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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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시칠리아에 관한 책을 지금 세권째 읽고 있다.

다른 책들과 비교하여 보니, 몇 가지 특이하기에두 가지만 기록하고자 한다.

 

먼저그간 그리스 신화또는 다른 저작물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이 책에서 풀어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그리스 신화 중 뜻밖에도 시칠리아와 관련된 부분이 많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 가장 특기할만한 일이다.

 

신화의 땅 시칠리아에서 펼쳐진 그리스 신화 10편 (30- 49)

 

그리스인들은 시칠리아를 '신화의 섬'으로 만들었다.

그리스 본토의 신화가 만들어진 것은 기원전 16세기에서 8세기까지의 일이었지만 시칠리아에서는 기원전 8세기부터 신화가 탄생했다그래서인지 시칠리아의 신화는 그리스 본토 신화와 중첩되는 내용도 많고두 문화권을 연결하는 내용도 많다.(31)

 

첫째에트나 화산과 헤파이스토스

둘째나프티아 호수 이야기

셋째세 님프 이야기

넷째그리스와 시칠리아의 연결

다섯째헤라클레스와 에릭스

여섯째오디세이아의 외눈박이 거인

일곱째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여덟째시칠리아에 추락한 아키로스

아홉째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 신화

열째그리스 신화 속의 신들의 전쟁과 시칠리아.

 

비극 작가 아이스킬로스의 시칠리아 활동 (69- 70)

플라톤의 시칠리아 방문 (91-94)

에트나 화산에 몸을 던진 철학자엠페도클레스 (94-97)

마키아벨리에게 극찬을 받은 시라쿠사의 참주 아가토클레스 (102-105)

 

앞부분 소개와 각주를 제외한 본문만 모두 350쪽인데나의 눈길을 연이어 붙잡은 쪽수가 무려 100여쪽이니이 책의 1/3에 해당하는 내용이다그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비극 작가 아이스킬로스의 시칠리아 활동 (69- 70)

 

그 첫번째페르시아인을 쓰다

 

그리스의 비극 작가 아이스킬로스는 히에론 1세의 초청으로 시라쿠사를 방문했다.

거기에서 그는 현존하는 유일한 역사극 페르시아인을 썼다살라미스 해전에 직접 참여했던 그는 페르시아인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면서카르타고와 맞서던 시라쿠사인들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을 선물했다. (69)

 

그 두 번째시칠리아에서 죽다.

 

아이스킬로스는 아테네로 귀환했다가 다시 시칠리아로 돌아와 젤라에 머물렀다.

그런데 그의 죽음이 비극적이다.

 

전설에 의하면 아이스킬로스는지붕이 무너져 죽게 될 운명이라는 신탁을 받고 절대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그러나 거북이를 잡아 하늘을 향해 높이 올라가던 독수리가 실수로 거북이를 떨어뜨렸고하필 그것이 지나가던 아이스킬로스 머리 위로 떨어져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고 한다. (70)

 

그 사연은 약간 다르지만아이스킬로스는 거북이 때문에 죽은 것은 확실하다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런 기록을 남겼다.

 

아이스킬로스는 기원전 456년에 황당한 사고로 사망했다맹금류 한 마리가 그의 머리를 매끈하고 둥근 돌이라 착각하는 바람에 등딱지를 깨서 먹으려고 살아있는 거북이를 머리에 내리친 것이다. (죽음(1), 베르나르베르베르, 46)

 

플라톤의 시칠리아 방문 (91-94)

 

플라톤은 시칠리아를 세 번 방문했는데당시 역사에 대해 상세한 기록을 남겼다.

 

그는 40세에 시칠리아를 처음 방문했는데기원전 387년의 일이다.

당시 시라쿠사의 참주는 디오니시우스 1세였다. (91)

그는 참주의 분노를 사게 되어쫓겨나듯 아테네로 돌아오게 된다.

 

두 번째 방문은 디오니시우스 1세의 아들 디오니시우스 2세 때의 일이다.

역시 이번에도 좋지 않게 끝이 났다오히려 더 나쁜 상황이 벌어졌다.

체포당한 뒤 시라쿠사의 아크로폴리스에 갇혀 있다가 겨우 풀려나 아테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세 번째 역시 디오니시우스 2세 때의 일인데이때도 플라톤은 체포되었고 억류되었다가 겨우 아테네로 돌아오게 되었다.(94)

 

마키아벨리에게 극찬을 받은 시라쿠사의 참주 아가토클레스 (102-105)

 

여기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를 발견한다.

 

그 책에서 시라쿠사의 참주 아가토클레스가 등장하는데언뜻 보면 그의 사례가 등장하니 그를 찬양하는 것처럼 보이나실은 악행을 통해 군주가 되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모범 사례다. (103)

 

마키아벨리는 아가토클레스의 냉혹했던 집권방식을 찬양한 것이 아니라, ‘단숨에 거사를 단행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을 유의하여 읽어야 하는 것이다. (104)

 

그 다음으로 특기할 것은 이 책에서 각주 기록 방법을 칭찬하고 싶다.

 

많은 책들이 주석들 달아놓으면서 저자가 편리한 대로 적어 놓는 경우가 많은데이 책은 독자들이 참고하기 쉽게 다음과 같이 친절하게 주석을 작성해 놓았다.

 

괴테, <이탈리아 여행> 1787년 4월 7일 일기

 

현재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은 몇 개의 번역본이 나와 있다그래서 그 번역본 중 어느 한 책을 사용하고그 책의 쪽수를 기록해 놓는다면다른 번역본을 가진 독자들은 그 부분을 찾는데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인용되는 책의 쪽수를 기록하지 않고 내용 중 찾아보기 쉬운 사항을 찾아내 위와 같이 기록해 놓고 있다해서 위의 <이탈리아 여행어떤 번역본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찾아보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다른 주석도 마찬가지다.

 

베르길리우스, <아이네이스>, 1권 50 - 156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20권 382

마키아벨리, <군주론> 6

 

다시이 책은?

 

위에 적은 것처럼본문에서 읽어 알게 되는 부분도 상당하지만각주를 찾아읽으면서는 지식의 폭을 더욱 넓힐 수 있다는 점이 책의 또다른 장점이라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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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대한 모험 - 인간의 우주 탐사 역사
콜린 버지스 지음, 안종희 옮김 / 북스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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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대한 모험

 

처음에는 꿈을 꾸었다꿈이었다.

그런 꿈을 꾸면서도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그런 일이 현실로 일어날 줄을?

 

그런 꿈을 작가들은 책으로 써내기도 했다.

달나라 이야기다.

 

1609년 요하네스 케플러가 이라는 소설을 썼는데이 책은 악마가 사람들을 달로 데려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뒤로 쥘 베른은 지구에서 달까지라는 소설에서 인류의 꿈을 소설로 구체화시켰다달로 가는 비행을 소재로 한 것인데신기하게도 그 내용이 진짜 인간이 달 착륙하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다쥘 베른의 꿈은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다. (8)

 

달에는 토끼가 산다는 전설 아닌 전설을 노래하며 살던 우리의 눈에갑자기 달에 사람이 착륙했다는 뉴스가 눈에 보이는 게그게 사실이란 말인가?

사실이다달뿐만 아니라이제는 다른 별들에까지 로켓을 쏘아올리는 세상이 되었으니그건 엄연한 사실이다.

너무 사실적이기에 달착륙에 관한 음모론까지 공공연하게 돌아다니고 있는 형국이지 않는가.

 

이 책은 그런 달나라 탐험부터 시작해서 우리 인류가 하늘을 탐사하는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인간의 우주 탐사 역사>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까?

 

01 꿈이 현실로

02 최초의 우주인

03 궤도 비행

04 우주 유영

05 발사대에서 일어난 비극

06 달에서 바라본 광경

07 거대한 도약

08 소련의 좌절과 스카이랩

09 소유즈/샬루트 미션의 부활

10 우주왕복선과 국제우주정거장

11 우주 프런티어의 확장

 

우주 탐사를 위한 희생자들

 

이 책에는 마치 알렉산더 대왕의 해외 정복기를 보는 것처럼, 우주 탐사에 관한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그런 우주 탐사를 위해 들였던 노력과 수고그리고 그런 우주 정복을 위해서 많은 희생이 따랐음은 물론이다.

또한 최초의 우주인이 등장하기 위해 그 길을 닦기 위해 앞서간 동물들이 있다.

개와 원숭이들이 바로 그렇게 해서 희생되었다.

 

희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개와 원숭이뿐만이 아니다.

우주인들도 거기에 이름을 올렸다.

그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우주선에 올랐다.

그런 사람 중 한 명인 거스 그리섬의 각오를 들어보자.

우리가 죽는다면 사람들이 나의 죽음을 받아들였으면 합니다우리는 위험한 일을 하고 있고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 일로 프로그램이 지연되지 않기를 바랍니다우주 정복은 생명을 걸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176)

 

거스 그리섬은 그 뒤 우주선에서 화재로 인해 그의 동료 두 명과 함께 사망하였다. (181)

 

생명을 걸만한 가치가 있는 우주 탐사는 바로 그런 사람들의 희생위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우리들 인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그들은 희생자 명단 대기표를 쥐고 우주선에 올라가는 것이다.

 

다시이 책은?

 

이 책은 꿈의 기록이다인류가 하늘을 바라보며 꾸었던 우주 탐사라는 꿈을 하나하나 이룩해나가는 과정을 기록한 기록이다.

 

그런 꿈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이 책에서 보니 우주를 향해 쏘아올린 비행체의 이름은 거의 그리스 신화에서 가져온 이름들이다.

 

머큐리 프로젝트는 로마 신화에서 신들의 메신저였던 머큐리를 기념한 것이다. (47)

 

머큐리는 로마식 이름이고그리스 신화에서는 헤르메스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신이다.

 

아르테미스,

이 새로운 프로그램은 아폴로의 쌍둥이 누이이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라는 이름으로 수행될 것이다. (420)

 

아르테미스는 레토의 딸로서아폴로는 그녀의 남동생이다.

아폴로도 물론 우주탐사 계획에 사용된 이름이다.

 

그밖에

아틀라스(48), 오디세이호(247), 주노 프로젝트(319등이 있다.

 

또한 우주인이라는 용어 자체가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주비행사(Astronaut)라는 용어는 황금 양모를 찾아 먼 곳까지 여행하는 전설적인 그리스인들인 아르고 호(선원에서 비롯된 것이다. (47)

 

인간은 꿈을 꾸며 살아간다그 꿈은 단지 꿈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이루어진다는 것이 꿈의 요체다.

그래서 미국의 물리학자이며 근대 로켓 공학의 창시자인 로버트 고다드는 이런 말을 했다.

 

무엇이 불가능한지 말하기 어렵습니다어제의 꿈은 오늘의 희망이고또한 내일의 현실이 되기 때문입니다. (10)

 

이 책은 그래서 인류의 우주 탐사 중간보고서이다인류의 우주 탐사는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언젠가는 이 책의 후속편이 등장할 것이다그치지 않는 우주 탐사의 역사는 영원히 진행될 것이다우주는 계속하여 팽창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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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로 보는 오페라의 유령
김완진 그림, 임지형 글, 가스통 르루 원작 / 북레시피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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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로 보는 오페라의 유령

 

원작인 오페라의 유령을 아동용으로 다시 쓴 작품이다.

그래서 읽기 쉬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내용을 요약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다시 생각하게 된다.

역시 원작인 오페라의 유령이 내용이 방대하기 때문에 아동용으로 만든다하더라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원작에서 나오는 여러 인물들이 이 책에서는 사라지고따라서 줄거리도 많이 생략되어 있다.

 

등장인물

 

에릭 오페라의 유령

크리스틴 다에 배우

카를로타 배우

라울 자작크리스틴을 사랑하는 청년

필립 백작 라울의 형

지리 부인 안내원

 

상연되는 작품들

 

궁금했었다오페라의 유령에 등장하는 작품들이 어떤 것인지.

오페라 극장에서는 어떤 작품을 상연하고 있을까/

해서 그 부분만 따로 정리해 보았다.

 

<로미오와 줄리엣공연이 끝나고 이어서 곧바로 <파우스트>가 무대에 올랐다;

크리스틴은 파우스트를 사랑하는 비련의 여인 마르그리트로 다시 무대에 둥장하였다. (14)

 

원작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은 구노의 작품이었다.

 

더구나 이 작품은 여지껏 정통 오페라로는 각색된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구노의 작품을 통해 이 가수가 선보인 것이었다. (오페라의 유령성귀수 역, 32)

 

원작에서는 다양한 음악 이야기가 등장하니, 그 부분도 같이 읽어볼 일이다. 

  

음악의 천사는 존재하는가?

 

크리스틴의 아버지의 말이다.

뛰어난 음악가들은 누구라도 평생에 한 번쯤 음악 천사를 만난다물론 영혼이 순수하지 못하고 음악을 게을리 하면 만날 수 없다. (55)

 

크리스틴이 라울에게 고인이 된 아버지의 말을 전해준 내용이다.

그런 음악 천사를 크리스틴은 만난다매일 그녀를 찾아와 노래를 가르쳐준다는 것이다.(56)

 

물론 나중에 그 음악 천사는 에릭으로 밝혀진다곧 오페라의 유령이다.

여기에서 음악가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크리스틴은 이렇게 고백하고 있다.

 

(라울이못 믿어도 어쩔 수 없어요다만 분명한 건 나는 음악 천사를 만났고그가 필요해요그리고 그는 내가 지상의 남자를 만나는 걸 싫어해요나한테 음악은 생명이에요나는 음악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어요. (57)

 

음악가는 그런 각오를 하면서 무대에 서게 되는 것이 아닐까.

 

떨어진 샹들리에

 

카를로타가 무대에서 노래하던 중에 천정에서 샹들리에가 떨어진다.

 

거대한 샹들리에가 흔들흔들하더니 바닥으로 확 내리꽂혔다그 순간 촘촘히 박혔던 크리스털이 산산조각 났고관객들의 입에선 비명이 터져 나왔다. 떨어진 샹들리에는 그날 밤 처음으로 오페라 극장을 찾았던 한 여인의 머리에 정통으로 꽂혔다. (74)

 

오페라의 유령의 경고를 무시하여 일어난 비극이었다.

이 부분을 읽다가 하이든이 떠올랐다.

하이든의 교향곡 96번에 얽힌 사연이다.

 

하이든의 교향곡 96번이 연주되던 중 홀 중앙 천장에 매달려 있던 거대한 샹들리에가 무시무시한 굉음을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바닥에 떨어진 샹들리에는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크게 놀랐다더 놀라운 것은 홀 중앙의 샹들리에가 떨어졌음에도 중상을 입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었다이로 인해 그날 연주된 하이든의 교향곡 96번에는 기적이란 부제가 붙게 되었다물론 이에 대하여는 교향곡 96번이 아니라, 102번이 연주될 때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말도 있다.

 

크리스틴과 라울의 사랑은?

 

크리스틴과 라울은 서로 사랑하지만 에릭의 방해로 모진 고난을 겪는다그리고 그 사랑은 끝까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이 책에서는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크리스틴이 에릭의 진정한 사랑을 이해하고 에릭의 이마에 입맞추는 장면이 등장하니 말이다그러면 크리스틴은 라울 대신 에릭을 선택하는 것일까?

 

다시이 책은?

 

오페라의 유령은 그 안에 음악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각거리를 집어넣어 그 작품의 격을 높여놓고 있다라울과 크리스틴의 사랑인가아니면 에릭과 크리스틴의 사랑인가?

음악에 대한 크리스틴의 열정은 어떤 결말을 가져오는가?

 

물론 아동용으로 쓰여진 책이니만큼 그 내용에 한계가 있으니이 책을 읽고나서 다시 원작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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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수상록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10
미셸 드 몽테뉴 지음, 구영옥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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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수상록

 

몽테뉴의 이 책은 자신과 삶의 통찰의 기록이라고 한다.

역자는 이 책을 그래서 몽테뉴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글이다라고 해석한다. (239)

 

그 말이 맞다몽테뉴는 다양한 주제를 통하여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글로 써서 남기고 있다해서 독자들은 그가 펼치는 통찰의 향연을 통해인생을 다시 한번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이점이 있는가 하면나는 그가 살펴보는 글 중 내가 요즘 찾아보고 있는 여러 주제들을 언급한 것을 발견했다. 나의 부족함을 채우는 자료를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몽테뉴가 인용하는 것 중그리스 신화 관련 부분이다.

 

그 첫 번째가 니오베란 인물이다.

 

니오베는 레토 여신의 화를 돋우는 바람에 딸 7명에 아들 7도합 14명의 자식을 잃은 비운의 인물이다. 14명의 자식을 잃고 돌이 되었다는데이에 대해 몽테뉴는 다음과 같이 살펴보고 있다.

 

자식을 잃은 고통을 표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 예를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인 니오베를 들고 있다.

 

니오베는 자식을 잃은 슬픔을 견딜 수 없어 결국 돌로 변했다고 표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너무 슬픈 나머지 돌이 되었네 - 오비디우스

 

우리에게 닥친 사고가 견딜 수 없는 정도여서 슬픔에 말문이 막히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상태를 표현한 것이다실제로 고통이 극에 달하면 영혼이 잠식되어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없다우리에게 또 다른 불행이 닥치면 충격을 받고 마비된 듯한 느낌을 받아서 꼼짝도 할 수 없을 것 같이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17)

 

그리스 신화에서 니오베 관련 부분, 특히 니오베가 돌로 변했다는 사연을 읽으면서신화는 우리 상상을 벗어난 것이니까 돌로 변했다는 것 정도는 이해해주자고 생각했는데몽테뉴는 그것을 다시 한번 통찰의 세계로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돌로 변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가단지 돌로 변했다는 재질과 형태의 변화가 아니라그렇게 되기까지 심적고통이 대단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극심한 불행을 당해 충격을 받고 온 몸이 돌처럼 마비되어서 몸의 기능이 작동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그게 니오베가 돌로 변했다는 말의 속내가 아닐까?

 

오디세우스와 관련된 사항이다.

 

아첨만큼 군주를 타락시키는 것이 없고 악한 자들만큼 더 쉽게 명성을 얻는 자가 없으며 칭찬만큼 여성이 순결을 잃게 만드는 확실하고 흔한 방법이 없다세이렌이 율리시스를 유혹하기 위해 사용한 첫 번째 마법이 이와 마찬가지였다.

 

우리에게 오라 거룩한 율리시스여.

그리스가 자랑스러워하는 위대한 자여. - 호메로스 (154)

 

여기 인용한 글 중 호메로스라는 말은 호메로스의 책 오디세이아를 말한 것이다해서 그 책 해당 부분을 찾아보았다세이렌이 율리시스(오디세우스)를 유혹할 때 어떤 말을 했는지 궁금해서다.

 

이리 오세요칭찬이 자자한 오디세우스여.

아카이오이족의 위대한 영광이여!

이 곳에 배를 세우고 우리 두 자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우리 입에서 나오는 감미롭게 울리는 목소리를 듣지 않고

검은 배를 타고 이곳을 지나간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어요.

(........)

(오디세이아호메로스천병희 역, 303)

 

그러니세이렌이 율리시스(오디세우스)를 유혹한 방법은 다른 사람이 군주에게 했다는 아첨이었다.

 

그래서 그전에 호메로스의 책 오디세이아를 읽으면서 세이렌에 오디세우스를 유혹했던 장면에서 그저 아름다운 노래로만 한 줄 알았더니이 책에서 노래 전에 이미 다른 방법으로 그를 유혹하려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그가 인용하는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그 안에서 지식들을 얻게 된다.

 

영국의 헨리 7세와 그의 아들인 헨리 8세 (21)

 

이 부분을 읽으면서 몽테뉴가 어떤 시대를 살았는지 알게 되었다

헨리 7세와 8세가 살았던 시대는?

 

헨리 7세는 튜더 왕가 출신으로는 첫 번째 잉글랜드 왕국의 국왕이다재위는 1485년 8월 22일 ~ 1509년 4월 21일이다그 아들인 헨리 8세는?

 

재위 기간은 1509년 4월 22일 ~ 1547년 1월 28일이니몽테뉴(1533년 출생, 1592년 사망)보다는 약간 앞선 시대를 살았다그러니 몽테뉴는 헨리 8세의 행적을 다 알고 이 글을 썼을 것이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알고 읽으니몽테뉴가 언급하는 역사적 사건들이 훨씬 더 구체적으로 다가온다또한 몽테뉴가 자유자재로 인용하는 역사적 사실들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이 책이 수상록』 전부를 번역한 게 아니라는 것을 책을 읽어가면서 알게 되었다.

선집이라는 것또는 발췌 번역했다는 것을 밝혔어야 하는데거기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그래서 <목차>에서도 이렇게 표기해주어야 한다그래야 독자들이 혼동하지 않는다.

 

목차를

1

2

3권으로 할 것이 아니라

 

1

1, 2, 7, 8, 12, 17, 20, 21, 22, 27, 38, 56, 57

제 2

5, 16, 19, 21, 28, 29, 31

제 3

4

 

으로 해야 한다.

그렇게 목차를 읽으면서 이 책이 전체를 번역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어야 한다.

그러지 않은 것, 그게 무척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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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흑역사 - 방송의 중립에는 좌우가 없다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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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흑역사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정말 혼돈이다.

들어오는 소식뉴스를 접하고 그 속을 들여다보려 애를 쓰긴 하는데대체 어찌된 일인지어찌 돌아가고 있는지알 수가 없다.

요즈음은 더더욱 그렇다날씨마저 더워서 찌니 그런 기분이 더 든다.

그럴 때 속 좀 풀어주는 뭐 없을까?

해서 이 책을 펼쳐 들었다돌아가는 언론 지형이 어떤지 알게 되면 거기에 어떤 답이라도 있을까 해서.

 

언론방송사그들이 보도하는 뉴스국내와 세계 뉴스.

과연 제대로 보도하고 있는 것일까?

제대로 보도를 하고 있다면아니면 제대로 보도를 하지 못하고 있다면?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평범한 장삼이사에 해당하는 나에겐 요즘 일어나는 방송계에 일어나는 일들은 그저 강 건너 불일 뿐이다.

 

그러나 그게 과연 그럴까남의 일일까?

해서 궁금증이 생긴다그런 궁금증이 늘어난다방송계에 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지금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이 책에 어떤 답이 들어있을 것이다그래도 생각을 올곧게 한다는 강준만 교수의 책이니까 말이다.

 

그런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어려웠다사건들이 복잡하고 미묘한 사정들이 있으니그 속사정을 잘 꿰기 위해서는 머리가 깨지는복잡한 과정이 필요했다.

 

이 책에는 어떤 글들이 있을까?

일단 연대순으로 사건들을 짚어주고 있다.

2016년부터 2023년 5월까지강교수의 눈에 포착된 사건들이 기록되어 있다.

대단한 기록물이다.

그래도 우리 언론의 지형을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게이 책을 읽은 간단한 소감이다그러나 나를 힘들게 하는 글들이 곳곳에 나타나그런 점을 기록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윤석열의 이 XX 들이.... 쪽 팔려서 ” 발언 사건.

 

사건이란 표현은 이 책에 나오는 것이다그야말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발언을 둘러싸고 MBC와 한바탕 사건이 벌어졌으니사건을 촉발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 사건에 대한 강교수의 결론적인 총평은 이것이다. (218)

 

정부 여당으로선 둘 다 거짓으로 드러났음에도 MBC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반성도 하지 않은 체 보수 정권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세 번째 사건을 또 만들어냈으니 분통이 터질만한 일이었다는 건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건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한 분노였다.

 

여기에서 밑줄 친 부분 분통이 터질만한 일이었다는 건 이해가 간다는 게 강교수의 속내였을까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

 

그 다음 강교수의 발언 중 특기할 게 나온다.

 

나는 이 칼럼에서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낼 수도 있었던 이른바 비속어 논란’ 사건을 이렇게까지 키운 윤석열 정권의 실력에 새삼 놀라게 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220)

 

그 다음 강교수의 발언도 잘 읽어보시기를 .......

 

또 이런 글 읽어보자.

 

”MBC 보도가 악의적인 10가지 이유

 

11월 18일 윤석열은 출근길 질의응답에서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는 국가 안보의 핵심축인 동맹 관계를 (MBC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말했다이에 MBC 기자 이기주가 “MBC가 뭘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죠뭐가 악의적이에요라고 큰소리로 물었으나 윤석열은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이후 대통령실 홍보기획 비서관 이기정이 가는 분한테 그렇게 이야기하면 예의가 아니다고 하자, MBC 기자는 질문도 못 하나라며 맞섰다. “말꼬리 잡지 말라”, “말조심하라”, “군사정권이냐?”, “보도를 잘하라는 등 한동안 고성이 오갔는데이게 큰 논란거리이자 이슈가 되었다. (241~242)

 

이건 진짜 사건이다이슈 거리로 충분한 사건이다.

선후로 따지자면,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가 먼저고 그 다음에 이런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그 다음 사건도 있다.

 

“MBC 보도가 악의적인 10가지 이유

 

글 한 꼭지 타이틀 제목이다그 제목에는 따옴표가 붙어있으니그건 강교수가 지은 게 아니라 인용문이라는 것이다.

 

어떤 내용일까?

대통령실 부대변인 이재명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MBC 기자 질문에 답한 것인데, MBC가 악의적인 이유를 10가지로 열거하고 있다그 이유를 여기 다 인용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다만 10이라는 숫자를 채우기 위해 동어반복한 듯한 것도 보인다는 것인데강교수는 그저 그걸 인용하는데 그치고 있어좀 아쉬웠다강교수가 이 열 가지 이유에 대하여 한 마디 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 하나기계적 중립이라는 것도 있는데강교수는 그런 것을 별로 중요시하지 않은 듯하다.

 

MBC에는 제 3노조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아 노조가 3개 있는 모양이다.

여기 인용된 노조의 논평 내용을 살펴보니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와 제 노조는 대척점에 서있는 듯한데그렇다면 그들의 논평을 인용할 때 적어도 기계적 중립을 지켜야 할 것인데그렇지 않다.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 불허” 사건 에 대한 글이 234쪽에서 237쪽까지 이어지는데,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논평은 3분의 1쪽을 할애한 반면제 3노조의 논평은 무려 2와 3분의 쪽을 할애하여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다시이 책은?

 

차근차근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시대별로사건별로 가닥을 잡아가면서 읽어보면현재 우리 언론의 지형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내가 모르는 사건들이 등장하니그런 사건들을 복기해본다.

둘째는 그 사건들의 의미를 강교수의 의견을 중심으로 파악해 본다.

그리고 그것들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렇게 읽어도 잘 모르겠다우리나라 언론이 혼돈 상황인지 아닌지?

게다가 책의 제목이 MBC의 흑역사인데이게 MBC에만 국한된 것인지 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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