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과 마음을 다시 읽다
장치청이 쓰고 오수현이 옮긴
<황제내경,
인간의
몸을 읽다>라는
책의 제목은 잘 못 되었다.
그
제목은 이렇게 고쳐야 한다.
<황제내경,
인간의
몸과 마음을 읽다>
이 책을
읽고,
인간이란
존재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는데,
그것은
이 책이 인간이란 존재를 두 가지 방면 -
몸과
마음-에서
볼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목의 넒이를 넓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황제내경을 읽기 위한 선이해
그러나 이 책은 그리 만만한 책이
아니라서, 읽기
전에 몇 가지 선이해가 필요하다
황제내경은
진한시대(B.C
221~A.D 220)에
만들어진 의서다.
이 책의 저자는 당시의 고전들이
그렇듯이 시대를 거치면서 등장한 수많은 의원들에 의해 수정되고 보완된 것으로 보인다.
동양철학의 근본 개념인
‘음양오행’을
설파한 중의학 분야의 고전으로,
신화
속 인물인 황제와 그의 신하이자 명의인 기백(岐伯)이
나눈 문답으로 이루어졌다.
인간의
생리,
병리,
질병,
치료에
대한 원리와 방법을 풀어내어 인류가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게 공헌한 중국 최초의 의학 이론서이자,
‘아직
병들지 않은 것을 다스리는’
예방
양생 비결을 서술한 최초의 경전,
그리고
의학,
천문학,
지리학,
심리학,
사회학,
철학,
역사
전반을 풀어내어 생명의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고자 한 최초의 백과사전이기도 하다.
이 책을 기초로 하여 중국
전통의학이 체계적으로 발전하였으며,
허준의
동의보감도 영향을
받았다.
<중국
고대에는 기서라 불리는 세 가지 경전이 있는데,
그중
첫째는 역경,
그
다음은 도덕경,
마지막이
바로 황제내경이다.
이
세 가지 경전은 현대인이 인생에서 한 번쯤은 밁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필독서이다.>
(19쪽)
<이
경전 가운데에서 어느 것부터 연구를 시작해야 할까?
그
답은 간단하다.
마땅히
황제내경부터
시작해야 한다.
왜냐하면
황제내경은
다음 세 가지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9- 20쪽)
그 세 가지 최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황제내경은
중국 최초의 의학 이론서이다.
둘째,
황제내경은
양생의 비결을 서술한 최초의 경전이다.
셋째,
황제내경은
생명의 문제를 다룬 최초의 백과사전이다.
황제내경의
구성과 핵심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소문(素問)과
영추(靈樞)이다.
소문은 생명의 체질과
본질,
근원에
대해 황제와 기백이 문답식으로 주고 받은 내용이며
영추는
‘신령함의
핵심이며 생명의 중추를 의미하는데,
경혈과
침뜸의 실전편이다.
황제내경에는 총
162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는데,
소문
81편,
영추
81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황제내경의 핵심은
‘불치이병
치미병’(不治已病
治未病,
이미
병든 것을 치료하기보다 아직 병들지 않은 것을 다스린다)
이다.
(21쪽)
沒世不殆,
長生久視,
无有終時
양생을 잘하면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영원히 잘 살 수 있다.(9쪽)
恬淡無慾,
合同於道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 우주와
하나가 되는 것 (10쪽)
질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사람의 몸과
마음에서 찾는 ‘내구’(內求)야말로
생명과 건강,
장수의
비결이다.
이
‘내구’가
바로 양생이고,
<황제내경>의
‘내’가
뜻하는 바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양정 養精,
조기
調氣,
치신
治神을
제시하였다.
즉
몸의 근본인 정을 지키고,
생명활동의
에너지인 기를 기르며,
생명활동의
주재자인 신을 잘 다스리는 것이다.
이후
정기신 양생론은 면명히 계승되어 한의학 양생론의 근간으로 확고히 자리하게 되었다.>
(10쪽)
여기
‘염담(恬淡)’이란
말은 무슨 의미일까?
이와
관련해서 추가 언급된 부분이 있어 인용한다.
<황제내경에는
염담허무 恬淡虛無
라고
하였는데,
이는
‘마음을
편안히 가라앉히고 담담하게 하면 참된 기운이 과불급이 없이 순조로워지고 기가 스스로 제 갈 길을 간다’는
뜻이다.
여기서
염담((恬淡)이
말하는 것은 마음의 평안함과 사적인 욕망을 줄이라는 것이고 허무(虛無)
는
더 높은 단계로 마음이 순순함을 회복하여 불순물이 제거된 단계를 말한다.>(107쪽)
저자는 덧붙여
말한다.
<이렇게
영혼을 깨끗하게 하는 일은 .....
일상의
삶에서 순간순간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
이처럼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끊임없이 깨끗하게 해야만 진정 즐겁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
(108쪽)
이러한 양생의 이치는 결국 마음이
깨끗함에 이르도록 하는데 있기에,
서두에
이 책의 제목을 <황제내경,
인간의
몸과 마음을 읽다>라고
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해부에 관한 이해에서 한 걸음 더
인체의 해부와 관련하여 황제내경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동양에서
인체 해부에 대한 기록은 이미 2000년
전 한의학의 최고서인 <황제내경>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영추>의
‘경수편’(經水篇),
‘위양편’(胃腸篇),
‘평인절곡편’(平人絶穀篇)에서는
사람의 형태적 구조가 서술되어 있고 이는 고대 동양의 인체에 대한 해부학적 인식이 어느 수준까지 발달하였는가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한겨레
신문,
2014.6. 13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643674.html
김남일 경희대 한의과대학
학장]
<갑골문자에서는
심을 어떻게 썼을까?
심장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 넣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황제내경이 쓰이기 이전에 고대사람들도 해부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해부라는 단어도 황제내경에 등장할 정도이다.
<영추>의
‘경수편’(經水篇)에서는
도입부에 “보통
사람의 피부나 맥은 그가 살았을 때는 손으로 짚어보거나 손으로 만져서 가늠할 수 있고 죽었을 때에는 해부하여 관찰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이 나온다.>(82쪽)
<오장을
이루는 한자의 모습을 살펴보면 대부분 해부를 통해 확인한 장기의 형태를 형상화하고 있다.
즉
‘심’에서는
심장의 형상을 볼 수 있고 간,
비장,
폐,
신장도
모두 ‘육달
월月’을
그 부수로 가진다.
육달월은
‘고기
육肉’과
같은 의미로 이들 한자가 모두 장기의 형상과 관련이 있음을 설명한다.>
(83쪽)
황제내경의 탁월한 점
그런데 황제내경은 단순히 해부에서
그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황제내경의
탁월한 점은 기능을 먼저 논한 다음,
각
기능과 관계된 신체기관을 한데 묶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사유,
정신,
의식활동이라는
기능을 먼저 말한 다음 이러한 활동을 뇌와 심장이 공동으로 주관한다고 밝히는 게 바로 그것이다.
이는
황제내경에서 가장 탁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형체에 국한되지 않고 형체를 초월하여 몇 개의 단일한 형체,
몇
개 기관의 조합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83쪽)
<황제내경의
위대한 점은 형체 해부의 차원을 초월하여 장기 기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현대
의학에서도 생명의 기능과 생명의 법칙을 명확히 하는 데에는 해부학적 부위와 조직 기관의 기능을 분명히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황제내경이
가장 대단한 점은 천지와 우주 전체에서 생명의 기능과 법칙을 파악했을 뿐만 아니라 천지자연의 법칙에 근거하여 생명의 기능을 다섯 가지로 분류한
뒤 다시 그 다섯 가지에 근거하여 이에 상응하는 조직 기관 등을 한데 모은 데 있다.>
(260쪽)
중간 사족 - 이 책을 읽고 가외로 얻은 것들
한자에 대한 새로운
이해
정(精)은
우측의 청(靑)이라는
글자에서 음가를 차용하고 좌측의 미(米)에서
의미를 차용하여 만들어진 글자이다.
미(米)는
원래 ‘쌀,
양식’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정밀하고
심오한 물질’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즉,
사람의
몸 속 매우 미세한 물질을 가리켜 정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처럼
정은 인체 생명의 정수이자 신체의 형태를 이루고 생명활동을 유지하는 물질적 기초인 셈이다.
(57쪽)
기(氣)는
미(米)와
기(气)라는
글자가 합하여 이루어졌다.
정(精)에도
미(米)자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기(氣)도
마찬가지이다.
이
미(米)자라는
글자는 미세하고 정마한 물질을 말하므로 기(氣)도
정미한 물질을 가리킨다.
(66쪽)
한(閑)은 바로
황제내경에서 말한 ‘마음이
편안하여 욕구가 적절한 상태에 이른’
경지라고
할 수 있다.
‘한’은
일종의 여유롭고 편안한 생활 상태를 말한다.
자세히
살피면 ‘문
門’자
안에 나무 ‘목
木’자가
들어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원래 나무 막대기를 이용하여 문빗장을 지른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하면 바깥 세계의 욕망과 유혹이 문에 가로막혀 집안으로 들어 올 수 없다.
(94쪽)
실제로 시행해 본
것들
하나만
소개하련다.
발바닥의
용천혈을 눌러주는 것.
<잠들기
30분전
먼저 양 손바닥을 문질러 열을 낸 다음에 오른손으로 왼발의 용천혈을 눌러주고 왼손으로는 오른 발의 용천혈을 눌러주면 심장의 불이 가라앉고 신장의
물이 차오른다.>
(90, 271쪽)
그렇다면 용천혈은
어디일까?
<정확히
말해 발바닥의 정중선에서 앞 쪽 3분의
1
되는
지점의 움푹 팬 곳이다.>
(90쪽)
도연명
(陶淵明)
의 시 한 수
진나라 시인 도연명의
飮酒五首
(음주5수)
에
이런 시가 있다.
飮酒五首(음주5수)
-술을 마시며
結盧在人境
(결로재인경)
而無車馬喧
(이무거마훤)
問君何能爾
(문군하능이)
心遠地自偏
(심원지자편)
採菊東籬下
(채국동리하)
悠然見南山
(유연견남산)
山氣日夕佳
(산기일석가)
飛鳥相與還
(비조상여환)
此中有眞意
(차환유진의)
欲辨已忘言
(욕변이망언)
사람사는 곳에 오두막 지었지만 수레와 말의 시끄러운
소리 없어라
묻노니 어찌하여 그럴 수
있는가
마음이 멀어지면 사는 곳도 절로 외딴 곳이
된다네
동쪽 울 밑에서 국화를 꺾어 들고
저 멀리 남산을 바라보네.
산 기운은 해 저물어 아름답고 날던
새들은 짝 지어 돌아오네.
이 가운데 참뜻이 있어 말하려다 할 말을 잊고
말았구나
도연명이
‘술을
마시며’라는
제목으로 지은 시인데,
저자는
이 시를 ‘심장의
양생과 수련의 의미를 반영하고 있다’고
풀이한다.
(276- 277쪽)
과연
그 해석이 올바른가?
저자의 해설을 읽기 전에 한 번 이
시를 읊어보면서 과연 그러할까,
생각해
보면 어떨지?
읽기를 마치고
이 책을 읽고
먼저,
나는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조금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생각의 지평이 확대된
것이리라.
그리고 더하여 한의학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게 되었다.
한의학 자체에 대한 지식의 차원이
아니라,
그
접근방법에 대한 이해 말이다.
단순하게 인간의 몸을 고치려는
차원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려 몸을 고치는 방향,
그것이
이 책의 최종 지향점,
양생이라
생각한다.
아울러,
저자가
말한 중국 고대 3대
기서(역경,
도덕경,
황제내경)에서
먼저 황제내경을 읽으라 했는데,
그
말이 맞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황제 내경을 먼저 읽어 인간의
마음과 몸에 대해 이해를 먼저 하고 나머지 책들을 읽었다면 더 부드럽게 그 책들을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비록 그 순서는
거꾸로이지만,
이
책 황제내경을 읽었으니 다른 책을 읽을 때에 새로운 안목으로 읽을 수 있으리라!
그런
기대감이 생긴 것,
그
것 역시 이 책을 읽고 난 기쁨이라 할 수 있으리라.
괄목상대가 바로 그런 의미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