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책을 읽을
때에,
‘내가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면서 읽지는 않을 것이다.
설사
의미있는 책을 접한다 할지라도,
그런
질문을 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그러나
이 책 <조선
상고사>는
이런 질문을 하면서 읽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책이다.
왜
이책을 읽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 없이 읽는 사람에게는,
이
책은 혼동만 가져다 줄게 뻔하기 때문이다.
왜냐면,
지금까지
우리가 배워왔던 주류학계의 역사지식으로는 이 책에서 느끼는 괴리를 그리 쉽사리 극복할 수 없을 것 같기에 그렇다.
그런
혼동과 괴리를 극복하기위해서는 반드시 그런 질문을 하면서 읽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하는 질문을
하면서 읽어보았다.
왜
<신채호>이며,
왜
<조선상고사>인가?
먼저 신채호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가져야 한다.
그가
누구인가?
그가
누구이기에,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책을 썼으며,
이
책은 우리 역사학계에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확실하게 대답을 하여야 한다.
그에 대한 대답을 하기 위해서 이
책에 소개된 그의 프로필을 잠시 인용한다.
신채호(申采浩,
1880∼1936)는
대한민국의 독립운동가,
사학자,
언론인이다.
지금의 대전광역시 중구 어남동에서
신광식(申光植)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호는
일편단생(一片丹生),
단생(丹生),
단재(丹齋),
금협산인(錦頰山人),
무애생(無涯生)
등이다.
충북
청원군 낭성면 귀래리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조부에게 한학을 배웠는데,
13세에
사서삼경을 모두 읽어 신동으로 불렸고,
19세에
성균관에 입학해서 1905년
성균관 박사가 된다.
같은
해 장지연(張志淵)이
『황성신문』에
『시일야방성대곡』을
쓰고 투옥되자,
그의
뒤를 이어서 논설위원으로 활동한다.
이듬해
『대한매일신보』의
주필이 되었고,
『이태리
건국 삼걸전』을
광학서포에서 발행한다.
1907년
신채호는 비밀결사 단체 신민회에서 독립운동을 하면서,
국채보상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앞장선다.
그런 사람이 바로
신채호다.
그러면
그가 저술한 이 책 조선상고사는 어떤 책인가?
<조선상고사>는
독립운동으로 10년
실형을 받고 뤼순감옥에서 투옥 중인 신채호가 1931년
6월부터
10월까지
<조선일보>에
〈조선사〉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글을 엮은 것으로,
신채호가
순국한 지 12년이
지난 1948년에
출간되었다.
단군시대부터 백제부흥운동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제1편
〈총론〉에서
제11편
〈백제의
강성과 신라의 음모〉까지
모두 11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시 보충설명을
덧붙인다.
신채호는
어떤 사람인가?
안재홍은 그를 가리켜
‘가부(可否)가
분명하다'고
했다.
그런
그이니 그의 앞에 놓인 역사를 서술함에 있어,
시세에
따르지 않고 당파를 따지지 않고,
다하여
민족을 가르지 않았다.
그는
사실에 입각한 바른 역사를 기술하려고 애썼다.
여기에서 애를 썼다는 것이 공연한
말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앉아서 사료를 뒤적일 때에 그는 역사가 이루어졌다는 땅을 직접 밟아보고 관찰하였다.
그게
바로 신채호가 역사를 위하여 애를 썼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호사가의 취미생활같은 유적답사가 아니다.
그 상황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여비가
부족해서 능과 묘를 모두 구경하지 못했고,
그래서
전부 몇 개가 되는지 세어보지 못했다.>
<현지의
일본인이 탁본해서 파는 광개토왕릉비문의 가격만을 물어보았고.....>
<
그
오른 쪽에 있는 제천단을 붓으로 대강 그려서 사진을 대신하였다.>
(51쪽)
그런 정황으로
보아,
그가
재정적 형편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역사를 바로 정리하기 위하여 발로 뛰어다니며 확인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눈에 선하지 않은가?
게다가
수중에 돈이 없으니 사료가 될만한 자료를 구입하지 못하여 마음 아파하는 그의 모습이,
바로
이런 책을 쓰기에 적합한 인물이라 할 것이니,
그런
인물이 쓰는 역사야말로 진짜 역사일 것이다.
그런 가부가 분명한 신채호가 우리
역사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그게
바로,
<조선상고사>이다.
신채호가
썼기에,
이
책 <조선상고사>가
의의가 있는 것이다.
가부를
분명히 하는 그가 썼기에 이 책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파당을
지어 자기들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서로 끌어주며 밀어주면서 학파를 유지하기 위해,
역사
기술하기를 손바닥 뒤집기 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이 책이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조선상고사>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그런데,
딱
한가지 문제가 있다.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라는
책은,
읽을
수는 있으나,
내용적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개개인의 성향이나 공부 정도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
역사의 가르침이 그렇게 되어 왔길래,
그래서
우리가 그런 서술에 익숙해져 있길래,
이
책을 읽는 데는 낯설고 어색한 부분이 많이 보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역사를 바라보는 눈이 그렇게 길러졌기 때문이다.
다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조선상고사의 문제점을 인용해본다.
.
《조선상고사》
원문은
지금의 우리말과 큰 차이가 있어 내용을 이해하며 읽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그
다음 단계는 과연 이 책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얼마만한 접근성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내용도
낯설은데,
그
내용의 서술하는 언어마저 현대인들에게 접근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면,
그
책 내용을 이해하려는 노력 이전에 책을 읽어가다가 중도포기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제 문제는 과연 어떻게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이 책을 번역했는가로 요약이 된다.
왜
<김종성
번역,
역사의 아침
출간>인 이
책인가?
나에게는 두 권의
<조선
상고사>가
있다.
신채호의
저작임은 분명하나,
번역자가
다른 책이다.
그러니
이 책들을 읽으면서 부득불,
다른
번역본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이하에서,
이
책이라 함은 김종성 역으로 ‘역사의
아침’에서
출판된 책을 말하며 비교가 되는 다른 책은 밝히지 않겠다.)
1.
먼저
이런 부분을 읽어본다.
[그
결과 도깨비도 뜨지 못한다는 <땅
뜨는 재주>를
부리어,
졸본을
떠다가 성천 혹은 영변에 갖다 놓고,
안시성을
떠다가 용강 혹은 안주에 .....]
(31쪽)
여기에서
<땅
뜨는 재주>가
무슨 의미인지 이해되는지?
물론
그 뒤의 문장을 계속해서 따라 읽어가다 보면 무슨 의미인지 감이 오지만,
그
말 자체로는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땅을
삽으로 떠서 퍼서 -
옮긴다는
말인지?
그러나 이 책을 보면 그게 훨씬
이해가 빨리 온다.
[그들은
도깨비도 흉내 못낼 ‘땅
옮기는 재주’를
발휘했다.
졸본을
들어다가 성천 혹은 영변에 놓고,
안시성을
들어다가 용강 혹은 안주에 놓고....]
(30쪽)
2.
정확한
번역은 어떤 책?
‘아’의
문화적 강보에서 성장한 일본이 ‘아’의
巨X
가
되지 않은 이유,
(27쪽)
이 책에서 이 글을 읽을 때에
‘巨X’란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의아했다.
왜
갑자기 X
란
부호가 등장할까?
그러나 그 의문은 바로
풀렸다.
그
다음 페이지에 그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명에
의하면,
“巨X”는
일본이 보기에 불온한 표현이기 때문에 삭제됐을 것이다.
문맥을
고려할 때,
신채호가
신하(臣下)라는
표현을 사용하려다가 고의로 혹은 실수로 거하(巨下)라고
썼고,
의도를
알아차린 총독부가 하(下)자만
삭제했을 가능성이 있다.
(28쪽)
따라서
X
는
총복부에서 글자를 삭제했다는 표시이다.
그
것을 이 책에서는 분명히 해 놓고 있다.
한편 그에 대한 번역이 다른
번역본에서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아의
문화의 강보에서 자라온 일본이 아의 한 부분이 되어 있었던 것이 현재는 그리 되어 있지 않은 사실과 ...>(28쪽)
다른 번역본에 의하면 신채호와 일본
총독부간의 줄다리기가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신채호가
바른 역사를 기록하기 위하여 애쓴 그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다.
3.
현대화된
문장
다른 번역본이 그대로 직역하는
바람에 고어체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데 비하여 이 책은 그러한 고문체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현대의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예컨대 이런 번역을 대비해
보자.
<그
후에도 어느 정도 노력했지만 나는 몇 걸음도 더 진보하지 못했다.
그
원인을 국내의 역사 독자들에게 하소연하고자 한다.>
(50쪽)
다른 번역본은 다음과
같다.
<그
이후 어느 정도 열심히 노력한 적도 없지 않으나,
그러나
진척된 것이 촌보(寸步)도
되지 못한 원인을 오늘의 국내 일반 독사계(讀史界)를
통하여 앙소(仰訴)하고자
한다.>
(48쪽)
‘앙소하고자
한다.’
어찌
금방 이해가 되는지?
4.
역자의
수고가 반영된 부분
그런데 의아한 것이
있다.
다른 번역본은
“<서곽잡록>(저자의
이름은 전해지지 않음 -
원저)”(48쪽)
라고
되어 있는데,
이
책에는 “이문홍의
<서곽잡록>”(50쪽)으로
되어 있다.
이는
왠일인가?
역자는
그러한 부분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는 점을 상기해보면,
이
책의 우수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감방 안에서 사료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는 점이다.
감옥에서
이용할 수 있는 사료가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신채호는 자신의 기억에 상당부분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신채호는
기억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사료
기록을 100%
완벽하게
기억해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의 사료 인용은 완전하지 못하다.>
(9쪽)
그래서 신채호가 설령 그 책의
저자의 이름이 전해지지 않는다 했을지라도 역자의 연구 끝에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넣어 이 책을 더 완벽하게 만든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이 다른 번역본보다 진일보한 것이라 판단이 된다.
이 서평의 목적은 그런 사례를 모두
밝히는데 있지 않기에,
여기에
그런 사례를 모두 인용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해주시라.
그런
사례를 읽어가면서 확인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가 될 것이다.
5.
이
책의 또 다른 장점
이 책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을 들라하면 당연히 <깊이
읽기>라는
항목이다.
다른
번역본에서는 볼 수 없는 심층적인 이야기를 덧붙여 놓고 있다.
그래서
신채호가 이 책을 통하여 강조하는 점들을 역자는 잘 파악하여 거기에 대한 심층 해설을 해 주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어가면서 한걸음 한걸음 우리 역사의 바른 모습을 구경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더하여 얻은 것들
1.
회통(會通)이란?
<마과회통(麻科會通)>이란
책이름을 국사를 공부하면서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마과회통(麻科會通),
정약용이
편찬한 의학책이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정약용은 의사는 아니다.
그
당시 말로 의원은 아니다.
그런데
그가 어떻게 그런 의학책을 저술할 수 있었을까?
바로
그 책 제목에 그 비결이 들어있다.
회통(會通)!
회통(會通)이란
말은 국어사전에 <불교>용어로
소개되고 있다.
네이버
사전에 의하면,
회통이란
불교용어로 ‘언뜻
보기에 서로 어긋나는 뜻이나 주장을 해석하여 조화롭게 함’이란
말이다.
그러니
이 의미만 가지고는 마과회통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차릴 수 없다.
그런데
이 책,
조서상고사에서
그것을 알만한 힌트가 보인다.
신채호는
<역사의
개조에 관한 의견>에서
그 조건으로 세 가지를 언급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상호관련성을
규명하라’이다.
(72쪽)
그런데 역자가 상호관련성이라 번역한
원래의 말이 바로 회통(會通)이다.
회통은
그래서 사건 상호간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이다.
국어사전적
의미보다 한 걸음 더 나간 개념이다.
따라서
이 의미를 마과회통에 대입해 보면,
홍역
치료에 관한 여러 연구들을 모아서 그 상호관련성을 규명해 놓은 책이다.
그런
책이니 정약용이 의원이 아님에도 저술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정약용이 목민심서를 저술할 정도의 목민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과 불쌍한 민초들을 위한 의학책을 저술할 정도의 일반의학 지식이 있었다는
것,
또한
무시못할 요소이기는 하다는 점,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지만!
2.
소서노에
관한 언급
소서노는 우리가 역사
소설로,
또는
역사 드라마로
알게
되고 듣게 되었는데,
정통
역사에서는 언급이 되지 않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소서노는 역사의 전면으로 등장한다.
(176쪽 이하)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면 지금껏 감추어진,
또한
굴곡진 우리 역사의 진짜 얼굴 또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