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데트의 노래
프란츠 베르펠 지음, 이효상.이선화 옮김 / 파람북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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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데트의 노래

 

이 책은 소설이다.

프랑스에서 일어난 사건, 루르드의 성모 발현 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프랑스 루르드의 성모 발현이란 이런 내용이다.

1858211일부터 프랑스 루르드에서 성모 마리아가 베르나데트 수비루(Marie Bernarde "Bernadette" Soubirous, 184417~ 1879416)이란 소녀에게 나타났다. 모두 18번 나타났는데 당시 14살의 가난한 소녀였던 그녀는 돌아가는 상황을 채 이해하지 못한 채, 그곳에서 이름도 모르고 정체도 모르는 여인을 만났다.

 

이 책은 이 소녀를 비롯한 가정, 그리고 마을에 그 뒤로부터 일어난 일들을 차근차근 기록하고 있는데, 여러 매체에서 다루고 있는 성모 발현 사건의 기록보다도 더 심층적인 묘사가 돋보인다. 물론 소설이니까 사실 그대로가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되었겠지만 오히려 그래서 사건의 실체를 잘 알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이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서문>에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창작인가내 대답은 이렇다.

이 책에 나오는 기념비적인 사건들은 모두 실제 일어난 일이다. (...........) 나의 서술은 이 진실성을 조금도 왜곡하지 않을 것이며, 시인으로서 창작의 자유를 다만 이 작품이 복잡하게 얽힌 사건의 설명이 지루하게 길어져 생기를 잃지 않도록 시간의 길이를 압축하는 데에만 사용할 것이다. (14)

 

이 책의 작가인 프란츠 베르델에 대해 잠깐 언급할 게 있다.

 

작가 프란츠 베르델은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와 인연이 있다.

부인이 알마 말러인데 그녀는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미망인이다. 구스타프 말러가 1911년 심장병으로 타계하고 나중에 프란츠 베르델과 알마 말러는 부부가 되었고 그후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하였다. 이 책은 미국으로 이주한 후에 발표한 작품이다.

 

등장인물들

 

이 책의 말미에 등장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을 읽던 중에 말미에 등장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책을 펼쳐들면서 일단 앞에서부터 읽어가기 때문에, 이것 놓칠 수가 있으니 독자들은 이 점 참조해서 먼저 뒤를 살펴보는 게 좋겠다. 그런 점을 감안한다면 책을 편집하면서 등장인물 소개를 앞부분에 배치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등장인물들이 많다. 인물들이 속한 기관들도 다양하다.

주인공인 베르나데트의 가족과 이웃, 그리고 그 지역의 인물들을 비롯해서 국가, 가톨릭 교회, 그리고 느베르 수녀원까지 프랑스 나라 전체가 총동원된 듯하다.


베르나데트는 이런 아이였다.

 

주인공 베르나데트는 어떤 사람이었나? 아니, 어떤 아이였나?

그것부터 시작한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동생들이 있는 가난한 집 아이다. 이제 14살인데 학교에서 공부도 별로 하지 못하고, 똑똑한 축에도 들지 못하는 그런 아이다.

 

베르나데트는 이 순간까지 자신에게 위로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몰랐다. (81)

 

그 고귀한 여인과 대화를 나누는 것, 그녀는 마치 사랑에 빠졌으나 자신의 사랑에 대해 말할 수 없어 괴로워하는 연인처럼 고통받고 있다. (94)

 

베르나데트는 멍청해서 그런 이야기를 꾸며내지 못해.

분명히 배르나데트는 거짓말은 안해. (125)

 

지금 상반된 두 가지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자신만이 여인에 대해 알고 독점하고 싶은 감정과 온 세상에 알리고 함께 여인을 보고, 기쁨을 나누고 싶은 감정이다. (127)

 

난 여인과 말할 때, 여기서 말하는데...

여기서라고 말할 때 그녀는 손가락으로 자기의 가슴을 가리킨다. (155)

 

뛰어난 인물 심리 묘사

 

그런 아이, 베르나데트가 어느날 신비체험을 했다는 사실이 서서히 마을에 퍼지고, 그게 일파만파 프랑스 전역에 알려지게 된다.

 

그러자 소녀를 둘러싼 다양한 기관들이 등장하여, 논쟁의 소용돌이로 진입하게 된다.

시장, 경찰서장, 검사, 판사, 학교 교장, 가톨릭의 주교, 신부, 수녀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베르나데트의 체험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피력한다.

 

이때 저자가 각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그 사건에 대한 입장을 피력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는데, 마치 살아있는 인물들이 등장하여 몇 번이고 토론의 장을 펼치고 있는 것처럼, 소설의 묘사 또한 치열하다. 


그러한 장면을 읽어가면서, 어떤 한 사건에 대하여 처해있는 입장에 따라 이렇게 의견이 다를 수도 있겠구나, 그리고 그러한 입장 또한 사건의 진척에 따라 변하게 되는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된다.

 

루르드의 성모 발현의 시간별 기록

 

이 소설은 루르드의 성모 발현 사건을 시간별로 추적하고 있다.

그래서 맨처음에는 주인공 베르나데트의 가족 이야기부터 다루고 있다. 어떤 가정인가, 그녀는 어떤 아이였는가, 그리고 사건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또한 그후의 모든 과정, 그녀가 죽는 모습과 그 뒷이야기까지.

이 책을 통하여 어떤 다른 기록보다도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기록된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소설이 나오는 데에는 저자의 인생 역정도 한몫을 한다. 저자는 나치를 피해 도주하던 중 프랑스의 루르드에 잠시 들르게 되었고, 거기에서 이 놀라운 사건의 실체를 접하게 된다.

 

그렇게 나치를 피해 다니던 중에 만난 이 이야기를 듣고, 저자는 모종의 맹세를 한다.

이 위기에서 벗어나 미국의 해안에 도착할 수만 있다면, 제일 먼저 베르나데트의 노래를 쓰겠노라고. (14)

 

저자는 다행하게도 나치의 손에서 벗어나 미국으로 가게 되었고, 그는 그때의 맹세를 잊지 않고, 이 소설을 쓴다. 그렇게 해서 이 책은 독자들의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궁극적인 생명의 가치에 무관심하며 조롱하는 풍조에 염증을 느꼈다는 저자의 심정(15) 또한 확실하게 전해지고 있다. 그러니. 내용의 진실됨과 저자의 간절함을 책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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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미친 사람들 - 카렐 차페크의 무시무시하게 멋진 스페인 여행기 흄세 에세이 6
카렐 차페크 지음, 이리나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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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미친 사람들

 

카렐 차페크가 쓴 유쾌한 스페인 여행기,

이 책을 이렇게 말하면 될 것이다.

 

유쾌한 여행기라고 소개한 것은 이런 발언들을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골목길에서 길을 잃어도 후회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그곳에서도 우리는 날렵한 발굽으로 돌길을 재빠르게 걷는 당나귀를 피할 테고, 열린 안뜰과 마졸리카 계단을 볼 것이며, 무엇보다 현지 사람을 만나게 될 테니까. (37)

 

또 있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 그가 여행을 유쾌하게 다녔다는 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은 대단히 유쾌한 사람들이다. 안달루시아 스타일의 넓은 챙 모자를 쓴 청년, 만틸라를 두른 여성, 귀 뒤에 꽃다발을 꽂고 늘어진 눈꺼풀 아래로 까만 눈동자를 가진 소녀. 그들이 비둘기처럼 뽐내며 얼마나 경쾌하고 민첩하게 처신하는지, 어떻게 서로에게 교태를 부리는지, 그리고 그들의 끊임없는 구애가 얼마나 열정과 품위로 가득 차 있는지 보는 것은 정말 즐겁다! (111114)

 

여행하면서 그는 유쾌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 유쾌한 사람들을 글로 옮기면서 즐거워했다, 정말 즐겁다고 외치고 있다. 그런 글을 읽는 내내 독자들도 분명 유쾌해 질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을 인용하면서 인용 페이지를 유의해 본다면,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건 고작 몇 줄의 문장을 인용했는데 그 페이지가 무려 4쪽에 이른다는 것, 이상하지 않은가?


그건 바로 그가 만틸라를 두른 여성이라는 말을 비롯해서 그 문장에 쓰인 내용들을 그림으로 형상화하고 있기에 그렇다. 그걸 그려내는 작가의 그림 솜씨가 글을 무척이나 유쾌하게 만들어 놓고 있다. 그 그림들은 직접 확인하시라.

 

스페인의 세비야

 

세비야라는 도시를 알고 있다. 몇 편의 오페라의 무대가 되는 도시다.

<세비야의 이발사>, <피가로의 결혼> 그리고 <카르멘>

 

그런데 이 책에서 세비야에 관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히랄다의 빛나는 첨탑 (74, 87)

 

<카르멘>의 무대가 된 정부의 담배 공장 (79)

 

투우장 (120)

 

세르반테스에 관한 일화도 듣게 된다.

 

그가 술을 마시고 글을 썼던 다른 여관이 있다. 빚을 못 갚아 지내던 감옥도 있다.

그 때 감옥은 지금 여관이다.

포사다 데 라 상그레 피의 여관, 그리스드의 피를 상징하는 여관이다,

그는 세비야의 이 여관에서 살고, 마시고 빚을 지고, 소설 모범 소설을 섰다. (42)

 

작가라 그런지 역시 예술에 관한 조예가 깊다는 게 여실히 증명되는데

그가 세비야에 관련된 화가들을 여럿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무리요. 스페인의 화가다, 그는 세비야 출신이란다.

 

무리요의 작품을 보고 싶다면 스페인의 세비야로 가는 것이 좋다.

그의 작품이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세비야 특유의 열정적인 부드러움 때문이다.

그가 그린 성모 마리아 작품들은 부드럽고 따뜻한 빛속에 있는데 꼭 세비야의 풍만하고 먀력적인 여자들 같다. (65)

 

그리고 벨라스케스, 그 역시 세비야 출신이다.

벨라스케스에 대하여는 그저 <시녀들>이란 그림만 떠오르는데, 이 책으로 더욱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엘 그레코, 고야, 리베라, 수르바란 등 스페인의 화가들을 여럿 만나게 된다.

 

그리고 투우에 관한 다양한 용어들을 만난다.

 

투우하면 그저 빨간 보자기를 펄럭이면서 성난 소와 싸우는 투우사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투우장에는 다양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역할 따라 다 제각기 이름들을 가지고 있다.

 

마타도르, 에스파다 마지막에 소를 찔러죽이는 투우사 (121)

푼티예로 황소의 마지막 숨통을 끊는 투우사 (131)

반데리예로 장식이 달린 창인 반데리야로 소를 찌르는 투우사

파카도르 기마 투우사

추로 소를 성나게 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

레호네아도르 말을 타고 창으로 소에게 상처를 내는 투우사 (122)

 

다시, 이 책은?

 

카렐 차페크 하면 잘 모르는 작가지만, 로봇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희곡 R. U. R.을 쓴 작가라면 누군가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런 작가가 이번에는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유쾌한 여행기를 선사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그가 그림도 그려가면서 글도 썼다는 점이다.

그의 그림도 아주 수준급이어서, 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런 그림 소개하련다.

 

침대차에서 침대 위 칸으로 어떻게 올라가느냐 하는 것이다. 특히 아래 칸에 이미 누군가 잠들어 있을 때에는 더욱 난감하다. (........) 올라가는 데는 여러 가지 지루한 방법이 있다. 여유 있게 점프하거나 점프하지 않고 위로 몸을 죽 뻗는 방법(........) (13)

 

이 부분을 그린 저자의 그림 솜씨를 한번 감상해보자. 어떤가? 그림이 있어 그의 글이 훨씬 재미있고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저자는 소설과 희곡을 통해 미래에 대한 빛나는 통찰을 보여주었는데, 여행기에서는 독자들을 아주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또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여행이란 이런 것이다, 라고 보여주고 있다. 해서 유쾌함과 즐거움, 담뿍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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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랜프 2 - 메시아의 수호자
사이먼 케이 지음 / 샘터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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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랜프 2

 

1권에 이어 2권에 그 후속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데, 1권 말미에 등장인물이 더해진다.

 

바로 움스크린에서 태어난 선우희, 홀랜프를 물리칠 수 있는 구세주 역할을 맡게 되는 인물이다.

그렇게 선우희가 태어나고 5, 그러니까 그들이 벙커에 들어간지 6년 째 되는 날, 주인공들은 바깥 세상으로 나온다.

그들이 그 안에 있는 동안, 세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 기간 동안에 홀랜프와의 두 번의 대전이 있었다.

그리고 인간 중 살아남은 사람들 중 일부는 홀랜프의 편에 선 존재가 되었는데, 그 명칭을 페카터모리라 한다.

 

페카터모리, 낯선 용어다.

그런데 그 용어는 낯설지라도 그 내용은 우리 역사에서 만난 적이 있다. 아마 저자는 그걸 염두에 둔 것인지도 모른다. 6년이라는 기간과 그 기간 동안에 홀랜프의 강압, 회유에 넘어가 홀랜프의 편이 되어버린 사람들, 무언가 감이 오지 않는가?

 

강한 생물이 지배하는 것이 우주의 이치라고. 게다가 우리처럼 올바른 정신을 가진 생물체가 더 나은 세상으로 모두를 이끌어 나갈 테고. 인간은 굳이 홀랜프가 아니어도 망했을 종이야. 다행히 홀랜프의 축복이 내려 우리를 이렇게 새로운 진화체로 만들어준 게 아니겠나? (1, 332)

 

1권에서 인용한, 페카터모리 알파라는 인간이 내뱉은 자기 변호 중 한 구절이다,

그 안에 숨겨진 논리, 어디선가 들은 것 같지 않은가?

 

드디어, 결전의 시간이다.

 

그렇게 지상으로 다시 나온 주인공들과 지상에 남아 홀랜프에 대항하던 사람들과 합세하여

홀랜프를 몰아내기 위한 전투를 시작한다.

 

저자는 그 과정을 아주 상세하고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지만 그 과정을 굳이 여기에서 상세하게 언급할 필요는 없다. 소설에서 언제나 주인공은 어려움을 겪고 살아남는 법이니까.

 

그런 과정을 아주 세세하게 생각하고 기록한 저자의 노고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우리 역사에, 또는 앞으로 생길지도 모를, 그런 투쟁 과정을 독자들로 하여금 경험하게 하고, 기억하게 만들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하나 말해두자면, 아마 수퍼맨 등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전투 장면이 떠오른다. 슈퍼맨 등 주인공들은 이 책에 등장하는 어빌리스의 소유자가 아닐까. 그래서 그들은 자유자재로 몸을 컨트롤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다시. 이 책은?

 

이 책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타이틀이 예사롭지 않다.

 

2권에서는

프롤로그 : <인간은 자기 뜻대로 계획하고>

에필로그 : <신은 자기 뜻대로 실행한다.>

 

1권에서는?

1권을 꺼내 다시 찾아보니, 역시 같은 말이다.

<인간은 자기 뜻대로 계획하고>, <신은 자기 뜻대로 실행한다.>

 

왜 저자는 그 말로 이 책의 처음과 끝을 마무리했을까?

 

인간에 대한 성찰이 엿보이는 구절이 많이 보인다.

 

인간의 궁극적이고 완전한 목표는 영원히 산다거나 부자가 된다거나 건강하다거나 하는 그런 육체의 것이 아니야. 인간의 삶은 결국 정신과 육체 그리고 영혼을 깨닫는 과정이거든. 태어날 때 육체의 완성을 거쳐 정신적인 발전을 이루다가 결국 더럽게 썩어지는 육체는 버리고 정신과 영혼만 가져가는 거지. 그러니 진정으로 인간이 갖고 싶은 것은 결국 더러움에서 분리된 상태, 코데시(Kodesh), 즉 거룩하기 위함이야.” (2, 9)

 

이 모든 일을 예상하고 대비한 최박사의 인간론이다. 이 말을 2권 초두에 심어놓은 저자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구절이다.

 

코데시(Kodesh)라는 단어를 찾아보니, 히브리어다.

히브리어로 잘라냄, 분리함, 더러움과 분리된 상태, 일반 세속적인 것이나 부정한 것으로부터의 탈퇴, 신성하고 성스럽고 순수한 것에 대한 헌신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 소설은 그래서 그러한 거룩을 유지하고, 잃지 않기 위해 외계의 존재와 치열한 투쟁을 각오해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한 게 아닐까. 물론 외계의 존재가 무엇인지는 독자들 각자 생각하기 나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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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랜프 1 - 거룩한 땅의 수호자
사이먼 케이 지음 / 샘터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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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랜프 1

 

이 책을 읽기 위해, 사전에 알아두어야 할 용어들이 많다.

 

그중에 하나, 어빌리스

 

무슨 의미일까?

영어인가? Avilis, ability abilice, abilis. ?? 

관련되는 것이라 생각되는 단어들을 찾아보았으나 마땅한 게 보이지 않는다.

하여간 영어로는 검색이 되지 않는 단어다.

그렇다면 저자가 만든 신조어일까?

 

어빌리스가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주고 있으니 다행이다.

 

어빌리스는 모든 살아있는 생물체에게 존재하는 에너지다.

훈련을 통해 어빌리스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발전시키면 몸에 흐르는 전류, 정확히는 뇌에서부터 시작되는 뇌류를 이용해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 체내에 존재하는 힘을 이용해 체외에 흐르는 에너지를 발견하여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199)

 

그런 어빌리스를 선우민 사범이 발견하고, 거기에 최박사의 기술력이 더해져서 어빌리스가 사용되게 되었다.

그러한 어빌리스를 최박사가 준비한 아이들에게 전수하고 그것을 활용해 외계인의 침공에 대항해 싸운다는 게, 이 소설의 간략한 얼개다.

 

이 소설은 1권과 2권이 발간되었는데 

1권은 Act 1-3 으로 구성되었다.

 

Act 1은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라 등장인물들이 서서히 나타나는 이야기로 채워지고

Act 2 에서는 이야기가 좀 더 진전되면서 괴생물체들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괴생물체가 등장하는데 거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이 무턱대고 지구를 피괴하고 지구인들을 죽인다. 조금 자세한 배경 설명이 있으면 좋았겠다. 다만 최박사의 발언으로 그 이름은 알게 된다.

 

우리가 일하면서 외계인이다 생물체다 이렇게 부르는 것 때문에 외신에서 뭐라 하는 것 같아서 우리끼리의 용어를 새로 만들어 보았네. (136)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이름이 바로 홀랜프다.

Holy Land Patron

단어의 앞자를 따서 HOLLANP, 홀랜프.

 

갑자기 나타난 괴생물체들의 공격에 온 세상이 폐허가 되어간다. 인간들은 영문도 모른 채 괴생물체들에게 죽어간다. 하늘에서 비행하는 대형 괴생물체들은 인간들이 이제껏 지어온 건축물들을 공격하고 파괴한다. 대형 괴생물체 위에 탑승하고 있던 인간과 비슷한 크기의 중형, 인간의 반 크기인 소형 괴생물체들은 지상으로 내려와 인간들을 공격한다. 중형 괴생물체들은 한 손에 총과 비슷한 무기를 들고 알 수 없는 빛을 쏴대고 돌기가 나 있는 날카로운 팔로 사람들을 베어 죽인다. 괴생물체들은 흡사 해파리와 물곰을 섞어놓은 모양이다. (140)

 

그들의 모습은 구체적으로 이렇다.


큰 것과 작은 것으로 구분되는데,

큰 것은 100미터 정도 되는 대형 괴생물체로서 마치 용을 연상시키는 움직임에 크고 길다.

소형 괴생물체는 대략 70센티미터 크기로 역시나 뽀죡한 두 칼이 팔에 붙어있고 빠른 속도로 인간을 공격하기도 하고 그대로 잡아먹기도 한다.

또 그보다 작고 빠른 초소형 생물체들은 10센티미터의 크기로 대부분 개미처럼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사람의 몸을 갉아먹는다. (140-141)

 

그러한 괴생물체의 공격에 인류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한다.

 

그러한 괴생물체에 대항하는 방법은?

 

바로 최박사가 미리 준비해 둔 7명의 소년 소녀들이다.

이 소설 홀랜프는 그렇게 지구를 침공한 정체불명의 외계 생물체에 맞서 싸우는 청소년들의 모험을 그린 이야기이다.

 

과연 그 아이들에게 괴생물체에 대항할 능력이 있을까?

능력이 없다면 능력이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 최박사는 그것을 대비해 능력을 훈련시킬 모든 방법을 준비해 놓았다. 이 책 Act 3에서 그러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빌리스를 습득, 향상시키기 위한 훈련 방법은 두 가지다.

 

비전 트레이닝 (Vision Training, VT) : 체내에서 하는 훈련

퀀텀 트레이닝 (Quantum Training, QT) : 체외에서 하는 훈련.

 

이제 그들이 어떻게 훈련하는지 살펴보자.

 

우리의 신체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잘못되면 고통이 따르는 것이 그 증거이다. 그 신경을 하나하나 깨운 후 느끼고 감지할 줄 알아야 한다.

(.........)

그 소리를 들어라. 그리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조절해라. 정신적, 인지적, 신체적, 정서적 능력으로 너희의 재능을 극대화해 사용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어빌리스의 원동력이다. 집중력을 발휘해서 내면 깊은 곳의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보고 느껴야 한다. (232)

 

최박사와 생각을 같이 해온 서집사가 아이들을 훈련시키면서 하는 말이다,

이 말을 필두로 하여 서집사의 훈련은 계속된다.

 

 

다시. 이 책은?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이들과 같이 훈련하는 마음이 되는 것은 웬일일까?

그 아이들과 한마음이 되어서 지구를 침공하는 괴생물체에 대항하는 대항군의 일원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소설이 배경으로 하는 지구의 종말, 외계인의 침공으로 속절없이 무너져가는 지구의 모습이 단지 먼 이야기.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지금 당장 기후 위기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지 않은가?

정말 어떤 이유에서든지. 지구는 멸망할지 모른다.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한 시대적 배경이 바로 이런 소설을 등장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그렇게 괴생물체의 침공과 거기에 대항하는 우리의 주인공들,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데, 과연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의 활약상,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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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값 미술사 - 부자들은 어떤 그림을 살까
이동섭 지음 / 몽스북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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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값 미술사

 

그림값이 결정되는 미술 시장은 미술사, 경제학, 역사학, 심리학, 언론학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10)

 

그런 말에 덧붙여, 저자는 9가지 요인을 제시한다.

아홉 가지 요인이란 다음과 같다.

 

VIP의 소장작

희귀성

미술사적 가치

스타 화가의 사연 많은 작품

콜렉터의 특별한 취향

투자의 법칙

구매자의 경쟁심

뜻밖의 행운

명작을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저자는 이런 9가지 요인에 대해 화가와 그들 작품을 예로 들어가면서, 미술 역사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아무래도 돈이 관련되니까 들어있는 이야기들이 제법 진지해지고 무게감이 더해진다. 이런 이야기들 기억해둘만 하다.

 

그림을 소재로 하는 영화들

 

영화 <베스트 오퍼>를 알게 되다. (25)

<킹스 스피치>에서 열연을 펼쳤던 제프리 러쉬를 이번에는 그림 이야기로 만날 수 있다.

 

<우먼 인 골드> (129)

클림트 그림 다섯 점에 얽힌 사연이 담겨있는 영화다.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그림값이 달라졌을까? (61쪽 이하)

 

그림값은 이렇게 책정이 된다.

그림값 = 제작비 + 인건비 (기술력+화가의 창조성) (225)

 

그렇게 책정이 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르네상스 초반까지는 그림값은 그저 제작비 정도였는데 그 뒤로 그림값은 화가들의 실력차이가 인정되면서 인건비가 화가마다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그림값의 책정이 지금까지 이르렀고, 거기에 프러스 알파가 붙기 시작했는데, 그런 이야기들이 여럿 들어있다는 것, 이 책을 읽어가면서 얻는 재미이기도 하다.

 

백만장자들이 그림을 사는 여섯 가지 이유 (134쪽 이하)

 

그림은 최고의 투자,

비싼 그림을 사야 진정한 귀족이다. - 그림 구매는 신분을 드러내는 방법이다.

성취감

그림이 특별한 상품이다.

수집 자체가 주는 기쁨

아름다움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

 

워홀은 왜 비싸게 팔릴까?

 

워홀의 작품이 비싼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팝 아트의 미술사적 가치,

한눈에 쉽게 알아차릴 만큼 독창적인 작품 스타일,

예뻐서든 익숙해서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중성까지 갖춰서 미술관과 개인 컬렉터 모두에게 환영받기 때문.


그리고 또 하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146쪽을 참조하시라.

 

총알을 피한 매릴린 먼로, 청록색 매릴린

 

매릴린 연작을 완성했을 무렵 워홀의 친구인 행위예술가 도로시 파드버가 총으로 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워홀이 허락하자 파드버는 가방에서 총을 꺼내 그림들을 쏴버렸다. (155)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워홀은 파드버가 쏘아도 되겠느냐고 물을 때 shoot 이란 말을 사진을 찍겠다는 shoot로 알아들었다. 영어 발음이 같은 것으로 인해 생긴 해프닝이었다. 다행하게도 청록색 매릴린은 다른 곳에 있어서 총을 맞지 않았는데, 그래서 이 작품은 총격을 피한 청록색 매릴린이라고 불린다.

 

여러 화가들의 화풍을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화가들이 구현해내는 세계가 다음과 같이 다르다.

마네의 파격, 모네의 화려함, 르누아르의 풍성, 고흐의 치열, 세잔의 지성, 드가의 날카로움은 그들이 내포하는 깊이의 다른 이름들이다. (91)

 

클림트는 고전적인 소재와 구도에 화려한 색깔과 에로틱한 묘사를 버무려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대표적인 <키스>에서 잘 드러난다. (126)

 

하마터면 불타 없어질뻔한 그림, 고흐의 <가셰 박사의 초상> (193쪽 이하)

 

일본 부호 료에이 사이토는 고희의 <가셰 박사의 초상>을 우리돈 1,070억원에 구매했다. 그런데 말썽이 생겼는데, 그가 이 그림을 자기가 죽으면 이 그림을 태워 그 재를 같이 묻어달라는 발언을 한 것이다.


다행하게도 이 발언은 나중에 취소되었지만, 안타까운 것은 그가 죽은 후 지금까지 그림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여러 설이 있지만, 행방이 묘연한 것은 엄연한 현실, 그게 문제다.

 

화상의 역할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물론이고 그 그림의 거래를 중계하는 화상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단순히 경매를 진행하는 중개자의 역할로 끝나는 게 아니고, 피카소를 유명하게 만든 화상 폴 로젠버그와 조르주 빌덴슈타인의 경우처럼 그림 창작에서부터 판매에 이르는 거의 모든 과정에 화상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217)

 

미술 시장에서 이익을 보려면 미술사와 경제학은 물론이고, 때로는 구매자의 심리와 여러 사회 현상에 대한 이해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6)

 

다시, 이 책은

 

얼마전 고흐 관련 책을 읽다가 고흐의 그림 한 점 가격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전에는 단 한 점 그림을 팔았던 화가, 그래서 그림 그리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비용을 동생 테오로부터 받아 살았던 고흐, 그의 그림이 지금은 천정부지 금액이라는 것, 이제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그림값이 그렇다.

 

그래서 이런 의문이 생겼다.

대체 그림값은 어떻게 매겨지는 것일까?

일단 경매 절차를 통해서 그림이 사고 팔린다, 그래서 경매시 낙찰된 금액이 그림값이라는 것, 그 정도는 안다.

 

그런데 경매시에도 무턱대고 그림값을 부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어떤 기준이 있을 것인데. 그 기준은 무얼까?

여기 이 책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 답을 찾아가는 가운데, 화가와 그림에 얽힌 아기자기하고 재미난 사연들이 담겨있다.

마치 그림 전시회에 갔더니, 각 그림마다 사연과 그림값이 얼마이며 그 가격에 담긴 사연들이 같이 소개되고 있는 듯, 읽어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의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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