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 개정판
이동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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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개정판)

 

이 책은 방대한 <삼국지>를 심리학의 차원에서 읽어보고 있다.

<삼국지>를 내용별로  시간을 따라 서술하면서, 그때그때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속마음, 심리를 분석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삼국지>의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일어나는 사건에 들어있는 인간의 심리를 헤아려 보고 있는 것이다.


권력을 업은 사디즘

 

예컨대, 2<십상시의 난과 어부지리>에서 권력을 업은 사디즘이란 부제가 붙어있다.

그것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일단 사디즘의 정의를 살펴보자.

사디즘(sadism)은 상대 (동물 포함)를 신체적으로 학대를 주거나 정신적으로 고통을 주어 성적 쾌감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위키백과)

 

여기서 사디즘을 성적 쾌감에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 항목에서는 거세를 하고 궁에 들어와 권력을 행사하고 있던 환관들의 심리를 사디즘으로 파악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남들에게 투영하여 다른 이들을 괴롭히면서 자신들의 처지를 위로했던 것이다. 즉 너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었던 것이다.

 

그런 사디즘은 불안이 고착화되고 그 불안에서 벗어날 희망이 없을 때 자라나기 쉽다. 그런 성향이 권력을 잡고 가학적 행동을 하기 시작하면 좀처럼 멈출 줄을 모른다. 게다가 그들은 또 다른 가학적 방식을 고안해, 타인들이 자신들에게 자비를 갈구하도록 만들고 자신들이 계속 통제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영제 당시에도 권력을 잡은 환관들은 누구보다도 냉혹했다. 환관 세력이 일으킨 당고의 금 때 1천여 명의 청류파 사대부들이 큰 화를 입었고, 환관 독재의 체제가 갖추어졌다. (59)

 

실상 여기에서 그런 환관들의 비뚤어진 심리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비를 비롯하여 삼국지 중요 인물들의 마음을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할 것이다.

그래야만 <삼국지>의 삼국이 어떻게 해서 이루어지며, 그렇게 삼국의 역사가 진행되는 동안 인물들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움직였나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유비의 심리 파악하기

 

유비라는 인물에 대하여는 여러 설이 있다.

그 누군가 만화가는 유비를 쪼다로 표현하기도 했는데, 그럴 정도로 유비란 인물 별 볼일 없는 인간이기도 하다.

 

황숙이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 그런지도 의문인 인물, 또한 무술이나 학식으로도 관우나 장비에게 뒤떨어진 인물, 그런 유비가 대체 어떻게 해서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이 있다.

 

이러한 유협적 유교의 대표적 표상이 유비였는데, 그는 협()으로 대중의 무의식을 사로잡고 유()로 지식인의 명분을 움직였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이 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시대정신에 부합하거나, 시대정신을 아울러야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달리 말해, 시대정신 중 대표적인 하나의 흐름을 타고 대표성을 획득할 때 그 시대를 주도하는 인물이 될 수 있다. (13)

 

<삼국지>를 읽으면서 유비는 마치 한 차원 위에 있는 인물처럼 느껴졌는데, 바로 유와 협, 유협이란 개념으로 유비를 살펴보니, 납득이 된다. 유협으로 대중과 지식인을 사로잡았다는 것!

 

<삼국지>를 새로운 각도로 읽어보자.

 

또하나 재미있는 분석을 기록해 두고 싶다.

바로 로버트 스턴버그의 삼각이론 (20)



 

저자는 스턴버그의 삼각이론으로 유비와 관우, 그리고 장비의 관계가 왜그리 긴밀했을까를 설명하고 있다.

 

애정의 기본 요소는 열정, 친밀감, 헌신 세 가지이다.

모든 애정관계는 초기에 열정이 강하고 시간이 흐르면 그 강도가 줄어든다. 그 빈자리를 친밀감과 헌신이 메워준다면 애정은 변함없이 유지될 수 있다.

 

유비 3형제의 관계는 그렇게 열정, 그리고 친밀감과 헌신으로 채워져, 그 세 사람은 죽을 때까지도 그런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삼국지>를 또 읽었다. 대체 이게 몇 번째인지?’

, 쓰고 보니 내 마음과는 반대로 약간 질린다는 뜻으로 읽힌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 먼저 말해둔다.

몇 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는 게 바로 <삼국지> 아닌가?

정말 그렇다. <삼국지>를 어려서 동화책 수준의 <삼국지>부터 헤아려 본다면, 적어도 몇 십번 되는데 신기하게도 읽어도 읽어도 전혀 물리지 않는다. 진정이다.

 

그럼 이 책은 어떨까?

전혀 물리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각 인물들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

등장인물들의 활약상을 지금까지는 바깥 모습만 보고 읽었다면, 이 책으로는 바깥 모습과 그런 바깥 모습을 만들어주었던, 삼국지의 저 밑바닥을 흐르고 있었던 심리까지 읽을 수 있으니, 점점 삼국지는 흥미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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