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 하·화도편 - 춤 하나로 세상의 보물이 된 남자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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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상권 <청춘편>을 읽고

 

얼마 전에 이 책의 <상권 청춘편>을 읽었다

그리고 리뷰 마지막에 이런 글을 남긴 바 있다.

 

[이 작품은 소설이다, 소설의 구조는 항상 그렇듯이 독자들을 그냥 편하게 하질 않는다. 독자들이 결코 안심하지 못하도록 주인공을 험지로 몰아넣고 고생을 하게 한다.

그런 소설의 구조상, 주인공인 키쿠오도 어쨌든 고생길에 들어서야 하는데.....

 

이 책에 관한 정보에 의하면 이 책의 저자 고향이 나가사키라는 것, 해서 저자 고향의 과거와 현재를 담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만한 사항이라 하겠다.

 

특히 이 소설의 주인공 타치바나 키쿠오가 나가사키를 떠나 오사카로 열차를 타고 가는 장면은 저자의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부분이 아닐까?

 

그리고 이 책은 상권인데 이제 다음 하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의 주인공이 금의환향?]

 

이제 다시 하권 <화도편>을 읽으면서

 

위에 적었던 상권의 리뷰를 다시 읽어보니, 내가 얼마나 책을 허투루 읽었는지 알게 되었다.

고작 그런 정도로 이 책을 생각하다니?

그게 아니었다. 이 책은 그런 경지를 뛰어넘는다, 그것도 훨씬 더.

 

왜냐면 하권을 읽으면서 상권 각 장마다 저자가 말하려 했던 것이, 그 속에 품고 있던 내용들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권에는 맨 마지막에 타키 하루미의 <해설>이 있다,

 

<해설> 안에 내가 모르고 읽었던 책의 속사정이 무엇인지 낱낱이 드러나고 있었다.

그러한 것도 모르고 나는 그저 글자만 읽고, 껍데기만 열심히 핥었던 것이다,

 

다시 상권 <1>부터 읽어보자

 

상권 제 1장은 <하나마루 요정의 터>.

이 소설은 제1장에서부터 엄청난 사건이 벌어진다.

 

그해 정월, 나가사키에는 흔치 않은 큰 눈이 내렸습니다. (상권, 7)

 

그렇게 시작한 이 책, <1>에서 눈에 대해 좀더 긴 서술이 이어진다.

 

기모노를 입은 정월 참배객의 어깨에 쌓이는 것은, 마치 무대에 흩날리는 종이 꽃가루처럼 근사한 함박눈이었습니다. (상권, 7)

 

그리고 이어진 사건, 쌓인 눈을 핏빛으로 물들인 사건이 벌어진다. 곤고로가 상대방의 공격에 그만 쓰러지고......

 

그런 사건의 의미를, 그저 이야기의 시작인줄만 알았는데, 거기 숨어있던 무언가가 있었던 것이다. 그게 무엇일까?

하권 <해설>에 이런 설명이 나온다.

 

1장에서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신년회 여흥으로 공연되는 <쌓이는 사랑 눈 세키노토>. 이 소설의 주인공인 열네살의 미소년 키쿠오가 요염한 최고급 기생 스미조메로 등장하는 중요한 단락이다. (하권, 380)

 

해설에 분명 '중요한 단락'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냥 스처 지나갔으니. 저자가 일껏 중요하게 방점을 찍으며 집어넣은 장면을 아무것도 모른 채, 그 중요성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넘어가버린 것이다. 그러니 가부키의 진수를 어찌 알 수 있으리요?

 

그 때 했던 공연 <쌓이는 사랑 눈 세키노토>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미조구치 켄지 감독의 영화 <마지막 국화이야기>에서 의미를 가지고 등장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하권, 381


그러나 그런 것을 전혀 모르는 나로서는 이 책 상권에 등장하는 그 장면, 그게 어떤 의미인지 전혀 알지 못했으니.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수박 겉만 핥았다는 말이 정말이지 맞는 말이다.

 

그러니 독자들은 이 책의 제목이 왜 <국보>인지 알려면, 먼저 이 부분 <해설>부터 읽어야 한다. 그래야 각 장면 장면마다 거기 숨어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헤아려 볼 수 있다.


또 있다. 

눈으로 시작한 이 소설은 마지막에도 눈이 등장한다.


하권 376쪽이다.

지금 키쿠오의 눈에 비친 것은 긴자 거리의 네온사인일까요. 아니면 세차게 내리는 눈보라의 세계일까요. 


그런 눈의 의미, 생각하며 읽어야 하는데, 정말이지 그런 생각 꿈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마악 페이지만 넘겨버린 것이다. 책을 허투루 읽은 것이다. 

 

<국보>에서는 가부키의 다양한 작품의 명장면이 곳곳에 삽입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런 해설이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것은 제1장뿐만이 아니라 <국보>에서는 가부키의 다양한 작품의 명장면이 곳곳에 삽입되어 있고, 그것이 이 소설에 한층 깊은 색채를 부여해 준다. (하권, 380)

 

그렇게 전제를 한 다음에 해설은 각 장에 들어있는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바로 이 부분이 <국보>를 다시 한번 읽게 만들어준다. 

 

1<하나마루 요정의 터>에 등장하는 <쌓이는 사랑 눈 세키노토>를 필두로 하여,

2<키쿠오의 녹슨 칼>에는 <가나데혼 츄신구라>의 일곱 번째 단락에 등장하는 녹슨 것이 꼭 빨간 정어리 같군이라는 말이 소개되고 있다.

 

여기서 또 이름과 관련된 이야기도 등장하는데, 곤고로에 관한 것이다

곤고로는 이 소설의 주인공 키쿠오의 아버지이며, 1장에서 비참하게 살해 당하는 역할을 하는 인물인데, 그 이름이 영웅극의 대표적 작품 <시마라쿠>의 주인공 가마쿠라 곤로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한국 독자들은 곤고로라는 이름을 들어도 그런 영웅이 떠오르지 않으니 이 소설을 읽을 때에 그 어떤 특별한 감정도 들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따라서 소설 속으로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다.

 

다시, 이 책은?

 

해서 이 책은 두 번 읽어야 한다.

하권을 다 읽고, <해설>을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어 그걸 읽었더니 아뿔싸, 이게 순서가 틀렸잖아,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게 된다

<해설>을 상권 맨 앞에 두었더라면 오히려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런 아쉬움을 달래려면, 하권에 있는 <해설>을 읽고난 다음에 다시 상권을 처음부터 읽어보는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 껍질을 깎아내고 본격적으로 속 알갱이가 맛있는 과일을 먹을 차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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