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 시스템 복원에 관한
종합보고서
이 책의 원제는
<回避性
愛着 障害>이다.
회피성
애착장해.
영국의 정신과 의사인 존 바울비가
전쟁고아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가지고 정립한 이론이 바로 애착이론이다.
(22-23쪽
참조)
그는
전쟁고아들이 아무리 영양을 충분하게 공급한다 할지라도 성장이 더딘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
원인이 바로 정서적 안정감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그것을 ‘모성애
박탈’이라는
개념으로 파악했고,
그것을
애착이론으로 발전시켰다.
이 책의 저자 오카다 다카시는 그런
애착이론을 토대로 하여 현대인들이 타인과 친밀한 관계 맺는 것을 싫어하고 진심을 나누지 않는 경향,
즉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이며,
꼭
그런 것은 아닐지라도,
현대인의
대부분은 자기를 희생하면서까지 결혼이나 출산을 하려고 하지 않으며,
책임이나
속박보다는 자유를 선호한다는데 착안하여,
그러한
경향을 회피성 애착장애라 이름짓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애착
시스템의 복원에 관한 종합보고서’
라고
해도 될 것이다.
애착이론은
무엇인가?
인간은 자신이 원할 때 반응해 주는
존재에게 애착이 생긴다.(26쪽)
애착은 인간의 생존에 선택이 아니라
필수 요소로 작동한다.
아무리
먹을 게 풍족해도 애착이 없으면 행복을 느끼기 힘들고,
이것은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
(28쪽)
그런 애착에 관하여 저자는 분석을
시작한다.
그런 애착이 결핍되어 성장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저자는 그렇게 애착시스템의 붕괴를
진단하고,
붕괴된
애착시스템이 복원되지 않으면 개인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봐도 행복한 삶이란 본질적인 문제에 의문을 던지지만,
사회
전체의 차원에서 봐도 인류의 대가 끊길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262쪽)
개인적 차원의
문제
저자는 단순하게 애착이론을
이론으로서만 설명하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애착
형성에 실패한 많은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그
중 그 어려움을 극복한 경우들을 소개 하고 있는데,
이는
애착형성에 실패한 것이 인생의 실패가 아니라,
얼마든지
이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저자의 의도이다.
그런 예로 들고 있는 인물들이 에릭
호퍼(57쪽),
일본의
시인 다네다 산토카(59쪽),
헤르만
헤세(70쪽),
소렌
키르케고르(120쪽),
카를
구스타프 융(179쪽),
존
로날드 로웰 톨킨(218쪽),
등이다.
그런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각자
나름대로 그 어려움에서 빠져나오기 전에 얼마나 힘든 시기를 겪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그래도
그런 인물들은 어쨌든 그 질곡의 시기를 건너고 지금 후세에 전해지는 것처럼,
인생을
구가했다는 점에서 읽어볼만한 사례들이다.
사회적 차원의
문제
애당초 인간의 애착 시스템은 양육과
종족 보존을 위해 생겨난 것이다.(99쪽)
그런데
애착 시스템이 원활하게 기능하지 못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가족은 풍비박산이 난다.
그래서
애착의 붕괴는 가족의 붕괴이며,
양육을
보호하는 구조(즉
사회)의
붕괴로 이어진다.
따라서 사회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애착시스템의 회복이 요청되는 것이다.
유의해서 볼
기법들
애착을 회피하려는 증상을 극복하기
위한 대처 방법이 여럿 있는데,
이중
두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폭로요법(186쪽),
불안이나 공포에 사로잡힌 마음을
극복하는 기법으로서,
이
요법을 행할 때에는 우선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여 그 것에 직면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런
상황을 상상하면서 그 마음에서 도망치지 않고 계속하여 그 상황을 맞서는 연습을 하는 것을 말한다.
그
상황에서 도망치지 않고 맞설 수 있다면 공포와 불안은 점차 희미해지면서,
회피하려는
마음을 없앨 수 있다.
모리타
요법(191쪽)
힘든 일이 있을 때에 그 일은
방치해두고 다른 일에 매진하는 방법이다.
즉
어떤 일로 근심걱정이 찾아올 때에 다른 일에 온통 신경을 집중하여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어차피
죽을 것인데 -
하다보면
어느 사이 그토록 자기를 괴롭혔던 증상이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즉
그 증상을 치료하고 싶어도 낫지 않지만 중요한 일에 집중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 책이 가지는 또 다른
가치
이 책은 일단 애착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갖게 되고,
그
애착시스템이 고장난 경우 어떻게 하면 회복할 수 있을까,
하는
방법론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가치가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단순히
객관적으로 그러한 일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이 그러한 애착 회피형 인간에 해당되는지를 알아 볼 수 있으며,
만약
해당사항이 있다면 자가회복을 위하여 이 책에 제시되어 있는 여러 기법을 활용해 볼 수 있다는 점에 또 다른 가치가 있다.
또한 타인에 대하여 시선을
돌려보면,
지금까지는
우리 주변에 그러한 경향을 지닌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는데,
그러한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가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쉬운
점
인명의 이름 표기에 관한 건이 우선
그 하나.
이 책에서는 애착이론의 창시자를
‘존
바울비(John
Bowlby)’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심리학 관련 책에서는 많은 경우 그를 ‘존
보올비’라
부르고 있다.
외국인의
이름이니까 한글 표기는 나름대로 할 수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부르는
이름을 두고 굳이 다른 표기를 하는 이유는?
번역자의
취향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낯설다.
두 번째는 전문적 용어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다.
이 책을 읽다가
‘히키코모리’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접했다.
처음
그 단어를 접했을 때에 그 의미를 몰라 헤맸다.
그런데
그 단어가 한두 번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열
번이 넘게 등장하니까 문맥상으로 그 의미를 짐작은 했는데,
그래도
미심쩍어 다른 경로를 통해 그 뜻을 알아보았다.
<ひきこもり[引(き)籠もり]
은둔형
외톨이;
장기간 자신의 집이나 방에 틀어박혀
사회적 활동에 참가하지 않는 상태;
또는
그런 사람.>
그 용어가 심리학에서 이미
전문용어로 인정받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
같은 독자를 위해 역자가 그 단어에 대한 뜻을 알려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