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질문 3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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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 1권에서 3권까지 폭풍처럼 읽어내려간 거 같다. 그동안 역사와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마주서는 작가라고 생각했던 조정래의 신간 <천년의 질문>은 현재의 우리사회를 말하고 있다. 지나간 역사가 아닌 현재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작금에 있었던 여러가지 정치, 경제, 사회적인 사건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소설이지만 현실을 다루고 있다는 생각에 몰입해서 읽었다.

1권에서부터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면서 그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위치와 현실 상황을 알기 위해서 노트에 이름을 적어내려가면서 읽었다. 사회의 숨겨진 부조리를 드러내는 역할을 하는 장우진 기자가 거대 기업인 성화그룹에서 비자금 관련 사건이 터진 것을 감지하고 사건 탐색에 나서는 내용이었다. 그와 연결된 민변 변호사 최민혜 그리고 성화의 비자금 기록을 가지고 잠적한 성화의 사위 김태범, 모드 기사를 막고 장우진 주변인물을 회유하려는 성화의 창조개발팀 한인규 사장까지 등장인물의 역할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들의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하고 있는 일련의 사건이 떠오르는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성화의 비자금을 들고 나온 사위 김태범을 통해서 뭔가 큰 사건이 터질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작가는 더 현실적으로 김태범이 성화그룹에 철저하게 패배하는 연출을 만들어냈다. 개인의 힘에 그렇게 호락호락 당한 거대 기업이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2권에서는 성화에 다른 식으로 복수를 결심하면서 행동에 옮기는 김태범의 이야기, 그리고 하나 더 정신지체 장애인의 성폭력 판결을 다룬 이야기, 대한 시간 강사의 현실 등 사회에 만연하는 다른 문제도 함께 다루어 주고 있다.

마지막 3권에서 과연 저자는 무슨 이야기를 할까 궁금했다. 소설적인 특성을 살려서 성화의 비리를 대서특필하는 것으로 마무리할까 했던 예상을 철저히 깨졌다. 사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향의 결말을 맞으면서 저자가 요즘 시대의 알고리즘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정서에만 호소하고 책으로만 접하던 시대와 달리 지금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방송을 하고 목소리를 sns에 올릴 수 있고 그리고 배움의 장이 넓어지면서 작은 목소리라도 참여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그래서 택한 작가의 선택한 소설의 마지막은 시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행동실천의 장이었다. 시사주간지의 기자인 장우진은 기자를 그만두고 대신 요즘 사람들에게 어필이 가능한 1인 방송을 시작하고 시민단체의 형성을 알린다. '나와 너 나라를 사랑하는 모임' 일명 너나나사모 줄여서 '너나''사모' 라는 시민단체를 통해서 사람들이 더 이상 정치사회경제에 무관심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미 2016-17년 광장의 촛불을 통해서 1000만 시민권력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더 이상 국가권력의 억압이 아닌 공적개인으로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시민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을 만들면서 마무리된다.

특히 3권에서는 저자가 바라는 사회의 모습을 많이 드러냈다. 삼권분립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사회에서 국회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시민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민의회의 필요성을 말하기도 한다. 작가 조정래가 지금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오늘, 당신에게 대한민국이란 무엇입니까?'에 대한 답을 마지막에 모두 보여주는 듯하다. 그 질문에 대한 개개인의 답을 이제는 우리가 해볼 차례가 아닌가 싶다. 책을 읽은 후에도 내가 살고 있는 사회의 정치 사회 경제의 모든 일을 남의 일인듯 대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느껴진다.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가장 저질스러운 정치인에게 지배당한다'라는 플라톤의 말이 다시 생각난다. 조정래의 <천년의 질문>은 천년이 흘러도 정치에 무심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던져지는 질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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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천년의 질문 1~3 세트 - 전3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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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은 대한민국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문득 생각해 본다. 적어도 그의 작품을 책으로 접하지 않았어도 영화로도 접할 수 있었고 그 역시 못했더라도 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쯤을 들었음직하다. 그만큼 우리나라 문단에서 그의 작품을 논하지 않고는 문학을 논할 수 없다. <풀꽃도 꽃이다>로 한국의 교육현실을 적나나 하게 그렸던 작품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3년이 훌쩍 지났다고 한다. 3년이면 어김없이 신작을 들고 나오는 지치지않는 작가 조정래. 이번에는 국가를 삼켜버린 권력의 핵심이 무엇인지 대한민국의 현재를 담고 있는 작품을 들고 나왔다.

조정래 작가의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은 모두 3권으로 구성되었는데 1권을 펼쳐드는 순간 순식간의 그의 작품세계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다. 조금만 사회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라면 소설이야?현실이야?라는 말을 할 정도로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과 밀접하게 닿아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오늘 당신에게 대한민국이란 무엇입니까?라는 묵직한 질문을 화두로 던진 이번 작품은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가장 저질스러운 정치인들에게 지배당한다는 플라톤'의 명언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작품을 만나기 전에, 작품에 대한 정보를 얻기 전에 단지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보길 바란다. 주어진 정보에만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  물음에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국가 속의 국민으로 개인으로서의 나를 바라보게 하는 시간이 충분히 되기 때문이다. 나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질문을 안고 책을 접한다면 방관자가 아닌 국가 속에 구성원으로서 자신을 좀더 생생하게 느끼지 않을까 싶다.

짧은  시간 내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한 대한민국, 그러나 너무도 빠른 성장속에서 정치와 경제의 균형은 무너지고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국민 개인의 인권이 쉽게 생각되는 순간도 분명 있었다. 문제는 지금이다. 지금 우리는 달라졌는가? 대한민국은 달라졌는가? 생각해보지않을  수 없다.

물불을 안가리고 취재에 뛰어드는 시사주간지 기자 장우진은 성화그룹이라는 거대 조직의 비자금  사건을 접하게 된다는 게 이 소설의  사건이다. 비자금  사건을 기사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력층, 그리고 회유에 어쩔 수 없이 기사를 포기하거나 혹은 권력이나 부의 딜에 순응하는 자들이 등장한다. 구지 설명하지 않아도 대한민국 현실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통해서 이 소설이 소설이 아닌 사실같은 느낌으로 읽히는게 이상할리 없다.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작품의 구성과 수많은 등장인물, 그리고 이들의 연결고리 속에서 독자들을 책을 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실을 토대로 한 소설이기 때문에 우리가 살고 지금 이순간의 모든 것과 견주면서 읽게 된다는 점이 이 소설의 흡입력이기도 하다.

소설을 읽고 난 후에 '오늘 당신에게 대한민국이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되려 '국가에게 국민이란 무엇입니까?'라고 물을 것인지 그것은 독자의 몫이다. 다만 가장 저질스러운 정치인들에게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더이상 무관심한 국민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은 모두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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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질문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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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은 대한민국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문득 생각해 본다. 적어도 그의 작품을 책으로 접하지 않았어도 영화로도 접할 수 있었고 그 역시 못했더라도 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쯤을 들었음직하다. 그만큼 우리나라 문단에서 그의 작품을 논하지 않고는 문학을 논할 수 없다. <풀꽃도 꽃이다>로 한국의 교육현실을 적나나 하게 그렸던 작품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3년이 훌쩍 지났다고 한다. 3년이면 어김없이 신작을 들고 나오는 지치지않는 작가 조정래. 이번에는 국가를 삼켜버린 권력의 핵심이 무엇인지 대한민국의 현재를 담고 있는 작품을 들고 나왔다.

조정래 작가의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은 모두 3권으로 구성되었는데 1권을 펼쳐드는 순간 순식간의 그의 작품세계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다. 조금만 사회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라면 소설이야?현실이야?라는 말을 할 정도로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과 밀접하게 닿아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오늘 당신에게 대한민국이란 무엇입니까?라는 묵직한 질문을 화두로 던진 이번 작품은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가장 저질스러운 정치인들에게 지배당한다는 플라톤'의 명언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작품을 만나기 전에, 작품에 대한 정보를 얻기 전에 단지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보길 바란다. 주어진 정보에만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  물음에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국가 속의 국민으로 개인으로서의 나를 바라보게 하는 시간이 충분히 되기 때문이다. 나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질문을 안고 책을 접한다면 방관자가 아닌 국가 속에 구성원으로서 자신을 좀더 생생하게 느끼지 않을까 싶다.

짧은  시간 내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한 대한민국, 그러나 너무도 빠른 성장속에서 정치와 경제의 균형은 무너지고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국민 개인의 인권이 쉽게 생각되는 순간도 분명 있었다. 문제는 지금이다. 지금 우리는 달라졌는가? 대한민국은 달라졌는가? 생각해보지않을  수 없다.

물불을 안가리고 취재에 뛰어드는 시사주간지 기자 장우진은 성화그룹이라는 거대 조직의 비자금  사건을 접하게 된다는 게 이 소설의  사건이다. 비자금  사건을 기사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력층, 그리고 회유에 어쩔 수 없이 기사를 포기하거나 혹은 권력이나 부의 딜에 순응하는 자들이 등장한다. 구지 설명하지 않아도 대한민국 현실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통해서 이 소설이 소설이 아닌 사실같은 느낌으로 읽히는게 이상할리 없다.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작품의 구성과 수많은 등장인물, 그리고 이들의 연결고리 속에서 독자들을 책을 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실을 토대로 한 소설이기 때문에 우리가 살고 지금 이순간의 모든 것과 견주면서 읽게 된다는 점이 이 소설의 흡입력이기도 하다.

소설을 읽고 난 후에 '오늘 당신에게 대한민국이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되려 '국가에게 국민이란 무엇입니까?'라고 물을 것인지 그것은 독자의 몫이다. 다만 가장 저질스러운 정치인들에게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더이상 무관심한 국민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은 모두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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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페이션트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지음, 남명성 옮김 / 해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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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가까워지고 있다. 한낮의 더위가 여름을 방불케하는 때가 되면 더위를 날려버릴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물을 찾게 된다. 올여름 더위를 날려줄 시원하고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 스릴러 장편소설 한 편을 만났다. 제목보다는 표지에 더 매료되었던 소설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장편소설 <사일런트 페이션트> 너무도 아름다운 미모의 여인이 알 수 없는 눈빛을 하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 듯한 모습에 궁금증을 자아낸다.

저자 알렉스 마이클리디스는 처음 만난 작가인데 이력이 참 독특하다. 요즘은 글을 쓰는 바탕이 정말 다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첫소설로 독자의 이목을 집중시킨 작가는 영문학 전공에 시나리오 석사학위도 받았다고 한다. 그리스 비극에 대한 관심도 놓고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정신병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는 이력이 특이하다. 우리나라 작가의 누군가가 잠깐 떠오르기도 하는데 글을 쓸 때는 단순한 조사 외에도 자신의 경험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그의 이러한 경험이 녹아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남편을 죽인 혐의를 받고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여인 앨리샤. 그녀는 남편의 죽음 이후로 침묵을 지키고 있고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약에 취해서 살아야만 하는데 왜 그녀가 침묵을 지키고 있는지 그것이 이 소설의 가장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왜? 무슨 이유로? 독자들을 그녀의 침묵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마음에 책을 펼치지만 예상치 못한 또 한 명의 인물을 만나게 된다. 그녀의 침묵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범죄심리상담가 테오이다. 그는 그녀에 대한 관심을 갖고 뭔가 해결할 인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역시 평범한 인물이 아닌 독특한 사연이 있는 인물이다. 소설은 이 두명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한 명이 아닌 두 명의 이야기를 동시에 들으면서 둘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소설을 읽는 중간 누군가에 대한 의심을 시작하게 되지만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반전의 짜릿함이 있기에 이 소설을 끝까지 손에 쥐게 된다. 그리고 역시나 무시할 수 없는 성장과정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까지...

이 소설은 에우리피데스의 그리스 비극 <알케스티스>의 내용으로 시작하고 있지만 그 내용을 모르는 나로써는 소설을 읽으면서 동시에 알케스티스도 함께 찾아보게 된다. 어딘가 이야기의 출발점을 제시한 작품을 통해서 왜 거기에서 시작했는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함께 찾아보는 것도 이 소설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였다. 소설의 반전과 긴장감 때문인지 벌써 영화로 결정된 작품이라고 하는데 나 역시 읽는 내내 누가 과연 이 역할을 할까?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할까 상상하면서 읽게 되니 더 흥미로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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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웅불
다카하시 히로키 지음, 손정임 옮김 / 해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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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학교폭력을 섬세하게 그린 일본소설 배웅불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159회 일본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배웅불> 다카하시 히로키의 작품이다. 처음 만나게 되는 일본 작가, 그리고 어색한 책제목에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유추할 수 없었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책띠지에 적혔던 문구를 다시금 보게 된다. "방심하고 있다가는 무시무시한 힘에 배신당할 것이다" 책을 읽고 난 후에는 너무 가볍게 책을 대하다가 뒤통수를 크게 한 대 맞은 느낌이 든다. 그것도 아주 강하게 말이다.

 

일본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왕따 문제는 심각한 학교 문제다. 이제는 더 이상 학교 문제가 아니라 직장 내에서의 폭력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된 건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면 서로 협동하고 그리고 그 가운데 미묘하게 누군가를 괴롭히고 따돌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주체와 객체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만 아니면 되는 방관자가 된다.

소설은 도쿄에서 폐교 직전인 시골 학교로 전학온 중학교3학년 아유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아버지의 직업 상 이사를 많이 다녀야 하는 아유무는 사람이 많은 도시에서는 폭력을 일삼는 아이와는 적당히 거리를 두고 방관자가 되면 되었는데 시골학교는 6명뿐인 반에서 그들과 어울릴 수 밖에 없다. 한 눈에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와 폭력의 주동자가 되는 아이가 보인다. 그리고  그 누구도 되지 않고 적당하게 관계를 유지하는 방관자가 된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그리 다른 점은 없다. 왕따를 시키는 주동자는 어른들에게는 신뢰를 받고 아이들에게 적당한 우위에서 교묘하게 괴롭힘을 주동하는 인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주동자 아키라가 미노루에게 향하는 참새잡기, 씨름, 저승님 놀이 등등 하나같이 놀이가 아닌 누군가를 괴롭히는 폭력이 된다. 그러나 이 책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주동자 역할을 하던 아키라가 사실은 더 많은 폭력을 당했고 두려움에 더 많은 폭력을 일삼는 사실. 그리고 그 폭력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는 또 다른 두려움의 낯선 대상이 등장한다.

지방 특유의 사투리가 사용되어  작품의 문학성이 더해진다고 하지만 번역본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그 정서가  충분히 전달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소설 곳곳에 나오는 일본의 풍습이나 시골 마을에서 쓰는 농기구, 도구 등등  낯설지만 어딘지 모르게 시골 풍경속으로 자연스럽게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장치가 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배웅불, 저승으로 돌아가는 조상의 영혼을 배웅하기 위해 피우는 불이라고 한다. 소설의 마지막에 피워지는 세개의 배웅불에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학교 내에서 전해지는 폭력의 되물림은 어느 순간 죄의식은 사라지고 폭력에서 살아남기 위한 되물림 자체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학교 내의 폭력을 다룬 작품은 너무도 많아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 든다. 특히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일본의 풍습이나 정서가 담겨 있기으면서도 완전히 낯설지 않은 동양권 정서의 공감대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회에서 우리는 대부분 방관자가 되기 쉽기 때문에 소설 속의 아유무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읽게 될 듯하다. 당하기만 하던 미노루가 다른 사람이 아닌 아유무를 향해서 "나는 처음부터 네가 제일 열받았어"라는 말은 어쩌면 폭력을 가하는 사람보다 무심하게 방관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기에 외면할 수 없는 대사이기도 하다. 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 이렇게 접할 줄이야. 강도 높은 결말 그리고 방관자인 우리에게 책임감을 던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입시강사에 록밴드 뮤지션까지 했다는 특이한 이력의 작가 다카하시 히로키. 작가의 섬세한 표현력과 글의 흐름에 감탄하게 되는 작품이었기에 다른 작품 역시 궁금해진다.

 

*출판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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