 참된 기운이 과불급이 없이 순조로워지고 기가 스스로 제 갈 길을 간다는 뜻이다. 여기서 염담((恬淡)이 말하는 것은 마음의 평안함과 사적인 욕망을 줄이라는 것이고 허무(虛無) 는 더 높은 단계로 마음이 순순함을 회복하여 불순물이 제거된 단계를 말한다.>(107)

 

저자는 덧붙여 말한다.

<이렇게 영혼을 깨끗하게 하는 일은 ..... 일상의 삶에서 순간순간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 이처럼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끊임없이 깨끗하게 해야만 진정 즐겁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 (108)

 

이러한 양생의 이치는 결국 마음이 깨끗함에 이르도록 하는데 있기에, 서두에 이 책의 제목을 <황제내경, 인간의 몸과 마음을 읽다>라고 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해부에 관한 이해에서 한 걸음 더

 

인체의 해부와 관련하여 황제내경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동양에서 인체 해부에 대한 기록은 이미 2000년 전 한의학의 최고서인 <황제내경>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영추>경수편’(經水篇), ‘위양편’(胃腸篇), ‘평인절곡편’(平人絶穀篇)에서는 사람의 형태적 구조가 서술되어 있고 이는 고대 동양의 인체에 대한 해부학적 인식이 어느 수준까지 발달하였는가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한겨레 신문, 2014.6. 13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643674.html

김남일 경희대 한의과대학 학장]

 

<갑골문자에서는 심을 어떻게 썼을까?

심장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 넣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황제내경이 쓰이기 이전에 고대사람들도 해부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해부라는 단어도 황제내경에 등장할 정도이다.

<영추>경수편’(經水篇)에서는 도입부에 보통 사람의 피부나 맥은 그가 살았을 때는 손으로 짚어보거나 손으로 만져서 가늠할 수 있고 죽었을 때에는 해부하여 관찰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이 나온다.>(82)

 

<오장을 이루는 한자의 모습을 살펴보면 대부분 해부를 통해 확인한 장기의 형태를 형상화하고 있다. 에서는 심장의 형상을 볼 수 있고 간, 비장, , 신장도 모두 육달 월을 그 부수로 가진다. 육달월은 고기 육과 같은 의미로 이들 한자가 모두 장기의 형상과 관련이 있음을 설명한다.> (83)

 

황제내경의 탁월한 점

 

그런데 황제내경은 단순히 해부에서 그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황제내경의 탁월한 점은 기능을 먼저 논한 다음, 각 기능과 관계된 신체기관을 한데 묶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사유, 정신, 의식활동이라는 기능을 먼저 말한 다음 이러한 활동을 뇌와 심장이 공동으로 주관한다고 밝히는 게 바로 그것이다. 이는 황제내경에서 가장 탁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형체에 국한되지 않고 형체를 초월하여 몇 개의 단일한 형체, 몇 개 기관의 조합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83)

 

<황제내경의 위대한 점은 형체 해부의 차원을 초월하여 장기 기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현대 의학에서도 생명의 기능과 생명의 법칙을 명확히 하는 데에는 해부학적 부위와 조직 기관의 기능을 분명히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황제내경이 가장 대단한 점은 천지와 우주 전체에서 생명의 기능과 법칙을 파악했을 뿐만 아니라 천지자연의 법칙에 근거하여 생명의 기능을 다섯 가지로 분류한 뒤 다시 그 다섯 가지에 근거하여 이에 상응하는 조직 기관 등을 한데 모은 데 있다.> (260)

 

중간 사족 - 이 책을 읽고 가외로 얻은 것들

 

한자에 대한 새로운 이해

 

()은 우측의 청()이라는 글자에서 음가를 차용하고 좌측의 미()에서 의미를 차용하여 만들어진 글자이다. ()는 원래 , 양식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정밀하고 심오한 물질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 사람의 몸 속 매우 미세한 물질을 가리켜 정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처럼 정은 인체 생명의 정수이자 신체의 형태를 이루고 생명활동을 유지하는 물질적 기초인 셈이다. (57)

 

()는 미()와 기()라는 글자가 합하여 이루어졌다. ()에도 미()자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도 마찬가지이다. 이 미()자라는 글자는 미세하고 정마한 물질을 말하므로 기()도 정미한 물질을 가리킨다. (66)

 

() 바로 황제내경에서 말한 마음이 편안하여 욕구가 적절한 상태에 이른경지라고 할 수 있다. ‘은 일종의 여유롭고 편안한 생활 상태를 말한다. 자세히 살피면 자 안에 나무 자가 들어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원래 나무 막대기를 이용하여 문빗장을 지른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하면 바깥 세계의 욕망과 유혹이 문에 가로막혀 집안으로 들어 올 수 없다. (94)

 

실제로 시행해 본 것들

 

하나만 소개하련다. 발바닥의 용천혈을 눌러주는 것.

 

<잠들기 30분전 먼저 양 손바닥을 문질러 열을 낸 다음에 오른손으로 왼발의 용천혈을 눌러주고 왼손으로는 오른 발의 용천혈을 눌러주면 심장의 불이 가라앉고 신장의 물이 차오른다.> (90, 271)

 

그렇다면 용천혈은 어디일까?

<정확히 말해 발바닥의 정중선에서 앞 쪽 3분의 1 되는 지점의 움푹 팬 곳이다.> (90)

 

도연명 (陶淵明) 의 시 한 수

 

진나라 시인 도연명의 飮酒五首 (음주5) 에 이런 시가 있다.

 

飮酒五首(음주5) -술을 마시며

 

結盧在人境 (결로재인경)

而無車馬喧 (이무거마훤)

問君何能爾 (문군하능이)

心遠地自偏 (심원지자편)

採菊東籬下 (채국동리하)

悠然見南山 (유연견남산)

山氣日夕佳 (산기일석가)

飛鳥相與還 (비조상여환)

此中有眞意 (차환유진의)

欲辨已忘言 (욕변이망언)

 

사람사는 곳에 오두막 지었지만 수레와 말의 시끄러운 소리 없어라

묻노니 어찌하여 그럴 수 있는가

마음이 멀어지면 사는 곳도 절로 외딴 곳이 된다네

동쪽 울 밑에서 국화를 꺾어 들고 저 멀리 남산을 바라보네.

산 기운은 해 저물어 아름답고 날던 새들은 짝 지어 돌아오네.

이 가운데 참뜻이 있어 말하려다 할 말을 잊고 말았구나

 

도연명이 술을 마시며라는 제목으로 지은 시인데, 저자는 이 시를 심장의 양생과 수련의 의미를 반영하고 있다고 풀이한다. (276- 277) 과연 그 해석이 올바른가?

저자의 해설을 읽기 전에 한 번 이 시를 읊어보면서 과연 그러할까, 생각해 보면 어떨지?

 

읽기를 마치고

 

이 책을 읽고 먼저, 나는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조금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생각의 지평이 확대된 것이리라.

 

그리고 더하여 한의학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게 되었다.

한의학 자체에 대한 지식의 차원이 아니라, 그 접근방법에 대한 이해 말이다.

단순하게 인간의 몸을 고치려는 차원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려 몸을 고치는 방향, 그것이 이 책의 최종 지향점, 양생이라 생각한다.

 

아울러, 저자가 말한 중국 고대 3대 기서(역경, 도덕경, 황제내경)에서 먼저 황제내경을 읽으라 했는데, 그 말이 맞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황제 내경을 먼저 읽어 인간의 마음과 몸에 대해 이해를 먼저 하고 나머지 책들을 읽었다면 더 부드럽게 그 책들을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비록 그 순서는 거꾸로이지만, 이 책 황제내경을 읽었으니 다른 책을 읽을 때에 새로운 안목으로 읽을 수 있으리라! 그런 기대감이 생긴 것, 그 것 역시 이 책을 읽고 난 기쁨이라 할 수 있으리라.

괄목상대가 바로 그런 의미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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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산보
플로랑 샤부에 지음, 최유정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 들고 도쿄 산보를 나선다.

 

이 책 한권 들고서 산보를 나선다. 외국 여러 곳을 다녀보았지만, 정작 일본은 경유지로 공항에서 잠시 머무른 적 밖에 없다. 해서 공항 밖을 나가본 적이 없어서 이 책을 들고 일본 도시에 산보 나서는게 초행길이다.

그만큼 설렘이 있다. 더구나 일본의 수도인 도쿄다. 일본하면 선입견으로 들었던 여러 이야기가 한꺼번에 쏟아져 책 위에 어른거린다. 그러니 집중하자. 이 책 역시 일본이 타국인 사람이 쓴 책이니, 같은 타국인인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저자와 양의 동서로 다른 나라이니 보는 시각이야 물론 다르겠지만, 물설고 낯설은 것만은 같지 않겠는가? 해서 그의 뒤를 따라 여기 저기, 골목 골목을 구경해보자.

 

 공항에서 시내로 - 한 시간 소요

 

맨먼저 나리타 신도쿄 국제공항이다. 페이지 밑으로 공항의 상징인 관제탑처럼 보이는 높다란 건물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공항청사 건물이 보인다. 바야흐로 일본이다.

그리고는 공항에서부터 자세한 안내가 시작된다.

<공항에서 도쿄로 가려면 버스를 타야 한다. 요금은 3,000엔 정도이고 한 시간쯤 걸린다.>(14)

그러니 우리나라로 치면 인천공항에서 서울까지 쯤 되는 거리, 시간일까?

일단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훌륭한 여행안내서도 겸할 수 있으리라. 물론 어디에 가서 공항 버스를 타고 ...뭐 그런 자질구레한 안내는 없어도, 공항에 내리면 여기 저기 안내 데스크가 있으니 가서 물어보면 될 일이다.

 

 

고반 앞에서는 무슨 일이?

 

 그 다음은 생략하자. 일일이 언급하기에는 시간이 없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저자는 새로운 지역을 시작할 때, 꼭 그 지역의 파출소 건물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파출소를 고반이라 부르는 모양인데(7), 저자가 왜 그렇게 파출소 그림으로 시작하는지 무척 궁금했지만, 거기에 대한 자세한 언급이 없어서 왜 그런지 알 수 없었다.

짐작가는 게 있다면, 140쪽 이하에 소개하고 있는 경찰서에 연행된 사건이라 할 수 있겠는데, 그것이 경찰서 그리고 그 하급 단위인 파출소(고반)에 대해 어떤 트라우마를 가지게 된 것이 아닌가. 그래서 새로운 지역을 소개할 때마다. 고반을 그리며 아픈 기억을 달래보는 것 아닌가, 싶다.

첫 번 째 고반인 마치야의 고반 건물은 여느 평범한 가정집 같이 보인다. 이층으로 된 아담한 가정집이다. 이층 - 그림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 반대편에는 빨래라도 널어져 있음직한 순박한 건물이다. 그러니 그 앞에 서있는 경찰관마저도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마음씨 좋은 아저씨 같게 그려 놓았다.

 

 허무 개그 한 판 - 도끼에 발등 찍혔네

 

그 다음 장에는 작은 지도를 그려놓았다. 그러니 이 책 가지고 산보 갈 수 있다! 산보가다가 길을 헤멘다 싶으면 그 옆 페이지(17)의 허무개그 그림도 한번 볼 일이다. 도끼로 발등을 찍는 그림이다. 저자가 우리 속담 도끼로 발등을 찍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라는 말을 알 리 없으니, 이 책 들고 길을 나선 행동을 그렇게 후회한다는 의미는 아니겠지?

그런데 그 허무개그 등장인물인 주인공에게 걸린 말풍선 내용이 재미있다. 도끼에 발등을 찍혔으니 당연히 비명은 나오겠다. 그런데 그 비명소리를 표현한 의성어가 아야이다. 프랑스 사람도 아프면 아야라고 외치는가? 아니면 번역자의 재치인가?

 

 

 집 안도 구경해 봅시다.  

 

그 다음은 이제 산보를 잠시 쉬고 일본 가옥의 내부를 볼 차례이다.

우리가 듣기는 일본집은 좁다 좁다 하는데, 그림만으로는 그 정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저자의 그림 솜씨가 넉넉해서인지, 모든 그림을 관통하는 분위기는 푸근함이기에 더 그렇다.

물론 방안에 배치되어 있는 가구며 살림살이를 눈짐작으로 계측해 본다면 역시 좁구나 하는 생각이 떠오르지만, 그림으로는 그래도 포근하게 보이니 저자와 여자친구 둘 정도는 오히려 아기자기하게 살 수 있었겠다, 는 생각도 든다.

 

무엇이 다를까요?

 

 그 다음에는 역시 외국인의 눈으로 보는 문화 또는 생활의 차이점이 보인다.

처음 나오는 것이 저자가 두통으로 근처 병원에 갔을 때에 잰 체온계이다. 프랑스에서는 항문 체온계를 사용하는데, 일본은 겨드랑이에서 잰다는 것이다. 글쎄, 그럼 일본과 우리는 또 다른가? 나의 경험으로는 귀에 대고 재던데, 하여튼 프랑스에서는 온도계를 항문에 - 대고? 꽂? - 잰다니 그것도 신기한 일이다.

 

다시 고반 앞에서

 

 이렇게 서평을 쓰다보니, 진짜 산보하는 시간보다 더 걸릴 것 같아 나머지는 구석구석을 살피는 대신에 띄엄띄엄 살펴보기로 하자. 바퀴벌레 사건도 등장한다. 이제 다음 곳으로~

 다카다노바바에서는 고반 앞에서 자전거 타이어를 수리해주고 있는 경찰관이 등장한다. 친절하다!

그 친절한 경찰관 아저씨를 그리고 있을 저자를 생각하니,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그때 그 광경을 보면서 저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저 정도까지 해주나? 우리 프랑스에서는 안그런데, 하는 생각 했을까? 아니면 자전거의 주인쯤으로 여겨지는 아리따운 숙녀에게 잘 보이려고 그런 것인가? 라는 생각을 했을까? 그러고 보니 그런 생각 모두가 내가 지어낸 생각들이다.

그러니 책은 그렇게 읽어가는 것이다라는 결론에 이르른다. 저자는 자기 눈에 보이는 일본을 자기 식으로 그려놓고 있지만, 그것을 보고 있는 나는, 나의 생각에 기초하여 그림들을 해석하고 있지 않은가?

 

 누군가는 이 책을 들고 산보하겠지!

 

그렇게 이 책을 읽고 나는 이 책을 들고 진짜 도쿄 거리를 산보하는 꿈을 꿔보았다. 그런 산보도 함직하다. 그런 사람 있음직도 하다.

 이 책, 일단 재미있다. 그리고 담고 있는 정보들도 실제 도쿄를 여행할 때에 써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고 분명하다. 그러니 괜찮은 책, 맞다.

이런 것도 양념으로 알아두면 어떨까? 일본어로 우동- 우리말로도 우동이다 - 이 프랑스어로는 어디라는 의미란다.(200) 이런 것 기억해 두면 일본 도쿄를 거쳐 프랑스 파리로 여행가서 사용할 수 있으니, <여행 한마디>에 새겨둘 만한 요긴한 단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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