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여행 - 모두가 낯설고 유일한 세계에서
양주안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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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여행

 

여행기이제 너무 나온다.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시간이 많이 흘렀다.

해외여행 자유화 전에는 해외를 마음대로 나가지 못했으니 한동안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그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내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하기야 지금도 어느 정도는 통하고 있다.

정말 널린 게 해외 여행기다 

그러니 이제 색다른 책이 나와야 한다해외 여행기이긴 한데 기존의 책과는 색다른차별화가 필요한 것이다바로 이 책이 그런 책이다차별화.

 

어떤 식으로 다를까?

저자가 언뜻 비친 말 하나가 있다.

 

지금은 없애버린 다른 원고가 하나 있었다거기서 나는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다른 것들을채워 넣었다파리의 에펠탑이나밀라노의 두오모 성당멕시코시티의 카사 아줄(프리다 칼로의 생가)에 관한 이야기였다내가 아닌 누군가의 역사가 남긴 아름답고 처연한 흔적들을 소개했다. (6)

 

그런 책 대신에 이 책이 나온 것이니 어떤 책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러니 이 책에는 파리의 에펠탑 대신에 저자의 아주 사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이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저자는 튀르키에서 쿠르드 족 출신의 A를 알게 되었다.

신기한 인연이라고 할까저자가 튀르키에 이스탄불을 여행하고 있는 중에 카우치 서핑 앱에 알람이 떴다. A는 한국에 여행할 거라고 하면서 저자의 집에 묵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려는 것저자는 마침 이스탄불에 있다고 답하고그 둘은 거기에서 만나 인연을 이어간다.

 

쿠르드족질곡의 역사를 지금껏 살고 있는 민족.

A는 바로 그런 크루드족이었다.

그에게 커다란 난관이 하나 닥쳐오는데군대를 가야 한다는 것이다.

튀르키에에 살고 있으니 당연히 튀르키에 군에 입대하게 되는데문제는 입대하면 쿠르드군과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 뒤 그 둘은 서울에서 다시 만난다.

거기에서 저자는 그로부터 놀라운 A의 발언을 듣게 된다.

A는 튀르키에 군대에 들어가는 대신쿠르드족의 독립단체로 가겠다는 것그러면?
그는 이제 투르드족의 일원으로 튀르키에군과 맞서 싸우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기록이 저자가 쓰고자 하는 것이다

아주 사적인 기록이다.

튀르키에에 사는 쿠르드족의 한 사람인 A가 튀르키에군에 가지 않는다는 기록,

튀르키에 대신 쿠르드 족의 독립을 위해 생명을 걸고 싸우겠다는 기록. 

그게 저자가 만난 쿠르드족 한 사람의 이야기지만실상은 튀르키에와 쿠르드족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기록인 것이다그런 이야기를 독자들은 듣고 싶을 것이다.

 

개인적인 이야기 말고 이런 이야기도 들어있다.

 

수잔 발라동과 화가 툴루즈 로트레크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에릭 사티까지 얽히고설킨 사랑 이야기

에릭 사티는 오직 수잔을 위하여 <Je Te Vuex>를 작곡했다고 한다. (77)

<Je Te Vuex>를 번역하면 당신을 원해요이다.

그리고 그 셋의 이야기는수잔 발라동은 화가가 되었답니다.

 

다시, 저자의 사적인 이야기 하자.

 

노르망디의 르아부르에서 비를 피하려 어떤 건물도 들어가서 만난 현지인 한 명과 이런 대화를 나눈다.

 

저는 여행 잡지 기자에요출장을 온 셈이죠.

오호여행이 일이라니멋지네요.

여행이 일이 되면비를 원망하게 돼요.

왜죠비에 관해 기사를 쓰면 되는 것 아닙니까?

비오는 날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아요하지만 맑은 날씨의 여행지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조금 더 많죠.

재밌는 일이죠비는 좋은 거에요나무와 풀을 자라게 하죠하지만 우리는 비를 피해요일상에서는 거추장스러운 것이 되거든요. (184)

 

역시 개인적인 대화지만이 대화는 비의 유용성에 관한 현지인의 깊은 성찰이 들어있다.

더더욱 이런 생각을 하는 현지인이니 말이다.

그 현지인은 노르망디 상륙전쟁만 머릿속에 갖고 왔다는 저자의 말에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진짜 노르망디는 비가 자주 오고 유채꽃이 피는 곳이에요이건 수십년 전 일이 아니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죠사람들은 지나간 일에 의미 부여해요마치 더 대단한 일이 었던 것처럼 말이죠그러니 안심하세요지금 이곳에는 나치는 없어요. (185)

 

맨 마지막 두 문장은 서양인 특유의 유머지만 그 앞에 말한 것들은 모두 생각할 거리들을 마치 유채꽃처럼 피워놓고 있지 않은가?

 

다시이 책은?

 

이것도 빠트리면 안 된다. 

폭탄은 생명을 죽이지만 비는 생명을 자라게 해요폭탄은 돈을 주고 만들지만 비는 그냥 얻는 것이죠우리는 값없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잊고 살아요거저 얻은 것은 하찮게 보는 이상한 습관이 생겼죠. (185)

 

아마도 그 현지인 비오는 날에 맞춰 나타난 현자인지 모른다싸워서 사람을 죽이려고 폭탄을 만들고 있을 그 누군가에게 비와 폭탄의 상관관계를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려고 나타난 현자아마 비처럼 그 사람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았을까.

 

이 책은 그런 현자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저자가 이 글을 쓰기로 한 목적, <파리의 에펠탑이나밀라노의 두오모 성당멕시코시티의 카사 아줄(프리다 칼로의 생가)에 관한 이야기내가 아닌 누군가의 역사가 남긴 아름답고 처연한 흔적들을소개하지 않았으므로결과적으로 저자의 아주 사적인 이야기가 가득하다.

 

에펠탑 따위 가고 또 가본 곳이니 안가도 좋다이런 이야기들로 가득 채우는 여행기가 아주 사적인 느낌이지만기분이 훨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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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CULPTURE - 한국 조각을 읽는 스물한 개의 시선
(사)K-SCULPTURE 조직위원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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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SCULPTURE 한국 조각을 읽는 스물한 개의 시선

 

조작품이야 서양미술을 찾아 공부하면서 몇 점을 본 적이 있다.

고대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한 것들 그리고 르네상스 시대 작품들 말이다.

미켈란젤로 등유명한 작품들 있지 않은가?

그런 것 정도가 전부라서 이 책 한국의 조각에 관한 책이라 은근히 관심이 생겼다.

나의 부족한 조각품 보는 안목에 뭔가 더 얻어들을 게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

 

제목이 한국 조각을 읽는 21가지 시선이니까 그 21가지가 뭔가 우선 궁금했다.

21가지약간 많기는 한데그래도 그런 시선만 제대로 파악해 두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치고 읽어보았다.

 

이런 글이 나의 글 읽기에 기운을 불어넣는다.

 

그리스 아테네이탈리아 로마도 국력이 가장 흥할 때 조각이 융성했습니다이제 조각입니다. (5)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해서 이 책 읽었다,

 

읽다보니 내가 오해했나보다.

 

<한국 조각을 읽는 21가지 시선>이라고 해서 나는 조각품을 감상하는 방법을 말하는 줄 알았는데그게 아니었다.

현재 한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조각 예술에 관하여 21가지로 검토해보는 글이다.

그래서 다음 다섯 분야에 대하여 각각의 전문가가 몇 가지 글을 쓴 것들을 종합해 놓은 것이다.

 

CHAPTER 1. History of K-Sculpture 한국 조각의 역사

CHAPTER 2. 樂樂遊覽 2022한강조각프로젝트 낙락유람

CHAPTER 3. Public Art & Public Sculpture 공공미술과 공공조각

CHAPTER 4. Contemporary Sculpture of Pluralism 동시대 다원화 조각

CHAPTER 5. The Value of K-Sculpture 한국 조각의 가치

 

타이틀 제목을 영어랑 같이 해놓아서 복잡하게 느껴지니 다시 한번 한글로만 읽어본다.

 

CHAPTER 1. 한국 조각의 역사

CHAPTER 2. 樂樂遊覽 2022한강조각프로젝트

CHAPTER 3. 공공미술과 공공조각

CHAPTER 4. 동시대 다원화 조각

CHAPTER 5. 한국 조각의 가치

 

이렇게 한글로만 읽어보니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한눈에 들어온다,

 

<CHAPTER 1. 한국 조각의 역사>

 

이 챕터에서 읽고 새겨야 할 게 많다.

예컨대 <전통은 어떻게 현대조각에 작동하는가>에서는 우리나라 조각의 전통이 무엇인지그리고 그 전통이 현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우리조각의 전통과 아울러 현대조각에 관하여서도 알게 되는 글이다.

 

조각에 대한 문외한인 나로서는 생경한 내용이지만 그래도 이 글을 읽으니 전통과 현재를 아우르는 시각을 어느 정도 갖게 되었다. 

 

우선 이런 글자체가 좋다.

 

무념무상으로 빚어진 듯 좌우대칭이지도 않고문양이나 유약으로 가득 채우는 공교(工巧)한 손재주도 자랑하지 않는다쨍하게 하얗지도 않고 완전 동그랗지도 않은 둥그스름한 백자 달항아리는 의심없이 민족의 상징이었다화려하고 찬란하기까지 한 수많은 옛물건들 속에서 하필이면 흰옷백자와 같은 흰 것들이 전통의 상징이 된 것은 어떤 연유인가? (25)

 

문장이 수려하다깔끔하면서도 문장이 수려하다백자 달항아리를 묘사하는 글이 마치 백자 항아리를 빚는 장인의 솜씨와 방불하다그 다음 우리 슬픈 역사를 거론하는 글이 연이어 나오니 비장하기까지 하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그렇게 백자 달항아리는 우리 역사 속에 살아있다는 것이제 더하여 상징을 넘어 조형 언어로 나아가고한국을 상징하게 되었다. 우리의 정신을 보여주는 우리 전통의 조각품들이 이제 현대로 넘어와 우리 전통의 상징이 된다는 것 아닌가해서 이런 글은 조각의 역사를 일별하는데 아주 유용하고게다가 품격있는 글이라 하겠다.

 

 

K조각을 우리 역사와 연결하여 반추하는 글도 계속된다.

<상실에서 회복으로한국전쟁과 추상조각> (46쪽 이하)

 

<樂樂遊覽 2022한강조각프로젝트 낙락유람’>

 

2022년에 서울 뚝섬에서 열린 대규모 전시회대형 야외조각 300점과 소품 800점이 전시되었다그 중 몇 점을 이 책으로 보게 된다.

 

글을 읽으면서는 이런 것도 알게 된다.

파라고네 (77)

르네상스 시대에 그림과 조각의 우열을 다투었던 담론을 말한다.

르네상스를 공부하면서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간에 있었던 언쟁이 단지 일회성으로 끝난 게 아니라는 것여기서 알게 된다.

 

<CHAPTER 3. 공공미술과 공공조각>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올림픽 개최를 준비했던 시기부터 공공미술을 위한 법령과 미술작품이 도시에 제작되었고, 2000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공공미술 프로젝트들이 전국적으로 시행되었다.

 

길가 큰 건물 앞에 으레 놓여있는 조각품들이 그런 연유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그래서 이제 미술이 공공의 작품이 되어 시민의 일상에 스며들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CHAPTER 4. 동시대 다원화 조각>

<CHAPTER 5. 한국 조각의 가치>

 

한국 조각의 가치는 시장을 말한다조각품을 돈으로 거래하는 것그럴 때 화폐로 교환되는 가치를 말한다. 우리 조각의 추상적인 가치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이 챕터에서는 진지하게 우리 조각의 가치를 논하고 있다. 돈이 돌아야 작품이 만들어질 테니까이런 논의도 분명 필요할 것이다조각 작품의 풍성한 생산을 위해서.

 

다시이 책은?

 

한술 밥에 배부르랴는 우리 속담이 이 책을 읽고난 소감에 제격이다.

전혀 조각에 문외한인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그냥 허투루 스치고 넘어간 통찰이 어디 한 두군데일까일껏 힘들여 쓴 글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것들이 많을 것이니, 필자들에게 그저 죄송할 뿐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K조각 예술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를 알게된 것고맙고 감사한 일이다이런 좋은 책으로 조각의 현황을 한번 가늠해보는 것도 좋고 또한  심미안을 기르는데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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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슈 하이라이트 Vol.06 태양계와 지구 과학이슈 하이라이트 6
과학동아 편집부 지음 / 동아엠앤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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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슈 하이라이트 Vol. 06 태양계와 지구

 

천자문의 첫 글자로 하늘 천()을 외우면서 살았던 우리 민족.

그 천하늘은 어떻게 생겼을까항상 궁금해하던 것 중에 하나였다.

그런 궁금증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요즘엔 태양계에 대한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도 그 중에 하나다.

 

이 책에 등장하는 것들로 나의 지식 창고 하늘’ 분야를 채울 심산이다.

그 내용은?

 

현재 태양계는 다음과 같은 행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태양,

수성금성지구화성

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

 

이 책은 그런 행성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17)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해주는 태양

지옥처럼 뜨거운 수성,

공전과 자전이 거꾸로인 금성,

유일하게 생명이 있는 지구,

사막 같은 화성,

행성 중에서 가장 큰 목성,‘

멋진 고리를 뽐내는 토성,

희한하게 누워있는 천왕성,

아름다운 푸른 구슬 같은 해왕성.

 

이중 수성금성지구화성은 암석 행성이고

목성토성천왕성, 해왕성은 가스 행성이다.

 

목성이 의미있다.

 

목성은 미니 태양계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미니 태양계를 최초로 발견한 사람이 바로 갈릴레오다.

 

갈릴레오는 이탈리아 파도바의 집 정원에서 직접 만든 망원경으로 목성과 위성을 확인하고 태양계의 구조를 유추하였다. (73)

 

목성에 관한 기록도 흥미롭다.

목성 천문학자 갈릴레오의 이름을 가져다 붙인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는 목성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많은 공헌을 하고, 2003년 9월 21일 그 임무를 마쳤다.

 

탐사선 갈릴레이가 한 업적은, (76)

유로파칼리스토가니메데가 표면 아래 바다를 품고 있다는 증거를 찾아냈고

이오에서는 거대한 화산의 폭발 장면을 포착하기도 했다.

1991년 10월에는 탐사선 최초로 소행성을 만났다.

1993년 8월에는 우주 관측 역사상 최초로 소행성을 돌고 있는 달을 발견했다.

 

가장 큰 업적은 유로파의 얼음 표면 아래에 액체 바다가 존재한다는 설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은 것이다. (82)

 

이런 일이 중요한 이유는모든 생명체의 근원인 물이 지구 밖에도 있다면 외계 생명체의 가능성은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의 업적은 이 책의 후반부에 다시 한번 거론된다.

<2의 태양계는 있을까>라는 항목에 갈릴레오가 찾아낸 유로파의 얼음 존재그것을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 2024년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가 발사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175)

 

행성의 밀도

 

이런 글도 만난다.

일반적으로 목성과 같이 무거운 행성은 가스행성지구와 같이 가벼운 행성은 암석행성으로 판단된다. (180)

 

가스행성이 암석행성보다 가벼울 줄로 알았는데그게 아니었다.

 

그래서 이런 기록도 눈에 들어온다.

가스 행성과 암석 행성을 구분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행성의 밀도인데.....(180)

 

여기에서 행성의 밀도라는 개념을 만나게 된다.

그럼 밀도를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밀도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질량과 크기가 필요하다.

행성 횡단에 의한 별빛 가림 현상을 관측하면 행성의 크기를 비교적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따라서 별빛 가림 현상이 나타난 행성만 가스행성인지 암석행성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180)

 

이런 것도 알게 된다.

 

태양계 형성이론에 칸트도 한 몫 했다.

이런 데서 칸트를 만날 줄은 몰랐다뉴턴이야 당연하지만 칸트도 태양계 형성 이론에 한 몫을 했다는 것이다.

 

태양과 행성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설명하고이를 통해 현재 천체의 운동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었다이에 대해 최초로 과학적 설명을 한 사람은 철학자 엠마뉴엘 칸트다뉴턴의 역학에 심취했던 칸트는 일반 자연사와 천체이론이란 제목의 학위논문을 쓸 정도로 천문학에 관심이 많았다그는 1755년에 뉴턴의 만유인력법칙을 적용해 태양계가 어떻게 형성됐는가를 보이는 성운설을 제안했다. (9)

 

천상계와 지상계:

 

예전의 사람들은 하늘과 땅을 구분하여 각각 다른 운동법칙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그게 바로 천상계와 지상계의 구별이다.

 

지구의 운동은 느낄 수 없었고사람들은 태양이 완전한 천상계에 속한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태양은 숭배의 대상일 뿐 탐구의 대상일 수 없었다달 아래의 지상계는 변화하는 불완전한 세계였지만 천상계는 변화가 없는 완전한 세계였다그 천상에서 태양은 완전성을 보여 주는 신의 모습이었다. (24)

 

다시이 책은?

 

그런 천상계와 지상계의 구분이 없어지고 하늘은 이제 숭배의 대상이 아니라 탐구의 대상이 되었다그렇게 탐구과정을 거쳐 우리 앞에 나타난 태양계이 책을 그걸 잘 보여주고 있다.

 

특별히 이 책은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만들어졌기에요즘 학생들이 하늘에 대하여 어떤 것을 알고 있는지도 알게 된다누군가 말하길 요즘 아이들은 뉴턴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다는 말을 했는데그 말은 맞는 말이다사실이고 진리다.

 

그렇다면 나는?

요즈음 고등학교 학생보다 덜 알고 있다는 말이 되기에 이 책은 나로 하여금 지식 추구에 더욱 분발하도록 하는 자극제가 되기 충분하다.

 

이 책은 그런 용도로 사용하기에도 좋고 그 안에 담겨진 지식을 잘 헤아려 내 것으로 삼는다면 이제 하늘은 어제의 하늘이 아니라새로운 하늘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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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카운슬링 - 인생의 불안을 해소하는 10번의 사적인 대화
체사레 카타 지음, 김지우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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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카운슬링

 

서적점 저자는 이 책을 이렇게 시작한다.

 

서적점이란 게 있다.

책을 가지고 점을 치는 것인데이렇게 한다.

책을 아무 페이지나 열어서 거기에 나온 말을자기가 처해있는 상황점으로 알아보고 싶은 것에 대한 해답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이런 문제가 있는데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런 질문을 안고 책을 펼쳐그 페이지에 나온 말이 곧 점괘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렇게 서적점으로 활용된 책들을 거론하는데다음과 같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헤시오도스의 신통기

헤라클레이토스의 저서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거기에 성경도 빠질 수 없다.

 

그 방법은 이렇다.

 

책이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안다고 생각하고책이 내게 전하는 바를 그대로 믿으면 된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성스러운 책을 손에 올려 놓고 두눈을 감고 내면의 질문에 집중한다.

그 다음 마음 가는 대로 페이지를 펼친다.

책을 펼치는 순간눈에 들어온 문구문단구절들이 바로 문제에 대한 해답이라 여기면 된다.

 

그런데 이런 서적점으로 이 책의 프롤로그를 연 데는바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인간들의 다양한 문제를 포함하기에 서적점으로 문제의 해답을 찾는 것만큼이나 유용한 해답들이 들어있는 책이라 생각하기에 그런 것이다.

즉 서적점을 쳐서 아무 페이지나 열어서 문제의 해답을 찾는 것 이상으로 셰익스피어는 인간 살아가는 데 적절한 해답을 담고 있다는 것그러니 셰익스피어를 그런 식으로 읽어보면 어떨까하는 취지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찾아가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들어있다.

 

셰익스피어의 어떤 작품이 어떤 문제에 답을 주고 있을까?

이 책의 타이틀에 더하여 관련되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적어둔다.

 

1하는 일마다 족족 꼬인다면 한 여름밤의 꿈

2문득 타인이 괴물처럼 느껴진다면 맥베스

3평생 사랑하지 못할까 봐 두렵다면 헛소동

4스스로 그 무엇도 해낼 수 없다고 생각된다면 헨리 5

5이유 없는 불안이 내 마음을 지배한다면 오셀로

6감당하기 힘든 일이 폭풍처럼 밀려온다면 템페스트

7이별의 상처로 그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다면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8삶에서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면 햄릿

9내 감정을 원하는 대로 관리하고 싶다면 로미오와 줄리엣

10한번은 원하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뜻대로 하세요

 

그러니까 셰익스피어의 10개 작품을 자기의 상황을 대입하면서 셰익스피어와 카운슬링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읽어보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셰익스피어를 읽었어도다시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보이지 않는 초인적인 힘을 굳게 믿었다. (45)

 

셰익스피어는 이 세상의 중심에 인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우리는 그저 각자가 맡은 역할을 소화하고 있을뿐이다 라고 생각한다. (46)‘

 

따라서 우리도 이런 식으로 생각을 바꾸면 일이 꼬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달라진다.

이게 첫 번째 글. <1하는 일마다 족족 꼬인다면 한 여름밤의 꿈>을 읽으면서 얻은 결론이다카운슬러인 셰익스피어의 말이 제법 그럴듯 하게 여겨지고마음에 와닿지 않는가?

 

맥베스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법 :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 작품에 대해 아내의 부추김에 넘어간 맥베스가 권력에 눈이 멀어 그녀와 짜고 끔찍한 만행을 저지르는 이야기라고 하는데그러한 해석은 맥베스의 비극 의미를 지나치게 축소하고 또한 진부하게 읽은 것이다. (62)

맥베스의 중심에는 권력을 향한 갈망 외에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극악무도한 욕망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해석은 신선하다지금껏 읽어온 셰익스피어에 대한 어떤 해설서도 이렇게 접근한 것은 보지 못했디그러니 셰익스피어를 읽고 제법 안다고 할지라도 이 책으로 셰익스피어를 새롭게 만나는 게 필요하다그래서 백베스를 통하여 인간의 욕망 자체를 만나보아야 한다.

 

셰익스피어를 안 읽었더면더더욱

 

혹시 이 책이 셰익스피어를 그래도 읽은 사람을 독자층으로 생각한 게 아닐까생각하면 오산이다.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배경 설명은 매우 중요하교맥베스의 경우는 특히나 더 그렇습니다. (63)

 

오셀로』 :

오셀로를 이해하려면 먼저 극의 배경을 이해해야 합니다. (195)

 

그러니그러한 순서를 알고 있는 저자이니 어떤 작품이든지 작품에 대한 배경 설명을 소홀히 할 리 있겠는가?

 

여기 제시된 10개의 작품에서는 작품에 대한 소개가 우선적으로 등장하는데그 작품에 대한 소개를 먼저 하고 있기에 오히려 셰익스피어 초보자에게 좋은 입문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해럴드 블룸은 프로이트의 모든 저서는 결국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대한 평에 지나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37)

 

사실 햄릿은 삶의 질문에 대한 해답은 찾지 못합니다그래서 이야기에서는 희망을 찾을 수 없습니다하지만 햄릿은 적어도 존재라는 간수에게 반기를 들고자기 목소리를 냅니다.(310)

 

이렇게 저자는 셰익스피어작품 속 주인공들을 일일이 소환하여 우리더러 대화를 나누게 한다그렇게 하다보면 우리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며문제를 스스로 풀어가는 우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다시이 책은?

 

셰익스피어를 새로운 시각으로 읽을 수 있다고 평하면 너무 단순한가?

이 책으로 셰익스피어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도 역시 성에 차지 않는다.

셰익스피어를 깊게그리고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해도 역시 부족하다.

그러니 이렇게 말할 수밖에!

 

읽어보시라그러면 생각이 확달라질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맛보는 기회를 만나는 것은 물론 셰익스피어가 이런 사람이었어몰랐네내가 너무 무심했구나하는 후회(?),

그리고 이제 셰익스피어를 다시 한 번 읽어보겠다는 굳은 결심도 하게 될 것이다.

 

좋은 책셰익스피어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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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명화, 붉은 치마폭에 붉은 매화 향을 담다 (표지 2종 중 ‘청록’ 버전)
서은경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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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명화 붉은 치마폭에 붉은 매화 향을 담다

 

대개의 경우 책을 소개하는 띠지를 살펴보지 않는 편인데이상하게 이 책은 찬찬히 그것부터 살펴보고 싶었다해서 읽어보니 이런 내용이다.

 

조선 시대 대화가들의 작품은 그림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표현의 깊이가 그대로 전달되어 작가의 이상과 철학과 교류하게 된다만화가 서은경이 한국화풍의 위트 넘치는 만화로 조선의 화가와 작품을 둘러싼 이야기를 들려준다그림은 화가의 마음을 그린 것이라 믿는 작가는 조선의 명화에서 대화가들의 깊고 진솔하면서도 특별한 마음을 만났다.

 

그림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표현의 깊이가 그대로 전달되어 작가의 이상과 철학과 교류하게 된다는 말에 밑줄을 그었다.

조선 시대 그림은 어쩐지 그랬다무언가 깊이가 있는 듯쉬운 말로 포스가 느껴지는 그림들이었다해서 그 속을 제대로 알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은?.

 

특이하게 조선시대 그림을 그림으로 설명한다같은 그림이로되 두 번째 그림이란 만화다만화로 조선시대 그림을 살펴보는 것이다.

 

조선 시대 누가 그린어떤 그림들일까?

 

정선의 인왕제색도

정약용의 매화병제도

남계우의 화접도

안견의 몽유도원도

강희언의 사인휘호

정선의 청풍계도

김홍도의 좌수도해도

김홍도의 한정품국도

김정희의 세한도

이정의 묵죽도

전기의 귀거래도

천년의 달 만년의 강선비의 이상을 그리다

고사 인물화·산수 인물화

 

정약용의 매화병제도

 

이 부분을 펼치면서 어떤 생각했냐면저자가 다산의 유배부터 이야기할 줄 알았다다산의 인생을 어느 정도 이야기하고 난 다음에 본론을 꺼낼 줄 알았다헌데 그게 아니었다.

여기에 저자의 이야기 솜씨가 드러난다그런 것 모조리 지워버린다여러분다 알지 않습니까다산의 인생 이야기유배당하는 것다 알고 있으니 나는 내 것만 바로 하겠습니다!

그게 이 만화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만화 내용인즉,....

 

다산부인이 보내준 치마를 바라본다.

그리고 자른다.


 

(그 다음에 무엇을 하는지 화면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 다음 장면은 딸 내외가 찾아오는 장면으로 바뀐다.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가는 딸의 손에 무엇인가 쥐어준다.

딸과 사위는 돌아가는 길에 그게 무엇인가 살펴본다.

어머니가 보낸 치마조각 내어 그 위에 그린 그림과 글.

딸은 목이 메어 길가에 주저앉아 울고 만다.

그리고 장면은 바뀌어새가 매화나무에 내려앉고 그 아래 다산의 모습!

 

그리고 이어지는 글로 된 글, <그림속 글씨에 담긴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러면 다른 그림은?

다산 편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남계우의 화접도이다.

 

남계우가 누구지난 잘 모르는데....

그런 걱정 필요없다.

이번에는 장편이다길다자세하게 설명해준다.

그러니까 저자는 무턱대고 자기식으로 하는 게 아니라독자의 형편을 잘 헤아려 짧게 하기도 하고 길게 하기도 하는 것이다.

 

남계우 편은 무려 15쪽이다다산편은 고작 9쪽인데 거의 배나 되는 그림을 독자를 위해 그린 것이다해서 처음부터 그가 누구인지어떻게 해서 나비와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그려준다.

 

그리고 또 결말은 어떤가?

결말이 더 재미있다환상적이다한 편의 드라마 같다.

현대의 아이 꼬경이가 조선의 선비 남계우를 만나 나비 이야기를 듣고난 다음에 홀연히 남계우는 사라져 버리고 남겨진 건 나비 화첩그러나 그 화첩 열어보니 그림 나비는 어디론가 훨휠 날아가 저기 핀 꽃잎위에 앉아있더라는 이야기!

 

그러니 그림도 좋고 그림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도 일품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아주그림을 아주 맛깔나게 엮어내니 그 다음 편도 기대 아니할 수 없다.

 

안견의 몽유도원도

 

이번에는 아예 등장시키지 않는다. <몽유도원도>를 그린 화가등장시키지 않는다.

대신 만화에서 화자 역할을 하는 두 사람을 그 그림 속으로 들여보내거닐게 한다.

신선한 착상이다. <몽유도원도>는 그렇게 보아야만 하는 것이다.

 

그 그림 위에 아까 편에서 날아간 나비인양글씨가 살포시 그림 위에 앉아있는 게 보인다.

 

설령 거기 꽃가지마다

복숭아 꽃망울 터져 있지 않아도

내 행복한 것은

내 곁에 손잡은

그대 있기에 (78)

 

이런 시가 있다니그 시를 읽는 순간 이미 무릉도원 아닌가!

 

마지막 편은, <고사 인물화와 산수 인물화>.

 

무슨 말인가고사 인물화산수 인물화?

 

고사 인물화란대체로 강호에 은둔했던 중국의 옛 현자를 주인공 삼아 그린 것이고.

산수 인물화란예컨대 이백이 폭포를 바라보는 모습이라든지 또는 강이나 물을 바라보는 선비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다시이 책은?

 

어라끝 마무리 봐라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저자.

차군은 꼬경을 등에 업고 걸어가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그저 무심한 듯 한마디 한다.

 

조선 시대 선비들은

그림 속에서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표현했던 거야.

선비들의 시대는 가고

현대를 사는 우리는

무엇으로 수묵화의 화두를 삼아야 할까?

 

저자의 물음표가 묵직한데,  그건 우리들 독자에게 하는 말이다.

만화가 쉽다고요가볍다고요천만에 이 만화는 천금보다 무겁고 진중하다.

던지는 화두가 무겁다아니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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