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미친 사람들 - 카렐 차페크의 무시무시하게 멋진 스페인 여행기 흄세 에세이 6
카렐 차페크 지음, 이리나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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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미친 사람들

 

카렐 차페크가 쓴 유쾌한 스페인 여행기,

이 책을 이렇게 말하면 될 것이다.

 

유쾌한 여행기라고 소개한 것은 이런 발언들을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골목길에서 길을 잃어도 후회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그곳에서도 우리는 날렵한 발굽으로 돌길을 재빠르게 걷는 당나귀를 피할 테고, 열린 안뜰과 마졸리카 계단을 볼 것이며, 무엇보다 현지 사람을 만나게 될 테니까. (37)

 

또 있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 그가 여행을 유쾌하게 다녔다는 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은 대단히 유쾌한 사람들이다. 안달루시아 스타일의 넓은 챙 모자를 쓴 청년, 만틸라를 두른 여성, 귀 뒤에 꽃다발을 꽂고 늘어진 눈꺼풀 아래로 까만 눈동자를 가진 소녀. 그들이 비둘기처럼 뽐내며 얼마나 경쾌하고 민첩하게 처신하는지, 어떻게 서로에게 교태를 부리는지, 그리고 그들의 끊임없는 구애가 얼마나 열정과 품위로 가득 차 있는지 보는 것은 정말 즐겁다! (111114)

 

여행하면서 그는 유쾌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 유쾌한 사람들을 글로 옮기면서 즐거워했다, 정말 즐겁다고 외치고 있다. 그런 글을 읽는 내내 독자들도 분명 유쾌해 질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을 인용하면서 인용 페이지를 유의해 본다면,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건 고작 몇 줄의 문장을 인용했는데 그 페이지가 무려 4쪽에 이른다는 것, 이상하지 않은가?


그건 바로 그가 만틸라를 두른 여성이라는 말을 비롯해서 그 문장에 쓰인 내용들을 그림으로 형상화하고 있기에 그렇다. 그걸 그려내는 작가의 그림 솜씨가 글을 무척이나 유쾌하게 만들어 놓고 있다. 그 그림들은 직접 확인하시라.

 

스페인의 세비야

 

세비야라는 도시를 알고 있다. 몇 편의 오페라의 무대가 되는 도시다.

<세비야의 이발사>, <피가로의 결혼> 그리고 <카르멘>

 

그런데 이 책에서 세비야에 관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히랄다의 빛나는 첨탑 (74, 87)

 

<카르멘>의 무대가 된 정부의 담배 공장 (79)

 

투우장 (120)

 

세르반테스에 관한 일화도 듣게 된다.

 

그가 술을 마시고 글을 썼던 다른 여관이 있다. 빚을 못 갚아 지내던 감옥도 있다.

그 때 감옥은 지금 여관이다.

포사다 데 라 상그레 피의 여관, 그리스드의 피를 상징하는 여관이다,

그는 세비야의 이 여관에서 살고, 마시고 빚을 지고, 소설 모범 소설을 섰다. (42)

 

작가라 그런지 역시 예술에 관한 조예가 깊다는 게 여실히 증명되는데

그가 세비야에 관련된 화가들을 여럿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무리요. 스페인의 화가다, 그는 세비야 출신이란다.

 

무리요의 작품을 보고 싶다면 스페인의 세비야로 가는 것이 좋다.

그의 작품이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세비야 특유의 열정적인 부드러움 때문이다.

그가 그린 성모 마리아 작품들은 부드럽고 따뜻한 빛속에 있는데 꼭 세비야의 풍만하고 먀력적인 여자들 같다. (65)

 

그리고 벨라스케스, 그 역시 세비야 출신이다.

벨라스케스에 대하여는 그저 <시녀들>이란 그림만 떠오르는데, 이 책으로 더욱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엘 그레코, 고야, 리베라, 수르바란 등 스페인의 화가들을 여럿 만나게 된다.

 

그리고 투우에 관한 다양한 용어들을 만난다.

 

투우하면 그저 빨간 보자기를 펄럭이면서 성난 소와 싸우는 투우사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투우장에는 다양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역할 따라 다 제각기 이름들을 가지고 있다.

 

마타도르, 에스파다 마지막에 소를 찔러죽이는 투우사 (121)

푼티예로 황소의 마지막 숨통을 끊는 투우사 (131)

반데리예로 장식이 달린 창인 반데리야로 소를 찌르는 투우사

파카도르 기마 투우사

추로 소를 성나게 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

레호네아도르 말을 타고 창으로 소에게 상처를 내는 투우사 (122)

 

다시, 이 책은?

 

카렐 차페크 하면 잘 모르는 작가지만, 로봇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희곡 R. U. R.을 쓴 작가라면 누군가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런 작가가 이번에는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유쾌한 여행기를 선사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그가 그림도 그려가면서 글도 썼다는 점이다.

그의 그림도 아주 수준급이어서, 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런 그림 소개하련다.

 

침대차에서 침대 위 칸으로 어떻게 올라가느냐 하는 것이다. 특히 아래 칸에 이미 누군가 잠들어 있을 때에는 더욱 난감하다. (........) 올라가는 데는 여러 가지 지루한 방법이 있다. 여유 있게 점프하거나 점프하지 않고 위로 몸을 죽 뻗는 방법(........) (13)

 

이 부분을 그린 저자의 그림 솜씨를 한번 감상해보자. 어떤가? 그림이 있어 그의 글이 훨씬 재미있고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저자는 소설과 희곡을 통해 미래에 대한 빛나는 통찰을 보여주었는데, 여행기에서는 독자들을 아주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또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여행이란 이런 것이다, 라고 보여주고 있다. 해서 유쾌함과 즐거움, 담뿍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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