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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곡자 - 장악하고 주도하는 궁극의 기술
공원국.박찬철 지음 / 시공사 / 2023년 3월
평점 :
귀곡자
귀곡자는 공자, 맹자 등 잘 알려진 인물과는 달리 신비에 쌓인 인물이다.
그래서 그의 실재 여부에 대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는 이 책의 <귀곡자> 해제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참고가 될 것이다.
그런 논의는 별도로 하고, 『귀곡자』의 내용을 다룬 이 책은 참으로 취할 것이 많다.
먼저 이런 말 읽고 나니, 이 책 마음에 쏙 든다.
그래서 읽을 마음이 더 생긴다.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남의 말을 정확히 듣는 것이다. 나의 말은 주장을 펼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의 뜻을 정확히 알아내기 위해 필요하다. (46쪽)
<반응(反應)>편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파악하기 위한 방법을 논하는 중에 나온 말이다.
일을 같이 할 사람들의 진심을 파악해야 하는데, 상대의 말을 통해 상대를 파악하는 방법이 바로 상대의 말을 정확히 듣는 것이라는 것이다.
상대의 마음을 파악하려고 할 때 그 마음이 앞서 상대의 말은 귀기울이지 않고 내가 무슨 말을 할 것인가만 골돌하게 생각하기 쉬운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그 말을 새겨본다면, 나의 욕망을 가라앉히고 상대의 말을 깊이 들어야 하는 것이다.
(47쪽)
『귀곡자』는 어디에 쓰는 책인가?
귀곡자는 중국 전국시대에 활약한 종횡가의 비조로 알려져 있다.
비조(鼻祖)란 <어떤 학문이나 기술 따위를 처음으로 연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 합종책과 연횡책을 주장한 소진과 장의가 그의 문하생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 인물이 귀곡(鬼谷)에 은거하고 있었기에 ‘귀곡자(鬼谷子)’라 부르며, 그의 가르침을 기록한 것이 『귀곡자』이다.
그런 『귀곡자』의 가르침을 (공동) 저자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살펴보고 있다.
하나의 큰일을 이루어 나가는 단계를 설명한 책이다. (8쪽)
현대적인 용어로 바꿔 말하면,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과정을 논하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저자는 이 책이 중국 고전 중에서 이런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 대해 가장 기본적인 지혜와 방략을 제시하는 거의 유일한 책이라 평한다. (8쪽)
듣고 보니 그렇다. 『논어』, 『맹자』, 노자의 『도덕경』 등 여러 고전을 살펴보면 『귀곡자』에서 볼 수 있는 내용과는 결이 다른 것이다. 해서 『귀곡자』는 특이한 책이다. 보통의 중국 고전과는 방향이 다른 책이다.
해서 이 책을 순서대로 읽어보면서, 하나의 큰일을 이루어 나가는 단계를 차근차근 생각해 볼 수 있다. 저자 말대로 현대적인 용어로 말한다면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 순서는 이렇다.
패합(?闔), 반응(反應), 내건(內?), 저희(抵?), 오합(?合)
췌마(?摩), 비겸(飛箝), 권(權), 모(謀), 결(結)
(인터넷이 귀곡자의 뜻깊은 한자들을 받쳐주지 못하니, 안타깝다.)
좀더 알기 쉽게 저자가 붙여놓은 설명을 함께 적으면 다음과 같다.
상황을 분석한 뒤 시작을 결정하라 : 패합(?闔)
주변의 진심을 파악하라 : 반응(反應)
함께하는 자의 마음을 얻어 굳게 결속하라 : 내건(內?)
틈이 생길 가능성을 미리 제거하라 : 저희(抵?)
대세를 살피고 방향을 결정하라 : 오합(?合)
정보에 우위를 차지하라 : 췌마(?摩)
상대를 높여 장악하라 : 비겸(飛箝)
말의 힘으로 상황을 주도하라 : 권(權)
사람에 따라 쓰는 방법도 다르다 : 모(謀)
결단으로 성과를 얻는다 : 결(結)
저자가 일일이 한자의 뜻을 풀어주면서 『귀곡자』를 설명하고 있기에 한자를 모르는 세대도 읽는데 문제가 없다는 점 밝혀둔다. 특히 각 장마다 저자가 원문과 함께 번역문을 실어놓았기에 본문에서 해설을 읽다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생각하면 원문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 역시 이 책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역사를 읽어내는 아주 귀한 틀을 제공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유익했다 싶은 점은, ‘역사를 읽어내는 틀’을 깨닫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설명한다면 <저희>편이다.
한자표기가 인터넷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니 그냥 한글로 표기한다.
희는 아주 작은 금이 간 틈을 말한다. 그 작은 금이 커서 큰 틈새가 되는데, 그틈이 생길 가능성을 미리 제거하라는 것이 <저희>편의 골자라 하겠다.
저자는 원문의 <저희>를 설명하기 위해 역사에서 실례를 가져온다.
큰일이 일어나기 전에는 반드시 징조가 있다. 그래서 사전에 틈을 파악하여 그 틈이 커질 가능성을 차단하라는 것인데, 그 사례가 『삼국지』의 한 부분이다. (96쪽 이하)
조조와 원소가 붙은 관도대전에서 있었던 일이다.
조조가 원소를 격파한 다음에 원소의 문서창고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조조의 부하 중 몇이 원소와 내통한 사실이 드러난다. 이때 조조가 바로 이 틈을 제거한 방법이 실로 창조적이다,
그는 그 문서들을 다 태워버린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문서를 만약에 조조가 보았다는 것을 내통한 부하가 알게 되었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그 부하는 분명 좌불안석, 나중에 조조를 제거할 방법을 강구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그런 부하들을 제거한다고 해도, 자기 군사의 손실에 불과할 뿐이니 아예 처음부터 문서를 태워버림으로 내통한 부하의 마음도 사고, 병력의 손실도 덜고, 또한 조조 자신도 마음 편하게 부하들을 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게 틈을 없애라는 <저희>의 가르침을 창조적으로 적용한 조조의 지혜인 것이다.
또한 청나라가 명나라를 이어 중국을 제패한 다음에 <삼번의 난>을 대하는 전략도 <저희>편을 이용한 것으로 저자는 분석한다.
다시, 이 책은?
저자는 아주 구체적인 역사적 사례를 통해 『귀곡자』를 알기 쉽게 해설하고 있다.
그런 방법으로 독자들은 두 가지를 한꺼번에 취하게 된다. 일석이조다.
하나는 귀곡자를 아주 쉽게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요.
또 다른 하나는 거기에 사용된 역사적 사실들을 배우면서 그 역사 속에 숨어있던 전략적 지혜들을 또한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귀곡자』, 이제 그 신비를 벗고 현대에 필요한 가르침으로 다시 나타난 것,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