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그 이후 끝나지 않은 이야기 - 아직 떠나보내지 못한 그 기억과 작별하길 바라며
노윤호 지음 / 사유와공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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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그 이후 끝나지 않은 이야기_노윤호

 

학교폭력. ‘학폭이다. 요즘 한참 이슈다. 엄밀히 말하면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리고 진행형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특히 엘리트 집단에서 맞소송을 불사하며 시간지연으로 큰 피해를 양산하고 있어 손가락질받고 있다. 더욱이 학폭이 전선이 확대되며 교권 침해와 선생님들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이어지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이 책은 학교폭력에 대한 원인분석, 사례, 법적 처리, 궁극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엄벌만이 모든 해결책이 아니라는 데 있다.

학교 사안 조사,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 행정심판, 형사소송, 민사소송 과정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사실 학폭에 둔감한, 각자 스스로 삭혀야 했던 세대를 살았다. (그때 분하고 억울해 욱하는 마음으로 칼을 들었다면? 그런 심정을 나의 가해자는 알고 있을까. 너 죽이고 나 죽으면 그뿐인데) 그러나 자식에게 벌어진다면 이건 다른 이야기이다. 그런 점에서 많은 사람이 이 책을 통해 관심과 애정을 갖고 흑백논리의 접근이 아닌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현명한 해결에 동참할 때라는 생각이다. 정말 남 일이 아니다. 관심과 애정으로 꾸준히 지켜보고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가해 학생에 대한 의무적 징계와 생활기록부 의무 기재의 효과는 막강했다. -P320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만나면 가장 묻고 싶은 것이 왜 하필 나한테 그랬는지라고 한다. 사실 가해자들은 학급에서 약해 보이고 약점 잡기 쉬운 학생을 타깃으로 삼는 것이지 피해자가 되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중략) 내가 만나본 가해 학생들의 모습은 지극히 평범했고, 가정과 학교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는 학생들로 모범생이라 불리는 전교 회장, 심지어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들도 있었다. (중략) 가해자는 피해자를 인격적으로 짓밟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희열을 느낀다. 그들이 학교폭력을 장난, 놀이라 칭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그들은 괴롭힘이 놀이처럼 무척 즐거웠기 때문이다.-P28

 

제가 겪은 사건, 감정, 기억과 트라우마가 완전히 없어지기를 원하기보다는 제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서서히 멀어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은 정신 건강에 대한 치료인데, 병원 치료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인지.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중요하게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P86

 

사람으로 인한 상처는 결국 사람으로 인해 치유된다는 것 -P103

 

학교폭력을 알린다는 것은 부모님, 친구, 지인, 담임선생님 등 주변 사람에게 말하는 것부터 상담 등을 통해 고백, 행정적 법적 절차 진행, 과거 학교폭력에 대한 고발 등 학교폭력을 외부에 알리는 모든 형태를 의미한다. -P135

 

피해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 자체가 피해자의 힘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다. (중략) 그동안 내가 만나본 피해자들이 지닌 트라우마의 크기와 가해자에게 내려진 처벌 수위는 비례하지 않았다. 가해자가 중징계받아도 트라우마가 오랫동안 남은 피해자가 있는 반면, 가해자가 경미한 징계를 받거나 심지어 징계받지 않았어도 신고 자체가 트라우마 극복에 도움이 된 피해자들도 있다. -P138




회복적 정의를 실현하고, 폭력이 지속되지 않게 중단시키며, 가해자의 사과와 적정한 책임을 끌어내는 것. 학교폭력 알리기는 트라우마 치유의 시작이다. -P145

 

보호자가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알았을 때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을 보며 피해자는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는 안정감을 느낀다. 반대로 가해자에게는 어른들이 개입해 자신과 맞서려 한다는 사실이 큰 충격으로 다가오게 된다. 언제까지나 마음대로 폭력을 가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자신의 철옹성이 붕괴하는 것을 느끼며 더 이상 피해자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P148

 

상담을 진행하면서 괴롭힘을 당한 것은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것, 불안과 우울 등은 당연히 겪는 감정이자 반응임을 이해하면서 자신을 객관화해서 볼 수 있게 된다. -P160

 

가해자를 용서하면 그와 화해해야 한다는 것은 오해이다. 용서는 상호작용이 아닌, 나의 내면에서 결정하는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용서이자, 과거에 대한 용서이다. 과거의 자신을 원망하고 자책하지 않는 것, 당시 무력할 수밖에 없었던, 어리고 나약했던 과거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자신을 괴롭혔던 과거를 놓아주는 것으로 용서는 성립된다.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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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홍차 너무나 영국적인
박영자 지음 / 한길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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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 너무나 영국적인_박영자

 

호텔에 근무하는 딸이 책을 권해주었다. 나도 홍차라면 호텔 생활에서 많이 접했다. 그런데도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기에 도전했다. “Manners maketh man” 매너가 신사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신사 하면 영국 아니겠는가. 그런 호기심에 홍차를 접했는데 역시 홍차를 비롯해 영국을 이해하는 데 많이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전혀 뜻밖에 사실로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특히 실론티와 샌드위치 백작, 얼그레이에 관한 내용은 두통이 생길 만큼 충격적이었다. 영국이 홍차와 신사의 나라뿐 아니라 왜 홍차를 즐겨 마시는지 역사적인 배경과 환경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지적 호기심을 살살 달래준다. 오늘따라 홍차 한 잔을 여유롭게 마셔보고 싶다.

이들은 1년에 200여 일을 비와 안개에 몸을 적시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몸에 습기가 마를 날이 없다. 하루에도 몇 번씩 차갑고 눅눅한 날씨에서 벗어날 무언가가 필요한데, 몸을 따뜻한 상태로 유지해주는 홍차가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이다. -P70

오해든 진실이든 영국인에 대한 평을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어딘가 불편해 보이지만, 속마음을 숨기는 데 도사며, 전설적인 자제심의 소유자로, 기계처럼 정확하고, 약하고 무지한 다른 사람들을 돕고 그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존재하는, 신은 아니지만 신에 가까운 능력을 가진 사람. ‘좀 낡았지만 믿음직한 추진력을 가진 완벽한 유기체라고 칭송한 카잔차키스의 말대로 영국인은 역사적으로 자국의 이익이나 신념 앞에서 강인함의 결정을 보여주었다. -P86

 

오늘날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서비스의 대가로 주는 팁은 이곳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당시 티 테이블 위에는 ‘T,I,P,S’라고 적힌 작은 상자가 있었다. 이는 ‘To Insure Prompt Service’의 약자로 신속하게 서비스를 할 테니 상자에 돈을 넣어주세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차와 식사를 함께 제공했던 티가든은 당시 여가 문화를 이끌었다. -P101

 

오늘날 미국이나 영국, 카리브해의 섬들에 아프리카계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이유는 설탕의 달콤함 = 노예의 피눈물이라는 공식이 산출한 씻을 수 없는 역사의 흔적이다. -P121

 

약육강식의 사냥터가 된 식민지 플랜테이션에서 어린 여자아이와 최하위계층의 일꾼들이 고통스럽게 재배한 차에 카리브해 노예들이 흘린 피와 땀의 결실인 설탕을 넣고 티스푼으로 휘휘 저은 것이 바로 영국식 홍차라는 사실을 자주 망각하게 된다. -P128

 

오늘날 홍차 하면 많은 이들이 실론티를 연상할 정도로 스리랑카는 차 생산국으로서 인도와 중국의 강력한 라이벌로 급부상했다. 1972년 실론에서 스리랑카로 국호를 개칭했으나, 실론티는 홍차의 고유명사가 될 만큼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P135

 

장기간 앉아서 작업을 하거나 머리를 많이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각성 효과가 있는 카페인 음료와 오랜 친구가 된다. -P139

 

이른 아침 침대에서 마시는 Early Tea, 아침식사와 함께하는 Breakfast Tea, 오전 일과 중에 Elevent’s Tea, 오후에 간식과 즐기는 Afternoon Tea, 저녁식사 때 High Tea, 저녁식사 후 느긋한 가운데 After Dinner Tea, 잠자리에 들기 전에 Night Tea 등이다. 횟수로 보나 그 양으로 보나 영국인에게 홍차는 막연한 일상의 친구다. -P211

 

물론 월급으로만 따진다면 이전 직장만 못하다. 하지만 매일 듣는 감사의 인사를 생각한다면, 그리고 걷고 산책하는 시간들을 생각한다면 참 좋은 일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P200

 

1762, 존 몬터규 샌드위치(1718~92) 백작은 그날도 도박을 하느라 끼니를 놓쳤다. 배가 고파 급한 김에 하인에게 빵 사이 로스트비프를 끼워오라고 했다. 손에 카드를 들고 있어서 양손을쓰며 구운 소고기 덩이를 잘라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중략) 현재 백작의 가문은 11대를 이어 런던에서 샌드위치 백작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가게 간판 엠블럼에는 백작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P220

 

영국에서 백작을 Earl’이라 부른다. ~ 얼그레이는 그레이 백작을 일컫는 말이다. 그레이 백작의 정식이름은 찰스 그레이(1764~1845). ~ 이튼 스쿨과 케임브리지 대학교를 나와 1786년 스물두 살의 젊은 나이로 하원의원이 되었다. 이어 해군성장관, 외무장관, 하원의장을 거쳐 1830년에는 수상의 자리에 올랐다. (중략) 찰스 그레이의 여인은 바로 조지아나 스펜서(1757~1806)였다. ~ 로맨스 영화 공작부인 : 세기의 스캔들에서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다.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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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스러운 사이 - 제주 환상숲 숲지기 딸이 들려주는 숲과 사람 이야기
이지영 지음 / 가디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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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스러운 사이_숲이지영

 

제주 환상숲 곶자왈공원에 숲 해설사의 숲 이야기. 여러 곳에서 해설사를 간혹 만났는데, 그 해설사의 삶들이 살짝 궁금했다. 특히 자연과 숲에 관심이 커진 요즘의 대세 아니겠는가. 그만큼 현대인들의 마음이 황폐해지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숲 해설사의 처우가 기간제와 정년퇴임 후 새로운 일자리 사업으로 폄훼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도 당당히 숲의 이로움과 선한 영향력을 펼쳐나가는 저자를 보며 활력이 생긴다. 이제 반백 년이 넘어선 나도 TV 프로그램에 다큐멘터리나 자연에 대한 영상에 손가락이 먼저 간다. 숲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얻고 싶어서 일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제주의 숲에 대한 버킷리스트가 생겼다. 눈 감으면 숲이지영의 제주 곶자왈을 해설이 보이는 것 같다. 마음이 설렌다.



조금 아는 것 가지고 알은체했는데 듣는 이가 그 분야의 권위 있는 학자였던 적도 참 많았다. 그런데 그분들은 나를 무시하지 않으셨다. 숲에서 살아온 삶과 눈으로 보아온 경험을 존중해주셨다. -P29

나무도 서로 자리 경쟁을 하며 자랄 때 더욱 크게 자라난다. 그렇다고 마냥 경쟁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며 서로 타협하기도 하고 양보 하기도 하면서 본인들의 살아갈 공간을 만들며 궁극적으로 숲을 이룬다. 갈등이 있기에 고민이 있고 발전이 있고 화목이 생기듯, 부딪히는 것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두 형제를 통해 배운다. -P52

 

우리는 종종 착각한다. 숲이, 식물이 나를 위해서 꽃을 피운 것만 같고, 나를 위해서 향기를 뿜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꽃과 함께 아름다운 봄을 만끽하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그들로서는 살아보고자 하는, 또 다른 새 생명을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한 아름 꽃을 꺾어 사진을 찍기보다는 자연 속에서 꿈틀대는 풍경을 바라보며 나 또한 살아있음을 느껴보는 하루가 되면 어떨까? -P56

 

이야기라는 건 뭔가 물과 같아서 어떤 그릇에 담기느냐에 따라 형태가 자유자재로 바뀌는 것 같다. (중략)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품어주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큰 위안이 될 때가 있다. -P85

 

행복해하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숲을 제대로 바라보고자 하는 이에게 필요한 오직 한 가지는 별거 아닌 것에도 놀라워할 줄 아는 능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척, 배운 척, 잘난 척하다 보면 잃어버릴 수도 있는 아주 중요하고 특별한 능력 말이다. (중략) 일상이 되어버리면 못 느끼는 아름다움이 있다. 나에게 숲 또한 그런 것 같다. 매일 마주하고, 매일 똑같은 길을 걷다 보면 아름다운 숲 풍경에 감탄하는 일 또한 그 시간만큼 줄어든다. -P92

 

분명 그 마음 안에 지킬 것들이 있었고 그래서 독해지기도 하고 거칠어지기도 했던 자기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분들께 위로를 건넨다. “가시 돋친 모습도 아름답습니다. 열심히 살아왔다는 뜻입니다.” -P112

 

일에서 성공하는 세 가지 공식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각하고, 자신이 하는 일을 믿고, 자신이 하는 일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이다.” -P171

 

몸에 값비싼 명품을 두르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명품인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자연에서의 삶은 나를 그렇게 바꿔 놓고 있었다. -P192

 

물론 월급으로만 따진다면 이전 직장만 못하다. 하지만 매일 듣는 감사의 인사를 생각한다면, 그리고 걷고 산책하는 시간들을 생각한다면 참 좋은 일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P200

 

삶에는, 행복에는 정답이 없다. 남이 아무리 행복하겠다며 부러워해도, 본인이 행복하지 않으면 그건 절대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 -P230

 

천천히 느리게 시작해도 삶은 살아봐야 아는 거라고. 어떠한 환경에서든 유년 시절의 아름다운 기억이 위로가 되어주고 좋은 추억이 되어줄 것이라고는 확신한다. 나는 잘난 사람을 만드는 법을 모른다. 그런데 좋은 사람을 만드는 법을 조금 알 것 같다.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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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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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_한강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에서 개인들이 겪어야 했던 많은 고통이 담겨 있다. 그들이 갖고 있던 신념과 사고들을 어떻게 파괴되고 인간이 어디까지 처참하고 잔혹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딸이 도서를 건네며 엄마는 안되고 아빠만 보세요.”라고 말을 했다.

폭력과 만행, 그것을 용인하고 부추기고 권장했으니, 그것만으로 끝났을까. 되돌아보면 해방 후 반민족특위의 청산 작업부터 그 뿌리가 있다고 봐야 한다. 제대로 역사를 바로 세우고 정리했어야 한다. 그러지 못했기에 그런 잔재와 대물림이 아직도, 지금도 진행형이란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한다. 한 번의 기회를 놓여버린 우리는 지금도 그 대가를 치르고 우리 삶의 곳곳에 폭력과 만행이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주시하고 과거를 기억하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물림을 끊어 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의무이고 책무이다.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 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을 묶어놓은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 -P17


부엌 머리방에서 까무룩이 잠들 때까지 너는 두 사람의 다투는 소리와 달래는 소리, 낮은 웃음소리를 점점 구별할 수 없게 되었다. -P41

 

내가 창틀에 세워놓은 칠판 지우개를 발견하고 웃었어. 한숨처럼 낮게 한번, 잠시 뒤 소리를 내 한 번 더. (중략) 누나가 내 이마를 한번, 뺨을 한번 쓰다듬고 이부자리로 돌아갔어. 좀 전에 들렸던 웃음소리가 어둠 속에서 다시 들렸어. 한숨처럼 낮게 한번, 잠시 뒤 소리내어 한 번 더. -P55

 

지난 오면 동안 끈질기게 그녀를 괴롭혀온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허기를 느끼고 음식 앞에서 입맛이 도는 것. -P85

 

엄마, 저쪽으로 가아, 기왕이면 햇빛 있는 데로. 못 이기는 척 나는 한 없이 네 손에 끌려 걸어갔제. 엄마아, 저기 밝은 데는 꽃도 많이 폈네. 왜 캄캄한 데로 가아, 저쪽으로 가, 꽃 핀 쪽으로.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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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시국선언을 하는가 - 윤석열 정부 1년간의 분노와 저항의 기록
김성진 외 지음 / 민들레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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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시국선언을 하는가_김성진 6

 

최근 들어 마음이 답답하다. 눈이 있고 귀가 있으니 답답한 일들이 계속 이어진다. 이왕이면 좋은 것만 보고 행복해지고 싶은데 영 마음이 불편하다. 세상사 모든 것이 흑백으로 이분화하고 단순화시키면 편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이웃들도 상황들이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래서 이럴 땐 다양한 의견과 시각을 균형감 있게 갖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도 이러한데, 나라를 운영하는 그분이야 어찌 고민과 통찰이 없겠는가. 우연히 시국선언문을 접했다. 분명 지금 정부에 따끔한 충언일 것이다. 많은 지식인이 자신 일신의 편안함을 거두고 충언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다양한 상소문이 존재한다. 시국선언문을 상소문으로 친다면 국민이 나라를 위한 충정이고 국민과의 직접적인 소통창구가 아닐까 싶다. 진정 대통령 주변 분들이 상소문을 올바르게 전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미 많은 분이 문제점을 지적해주었기에 귀를 열고 들어야 한다.

이젠 대통령직에서 내려와 곧장 교도소로 가는 역사의 아픔은 끝내야 한다. 더 이상 국민에게 마음 아프게 하는 일이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이 시점에서 다시 되돌아보는 성찰의 계기와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또한 문제가 있다면 인정하고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위해 모두의 중지를 모아야 하지 않을까. 꼭 내 편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이분법으로 판단하지 말고 그분 주변의 참모들이 반대의 목소리도 소중히, 겸허하게 듣고 올바르게 충언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그분들의 소임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우리가 선출한 이유이다. 그 점을 꼭 기억하고 실천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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