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웅불
다카하시 히로키 지음, 손정임 옮김 / 해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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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학교폭력을 섬세하게 그린 일본소설 배웅불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159회 일본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배웅불> 다카하시 히로키의 작품이다. 처음 만나게 되는 일본 작가, 그리고 어색한 책제목에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유추할 수 없었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책띠지에 적혔던 문구를 다시금 보게 된다. "방심하고 있다가는 무시무시한 힘에 배신당할 것이다" 책을 읽고 난 후에는 너무 가볍게 책을 대하다가 뒤통수를 크게 한 대 맞은 느낌이 든다. 그것도 아주 강하게 말이다.

 

일본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왕따 문제는 심각한 학교 문제다. 이제는 더 이상 학교 문제가 아니라 직장 내에서의 폭력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된 건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면 서로 협동하고 그리고 그 가운데 미묘하게 누군가를 괴롭히고 따돌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주체와 객체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만 아니면 되는 방관자가 된다.

소설은 도쿄에서 폐교 직전인 시골 학교로 전학온 중학교3학년 아유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아버지의 직업 상 이사를 많이 다녀야 하는 아유무는 사람이 많은 도시에서는 폭력을 일삼는 아이와는 적당히 거리를 두고 방관자가 되면 되었는데 시골학교는 6명뿐인 반에서 그들과 어울릴 수 밖에 없다. 한 눈에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와 폭력의 주동자가 되는 아이가 보인다. 그리고  그 누구도 되지 않고 적당하게 관계를 유지하는 방관자가 된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그리 다른 점은 없다. 왕따를 시키는 주동자는 어른들에게는 신뢰를 받고 아이들에게 적당한 우위에서 교묘하게 괴롭힘을 주동하는 인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주동자 아키라가 미노루에게 향하는 참새잡기, 씨름, 저승님 놀이 등등 하나같이 놀이가 아닌 누군가를 괴롭히는 폭력이 된다. 그러나 이 책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주동자 역할을 하던 아키라가 사실은 더 많은 폭력을 당했고 두려움에 더 많은 폭력을 일삼는 사실. 그리고 그 폭력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는 또 다른 두려움의 낯선 대상이 등장한다.

지방 특유의 사투리가 사용되어  작품의 문학성이 더해진다고 하지만 번역본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그 정서가  충분히 전달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소설 곳곳에 나오는 일본의 풍습이나 시골 마을에서 쓰는 농기구, 도구 등등  낯설지만 어딘지 모르게 시골 풍경속으로 자연스럽게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장치가 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배웅불, 저승으로 돌아가는 조상의 영혼을 배웅하기 위해 피우는 불이라고 한다. 소설의 마지막에 피워지는 세개의 배웅불에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학교 내에서 전해지는 폭력의 되물림은 어느 순간 죄의식은 사라지고 폭력에서 살아남기 위한 되물림 자체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학교 내의 폭력을 다룬 작품은 너무도 많아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 든다. 특히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일본의 풍습이나 정서가 담겨 있기으면서도 완전히 낯설지 않은 동양권 정서의 공감대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회에서 우리는 대부분 방관자가 되기 쉽기 때문에 소설 속의 아유무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읽게 될 듯하다. 당하기만 하던 미노루가 다른 사람이 아닌 아유무를 향해서 "나는 처음부터 네가 제일 열받았어"라는 말은 어쩌면 폭력을 가하는 사람보다 무심하게 방관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기에 외면할 수 없는 대사이기도 하다. 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 이렇게 접할 줄이야. 강도 높은 결말 그리고 방관자인 우리에게 책임감을 던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입시강사에 록밴드 뮤지션까지 했다는 특이한 이력의 작가 다카하시 히로키. 작가의 섬세한 표현력과 글의 흐름에 감탄하게 되는 작품이었기에 다른 작품 역시 궁금해진다.

 

*출판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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