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과 우주론 - 블랙홀 박사가 들려주는 우주학당 강의 노트
박석재 지음 / 동아엠앤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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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과 우주론

 

웜홀에 대하여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웜홀이 재조명받게 된 것은 우연한 사건 때문이었다항해 중이던 우주 탐사선 한 대의 신호가 갑자기 소멸되었는데아무리 경로 추적을 해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탐사선은 아주 엉뚱한거의 우주의 반대편이라고 말할 법한 장소에서 발견되었다한 물리학 연구팀은 이 신호 소멸을 끈질기게 추적했다그리고 마침내당시 탐사선이 연구 목적으로 발생시켰던 특수한 액시온 입자선이 우주 공간의 웜홀을 활성화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이어진 후속 연구는 우주 개척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웜홀은 원래 아주 불안정해서 우주선과 같은 거대한 물체와는 상호작용하지 않는다는 정론이 뒤집혔고실종된 탐사선의 사례를 따라 웜홀을 안정화할 수 있는 기술이 속속들이 발표되었다.

우리 우주에는 이미 셀 수 없이 많은 웜홀들이 있었다인류는 단지 이 통로들을 이용하기만 하면 되었다.

 

천문학 학술지에 등재된 논문인가?.

천만에. 위에 인용한 글은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란 소설집에 수록된 같은 제목의 SF 소설의 한 대목이다. (위의 책, 162-163)

 

거기 소개된 웜홀은 과연 사실일까?

웜홀을 통해서 우주의 반대편이라고 말할 법한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웜홀이란실제로 존재하는 개념이다이 책에서 웜홀을 설명하는 것을 들어보자.

 

블랙홀 2개를 이어놓은 것을 웜홀이라고 해웜홀은 중력이 만드는 통로인데 영어로 ‘worm hole’, 즉 벌레 구멍이라는 뜻이야이 학술용어는 사과의 한 쪽 표면에서 다른 쪽 표면으로 기어가는 벌레가 구멍을 통해서 더 빨리 갈 수 있다는 것에서 비롯됐지뉴턴 때문에 중력을 설명할 때 늘 사과가 인용되는데 덕분에 사과 속 벌레까지 출세했어. (109)

 

그러니 사과 한 쪽 표면에서 중심부를 통과하는 구멍을 파고 들어가면 반대편 표면으로 나오는 것가능하다는 것이다그래서 웜홀이라는 개념이 우주 이동에서 활용되는 것이다그런데 그게 이론상으로는 가능할지라도 과연 실제로도 가능할까?

 

이에 대하여 저자는 이런 설명을 하고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웜홀은 원래 블랙홀과 블랙홀을 연결하는 통로야중력장 방정식을 풀면 웜홀에 대한 답이 엄연히 있어그런데 문제가 있었지. (110)

 

그러니 애초부터 웜홀이란 개념은 블랙홀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그저 우주 아무 데서나 한 쪽 표면을 파고 들어가 다른 쪽 표면으로 짠 하고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그 문제가 무엇일까?

 

한쪽에서 블랙홀로 들어가 살아남아서 다른 쪽 블랙홀에 도달한다고 해도 빠져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지따라서 이번에는 무엇이든지 내놓기만하는 화이트홀이 출구에 있어야만 했어그래서 SF 작가들은 화이트홀을 발명했지즉 블랙홀과 웜홀은 과학적 근거가 있지만 화이트홀은 없어. (110)

 

그러니 인간이 블랙홀로 들어가 다른 쪽 출구인 화이트홀로 나올 수는 없으니웜홀은 어디까지나 SF속에서나 가능한 장치일 뿐이다.

 

그러나 여기 호킹이 한가지 여지를 남겨두었다.

 

화이트홀은 한동안 우리의 희망 사항으로 남아있었지만 호킹이 작은 블랙홀은 화이트홀과 다름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서 다소 과학적인 입지를 차지하기 시작했어. (110)

 

그것이 SF 작가들에게 희망가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게 SF 작가들에게는 대단히 희망적인 뉴스가 아닐 수 없었다오늘날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나 영화치고 웜홀을 통한 시공간 여행을 빌리지 않는 것은 거의 없다또하나 이런 전제가 붙으면 SF 작가들에게 웜홀은 이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설사 우리 인류가 과학이 덜 진보해 웜홀을 통한 여행을 할 수 없다하더라도우리보다 더 발전한 외계 고등 생명체가 웜홀을 통해 우리에게 올 수 있다는 가정이 많은 SF 의 토대가 되고 있다. (110)‘

 

그러니 김초엽 작가의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시대 배경은 현재가 아닌엄청한 과학 기술이 발달한 시대로시대가 다른 것이다.

 

어떤 시대인가? 이런 시대다.

 

인류가 고작해야 달이나 화성에 발을 내디디고 태양계 밖으로는 무인 탐사선만 날려보내던 시기를 지나진정한 의미에서 우주 곳곳을 개척하게 된 계기가 바로 워프 항법이었다. (김초엽 위의 책, 156)

 

그런 시대이니 블랙홀도 화이트홀도 문제가 될 게 없다따라서 웜홀은 고차원 웜홀‘(의의 책, 161)도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현실과 SF는 엄연히 다른 법우리의 현실은 이 책에 기반을 두고 있다.

 

SF를 읽는데도현재 기술을 이해하는데도

 

이 책은 SF를 읽는데도또한 현재 기술을 이해하는데도 유용하다.

 

다음 사항을 설명해보라는 질문을 받는다고 해보자.

 

a.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을 구분해보라. (18)

 

b. 지구인이 왜 그렇게 화성을 짝사랑해왔는지 설명해보라. (156)

 

c. 뉴턴의 중력이론과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의 차이점은? (159)

 

d. 지구 탈출속도는? (27)

 

이런 것도 재미있는 질문이 될 것이다.

 

e. 10,000,000을 10의 거듭제곱으로 나타내라 (39)

 

f. 가수 이정현이 부른 블랙홀 노래는? (148)

 

다시이 책은?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자.

 

a. 특수상대성이론은 특수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쉬운 이론이고일반상대성이론은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어려운 이론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은 1905년에 발표되었고일반상대성이론은 10년 뒤인 1915년에 발표되었다.

 

b. 화성이 여러 면에서 지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화성의 하루는 24시간 40분으로 지구의 하루와 비슷하다공전궤도면에 대한 자전축의 경사각도 24도로 지구의 23,5도와 별반 차이가 없다.

 

c. 뉴턴의 중력이론에서는 천체가 낙하하는 물체를 잡아당긴다고 생각하는데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에서는 천체가 휘어놓은 시공간으로 물체가 들어간다고 한다.

 

d. 초속 11.2 km.

 

e. 솔직히 이 문제를 읽고 당황했었다. 거듭제곱은 고등학교 시절에 배우던 것 아닌가그런데 이 책에서 답을 읽으니 그렇게 쉬운 것을 공연히 미리 겁먹고 쫄았다 싶다답은 0이 7개니까 10의 7제곱이다.

 

f. 이정현의 이런 노래 있는 줄 처음 알았다노래 제목이 ’GX 339 4’

 

가사는 이렇다.

 

가시가 저 꽃에 찔려 가시가 다시나 탐이나

가 다시 나 네가 나와 나 네가 다시 나되고서

 

(RAP) 지금 다가오는 아픔을 즐기며

너의 힘 때문에 한점으로 오므라든

너의 힘 안쪽의 막대한 힘 때문에

난 저 빗속으로도 탈출 못하지

 

야 야 빅뱅야 빅뱅야빅뱅야 빅뱅야

 

가시가 저꽃에 찔려 가시가 다시나 탐이나

가 다시 나 네가 나와 나 네가 다시 나되고서

 

(RAP) 지금까지 난 우물 안의 개구리였지

어떡하지 나 그만 밖으로 나왔어

우물안의 개구리라 말했기 때문이야

사상의 지평면 그곳은 나의 별야

 

야 야야 야야 야야 야야

야 야야 야야 야야 야야

 

가사 곳곳에 음미할 부분이 보인다빅뱅에 대한 적절한 가사다.

심지어 사상의 지평면이란 가사를 읽으면서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사상의 지평면이란블랙홀의 표면을 말하는 것이다

event horizon 이다. (이 책 33, 110쪽을 참고하시라)

 

이 책나의 하늘에 대한 눈을 더 크게 뜨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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