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 하늘길
한승원 지음 / 문이당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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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하늘길

 

이 소설은 정약전이 유배를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정약전은 나주 다경포에서 배를 탄다, 목적지는 흑산도, 전라도에 있는 섬이다.

이번에 두 번째 유배길이다.

첫 번째는 한양에서 출발하여 신지도에 갔었고, 이번에는 한양에서 나주 다경포를 거쳐 흑산도로 가는 길이다.

 

이윽고 흑산도에 도착한 정약전, 이로부터 섬에서 유배 생활이 시작된다.

소흑산도에서 시작한 유배 생활은 다시 대흑산도로, 그리고 다시 소흑산도로 옮겨와, 거기에서 삶을 마감한다.

 

그런 유배 생활을 저자는 정약전의 가슴을 들여다보는 것인양 생생하게 그의 심사를 풀어헤친다. 외롭고 쓸쓸한 섬에서 그는 어떻게 유배생활을 견뎌냈을까?

 

더 안타까운 것은 그가 사랑하는 동생 정약용과 같이 유배길에 나서, 약용은 강진으로 약전은 흑산도로 간다. 그 뒤로 두 사람은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 그런 한과 안타까움이 절절히 묻어나는 약전의 심사를 이 소설은 가슴 아리도록 절절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에서 만나는 사람들

 

이 소설에는 주인공 정약전을 둘러싸고 등장하는 인물 중, 실제 역사에서 알려진 이들이 있다.

 

첫 번째 인물, 홍어장수 문순득을 만난다.

 

이 소설에서처럼 나주 다경포에서 흑산도 가는 유배길에 배를 태운 사람은 아니지만, 문순득은 약전과 교류하는 사이로, 이런 기록이 보인다.

 

고향에 돌아와 다시 본업인 어부로 돌아간 그는 어느 날 다시 홍어를 거래하기 위해 흑산도에 들렀는데 이때 흑산도에 유배 온 정약전을 만났다. 그는 정약전에게 풍랑을 만나 표류하며 보고 들은 바를 전해주었고 정약전은 그의 체험담을 날짜별로 기록한 <표해시말(漂海始末)>이라는 책을 쓴다. <표해시말> 집필을 계기로 그는 정약전과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그는 정약전을 가족처럼 모셨고 정약전이 유배지에서 사망했을 때는 극진하게 장례도 치러주었다. 정약용도 형 정약전을 통해 그의 친절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아들을 낳았을 때 아들 이름도 지어주고 정약전이 사망한 후 그가 장례를 잘 치러 준 것을 감사하는 편지도 보냈다.

(https://namu.wiki/문순득)

 

두 번째 인물, 이 소설에 창대(昌大)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장덕순(張德順, 1792? ~ ?)

대둔도 수리 마을 출신으로 정약전이 <자산어보>를 저술한 것에 도움을 줬다고 하며, 정약전의 부름을 받고 함께 연구해 차례를 매겨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이 소설은 그런 인물도 정약전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여놓아서 약전의 귀양살이가 또다른 의미에서도 가치있었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있다. 여러 기록을 살펴보니, 그런 인물들의 실재가 정약전의 삶에 아주 귀한 도움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말꼬리 ‘~

끝부분이 처지면서 길게 늘어지는 그 말꼬리의 억양 속에는 어리광이 담겨있는 듯싶으면서도 상대를 억지스럽게 달래는 설득의 의지와 기어이 자기 의지대로 일을 밀고 나가겠다는 은근한 오기가 들어있었다. (13)

 

저는 형님께서 가시는 흑산을 흑산이라 부르지 않고 현산(玆山)이라 부르겠습니다. (14)

정약용이 정약전에게 한 말이다.

 

손암 (巽庵) : 정약전이 새로 정한 호.

()<주역>에서 들어간다는 것으로 들어가면변전 발전하는 주역의 원리에 따라 오래지 않아 나오게 되는 것이었다. (82)

 

주신이라는 말 (128,129 )

주신(酒神)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말한다.

그런데 이 말을 조선시대에서도 사용했을까?

지금에야 많이 사용하는 말이지만 조선시대에 신()이라 하면 감히 말하기도 어려운 단어요 개념이었을 것인데 거기에 술 주()자를 붙여 주신이라 했을까?

 

희망을 가져야 외로움과 슬픔과 억울함을 이기고 살아 배길 수 있다. (138)

 

심화(心火)를 끄지 못하면 그 불이 사람을 태워죽인다. (160)

 

다시, 이 책은?

 

정약전의 흑산도 유배를 다룬 또다른 소설로는 김훈의 <흑산>이 있다.

김훈은 정약전 및 당시 천주교 박해를 주제로 해서 <흑산>을 썼는데, 그 내용이 이 소설과는 결이 다르다.

 

이 소설의 제목은 흑산도 하늘길이다.

흑산도, 분명 정약전은 배로 다녔건만 이 소설의 제목을 하늘길이라고 한 데서 저자의 의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늘, 정약전이 바라보고 따라가려 했던 길이 바로 하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약전이 귀양살이를 했던 곳, 소흑산도와 대흑산도를 찾아보았다.

소흑산도 본우이도, 대흑산도 (18)

 

어디에 있는 섬인지, 두 개의 섬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아우 다산이 해배되면 형을 찾아올텐데, 그 먼길 특히 뱃길을 오려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에 정약전이 다시 돌아간 곳이 소흑산도였기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게 궁금해졌다.

 

그런 형과 아우의 정도 읽을 수 있고, 정약전의 천주님에 대한 이해, 그리고 당시 조선의 상황도 덤으로 알 수 있는 시대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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