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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수잰 레드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평점 :
한순간에
이 책은?
이 책 『한순간에』 는 소설이다. 장편소설.
원제는 <In an instant> 이다.
저자는 수잰 레드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끊임없이 소설적 상상력을 작동시키는 이야기꾼이자 진정한 페이지 터너.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 공과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가족의 이야기를 설득력 있는 서사로 풀어내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책의 내용은?
등장인물
화자인 ‘핀’을 중심으로 등장인물을 살펴보자.
밀러 집안
잭 밀러 - 아버지
앤 밀러 - 어머니, 변호사
큰 언니 - 오브리 - 벤 (약혼자)
작은 언니 - 클로이 - 밴스 (남자 친구)
나 - 핀 - 찰스 매코이 (마음에 두고 있는 남학생)
동생 - 오즈
빙고 - 애완견
친구 - 모(모린) 카민스키
조이스 카민스키 부인 - 모의 어머니
골드 집안 - 핀의 집과 이웃해서 사는 사람들
밥 골드 - 밥 삼촌이라 부르나, 혈연관계는 아니다
캐런 골드 - 카일 이모라 부르나, 역시 혈연관계는 아니다.
내털리 골드 - 밥과 캐런의 딸
카일 - 가던 길에 태워준 소년.
사건의 발단
화자인 ‘나’는 열여섯 살 고등학생이다. 이름은 핀. 겨울에 가족끼리 스키 여행을 나선다.
그 여행에 동행한 사람들이 있다. 이웃에 사는 골드 가족과 ‘나’의 친구인 모(모린) 그리고 언니 클로이의 남자 친구 밴스다.
산장에 도착해 짐을 풀고 일행은 저녁을 먹기 위해 차를 몰고 눈길로 나선다.
그렇게 가던중 사슴을 만나고, 사슴을 피하다가 그만 차는 언덕 밑으로 굴러떨어진다. 사고를 당한 것이다.
화자인 ‘핀’은 그 사고로 죽는다.
나는 차 밖에 있는데도 전혀 춥지 않다. (64쪽)
나는 몸을 느낀다. 내 팔과 다리, 심장, 호흡, 하지만 다른 것들은 느껴지지 않는다. 추위도, 축축함도, 중력도, 공기도. (65쪽)
나의 영혼은 살아있다. 하지만 더 이상 그 영혼을 속박하던 육체는 없다. (66쪽)
화자인 핀의 상황, 순식간에 변화가 찾아온다. 죽음이 찾아온 것이다.
위에 몇 문장 인용한 것은 죽음이 그녀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었는지, 죽음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순간순간의 변화 - 괄목상대하며 읽자
저자는 사건의 전개 과정을 기록하면서, 순간의 변화, 감정의 변화, 관계의 변화를 기록하는데 천재적인 수완을 발휘한다.
그의 내면의 갈등, 그의 망설임, 그의 두려움을 느낀다. (95쪽)
엄마와 카일이 가고 난 뒤 미묘하게 변화된 관계에서 느껴지는 불안함 때문이다. (105쪽)
나는 엄마의 두뇌가 카일의 체중과 자신의 버틸 힘의 한계를 가늠하느라 빠르게 회전하는 것을 지켜본다.(121쪽)
모라는 인물, 캐릭터의 창조
여기 등장하는 인물 중에 모(모린)이 가장 돋보인다.
모(모린)라는 캐릭터, 저자가 창조한 인물중 가장 돋보인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모(모린)가 생각하는 것, 움직이는 것 하나하나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사고를 당해 모든 사람들이 자기 살 궁리만 하는 가운데 침착하게 일행에게 도움을 줄 방법을 찾아낸다.
또한 후반부에서는 거짓말을 하는 골드 집안의 잘못을 드러내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모(모린)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여가며 읽으면, 사람이 이래야 하는구나, 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건 후에 벌어지는 인간 관계, 그리고 갈등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이 한계 상황에 봉착했을 때,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가, 생각할 게 많다. 부츠에 얽힌 갈등, 오즈의 장갑에 대한 것들, 여러 가지가 있다.
부츠에 얽힌 갈등이란?
사고를 당해, 핀은 죽고 다른 사람들은 혹한의 밤을 차 안에서 버텨내야 한다.
그래서 엄마는 죽은 딸의 옷과 부츠를 벗겨내, 다른 사람을 따뜻하게 해주려고 한다.
엄마는 내 어그 부츠와 양말 그리고 운동복 바지를 벗기면서 훌쩍거린다.
다 끝나자, 엄마가 앞 유리창을 통해 옷을 가지고 차로 들어간다.
“모 이거 입어.” 엄마가 옷더미를 옆에 내려놓으며 말한다.
그런데, 캐런 이모가 그 옷과 부츠에 눈독을 들인다. 자기 딸 내털리에게 입히고 신기려는 것이다.
부츠는 내털리가 신어야 할 것 같아.
내털리를 껴안은 이모의 거친 눈길이 내 옷더미 위를 잽싸게 내달린다.
모와 내털리 둘 다 방한에 적합하지 않는 부츠를 신었다.
이유가 뭐든, 엄마는 캐런 이모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다시 말한다.
“모, 네가 신어.” 그리고 말없이 몸을 돌려 다시 전장으로 되돌아간다. (87쪽)
그 후에 엄마는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차 밖으로 나선다,
그때 모는 부츠를 벗어 엄마에게 신긴다.
"이 부츠 신고 가세요."
모는 눈이 쌓인 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어그 부츠를 비틀어 벗은 다음 눈에 젖지 않도록 다리를 허공으로 들어 올린다. (101쪽)
‘나’는 생각한다. 만일 엄마가 내털리에게 부츠를 신겼더라면 내털리는 차밖으로 나서는 엄마에게 신으라고 주었을 것인가?
그건 아마도 엄마가 내 부츠를 모가 아니라 내털리에게 주었다면 자기는 결코 그걸 엄마에게 다시 돌려주지 않았을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104쪽)
그 부츠 때문에 나중에 엄마와 캐런 이모 사이는 금이 간다.
네가 대 딸 대신 모를 선택했을 때 너의 진심이 어디 있는지 확실하게 알았어,
핀의 부츠 말이야. 그걸 모에게 줬잖아. (326쪽)
그들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늙을 때까지 변치 않을 거라고 믿었던, 자매나 다름없는 놀라운 우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단 한 켤레의 부츠 때문에, 그 우정은 깨져버렸다. (329쪽)
이번에는 모의 어머니와 캐런 이모와의 갈등이다.
같은 추위를 겪으면서 같은 차 안에 있었는데, 모는 발가락에 동상이 걸린 반면 내털리는 멀쩡한 게 모의 어머니로선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 딸의 발가락은 저 모양인데 왜 내털리는 멀쩡한 건지 궁금해져요. 그리고 생각하죠. 정말 운 때문이라면, 그 운이란 건 참으로 잔인하고 불공평하다고요. (179쪽)
이런 게 사람의 본모습이다.
하지만 이제 알 것 같다. 사람은 겉모습으로는 알 수 없고 본성도 보이는 것과는 다르다. (180쪽)
우리의 인간성이 양심보다는 상황에 의해 결정되는지, 그리고 만일 우리 중 누구라도 궁지에 몰리면 변하게 될지 말이다. 나는 그날 목격했다. 모두 자신들이 믿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355쪽)
절박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평소라면 하지 않을 일들을 한다. (355쪽)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이렇게 사용된다.
클로이 언니의 가방에 들어있던 책 한권, 그게 바로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이다. (105쪽)
그 책, 나중에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
『오만과 편견』의 색다른 쓰임새.
http://blog.yes24.com/document/13500242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약간의 생각과 약간의 친절은 종종 아주 많은 돈보다 더 가치가 있다. - 존 러스킨 (408쪽)
우리는 모두 벌레다. 하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빛을 내는 벌레라고 믿는다. - 윈스턴 처칠 (459쪽)
다시, 이 책은?
저자 소개에 이런 대목이 있다.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끊임없이 소설적 상상력을 작동시키는 이야기꾼이자 진정한 페이지 터너.>
‘페이지 터너(page turner)’, 무슨 말일까?
<페이지터너는 연주회에서 연주자가 연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옆에서 악보를 넘겨주는 사람을 뜻하기도 하고 책장을 넘기기가 바쁠 정도로 흥미진진한 책을 일컫기도 한다.>
여기서는 당연히 후자의 의미로 쓰였다. 해서 저자는 이야기꾼이라는 말, 그 중에서도 책장을 넘기느라 바빠지는 책을 쓴 작가라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 이 책 적지 않은 페이지가 있는 책이지만, 읽다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그래서 한 번 잡았다 하면 끝을 보고 마는 책이다. 독자들은 진정한 '페이지 터너'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페이지를 넘기면서, 이런 생각하게 된다.
인생을 살면서 언제나 위기는 다가온다, 시련의 시간이 오는 것이다.
그럴 때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문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런 선택의 기로에 서서, 각자의 인생관에 따라 상황을 해석하고, 그걸 기초로 하여 결정을 했다, 그 결과 그들의 인생은 달라진다.
그렇다면,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