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를 내려면 원칙을 비틀어라
제이크 브리든 지음, 김태훈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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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성한 소(), 잘 다루기

 

이 책의 제목은 <성과를 내려면 원칙을 비틀어라>이지만 원제는 <Tipping sacred cows>이다. 번역하자면 신성한 소()를 넘어뜨리기정도가 되겠다. 또는 이렇게도 말 할 수 있겠다. '신성한 소를 잘 다루는 정보(또는 귀뜸)'.

 '신성한 소'는 여기에서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개념이다. 그러니 그것을 그대로 방치해 두지 말고 넘어뜨려라, 또는 그것을 잘 다루어야 한다, 그런 뜻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말 제목은 금과옥조로 받아들여지는, '원칙, 그것을 비틀어보라는 것'이다.

 

그러면 왜 원칙을 비틀어야 할까? 왜 신성한 소를 넘어뜨려야 할까? 아니 그전에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신성한 소란 말의 개념을 먼저 알고 가도록 하자.

 

신성한 소는 무엇인가?

 

신성한 소(sacred cow)라는 개념은 저자인 제이크 브라운이 인도의 휴양도시인 고야에서 체류했던 기억에서 비롯한다. 그는 리더십 강사로서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리더를 교육하고 있는데, 강연이 없는 동안에 고야에서 휴가를 보내다가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는 소를 보고 그 개념을 생각해 낸 것이다. 그의 말을 인용해 본다.

 

<‘고아라는 지명은 소의 땅을 뜻한다. 그러니 그 휴양도시에 소가 그토록 많다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 이 소들은 말 그대로 독실한 숭배를 받는 대상이다. ‘신성한 소라는 표현이 바로 여기에서 나왔다. 숭배의 대상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성스러운 것이며 어떠한 형태로든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관념이나 관습, 제도를 가리킨다.>( 13-14)

 

저자의 문제의식은 바로 거기에서 시작한다.

<직장에도 여러 신성한 소가 존재하는데, 이들이 가져오는 위험은 몹시 주의하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래서 어떤 일이 잘 못 되었더라도 거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미덕은 여전히 미덕으로 추앙되어 갈수록 더 큰 위험을 가져온다.>(14)

 

그러므로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을 직장 안에 마치 신성한 소처럼 군림하며 - 또는 방치되어 있는 - 잘못된 미덕들을 뒤집고 살펴서 제대로 보존하자는 것”(18)이다.

 

결국 이 책의 목적은 회사에서 미덕으로 간주되는 몇 개의 덕목을 살펴보고, 그것이 마치 신성한 소처럼 취급받으며 걸리적 거리는존재가 되어 일련의 의도치 않은 결과를 야기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회사 내 신성한 소는 무엇일까?

 

저자는 회사의 일을 의도치 않은 결과로 몰고 가는 덕목들을 다음과 같이 예시한다.

<균형, 협력, 창의성, 탁월성, 공정성, 열정, 준비성.>

 

그러한 덕목들은 세상의 모든 직장, 모든 산업, 모든 직급에서 등장하며 신성한 소로서 절대적으로 숭배되고 있다그런 미덕들은 조직원에게 갖추어야 할 것으로 신성시 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7 가지 덕목을 예시하고, 그 각각의 항목들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가를 세세하게 검토하면서, 그것들이 얼마나 허울 좋은 것’(26)인가를 파헤쳐 나간다.

 

그중의 하나 - 균형

 

균형, 참 좋은 덕목이다. 그러나 그 균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려 할 때, 뜻밖의 결과에 봉착하게 된다. 앤의 경우가 그렇다.

 

앤은 대형 은행에서 고객들을 대상으로 재무설계를 담당하고 있다. 그녀는 균형이라는 덕목을 실천하기 위하여 모든 고객들에게 균등하게 시간을 배분하여 상대하였다. 그런데 다른 직원인 대런은 일률적으로 균형있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상황에 따라 차등을 두고 상대한다. 앤과 대치되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균형이라는 덕목을 추구한 앤에게 뜻밖의 결과가 나타났다. 그녀는 균형이라는 덕목을 추구했고, 그 반면 대런은 그렇지 않았는데 결과는 대런이 승진한 것이다. 대런의 실적이 더 좋았던 것이다.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이 추구했던 균형이라는 가치와 결과 사이에 엄청난 괴리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균형이라는 미덕이 얼마나 허울 좋은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그런 사례를 제시하면서, 저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즉 신성한 소를 치우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균형도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면서, 이를 밋밋한 균형과감한 균형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것을 권하고 있다.

 

밋밋한 균형은 선택이 두려워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타협과 혼란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결과가 부실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감한 균형을 추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7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과감한 균형을 취하는 일곱 가지 단계에 관해서는 37- 53쪽 참조)

 

이 책의 또다른 가치

 

이 책은 그런 '신성한 소'처럼 조직 내에 군림하면서 오히려 역기능을 일으키는 덕목들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보라는 것이다.  그것들을 비틀어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각종의 덕목들 - 신성한 소로 여겨지고 있는 -에 대하여 하나하나 각개 격파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 책의 또다른 가치는 조직내에 근무하는 독자들에게 객관적인 시각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한 조직 내에 있으면, 시간이 지나갈수록 다른 사람들의 시각과 비슷하게 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처럼 아무런 의심없이 조직내에서 신성한 소로 인정받고 있는 덕목들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볼 기회,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그런 상황에 있는 독자들에게, 그 상황에 매몰되어서 전혀 깨달음이 없는 자에게 내려치는 죽비와도 같이 꾸짖음이다. 새로운 눈을 떠서 그 신성한 소가 더 이상 어슬렁거리며 다니면서 조직을 망쳐놓는 일이 없도록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라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비단 조직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 인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에서, 누구나 다하는 행동과 생각을 가지고 똑같이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러한 것들을 신성한 소처럼 여겨, 금과옥조처럼 따라가기만 하는 수많은 원칙들을 한번쯤 비틀어 보라는 것이다. 여기 이 책의 더 큰 가치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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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 누나, 혼저옵서예 - 제주로 간 젊은 작가의 알바학 개론
차영민 지음, 어진선 그림 / 새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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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 누나는 왜 아직까지 보이질 않는걸까?

 

사람이 사람과 만나 인연(因

 

사람이 모인 곳에 일단 이야기가 있다. 생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인연(因緣)이 만들어지니, 사연(事緣)이 있게 되고, 그 사연은 이야기의 모습을 하고 드러난다. 그러나 사람이 산다고 해서 모두다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 사이에 연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사람이 수십 명 있다고 해서, 그 자리에 이야기가 생길 리 없기에 그렇다. 그런 곳은 어디 있을까? 편의점은 어떨까? 사람에게 필요한 물건을 진열해 놓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놓은 곳이 편의점이다. 그래서 일견 그 곳은 사람과 물건과의 관계가 맺어지는 곳이지,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 인연은 당최 맺어질 것 같지 않다. 해서 이야기가 나와봤자, 별 이야기 같지 않은 것만 나올 것 같은데, 여기 이야기가 풍성한 곳이 있다.

 

현대판 만물상’(31)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편의점에 사람과 물건 대신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인연이 만들어지고, 거기에 솟아나는 이야기가 풍성한 곳이 있다.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넘쳐난다. 편의점인데도 말이다.

 

이 책은 바로 거기, 그렇게 이야기가 풍성한 편의점에서 알바로 근무하는 청년, 차영민의 체험기이다.

 

사람들이 모여 사연(事緣) 

 

알바 체험기? 아니, 그런 표현보다는 편의점을 무대로 사람들과의 인연 맺기를 기록한 것이라 하는데 더 좋겠다. 그런 편의점에는 기기묘묘한 괴인들이 출몰한다. (39)

 

앞 뒤 다 자르고 그것 좀 줘라고 말하는 손님(30)

취객들, 표준형 취객들(102), 비표준형 취객들.

자신과 사업을 같이 해보자고 제의했다, 사라진 촉촉하게 비가 내리면 열입곱살의 소녀로 변하는사나이(60).

 

원하는 대답이 아니면 어떤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 (모 종교 열혈 신자들) (255)

 

 

 

 

 

자신의 자전거를 어떻게든 팔아넘기려는 화가(73)도 등장한다.

 

 

 

그와 대화 중에서.

<“전시회 마치면 이 그림을 자네에게 주겠네.”

그동안 공들여 완성한 그림을 주겠다니. 그가 다시 선생님처럼 보이고, 존경과 감동이 마음 속에서 보따리를 풀고 자리 잡으려고 할 때, ‘싸게란 말이 내 귀를 강타했다.> (77)

 

담배, 술은 목숨보다 힘이 세다

제주도에 태풍 볼라벤이 들이 닥쳤을 때,< 비바람에 발라당 뒤집어져 거의 곤죽이 된 우산을 들고 나타나서 담배를 사간 사람, 비옷이건 우산이건 다 던져버리고 비 사이로 무조건 돌진해 소주 몇 병을 사간 사람 등. 몇 몇 사람이 목숨을 걸고 매일 습관처럼 마시거나 피우던 것을 사갔다.> (95)

 

편의점, 이런 곳이었구나!

 

편의점 안에서 술을 마시는 건 관련 법규상 금지다.(42)

 

유통기간이 지난 식품은 근무자가 먹거나 버리고, 각 점포 경영주가 그 원가를 부담한다.(62)

 

자정이 되기 10분 전에는 폐기될 음식을 확인하고 야식을 먹는다.(151)

 

 

 

편의점엔 한 달에 한 번 암행어사처럼 모니터링 요원이 등장한다.(114)

 

본사 규정상 슬리퍼 착용은 금지라....(117)

 

정전되었을 때에

절대 아이스크림 있는 냉동실 문을 열면 안됩니다! 아이스크림은 소중하니까요!”(97)

 

편의점은 매일매일 매출액을 본사로 송금해야 하는 시스템 (137)

 

편의점은 각종 서비스 상품들이 많다. 가장 많이 이용되는 서비스는 교통카드 충전이다.(260)

 

이렇게 편의점에 대하여 몇 가지 발췌하여 적어 놓은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지금까지 편의점을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 사람 일을 아는가? 혹시 앞으로 사용할 기회가 분명 있을 것이니 그 때를 대비해서 알아두자는 것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 그런 사람이 있으면 잘 알아두시라!

 

, 또 하나 있다. 나 지금껏 문화상품권을 사본 적이 없는데, 실상은 어디에서 파는지를 몰라서 사질 못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문화상품권은 편의점에서 살 수 있단다. (227)

 

겸하여 제주도 풍습도 하나

 

제주도 결혼 문화는 신랑이나 신부에게 직접 축의금을 준다. (251)

 

효리 누나는 왜 아직까지

 

아시는 분이 있겠지만 가수 이효리는 지금 제주도 산다. 그것도 제주도 애월읍이니, 행정구역상으로는 이 책에 등장하는 편의점과 같은 지역이다. 그래서 저자는 효리 누나를 보러 온 다른 연예인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효리 누나는 아직 오지 않아서, 그래서 책 제목이 <효리 누나, 혼저 옵서예>이다. 그러니 언제 한번 효리 누나가 그 편의점에 이 책 한 권 들고 가면 좋겠다. 사인도 받고, 뭐 하나 껌이라도 사러. 저자 친필 받고 좋아하는 효리 누나! 이런 제목으로 사진도 한 장 찍고. 아니 효리 누나도 사인 해주어야겠지. 그래서 이왕이면 그 편의점에 코팅해서 벽에 붙여놓던지, 아니면 밖에 붙여놓던지!

 

거기에 '사람'이 일하고 있다.

 

알바라고 해서- 아니 이것을 모든 가계의 직원, 점원에게 해당되는 것 - 함부로 대해도 되는 것일까, 짚고 넘어가자.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그것이 그렇게 지키기 어려운 일인가?

여기 편의점에서 직원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줘야 할 돈을 툭 던지고 가는 사람들, 막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말한다.

 

<그 손님에게 미안하다는 한마디 듣는 일이 내겐 과도한 사치였을까? ....> (164)

저자의 푸념 아닌 푸념 뒤에 나온 이 말은 나의 가슴을 아리게 만든다.

<몸이 고단하면 하룻밤만 푹 자면 금세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을 다치면 치유까지 얼마나 걸릴지....>(165)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심하게 던져 놓은 다음 말은 두고두고 생각해 봐야겠지!

 

<.....(김사장은) 물론 월급은 단 한번도 밀린 적이 없고, 근무시간에 나를 굶게 놔둔 적도 없었다. 요즘은 당연한 것들이 무시되는 현실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꽤 많다고 알고 있다.> (196)

 

저자가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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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 인간관계가 귀찮은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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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 시스템 복원에 관한 종합보고서

 

이 책의 원제는 <回避性 愛着 障害>이다. 회피성 애착장해.

영국의 정신과 의사인 존 바울비가 전쟁고아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가지고 정립한 이론이 바로 애착이론이다. (22-23쪽 참조) 그는 전쟁고아들이 아무리 영양을 충분하게 공급한다 할지라도 성장이 더딘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 원인이 바로 정서적 안정감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그것을 모성애 박탈이라는 개념으로 파악했고, 그것을 애착이론으로 발전시켰다.

 

이 책의 저자 오카다 다카시는 그런 애착이론을 토대로 하여 현대인들이 타인과 친밀한 관계 맺는 것을 싫어하고 진심을 나누지 않는 경향, 즉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이며, 꼭 그런 것은 아닐지라도, 현대인의 대부분은 자기를 희생하면서까지 결혼이나 출산을 하려고 하지 않으며, 책임이나 속박보다는 자유를 선호한다는데 착안하여, 그러한 경향을 회피성 애착장애라 이름짓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애착 시스템의 복원에 관한 종합보고서라고 해도 될 것이다.

 

애착이론은 무엇인가?

 

인간은 자신이 원할 때 반응해 주는 존재에게 애착이 생긴다.(26)

 

애착은 인간의 생존에 선택이 아니라 필수 요소로 작동한다. 아무리 먹을 게 풍족해도 애착이 없으면 행복을 느끼기 힘들고, 이것은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 (28)

 

그런 애착에 관하여 저자는 분석을 시작한다.

그런 애착이 결핍되어 성장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저자는 그렇게 애착시스템의 붕괴를 진단하고, 붕괴된 애착시스템이 복원되지 않으면 개인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봐도 행복한 삶이란 본질적인 문제에 의문을 던지지만, 사회 전체의 차원에서 봐도 인류의 대가 끊길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262)

 

개인적 차원의 문제

 

저자는 단순하게 애착이론을 이론으로서만 설명하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애착 형성에 실패한 많은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그 중 그 어려움을 극복한 경우들을 소개 하고 있는데, 이는 애착형성에 실패한 것이 인생의 실패가 아니라, 얼마든지 이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저자의 의도이다.

 

그런 예로 들고 있는 인물들이 에릭 호퍼(57), 일본의 시인 다네다 산토카(59), 헤르만 헤세(70), 소렌 키르케고르(120), 카를 구스타프 융(179), 존 로날드 로웰 톨킨(218), 등이다.

 

그런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각자 나름대로 그 어려움에서 빠져나오기 전에 얼마나 힘든 시기를 겪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그래도 그런 인물들은 어쨌든 그 질곡의 시기를 건너고 지금 후세에 전해지는 것처럼, 인생을 구가했다는 점에서 읽어볼만한 사례들이다.

 

사회적 차원의 문제

 

애당초 인간의 애착 시스템은 양육과 종족 보존을 위해 생겨난 것이다.(99) 그런데 애착 시스템이 원활하게 기능하지 못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가족은 풍비박산이 난다. 그래서 애착의 붕괴는 가족의 붕괴이며, 양육을 보호하는 구조(즉 사회)의 붕괴로 이어진다.

 

따라서 사회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애착시스템의 회복이 요청되는 것이다.

 

유의해서 볼 기법들

 

애착을 회피하려는 증상을 극복하기 위한 대처 방법이 여럿 있는데, 이중 두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폭로요법(186),

불안이나 공포에 사로잡힌 마음을 극복하는 기법으로서, 이 요법을 행할 때에는 우선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여 그 것에 직면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런 상황을 상상하면서 그 마음에서 도망치지 않고 계속하여 그 상황을 맞서는 연습을 하는 것을 말한다. 그 상황에서 도망치지 않고 맞설 수 있다면 공포와 불안은 점차 희미해지면서, 회피하려는 마음을 없앨 수 있다.

 

모리타 요법(191)

힘든 일이 있을 때에 그 일은 방치해두고 다른 일에 매진하는 방법이다. 즉 어떤 일로 근심걱정이 찾아올 때에 다른 일에 온통 신경을 집중하여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어차피 죽을 것인데 - 하다보면 어느 사이 그토록 자기를 괴롭혔던 증상이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즉 그 증상을 치료하고 싶어도 낫지 않지만 중요한 일에 집중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 책이 가지는 또 다른 가치

 

이 책은 일단 애착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갖게 되고, 그 애착시스템이 고장난 경우 어떻게 하면 회복할 수 있을까, 하는 방법론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가치가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단순히 객관적으로 그러한 일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이 그러한 애착 회피형 인간에 해당되는지를 알아 볼 수 있으며, 만약 해당사항이 있다면 자가회복을 위하여 이 책에 제시되어 있는 여러 기법을 활용해 볼 수 있다는 점에 또 다른 가치가 있다.

 

또한 타인에 대하여 시선을 돌려보면, 지금까지는 우리 주변에 그러한 경향을 지닌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는데, 그러한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가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쉬운 점

 

인명의 이름 표기에 관한 건이 우선 그 하나.

이 책에서는 애착이론의 창시자를 존 바울비(John Bowlby)’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심리학 관련 책에서는 많은 경우 그를 존 보올비라 부르고 있다. 외국인의 이름이니까 한글 표기는 나름대로 할 수 있겠지만보편적으로 부르는 이름을 두고 굳이 다른 표기를 하는 이유는? 번역자의 취향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낯설다.

 

두 번째는 전문적 용어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다.

이 책을 읽다가 히키코모리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접했다. 처음 그 단어를 접했을 때에 그 의미를 몰라 헤맸다. 그런데 그 단어가 한두 번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열 번이 넘게 등장하니까 문맥상으로 그 의미를 짐작은 했는데, 그래도 미심쩍어 다른 경로를 통해 그 뜻을 알아보았다.

<ひきこもり[()もり] 은둔형 외톨이;

장기간 자신의 집이나 방에 틀어박혀 사회적 활동에 참가하지 않는 상태; 또는 그런 사람.>

 

그 용어가 심리학에서 이미 전문용어로 인정받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 같은 독자를 위해 역자가 그 단어에 대한 뜻을 알려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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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기 위해 태어나다 -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공감 능력을 회복한 아이들
브루스 D. 페리, 마이아 샬라비츠 지음, 황정하 옮김 / 민음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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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사람조차,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구절은 다음과 같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이 말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행복한 사람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사람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불행한 사람들을 살펴보면, 그렇게 된 사유가 얼마나 다양한지?

그러나 그렇게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할지라도 그들의 삶, 역시 행복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라고 말해주는 책이 있다. 바로 브루스 페리와 마이아 샬라비츠 공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나다>이다.

 

이 책에는 그것을 증명해주는 다양한 사례가 등장한다. 그런데 그 등장인물들이 안나 카레니나의 첫 구절에서 말해주는 그 불행의 나름의 모습들로, 얼마나 가슴아픈 모습으로 등장하는지? 저자들은 그 불행한 인생들을 이 땅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하게 이끌어주는 실제 사례들을 글로 우리 독자들에게 보여 주고 있다.

 

그런만큼, 저자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조마조마한 마음을 추스르며 읽었다. 한 건 한건 케이스가 펼쳐질 때마다, 그래도 그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기도하는 심정으로 읽었다.

 

사랑받는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이 책의 제목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나다>이다. 그렇다면 이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태어나다라는 말은 이해하기 쉬운 말이나,‘사랑받기 위해는 이해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

사랑받는다는 말 자체가 구체적이지 않기에 그렇다.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랑받는다는 말인가?

 

저자는 그 말을 어떤 의미로 썼을까? 그 의미를 먼저 생각해 보았다.

이 책의 원제는 <Born for love: why empathy is essential and endangered>이다.

거기에 바로 힌트가 있었다. 바로 공감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받는다는 그 것에 공감을 적용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사랑받는다는 말은 공감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랑받기 위해서는 공감이 바로 관건이 된다는 말이겠다. 그런 나의 추론은 바로 <작가의 말>에서 증명된다.

 

<우리는 이 책을 위해 방대한 작업을 했다. 교육과 관련된 수많은 연구 중 핵심내용만을 뽑아 설명하고자 했다. 공감은 매우 광범위한 주제기에 관련내용을 취사선택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단순화 된 사례도 있다.>(11)

 

또한 <프롤로그>에서는 바로 이점을 언급하며 시작하고 있다.

 

<왜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서로에게 관심을 보일까? 우리는 정말 사랑받기 위해태어났을까? 이런 질문들이 바로 이 책의 주제인 공감이다. 공감은 사회적 관계를 맺게 하고, 서로를 치유하거나 상처 입히는 인간관계의 원동력이다.>(12)

 

결국, 이 책에서 말하는 사랑받는다는 것은 공감을 받는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 프롤로그의 제목인 <우리는 과연 사랑을 충분히 주고 있을까>라는 말을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하고 있는가?’라고 바꿔도 좋을 것이다. 또는 공감을 주고 있는가로 대치해도 좋을 것이다. 사랑을 줄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말이다.

 

그럼 공감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여기에서 저자는 공감에 대해 여러 가지로 분석을 해 놓고 있다. 공감이란 무엇이며 공감에 대한 현대의 상황은 어떤 정도인가, 까지.

 

몇 가지만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아동기에 공감 능력이 제대로 발달하려면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특정한 경험 및 ,행동이 필요하다.(15)

 

마이아는 좀 더 개인적인 이유로 공감에 대해 오랫동안 의문을 품어오다 어린 시절 지나치게 예민한 성격으로 괴로운 시절을 보냈던 그녀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싶은 강렬한 욕망은 물론 그것이 불가능한 때 자신 안으로 침잠하게 만드는 극도의 고통에 시달려 왔다.

 

이 책은 사회 전체에 공감의 물결이 확산되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한다. 공감은 사실상 신뢰, 이타심, 협동, 사랑, 관용과 같은 모든 사회적 가치의 근원이다. (16)

 

그러한 공감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사랑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렇게 살아가도록 우리는 태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공감능력의 부재로 인하여 현대 사회는 위기에 처했고, 결국 사회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오늘날 미국 사회의 공감능력은 위기에 처했다. (14)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각종 사례들

 

그 공감의 문제를 풀기 위하여 저자들은 여러 사례를 제시한다.

그 어느 것이든 좋으니 차분하게 읽어볼 것을 권한다. 그 사례들을 몇가지 소개하고 싶은데, 저자가 소제목에 압축하여 표현한 타이틀이 그 내용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눈맞춤으로 시작되는 인간관계

나에게만 사랑을 주세요

개별적인 돌봄의 부재

공감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사회적 맥락

반복적인 애착 박탈이 가져온 잔인성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공감하는 존재로

공감 능력을 마비시키는 또래 집단의 압력

불평등한 사회에서 약자가 받는 스트레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공감 결핍의 시대를 건너는 방법

 

이런 사례들을 통하여 저자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공감능력을 회복한 많은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하여 태어났다는 것을 실제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몇가지 빠트리지 말고 읽어 볼 부분들

 

공감능력에 영향을 주는 인생주기

 

에필로그에서 440-441 쪽에 나오는 공감능력에 영향을 주는 인생주기에 관련된 글. 꼭 읽어볼 일이다.

 

이렇다.

<사회의 공감능력 발달에 영향을 주는 인생주기에는 영아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략) ...우리는 많이 접해보지 못한 부류의 사람과는 제대로 마음을 나누지 못한다. ...(중략).... 마찬가지 이유로 우리는 연장자와도 단절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연령별 분리는 사람들의 관계 형성 기회를 제한한다.....(하략) >(440-441)

 

부록, 꼭 읽어라

 

이 책의 부록에 나오는 것들, 정말 요긴하고 중요한 내용이 담뿍 담겨있다. 그러니 저자의 감사의 말까지 읽고 다 읽었다고 책을 덮지 말고, 꼭 부록에 나오는 글을 모두 다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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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역사가 기억하는 비범한 여성들
서영 지음 / 책벗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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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새롭다, 특이하다, 놀랍다.

 

이 책은 특이하다. 제목이 의미하는 바대로 중국 역사를 다루지만 그 중국역사 속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접해 오지 못했던 인물들을 다룬다. 물론 그 중에는 우리가 많이 접해 본 인물도 있다. 서시, 왕소군, 측천무후. 그러나 그 이름을 들었다고 해서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중국 역사의 도도한 물결 속에 그저 말타고 스쳐 지나가듯이 보고 알 뿐이다. 그러니 그런 인물을 포함하여 다른 인물- 이름조차 들어 본 적이 없는 -들을 자세하게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이 책은 특이하다. 이런 이름 들어본 적이 있는지? 이청조, 황도파, 진양옥?

 

들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럼 중국 최초로 황후란 타이틀을 얻은 인물은? 그리고 중국 정사에 기록된 단독으로 기록된 여장군은? 그리고 이런 것도 있다. 중국 글자인 한자(漢字), 그 중에서 한자를 새로 만들어내어 자신의 이름으로 정한 여인이 있는데, 그게 누구인지 아시는지?

 

이렇듯, 이 책은 우리 독자들이 지금껏 모르고 있던 인물들, 모르고 있던 사실들이 담뿍 들어있는 책이다. 그만큼 특이하다. 다른 중국역사를 다룬 책, 또는 중국 인물들을 다룬 책들과는 차별성이 있다. 그러나 더 가치가 있는 것은 그런 인물들을 발굴하여 우리에게 보여주는 저자의 기억을 되살리는 자세가 특이하다.

 

기억과 기록

 

왜 저자는 책의 제목을 <중국역사가 기억하는 비범한 여성들>이라고 했을까? ‘기록이 아니라, ‘기억’. 뭔가 뜻이 있으리라!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기록이라는 말 대신에 기억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를 찾아보기 위해 애썼다.

 

기억기록의 차이가 무엇일까?

대개의 경우 기록에 의지하여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니. 기억은 큰 개념(합집합)이요 기록은 작은 개념(부분집합)이다. 따라서 기억은 총체이고, 기록은 그중의 일부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저자는 먼저 기록을 충실하게 따져봄으로서 기억을 되살리고, 그 다음에 기록에 없는 부분을 저자는 저자의 방식대로 어떤 기준에 의거하여 복원하지 않았을까?

그런 나의 추론은 저자의 글 <글을 마치면서>에 의해 증명되었다.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하되 무미건조한 서술식을 피해 이야기를 엮는 것이 이해와 재미를 돕는데 효과적이라 생각되었다. 그런 이유로 책의 내용에 필자의 주관적인 부분이 들어간 것은 부인할 수 없다.>(274)

 

또한 저자는 덧붙인다.

<같은 여자로서 그녀들의 입장이 되었을 때 어떠했을까 하는 상상과 고민도 해 보았다.>(274)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상상을 충분하게 읽을 수 있었고, 또한 거기에 스며있는 고민의 흔적도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저자가 역사적 고증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먼저 기록 - 역사적 고증-에 충실한 다음에 기억을 복원하기 위한 작업을 충실하게 했다는 것을 글을 읽으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가 인용한 저작물들

 

저자는 이 책에 수록된 인물들을 구체화하기 위하여 많은 자료들을 섭렵하고 있다.

저자가 섭렵한 자료에는 비단 사료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 고전의 저작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저자가 우리에게 전거로 들고 있는 자료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기. 국어, 좌전, 제자, 묵자, 장자, 맹자, 한비자, 한서, 자치통감,

심지어 고려 시대에 편찬된 명심보감에서도 반소를 찾아내어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91)

 

기록의 한계 또는 해석의 한계

 

그렇게 인물들의 기억을 되살리는 가운데, 저자는 기록이란 것의 한계를 뚜렷하게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한 인물에 대하여 회복하여야 할 기억이 기록에만 의존할 때에 얼마나 미흡하게 되는지를 사례를 통하여 보여주고 있는데, 예를 들어보자면, ‘진시황 배후의 여상인인 과부 청이다.

 

저자는 <사기, 화식열전>에 청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고 먼저 소개하고 있다.

<진시황은 청을 정부(貞婦)로 인정해 정중하게 대했으며 그녀를 위해 여회청대를 지었다.>(39)

 

<위의 기록에서 정부의 뜻을 일반적으로 지조가 굳센 여인이라고 해석한다.>(39)

 

그런데 저자는 이에 대한 다른 해석도 소개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청이 무녀(巫女)라는 설이 있다. 사기에 기록된 진시황은 청을 정부(貞婦)로 인정해라는 대목에서 절개를 지킨 여인의 뜻도 있지만 점치는 여인의 의미도 있다.>(41)

 

그러니 기록에 의지해 한 인물을 기억한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그렇게 같은 인물에 대한 다른 기록을 찾아보기도 하고, 또는 다른 해석을 제시하기도 하며, 부족하기 마련인 기억을 되살리려고 애를 쓰고 있다.

 

이렇게 기록을 살려내, 한 인물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려고 애쓴 저자의 수고가 고맙다.

 

그래서 이 책, 믿을만하다.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남성 위인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고 희미한 기록들이지만 그녀들의 일대기는 ..>(5)에서 말한 바와 같이 사료의 부족함을 어떻게 보충하고 채워나갔나 하는 데 관심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여성들이 차지한 역사의 공간은 극히 제한적이라 자연 사료가 불충분할 수밖에 없는데, 그 부족함을 저자는 어떻게 채워나갔을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다.

 

그런데 저자는 기억을 되살리는데 과거의 사료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일단 많은 사료들을 인용해 그 인물들을 그려낸다. 그 다음에 사료뿐만 아니라, 각종 저술에서 언급된 인물들의 면면도 살펴보면서, 사료에서 부족한 부분들을 보충해 나간다.

 

게다가 그들을 과거에만 묶어두지 않는다. 현재 남아있는 유적이나 유물의 사진을 함께 실어 그들이 현재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도 아울러 언급하고 있으니, 그 기억, 참으로 생생하기까지 하다. 해서 이 책은 실로 새롭다, 특이하고 내용은 놀랍기까지 하다.

 

 

 

이러한 저자의 노력을 살펴본 결과, 우리에게 생소한 중국의 인물들, 그것도 여성들을 우리에게 소개하는데 있어, 저자가 얼마나 열과 성을 가지고 접근했나를 알 수 있다는 데에서, 이 책의 가치가 있고, 그래서 이 책은 믿고 읽을만하다.

 

 

 

또한 저자는 친절하기까지 하다

 

저자는 혹시 중국 역사에 문외한들이 이 책을 잡으면서 어려운 용어나 배경이 되는 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하여 이야기에 흥미를 잃어버릴까봐, 그들을 위한 여러 장치를 해 놓았다. 이야기의 중간중간에 그런 독자들을 위한 해설을 삽입하여 놓은 것이 그 첫째이고, 풍부한 사진 자료들을 삽입하여 시각적으로도 이해하기 쉽게 한 것이 둘째이다.

 

참고로

 

이 서평을 쓰면서 서론에 몇가지 언급한 것이 있다.

우리 독자들이 흔히 들어보지 못한 인물을 예시하느라, 중국 최초로 황후란 타이틀을 얻은 인물은? 그리고 중국 정사에 기록된 단독으로 기록된 여장군은 누구인지 물었다. 그리고 중국 글자인 한자(漢字), 그 중에서 한자를 새로 만들어내어 자신의 이름으로 정한 여인이 있는데, 그게 누구인지 물었는데, 책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게 됐겠지만, 그 답은 이렇다.

 

중국 최초로 황후란 타이틀을 얻은 인물은? 유방의 부인 여치(52)

중국 정사에 기록된 단독으로 기록된 여장군은? 진양옥( 263쪽 이하)

 

중국 글자인 한자(漢字), 그 중에서 한자를 새로 만들어내어 자신의 이름으로 정한 여인이 있는데, 그게 누구인지? 바로 측천무후이다. (144)

 

 

 

<일부 사람들은 무조(武 )를 (측천무후의) 본명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그녀가 황제가 될 무렵 조()라는 한자를 새로 만들어내어 자신의 이름으로 정한 것이다. 이 신생 한자에는 해(日)와 달(月)이 하늘(空)에 떠있는 모양처럼 천하를 비춘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몇가지 더!

 

중국에서는 명절인 설이 되면 집집마다 복(福) 자가 적힌 네모난 종이를 붙이는 풍습이 있는데, 이때 희한하게도 복 자를 거꾸로 하여 붙인다. 왜 이렇게 하는 것일까?

 

그 유래에 대하여는 이 책의 257쪽을 살펴볼 일이다.

 

주원장이 싫어하는 글자가 있다고 흔히들 말하는데, 과연 그 것이 사실일까?

주원장은 황제가 되기 이전에 한 때 승려 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 황제가 된 후에 광(), (禿), () 자를 싫어하여 그 글자들을 쓰지 못하게 했다는데, 그게 사실일까?

이 책에서는 그런 말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는데, 관심이 있는 독자는 이 책의 256쪽을 살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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