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새롭다,
특이하다,
놀랍다.
이 책은
특이하다.
제목이
의미하는 바대로 중국 역사를 다루지만
그 중국역사 속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접해 오지 못했던 인물들을 다룬다.
물론
그 중에는 우리가 많이 접해 본 인물도 있다.
서시,
왕소군,
측천무후.
그러나
그 이름을 들었다고 해서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중국 역사의 도도한 물결 속에 그저 말타고 스쳐 지나가듯이 보고 알 뿐이다.
그러니
그런 인물을 포함하여 다른 인물-
이름조차
들어 본 적이 없는 -들을
자세하게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이 책은 특이하다.
이런
이름 들어본 적이 있는지?
이청조,
황도파,
진양옥?
들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럼
중국 최초로 황후란 타이틀을 얻은 인물은?
그리고
중국 정사에 기록된 단독으로 기록된 여장군은?
그리고
이런 것도 있다.
중국
글자인 한자(漢字),
그
중에서 한자를 새로 만들어내어 자신의 이름으로 정한 여인이 있는데,
그게
누구인지 아시는지?
이렇듯,
이
책은 우리 독자들이 지금껏 모르고 있던 인물들,
모르고
있던 사실들이 담뿍 들어있는 책이다.
그만큼
특이하다.
다른
중국역사를 다룬 책,
또는
중국 인물들을 다룬 책들과는 차별성이 있다.
그러나
더 가치가 있는 것은 그런 인물들을 발굴하여 우리에게 보여주는 저자의 ‘기억을
되살리는 자세’가
특이하다.
기억과 기록
왜 저자는 책의 제목을
<중국역사가
기억하는 비범한 여성들>이라고
했을까?
‘기록’이
아니라,
‘기억’.
뭔가
뜻이 있으리라!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기록이라는 말 대신에 기억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를 찾아보기 위해 애썼다.
‘기억’과
‘기록’의
차이가 무엇일까?
대개의 경우 기록에 의지하여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니.
기억은
큰 개념(합집합)이요
기록은 작은 개념(부분집합)이다.
따라서
기억은 총체이고,
기록은
그중의 일부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저자는 먼저 기록을
충실하게 따져봄으로서 기억을 되살리고,
그
다음에 기록에 없는 부분을 저자는 저자의 방식대로 어떤 기준에 의거하여 복원하지 않았을까?
그런 나의 추론은 저자의 글
<글을
마치면서>에
의해 증명되었다.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하되 무미건조한 서술식을 피해 이야기를 엮는 것이 이해와 재미를 돕는데 효과적이라 생각되었다.
그런
이유로 책의 내용에 필자의 주관적인 부분이 들어간 것은 부인할 수 없다.>(274쪽)
또한 저자는
덧붙인다.
<같은
여자로서 그녀들의 입장이 되었을 때 어떠했을까 하는 상상과 고민도 해 보았다.>(274쪽)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상상을 충분하게 읽을 수 있었고,
또한
거기에 스며있는 고민의 흔적도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저자가 역사적 고증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먼저
기록 -
역사적
고증-에
충실한 다음에 기억을 복원하기 위한 작업을 충실하게 했다는 것을 글을 읽으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가 인용한
저작물들
저자는 이 책에 수록된 인물들을
구체화하기 위하여 많은 자료들을 섭렵하고 있다.
저자가 섭렵한 자료에는 비단 사료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
고전의 저작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저자가
우리에게 전거로 들고 있는 자료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기.
국어,
좌전,
제자,
묵자,
장자,
맹자,
한비자,
한서,
자치통감,
등
심지어 고려 시대에 편찬된
명심보감에서도 ‘반소’를
찾아내어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91쪽)
기록의 한계 또는 해석의 한계
그렇게 인물들의 기억을 되살리는
가운데,
저자는
‘기록’이란
것의 한계를 뚜렷하게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한 인물에 대하여 회복하여야
할 ‘기억’이
기록에만 의존할 때에 얼마나 미흡하게 되는지를 사례를 통하여 보여주고 있는데,
예를
들어보자면,
‘진시황
배후의 여상인’인
과부 청이다.
저자는
<사기,
화식열전>에
청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고 먼저 소개하고 있다.
<진시황은
청을 정부(貞婦)로
인정해 정중하게 대했으며 그녀를 위해 여회청대를 지었다.>(39쪽)
<위의
기록에서 정부의 뜻을 일반적으로 지조가 굳센 여인이라고 해석한다.>(39쪽)
그런데 저자는 이에 대한 다른
해석도 소개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청이 무녀(巫女)라는
설이 있다.
사기에
기록된 “진시황은
청을 정부(貞婦)로
인정해”라는
대목에서 ‘절개를
지킨 여인’의
뜻도 있지만 ‘점치는
여인’의
의미도 있다.>(41쪽)
그러니 기록에 의지해 한 인물을
기억한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그렇게 같은 인물에 대한 다른 기록을 찾아보기도 하고,
또는
다른 해석을 제시하기도 하며,
부족하기 마련인 ‘기억’을
되살리려고 애를 쓰고 있다.
이렇게 기록을
살려내,
한
인물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려고 애쓴 저자의 수고가 고맙다.
그래서 이
책,
믿을만하다.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남성
위인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고 희미한 기록들이지만 그녀들의 일대기는 ..>(5쪽)에서
말한 바와 같이 사료의 부족함을 어떻게 보충하고 채워나갔나 하는 데 관심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여성들이
차지한 역사의 공간은 극히 제한적이라 자연 사료가 불충분할 수밖에 없는데,
그
부족함을 저자는 어떻게 채워나갔을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다.
그런데 저자는 기억을 되살리는데
과거의 사료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일단 많은 사료들을 인용해 그 인물들을 그려낸다.
그
다음에 사료뿐만 아니라,
각종
저술에서 언급된 인물들의 면면도 살펴보면서,
사료에서
부족한 부분들을 보충해 나간다.
게다가 그들을 과거에만 묶어두지
않는다.
현재
남아있는 유적이나 유물의 사진을 함께 실어 그들이 현재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도 아울러 언급하고 있으니,
그
기억,
참으로
생생하기까지 하다.
해서
이
책은 실로 새롭다,
특이하고
내용은 놀랍기까지 하다.
이러한 저자의 노력을 살펴본
결과, 우리에게 생소한 중국의 인물들,
그것도
여성들을 우리에게 소개하는데 있어,
저자가
얼마나 열과 성을 가지고 접근했나를 알 수 있다는 데에서,
이
책의 가치가 있고,
그래서
이 책은 믿고 읽을만하다.
또한 저자는 친절하기까지 하다
저자는 혹시 중국 역사에 문외한들이
이 책을 잡으면서 어려운 용어나 배경이 되는 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하여 이야기에 흥미를
잃어버릴까봐,
그들을
위한 여러 장치를 해 놓았다.
이야기의
중간중간에 그런 독자들을 위한 해설을 삽입하여 놓은 것이 그 첫째이고,
풍부한
사진 자료들을 삽입하여 시각적으로도 이해하기 쉽게 한 것이 둘째이다.
참고로
이 서평을 쓰면서 서론에 몇가지
언급한 것이 있다.
우리 독자들이 흔히 들어보지 못한
인물을 예시하느라,
중국
최초로 황후란 타이틀을 얻은 인물은?
그리고
중국 정사에 기록된 단독으로 기록된 여장군은 누구인지 물었다.
그리고
중국 글자인 한자(漢字),
그
중에서 한자를 새로 만들어내어 자신의 이름으로 정한 여인이 있는데,
그게
누구인지 물었는데,
책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게 됐겠지만,
그
답은 이렇다.
중국 최초로 황후란 타이틀을 얻은
인물은?
유방의
부인 여치(52쪽)
중국 정사에 기록된 단독으로 기록된
여장군은?
진양옥(
263쪽
이하)
중국 글자인
한자(漢字),
그
중에서 한자를 새로 만들어내어 자신의 이름으로 정한 여인이 있는데,
그게
누구인지?
바로
측천무후이다.
(144쪽)
<일부 사람들은 무조(武 曌)를 (측천무후의) 본명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그녀가 황제가 될 무렵 조(曌)라는
한자를 새로 만들어내어 자신의 이름으로 정한 것이다. 이 신생 한자에는 해(日)와 달(月)이 하늘(空)에 떠있는 모양처럼 천하를 비춘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몇가지
더!
중국에서는 명절인 설이 되면
집집마다 복(福) 자가 적힌 네모난 종이를 붙이는 풍습이 있는데,
이때
희한하게도 복 자를 거꾸로 하여 붙인다.
왜
이렇게 하는 것일까?
그 유래에 대하여는 이 책의
257쪽을
살펴볼 일이다.
주원장이 싫어하는 글자가 있다고
흔히들 말하는데,
과연
그 것이 사실일까?
주원장은 황제가 되기 이전에 한 때
승려 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
황제가
된 후에 광(光),
독(禿),
승(僧)
자를
싫어하여 그 글자들을 쓰지 못하게 했다는데,
그게
사실일까?
이 책에서는 그런 말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는데,
관심이
있는 독자는 이 책의 256쪽을
살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