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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카운슬링 - 인생의 불안을 해소하는 10번의 사적인 대화
체사레 카타 지음, 김지우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6월
평점 :
셰익스피어 카운슬링
서적점 : 저자는 이 책을 이렇게 시작한다.
서적점이란 게 있다.
책을 가지고 점을 치는 것인데. 이렇게 한다.
책을 아무 페이지나 열어서 거기에 나온 말을, 자기가 처해있는 상황, 점으로 알아보고 싶은 것에 대한 해답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이런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런 질문을 안고 책을 펼쳐, 그 페이지에 나온 말이 곧 점괘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렇게 서적점으로 활용된 책들을 거론하는데. 다음과 같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헤시오도스의 『신통기』
헤라클레이토스의 저서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거기에 『성경』도 빠질 수 없다.
그 방법은 이렇다.
책이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안다고 생각하고, 책이 내게 전하는 바를 그대로 믿으면 된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성스러운 책을 손에 올려 놓고 두눈을 감고 내면의 질문에 집중한다.
그 다음 마음 가는 대로 페이지를 펼친다.
책을 펼치는 순간, 눈에 들어온 문구, 문단, 구절들이 바로 문제에 대한 해답이라 여기면 된다.
그런데 이런 서적점으로 이 책의 프롤로그를 연 데는, 바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인간들의 다양한 문제를 포함하기에 서적점으로 문제의 해답을 찾는 것만큼이나 유용한 해답들이 들어있는 책이라 생각하기에 그런 것이다.
즉 서적점을 쳐서 아무 페이지나 열어서 문제의 해답을 찾는 것 이상으로 셰익스피어는 인간 살아가는 데 적절한 해답을 담고 있다는 것, 그러니 셰익스피어를 그런 식으로 읽어보면 어떨까, 하는 취지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찾아가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들어있다.
셰익스피어의 어떤 작품이 어떤 문제에 답을 주고 있을까?
이 책의 타이틀에 더하여 관련되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적어둔다.
제1막│하는 일마다 족족 꼬인다면 : 『한 여름밤의 꿈』
제2막│문득 타인이 괴물처럼 느껴진다면 : 『맥베스』
제3막│평생 사랑하지 못할까 봐 두렵다면 : 『헛소동』
제4막│스스로 그 무엇도 해낼 수 없다고 생각된다면 : 『헨리 5세』
제5막│이유 없는 불안이 내 마음을 지배한다면 : 『오셀로』
제6막│감당하기 힘든 일이 폭풍처럼 밀려온다면 ; 『템페스트』
제7막│이별의 상처로 그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다면 :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제8막│삶에서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면 : 『햄릿』
제9막│내 감정을 원하는 대로 관리하고 싶다면 ; 『로미오와 줄리엣』
제10막│한번은 원하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 『뜻대로 하세요』
그러니까 셰익스피어의 10개 작품을 자기의 상황을 대입하면서 셰익스피어와 카운슬링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읽어보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셰익스피어를 읽었어도, 다시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보이지 않는 초인적인 힘을 굳게 믿었다. (45쪽)
셰익스피어는 이 세상의 중심에 인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각자가 맡은 역할을 소화하고 있을뿐이다 라고 생각한다. (46쪽)‘
따라서 우리도 이런 식으로 생각을 바꾸면 일이 꼬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달라진다.
이게 첫 번째 글. <제1막│하는 일마다 족족 꼬인다면 : 『한 여름밤의 꿈』>을 읽으면서 얻은 결론이다. 카운슬러인 셰익스피어의 말이 제법 그럴듯 하게 여겨지고, 마음에 와닿지 않는가?
『맥베스』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법 :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 작품에 대해 아내의 부추김에 넘어간 맥베스가 권력에 눈이 멀어 그녀와 짜고 끔찍한 만행을 저지르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그러한 해석은 『맥베스』의 비극 의미를 지나치게 축소하고 또한 진부하게 읽은 것이다. (62쪽)
『맥베스』의 중심에는 권력을 향한 갈망 외에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극악무도한 욕망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해석은 신선하다. 지금껏 읽어온 셰익스피어에 대한 어떤 해설서도 이렇게 접근한 것은 보지 못했디. 그러니 셰익스피어를 읽고 제법 안다고 할지라도 이 책으로 셰익스피어를 새롭게 만나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백베스』를 통하여 인간의 욕망 자체를 만나보아야 한다.
셰익스피어를 안 읽었더면, 더더욱
혹시 이 책이 셰익스피어를 그래도 읽은 사람을 독자층으로 생각한 게 아닐까, 생각하면 오산이다.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배경 설명은 매우 중요하교, 맥베스의 경우는 특히나 더 그렇습니다. (63쪽)
『오셀로』 :
『오셀로』를 이해하려면 먼저 극의 배경을 이해해야 합니다. (195쪽)
그러니, 그러한 순서를 알고 있는 저자이니 어떤 작품이든지 작품에 대한 배경 설명을 소홀히 할 리 있겠는가?
여기 제시된 10개의 작품에서는 작품에 대한 소개가 우선적으로 등장하는데, 그 작품에 대한 소개를 먼저 하고 있기에 오히려 셰익스피어 초보자에게 좋은 입문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해럴드 블룸은 프로이트의 모든 저서는 결국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대한 평에 지나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37쪽)
사실 햄릿은 삶의 질문에 대한 해답은 찾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야기에서는 희망을 찾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햄릿은 적어도 존재라는 간수에게 반기를 들고, 자기 목소리를 냅니다.(310쪽)
이렇게 저자는 셰익스피어, 작품 속 주인공들을 일일이 소환하여 우리더러 대화를 나누게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우리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며, 문제를 스스로 풀어가는 우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다시, 이 책은?
셰익스피어를 새로운 시각으로 읽을 수 있다, 고 평하면 너무 단순한가?
이 책으로 셰익스피어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고 한다면?
그것도 역시 성에 차지 않는다.
셰익스피어를 깊게. 그리고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해도 역시 부족하다.
그러니 이렇게 말할 수밖에!
읽어보시라, 그러면 생각이 확~ 달라질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맛보는 기회를 만나는 것은 물론 셰익스피어가 이런 사람이었어? 몰랐네,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하는 후회(?),
그리고 이제 셰익스피어를 다시 한 번 읽어보겠다, 는 굳은 결심도 하게 될 것이다.
좋은 책, 셰익스피어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