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들의 지적 대화 - 세상과 이치를 논하다
완웨이강 지음, 홍민경 옮김 / 정민미디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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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들의 지적 대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생계를 도모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지식이 아니라 이 시대, 특히 사회와 관련된 지혜와 통찰력이다. (4)

 

목차에서 저자가 어떤 분야에 과한 통찰력을 전해줄지, 목차를 훑어보자.

 

PART 01 사회의 법칙

PART 02 교육의 비밀

PART 03 역사의 법칙

PART 04 미래의 퍼즐

 

그러니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나라의 사회 조직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부터 시작해서 교육 그리고 인류가 거쳐온 발자취인 역사까지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미래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인이다.

 

중국인이기에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사례도 들을 수 있어 좋다. 서양 학자들이 쓴 책을 보면 아시아 쪽 책이나 인물을 거론하지 않는데 비해 중국인이라 중국의 사례도 익숙하게 거론하니,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서양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장자> (310)

<사기> (310)

<중국 대역사>

<삼국연의> (333)

     분구필합 합구필분 (分久必合 合久必分)

고대 중국의 상고시대 (336)

공자 (337)

명나라와 청나라의 역사 (386쪽 이하)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만나는 사항들, 깨닫게 되는 것들이 많다,

몇 가지 적어둔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무엇인가?

 

도덕과 감정의 유무?

과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침팬지와 원숭이 역시 감정과 동정심, 심지어 정의감마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312)


도구 사용의 유무?

침팬지 역시 교묘한 방법으로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여러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들은 많이 발견된다.


농업 생산의 유무?

최초로 농업과 목축업을 발명한 생명체는 인간이 아니라 개미였다. (313)


예술의 유무?

침팬지는 낙서같지만 그림을 그린다.

둥지를 짓는 바우어새도 있다.


이런 것으로 보면, 인간은 동물의 세계에서 그리 독특한 존재가 아니다.

 

언어가 인류에게 가져다 준 발전

 

언어가 만들어지면서 인간은 비로소 마음속에 생겨나는 생각을 명확히 알게 되었고, 그것이 표현으로 이어지면서 의식적인 도구의 창조가 가능해졌다. (317)

 

이러한 의문도 우리의 생각을 바꾼다.

 

휴대전화는 왜 전부 직사각형 모양일까?


이런 의문 가져본 적이 없는데, 이 책에서 비로소 만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싸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데,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게 만들어야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해서 그런 디자인을 채택한 제품만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329)

내가 들고 있는 휴대전화 역시 직사각형이다. 동그란 원 모양이 아니다.

 

지도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기술은 역사뿐 아니라 인류의 사고방식도 바꿔놓았다.

예컨대 지도와 시계의 출현은 추상적 사고방식을 갖추게 해주었다. 눈앞에 보이는 실제 장면만 볼 줄 아는 사람에 비해 지도를 볼 줄 아는 사람은 훨씬 고차원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338)

 

지도가 개발되자 사람들은 추상적인 점과 선을 통해 그동안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공간 구조를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을 읽고 생각해보니, 지도가 실생활에서만 유용한 게 아니라, 우리의 사고 체계에도 아주 유용한 도구인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인류 역사상 전쟁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가?

 

이런 글 읽어보자. 저자의 혜안이 빛나는 대목이다.

 

컬럼비아대학교의 로버츠 저비스 교수는 1978년에 기술의 발전과 인류 평화에 관한 상당히 흥미로운 이론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는 역사 속에서 공격성 무기 기술과 방어용 무기 기술이 교대로 발전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공격성 무기가 주도권을 잡을 때면 전쟁이 더 빈번하게 일어났고, 방어용 무기가 더 강해지면 전쟁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유럽 역사를 돌아보면 12세기와 13세기에 유럽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성벽을 세웠고 상당히 평화로운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15세기에 대포가 등장하면서 전쟁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16세기에 성형 요새가 만들어지면서 베니스 같은 도시는 거의 난공불락의 땅이 되었고, 유럽은 다시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18세기에 이르러 더 길어진 포관을 장착한 자동화포가 등장하면서 평화는 다시 무너졌다. 무기의 교체와 발전은 제1차와 제2차 세계대전 때 사용한 기관총과 탱크를 거쳐 계속 이어져왔고, 냉전 시대의 궁극적인 방어무기인 핵무기에 대한 공포 때문에 현재까지 평화의 시대가 유지되고 있다. (345)


부디 저비스 교수의 말처럼, 책무기가 방어용으로만 쓰여져, 이 땅에 전쟁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인간으로 태어나 세상 밖으로 나가 생존하려면 타인의 존재가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고, 그들과의 상호작용은 정해진 규칙의 준수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327)

 

우리가 변화를 시도하고자 한다면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332)

 

쉬지 않고 힘껏 달려야 해. 어딘가 다른 데로 가고 싶으면 적어도 그보다 몇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해. (381)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이 한 말

 

다시, 이 책은?

 

진지하다. 이 책은 무척이나 진지하다.

해서 이 책은 열일 제쳐두고 이 책 들고 진지하게 읽어야 한다.

 

그렇게 읽으면?

이 세상의 흐름을 제대로 알아갈 수 있다.

더하여 생각한다는 것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런 말 읽어보자.


보통 사람들이 사유할 때 가장 큰 문제점은 감각과 사고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사유한다고 생각하지만사실은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고 감정을 표출하는 것에 불과하다. (8)


그저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진지한 사고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니컬러스 크리스타키스의 책 <블루프린트>에 대해 이런 평가를 한다.

이 책은 마치 추리소설처럼 논리의 사슬로 여러 실마리를 엮어가며 사유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328)

 

이 책 <지식인들의 지적 대화>에 대하여 그 말을 그대로 하고 싶다.

이 책은 추리소설처럼 논리의 사슬로 여러 실마리를 엮어가며 사유의 즐거움을 선사한다고.

 

더하여 이런 책들도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제레드 다이아몬드 <, , > (309)

제레드 다이아몬드 <문명의 붕괴> (312)

제레드 다이아몬드 <3의 침팬지>(312)

데이비드 S. 랜즈 <국가의 부와 빈곤>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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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 쓴 메일함 - 아버지와 아들의 말로 못한 진짜 이야기들
김기우 지음 / 창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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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 쓴 메일함

 

이 책은 소설이다. 소설집. 단편,짧고 짧은 단편소설들을 모아놓았다,

그런데 그 구성이 특이하다. 아버지와 아들이 메일로 서로 주고 받고 하는 형식을 취하는데 각 편의 내용이 소설인 것이다.

 

일단 기본 설정은 아버지는 아파트의 경비원, 아들은 소설가 지망생이다.

아파트 경비원은 만나게 되는 사람이 많다, 아파트 주민만 해도 한 둘이 아니니. 거기에서부터 이야기거리가 풍성하다, 또한 아들은 소설가를 지망하며 글을 쓰고 있으니, 주변의 어떤 일들도 소설로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아버지와 아들은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이야기들을 만들어나간다.

 

이 소설, 재미있다.

 

소설이 읽히려면 무엇보다도 재미있어야 한다. 거기에 의미까지 찾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

이 책은 재미도 있고 또한 의미도 있다.

 

가령 이런 이야기. <감성 상각>

남편은 아내를 위해 가방을 샀다. 180만원 짜리 가방이다. 그들 형편에 비싼 명품 가방이다. 그런데 그렇게 비싸게 샀다고 하면 아내한테 한 소리 들을까봐, 원래의 쇼핑백을 버리고 귤 봉지에 담아가며 7만원짜리 가짜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요즘 말로 짜가 가방인 척 한 것이다.

그런데 다음날 문제가 생긴다. 아내가 그게 정말로 가짜인줄 알고 지인에게 35만원에 넘겨버린 것이다, 아내는 아내대로 좋아라 한다. 무려 28만원이나 공돈이 생긴 거라며 좋아한다.

그러니 남편은 속이 탈 수밖에. 해서 남편은 그 가방을 회수하러 나선다. 가방의 행선지를 추적하면서 찾고 찾아가는 이야기. 남편의 속타는 여행이 시작된다. 결론은?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하시라

 

또 있다. 재미있는 소설 또 있다. <봄맞이 대청소>

양희의 할머니와 엄마는 가구 취향이 다르다. 엄마는 가구 배치에 아주 민감하다, 다른 사람이 조금이라도 움직여 놓으면 바로 그걸 알아차리고 화를 내는 주의다. 그런데 할머니는 그런 엄마가 못마땅하다. 그걸 보는 이 소설의 주인공 양희. 어느날 엄마가 외출한 사이에 할머니가 대대적으로 가구를 손본다. 배치는 물론이거니와 가구도 할머니가 좋아하는 취향으로 바꿔버린다. 이윽고 엄마가 집에 들어오는데.........

이 소설은 재미도 의미도 놀라울 정도로 수준이 있다.

 

거기에 더해서 음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혹할 부분이 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직접 작곡한 노래가 여럿 들어있다.

정말 악보를 보면서 한번 불러보고 싶은 노랫말이 보인다. 내가 만약 작곡 재주가 있다면 오선지에 그 가사를 음표로 옮겨보고 싶어질 정도다.

그러니 음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여기 실린 노래들을 한번쯤 연주하거나 불러보고 싶어할 것이다, 저자의 재주가 부럽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재주에 더하여 작곡까지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또 있다,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문장에 철학이 들어있다.

그저 이야기를 끌어가느라 허겁지겁 쓴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심혈을 기울여 사색을 집어넣고 그 사색에 철학을 담아 놓았다. 이 책에서 소설도 재미나게 읽어가면서 어느새 철학의 향기를 맡게 되는 것이다,

 

채집은 살아있는 것을 수집하는 것이다. (28)

 

사람들은 희망하고 욕망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더라. (46)

 

인터넷이 우리 기억을 넓혀줬잖아. 그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지 않게 됐다는 학자도 있더라. 정보를 우리 기억 바깥에 둘 수 있기에 그렇다는 것이겠지.(66)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 미안하니까 미워하기 쉬워. (150)

 

사람은 기억 때문에 슬프다. (191)

 

그래서 이런 문장에 가서는 정말 이 문장이 이 소설을 그대로 평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될 정도다.

 

서사와 묘사, 설명과 논증, 문장 하나하나가 정말 생생해. (192)

 

다시, 이 책은?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짤막한 양에 비해 있을 것은 다 들어있는, 아니 오히려 제법 긴 단편, 중편에 비해서 맛있는 대목이 훨씬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해서 이 책을 요리로 비유한다면 아주 맛있는 소품 요리라 할 수 있다. 거기에 철학의 향기까지 양념으로 담고 있으니, 별미 중의 별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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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손자병법 - AI와 인간이 재해석한 2,500년의 지혜
노병천 지음 / 밥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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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손자병법

 

일단 <손자병법>이다.

 

굳이 <손자병법>의 가치를 논할 필요조차 없다. <손자병법>의 가치는 그 책이 이 땅에 나타난 순간부터 증명된 것이다. 그러니 지금 <손자병법>의 가치를 새삼 따질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요즘 들어서 <손자병법>은 더더욱 가치를 발하고 있는 중이다.

살아가기 위해 다툼을 벌여야 하는 현대인들, 칼과 창만 들지 않았지, 실상 매일매일 전장터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이 책은 의미있다.

 

이 책은 육군대학과 미국지휘참모본부에서 직접 군인들을 대상으로 <손자병법>을 가르친 적이 있는 저자가,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실생활- 매일 전장터인 실생활- 에 <손자병법>을 직접 적용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이에 더해 AI를 더한다.

 

옛고전이기도 한 <손자병법>에 신기술, 아니 첨단기술을 더한 것이다.

그러니 옛날의 지혜를 새로운 시대 감각으로 재해석한 <손자병법>을 만난다,

저자는 <손자병법>을 책GPT로 거듭나게 한 내역을 3쪽에서부터 6쪽에 걸쳐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독자들은 이 부분만 읽어도 벌써 새로운 시대에 우리들이 어떻게 AI와 함께 살아야 하는 것에 대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셋째, 저자의 자세를 살펴보자.


책을 대하는 자세, 책을 쓰는 자세, 그리고 그 내용인 <손자병법>에 대한 저자의 자세를 살펴보면, 이 책에 대한 신뢰가 저절로 생기고, 넘쳐나게 된다.

 

이런 글, 읽어보자.

 

이 책을 집어 든 당신의 선택은 탁월하다. 수많은 책이 가득한 서점에서 이 책을 선택하기까지 얼마나 고민했을까?(........) 이 책에는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담겨 있다. (....) (24-25)

 

정말로 자신감이 요즘 말로 뿜뿜 넘친다. 저자의 자신감 있는 태도, 이는 병사들 앞에 선 지휘관의 자신감 있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당연히 그 내용에 대한 신뢰로 연결이 된다.

 

넷째, 요즘 사람들은 한자와 별로 친하지 않다


한자에 익숙하지 않으면, 문해력에 문제가 생긴다. 우스개 이야기로, 한글 안내문에 써있는 우천시를 시()의 한 곳으로 이해한다거나 중식 제공을 중국 음식으로 이해하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그게 다 한자를 멀리한 탓이 아닐까.

 

그런데 이 책은 한자가 많이 등장하는 바람에 저절로 한자를 익히게 된다.

<손자병법>을 읽으려면, 그래도 한자와는 조금이라도 친해지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글 읽어보자.

 

<손자병법>에서 말하고 있는 승산 판단 5요소는 도천지장법이다. 이것을 오사라고 부른다. (47)

 

한글로만 이 문장을 읽으면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그 문장에 한자를 집어 넣어 읽어보자.

 

<손자병법>에서 말하고 있는 승산 판단 5요소는 도천지장법’(道天地將法)이다. 이것을 오사(五事)라고 부른다.

 

어떤가? 한자를 넣어 읽어야, 그 뜻이 통하지 않는가?

이런 말 추가로 읽어보자.

 

손자천독달통신 (孫子千讀達通神) (9)

 

<손자병법>을 천 번 읽으면 신의 경지에 통한다, 는 말인데 실상 그게 통하려면 한자를 알아야 <손자병법>이 통하고, <손자병법>을 두 번 세 번 더 나아가서 천 번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책으로 한자를 읽어가면서 한자를 익히고, 그렇게 <손자병법>을 읽다보면, 한자도 알게 되거니와 <손자병법>의 그 오묘한 뜻도 깨치게 될 것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이 책에는 정말 가슴에 새기고, 수시로 꺼내 음미하고픈 말들이 많이 있다.

 

병형상수 수지형 (兵形像水 水之形) (156)

 

군대의 운용은 물의 성질을 닮았으니 물의 성질은 .......

 

군대라고 하니 꼭 군대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이 말은 사람이 사는 곳이면, 사람이 있는 조직이면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또한 <손자병법>의 성질이기도 하다. 어디에서나 물처럼 적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더해서 순리와 역리를 가르치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인간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온 중요한 개념이다. (159)

 

투지망지연후존 (投之亡地然後存)

함지사지연후생 (陷之死地然後生) (188)


망해버릴 땅에 던진 후에야 살아남을 수 있고,

사지에 빠뜨린 후에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

 

위기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현명한 사람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는다.

 

다시, 이 책은?

 

<손자병법>을 오직 지피지기(知彼知己)로만 알고 있다면?
<손자병법>이 오직 군대에서만 소용되는 것이라 알고 있다면?

<손자병법>을 오직 역사에서 한 때 사용되고 사라진, 그저 먼지 풀풀 날리는 고전이라 생각한다면?

 

이 책을 읽고나면, <손자병법>이 결코 그런 책이 아니라는 것 알고 그야말로 괄목상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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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 개정판
이동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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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개정판)

 

이 책은 방대한 <삼국지>를 심리학의 차원에서 읽어보고 있다.

<삼국지>를 내용별로  시간을 따라 서술하면서, 그때그때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속마음, 심리를 분석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삼국지>의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일어나는 사건에 들어있는 인간의 심리를 헤아려 보고 있는 것이다.


권력을 업은 사디즘

 

예컨대, 2<십상시의 난과 어부지리>에서 권력을 업은 사디즘이란 부제가 붙어있다.

그것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일단 사디즘의 정의를 살펴보자.

사디즘(sadism)은 상대 (동물 포함)를 신체적으로 학대를 주거나 정신적으로 고통을 주어 성적 쾌감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위키백과)

 

여기서 사디즘을 성적 쾌감에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 항목에서는 거세를 하고 궁에 들어와 권력을 행사하고 있던 환관들의 심리를 사디즘으로 파악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남들에게 투영하여 다른 이들을 괴롭히면서 자신들의 처지를 위로했던 것이다. 즉 너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었던 것이다.

 

그런 사디즘은 불안이 고착화되고 그 불안에서 벗어날 희망이 없을 때 자라나기 쉽다. 그런 성향이 권력을 잡고 가학적 행동을 하기 시작하면 좀처럼 멈출 줄을 모른다. 게다가 그들은 또 다른 가학적 방식을 고안해, 타인들이 자신들에게 자비를 갈구하도록 만들고 자신들이 계속 통제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영제 당시에도 권력을 잡은 환관들은 누구보다도 냉혹했다. 환관 세력이 일으킨 당고의 금 때 1천여 명의 청류파 사대부들이 큰 화를 입었고, 환관 독재의 체제가 갖추어졌다. (59)

 

실상 여기에서 그런 환관들의 비뚤어진 심리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비를 비롯하여 삼국지 중요 인물들의 마음을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할 것이다.

그래야만 <삼국지>의 삼국이 어떻게 해서 이루어지며, 그렇게 삼국의 역사가 진행되는 동안 인물들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움직였나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유비의 심리 파악하기

 

유비라는 인물에 대하여는 여러 설이 있다.

그 누군가 만화가는 유비를 쪼다로 표현하기도 했는데, 그럴 정도로 유비란 인물 별 볼일 없는 인간이기도 하다.

 

황숙이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 그런지도 의문인 인물, 또한 무술이나 학식으로도 관우나 장비에게 뒤떨어진 인물, 그런 유비가 대체 어떻게 해서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이 있다.

 

이러한 유협적 유교의 대표적 표상이 유비였는데, 그는 협()으로 대중의 무의식을 사로잡고 유()로 지식인의 명분을 움직였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이 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시대정신에 부합하거나, 시대정신을 아울러야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달리 말해, 시대정신 중 대표적인 하나의 흐름을 타고 대표성을 획득할 때 그 시대를 주도하는 인물이 될 수 있다. (13)

 

<삼국지>를 읽으면서 유비는 마치 한 차원 위에 있는 인물처럼 느껴졌는데, 바로 유와 협, 유협이란 개념으로 유비를 살펴보니, 납득이 된다. 유협으로 대중과 지식인을 사로잡았다는 것!

 

<삼국지>를 새로운 각도로 읽어보자.

 

또하나 재미있는 분석을 기록해 두고 싶다.

바로 로버트 스턴버그의 삼각이론 (20)



 

저자는 스턴버그의 삼각이론으로 유비와 관우, 그리고 장비의 관계가 왜그리 긴밀했을까를 설명하고 있다.

 

애정의 기본 요소는 열정, 친밀감, 헌신 세 가지이다.

모든 애정관계는 초기에 열정이 강하고 시간이 흐르면 그 강도가 줄어든다. 그 빈자리를 친밀감과 헌신이 메워준다면 애정은 변함없이 유지될 수 있다.

 

유비 3형제의 관계는 그렇게 열정, 그리고 친밀감과 헌신으로 채워져, 그 세 사람은 죽을 때까지도 그런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삼국지>를 또 읽었다. 대체 이게 몇 번째인지?’

, 쓰고 보니 내 마음과는 반대로 약간 질린다는 뜻으로 읽힌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 먼저 말해둔다.

몇 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는 게 바로 <삼국지> 아닌가?

정말 그렇다. <삼국지>를 어려서 동화책 수준의 <삼국지>부터 헤아려 본다면, 적어도 몇 십번 되는데 신기하게도 읽어도 읽어도 전혀 물리지 않는다. 진정이다.

 

그럼 이 책은 어떨까?

전혀 물리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각 인물들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

등장인물들의 활약상을 지금까지는 바깥 모습만 보고 읽었다면, 이 책으로는 바깥 모습과 그런 바깥 모습을 만들어주었던, 삼국지의 저 밑바닥을 흐르고 있었던 심리까지 읽을 수 있으니, 점점 삼국지는 흥미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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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하늘길
한승원 지음 / 문이당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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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하늘길

 

이 소설은 정약전이 유배를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정약전은 나주 다경포에서 배를 탄다, 목적지는 흑산도, 전라도에 있는 섬이다.

이번에 두 번째 유배길이다.

첫 번째는 한양에서 출발하여 신지도에 갔었고, 이번에는 한양에서 나주 다경포를 거쳐 흑산도로 가는 길이다.

 

이윽고 흑산도에 도착한 정약전, 이로부터 섬에서 유배 생활이 시작된다.

소흑산도에서 시작한 유배 생활은 다시 대흑산도로, 그리고 다시 소흑산도로 옮겨와, 거기에서 삶을 마감한다.

 

그런 유배 생활을 저자는 정약전의 가슴을 들여다보는 것인양 생생하게 그의 심사를 풀어헤친다. 외롭고 쓸쓸한 섬에서 그는 어떻게 유배생활을 견뎌냈을까?

 

더 안타까운 것은 그가 사랑하는 동생 정약용과 같이 유배길에 나서, 약용은 강진으로 약전은 흑산도로 간다. 그 뒤로 두 사람은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 그런 한과 안타까움이 절절히 묻어나는 약전의 심사를 이 소설은 가슴 아리도록 절절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에서 만나는 사람들

 

이 소설에는 주인공 정약전을 둘러싸고 등장하는 인물 중, 실제 역사에서 알려진 이들이 있다.

 

첫 번째 인물, 홍어장수 문순득을 만난다.

 

이 소설에서처럼 나주 다경포에서 흑산도 가는 유배길에 배를 태운 사람은 아니지만, 문순득은 약전과 교류하는 사이로, 이런 기록이 보인다.

 

고향에 돌아와 다시 본업인 어부로 돌아간 그는 어느 날 다시 홍어를 거래하기 위해 흑산도에 들렀는데 이때 흑산도에 유배 온 정약전을 만났다. 그는 정약전에게 풍랑을 만나 표류하며 보고 들은 바를 전해주었고 정약전은 그의 체험담을 날짜별로 기록한 <표해시말(漂海始末)>이라는 책을 쓴다. <표해시말> 집필을 계기로 그는 정약전과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그는 정약전을 가족처럼 모셨고 정약전이 유배지에서 사망했을 때는 극진하게 장례도 치러주었다. 정약용도 형 정약전을 통해 그의 친절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아들을 낳았을 때 아들 이름도 지어주고 정약전이 사망한 후 그가 장례를 잘 치러 준 것을 감사하는 편지도 보냈다.

(https://namu.wiki/문순득)

 

두 번째 인물, 이 소설에 창대(昌大)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장덕순(張德順, 1792? ~ ?)

대둔도 수리 마을 출신으로 정약전이 <자산어보>를 저술한 것에 도움을 줬다고 하며, 정약전의 부름을 받고 함께 연구해 차례를 매겨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이 소설은 그런 인물도 정약전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여놓아서 약전의 귀양살이가 또다른 의미에서도 가치있었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있다. 여러 기록을 살펴보니, 그런 인물들의 실재가 정약전의 삶에 아주 귀한 도움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말꼬리 ‘~

끝부분이 처지면서 길게 늘어지는 그 말꼬리의 억양 속에는 어리광이 담겨있는 듯싶으면서도 상대를 억지스럽게 달래는 설득의 의지와 기어이 자기 의지대로 일을 밀고 나가겠다는 은근한 오기가 들어있었다. (13)

 

저는 형님께서 가시는 흑산을 흑산이라 부르지 않고 현산(玆山)이라 부르겠습니다. (14)

정약용이 정약전에게 한 말이다.

 

손암 (巽庵) : 정약전이 새로 정한 호.

()<주역>에서 들어간다는 것으로 들어가면변전 발전하는 주역의 원리에 따라 오래지 않아 나오게 되는 것이었다. (82)

 

주신이라는 말 (128,129 )

주신(酒神)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말한다.

그런데 이 말을 조선시대에서도 사용했을까?

지금에야 많이 사용하는 말이지만 조선시대에 신()이라 하면 감히 말하기도 어려운 단어요 개념이었을 것인데 거기에 술 주()자를 붙여 주신이라 했을까?

 

희망을 가져야 외로움과 슬픔과 억울함을 이기고 살아 배길 수 있다. (138)

 

심화(心火)를 끄지 못하면 그 불이 사람을 태워죽인다. (160)

 

다시, 이 책은?

 

정약전의 흑산도 유배를 다룬 또다른 소설로는 김훈의 <흑산>이 있다.

김훈은 정약전 및 당시 천주교 박해를 주제로 해서 <흑산>을 썼는데, 그 내용이 이 소설과는 결이 다르다.

 

이 소설의 제목은 흑산도 하늘길이다.

흑산도, 분명 정약전은 배로 다녔건만 이 소설의 제목을 하늘길이라고 한 데서 저자의 의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늘, 정약전이 바라보고 따라가려 했던 길이 바로 하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약전이 귀양살이를 했던 곳, 소흑산도와 대흑산도를 찾아보았다.

소흑산도 본우이도, 대흑산도 (18)

 

어디에 있는 섬인지, 두 개의 섬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아우 다산이 해배되면 형을 찾아올텐데, 그 먼길 특히 뱃길을 오려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에 정약전이 다시 돌아간 곳이 소흑산도였기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게 궁금해졌다.

 

그런 형과 아우의 정도 읽을 수 있고, 정약전의 천주님에 대한 이해, 그리고 당시 조선의 상황도 덤으로 알 수 있는 시대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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