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화 속의 사랑과 성 인간사랑 중국사 4
왕이쟈 지음, 이기흥 옮김 / 인간사랑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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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를 관통하는 묘체(妙諦) - '사랑과 성'

 

먼저 짚고 넘어가자. ‘묘체(妙諦)’묘한 진리, 또는 뛰어난 진리를 말한다.

 

우리가 드러내 놓고 말하지 못하는 단어, ‘성은 생물체의 행위일 뿐만 아니라 일종의 심리현상이고 사회적 사건이며 문화의 산물인 동시에 역사적 자취이기도 하다.’(15) 따라서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면서 막상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인간사를 관통하는 진리가 숨어있으니, 그것을 묘체(妙諦)라 부르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서문에서 밝히는 바와 같이 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여러 가지 장애에 부딪혀 왔다. 우선 그것을 설파하는 대목을 서문에서 인용해본다.

 

순치(馴致)에 맞서려는 성

 

<성은 인류와 동물이 모두 가지고 있지만 이제 막 동물과는 경계를 분명히 하려는 () 인간의 본능이라고 볼 수 있다. 동물과의 경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거의 모든 민족은 성에 대하여 갖가지 문명화된 교육을 시도했지만 생명력이 마구 넘치는 성은 오히려 이런 교육에 줄곧 맞서왔다. 모든 민족은, 아니 모든 인류의 성 발전사는 본능과 문명 사이에서 접전을 벌인 갈등과 충동, 타협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15)

 

이러한 전제하에 시작하는 이 책은 중국 문화를 살펴보면서 그 안에 들어있는 사랑과 성을 까발리고 있다. 어떻게 까발리느냐?

 

명나라와 청나라 시대의 소설 (필기소설)에 기록된 글을 탐색하면서 그 안에 사랑과 성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발췌해서, 그 이야기들을 주제별로 분류하고, 그 이야기(‘이야기’)를 먼저 들려준 다음에 저자의 해석(‘이야기 뒤의 이야기’)을 덧붙이는 식으로 책을 끌어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사랑과 '에 관한 이야기만을 하려는 게 아니다. ‘이야기 뒤의 이야기를 통하여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자는 것이다.

 

각자 시험하기’ - 현대에 이런 일이 있었더라면?

 

예컨대 이런 '이야기' 한번 들어보자.

'이야기'의 제목은 <각자 시험하기>(330) 인데, 이야기는 이렇다.

<왕국헌은 장가를 들고 여러 해가 지났는데도 아이를 얻지 못했다. 그는 첩실을 들일 작정으로 아내의 동의를 구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내는 끝내 동의하지 않았다. 그 뒤에도 그는 이 문제를 놓고 아내와 몇 차례나 거듭 의논을 했다. 그러자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잘못이 누구에게 있는지 모르잖습니까? 우리 부부가 각자 상대를 찾아 한번 시험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당신 생각은 어떠신지요?"> (민국초기, 서가, 청패유초)>

 

이 '이야기'가 단순한 이야기로 들리는가? 아니면 그 이야기 속에 무언가 들어있음직 한가?

만약 이 '이야기'를 그냥 단순한 이야기로 넘겨버리면 그것은 한낱 술자리의 음담패설에 불과하겠지만 저자 왕이쟈는 그것을 단순히 이야기로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뒤의 이야기를 통하여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더 들려주고 있다.

 

<‘각자 시험하기에 나오는 여성은 날카로운 말로 포악한 성 문화의 올가미를 망가뜨리며 반박을 한다. 지난 날 중국 남성들은 가장 큰 불효는 후손이 없는 것널리 대를 이어야 하는 의무같은 그럴듯한 이유를 앞세우며 아내는 물론 많은 첩실을 들였다. 이런 첩실문화에 대하여 여성들은 보통 운명이라고 여기며 받아들였다. 그러나 <각자 실험하기>에서 왕국헌은 혼인한지 오해 되었지만 아직 아이가 없다는 이유로 첩실을 들이려고 하자 그의 아내는 동의하기는커녕 기탄없이 이렇게 말한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잘못이 누구에게 있는지 모르잖습니까? 우리 부부가 각자 상대를 찾아 한번 시험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당신 생각은 어떠신지요?"

과학적인 실증정신에도 부합하는 이 한 마디 타박은 아들이 없다는 이유로 첩실을 들이려던 남편에게 주는 망신일 뿐만 아니라 아들이 없다고 늘 푸대접을 받거나 버림까지 받던 여성이 내 놓은 원망과 분노이다. >(345)

 

생각해보자, 지금 위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가정해보자. 과연 이 부부는 어떻게 처리할까? 위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것처럼 을 들여서 대를 이으려 할까? 아니면 다른 방법을 강구할까?

당연히 각자 시험하기를 택할 것이다. 물론 각기 다른 상대방을 만나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검사를 통하여 누구에게 문제가 있는지를 각자 시험해본다는 말이다. 그래서 흠결이 있는 쪽의 문제점을 과학적인 방법을 통하여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니 위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아내의 생각은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당연한 주장을 하지 못하고 그 대신 첩실을 들여 수모를 당하는 여자의 운명(?)을 과감하고 통렬하게 비판한 이야기이다. 그러니 그 이야기이야기 뒤의 이야기없이 읽기만 하면 그야말로 술집에서 생각없이 하는 음담패설로 전락할 게 아닌가?

 

그렇게 이 책은 자칫하면 - 그 이면의 이야기 없이 읽으면 - 시중의 야하고 우스운이야기로 그치고 말 이야기들을 건져내 그 이면의 고함과 신음’(333) 을 보여주는 가운데 중국 문화 속의 '사랑과 성'을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들에 대한 다양한 분석 도구

 

이 책은 그래서 그러한 이야기들을 수집한 뒤 다각도의 분석도구를 들이댄다. 그래서 과연 그런 '이야기'가 대표하는 그 당시 사랑과 성의 문화가 어디에서 굴절되고 왜곡되었는지, 그래서 결국은 중국인이 생명의 강인함으로 어떻게 갈등과 충돌 속에서도 상황을 잘 파악하여 자신의 행복에 가장 잘 맞는’(17) 모습을 찾아갔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시각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만감이 교차하는 불랙홀

색정의 구조분석

중국인의 두가지 성 문화 - 방종과 억압

성별에 따른 권력구조

여성에 대한 육체적 착취

절규와 신음 - 성문화가 폭력으로 통치되는 경우

성과 문화의 타협,

 

'이야기'를 넘어 건전한 담론으로

 

따라서 이 책은 단순히 성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과 성'이란 잣대를 통하여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는 담론(談論)의 장을 열어 놓은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결론적 부분에서 등장하는 다음과 같은 발언은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사실상 중국이든 서방이든 성문화는 모두 방종과 억압이 드나드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정 반 합의 변증과정을 거치며 이루어졌다. 역사를 돌아보고 과거를 살피면 오늘날 성문화의 무늬 및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비교적 분명하고도 전반적인 이해는 물론 속내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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