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 자이언트 스텝 2
김서해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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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_김서해

 

반짝이는 신인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첫 번째라는 떨림과 설렘, 신선함을 상상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김서해 작가의 세심함과 여성적 감성이 곳곳에서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잠겨있는 게 아니라, 잠가둔 것이었다’_P124. 소설 작가를 꿈꾸는 사람으로 작가의 중간중간 창작의 시작 부분과 새롭게 고친 부분 사이에는 묘한 꼭짓점을 찾는 묘미도 있다. 뭔가 나무나 식물을 접붙인 부분을 확인하는 듯, 유심히 상처 부위를 살피게 되는 조심스러운 손길을 느껴본다.

김서해 작가의 세심한 마음과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다. 이젠 작가의 팬으로 흡수됨이 확실하다.(=이해인김영원박주희=친구미주=박주희 엄마민영=친구)



P47. 우리 집은 누군가 춤을 출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춤을 추자마자 돈을 억 단위로 벌고 영원이 유명할 수 있다고 신이 보증이라도 해주지 않는 이상.


P51. 미움에 정당하고 뚜렷한 이유가 있는 일은 드물었다. 보통은 나댄다, 띠껍다라는 그럴듯하고도 아주 모호한 이유로 미움의 신이 희생양을 골랐다.


P69. 하나 마나 한 말 쓰지 말라. 군더더기 없이 쓰라. 언젠가는 그걸 진리처럼 믿었는데, 퇴고할 때마다 필요 없는 말을 전부 삭제하고 나니 매번 절반 분량이 사라졌다. 그러다 문득 반발심이 생겼다. “너나 그렇게 해. 너나 말을 아껴. 이런 식이었죠.” “교수한테 그렇게 말했다고요?” “아니요, 그냥 그런 태도였단 뜻이에요. 나는 왠지 반항하고 싶었거든요.”

 

P76. “영원한 건 가치가 없지만, 영원을 갈망하는 마음이 가치를 만드는 거죠.”

 

P82.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들이 절대로 낳을 수 없는 게 그리움이라는 것을.

 

P111. 이마와 눈썹과 볼, 코끝과 턱까지 손안에 꽉 찬 삼차원의 호선과 직선들이 정신을 산란하게 만들었다.

 

P124. 서랍장을 자세히 보니 첫 번째 칸에 자물쇠가 달려 있었다. 잠겨 있는 게 아니라 잠가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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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짐 지고 걷다 한국의 서정시 142
지시연 지음 / 시학(시와시학)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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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꽃 짐 지고 걷다_지시연

 

시인은 삶이 인 것 같았다. 시의 매력에 푹 빠져 계신 듯했다. 잠시 시간이 날 때마다 휴대폰에 시상의 기록을 남기고 계셨다. 틈틈이 그렇게 하신다고 한다. 무엇을 깊이 있게 꾸준하게 한다는 것은 참으로 귀하고 소중해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근사해 보인다. 그래서 시를 쓰고 싶었다. 시집 안에 그 귀하고 때때로 어려워 보이는 문 창호지에 살짝 가려진 시인의 마음이 보이는 듯하다.

 

P17. 한 생을 부리며 차지한 자리

빈 그릇 하나 밥상에서 내려와 산으로 간다 지상의 허기-

 

P22. 꿈꾸듯 시간을 타고 오늘까지, 살았다

어제처럼 낮잠도 자고

서리태 콩을 넣어 밥도 짓고 아욱국도 끓이자

다시, 무탈한 저녁이 한 상 차려졌다 시간의 혹-

 

P81. 산국이 꽃가지 흔드는 가을이 오면

엄마 생각에 목젖이 붓는다

엄마! 그곳이 좋으니까 안 오시는 거지요? -이별을 기억하는 일-

 

P94. 달팽이가 느리다고 단정하는 건

순전히 너의 뾰족한 시선이야

달팽이는 달팽이의 속도로 가고 있는 거지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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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는 자랑
박근호 지음 / 히읏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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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는 자랑_박근호

 

서울의 팝업스토어에 잠시 들렀는데, 그곳에 전시되어 있던 책이다. 짧은 순간 아내의 눈에 들어 아내 책상에 올라오는 영광을 받은 책이다. 책과 함께하는 내내 마음을 함께하는 경험을 얻었다. 젊은 작가, 남성 작가임에도 여성적인 섬세함이 돋보이는 책이다. 아니 여성의 감수성을 지닌 남성 작가의 작품이 맞을까? 그럼에도 순간순간 삶을 응원하고 용기를 준다. 작가의 글이 이렇게 따뜻함과 배려의 마음을 지닌다면 작가는 얼마나 행복할까? 라는 생각하며 마음 졸이다 행복해지고 위로를 받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었다. 박근호 작가의 팬이 되었다.

 

P39. 왜 우린 만질 수 없을 만큼 멀어져야 그 어느 때 보다 가까워지는 걸까.

 

P58. 어쩌면 네가 원하는 말은 지금 잘하고 있다는 한 마디였을 텐데 너무 늦게 말해줘서 미안하다고. 정말,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P71. 만약 당신이 좋아하는 게 있다면 꼭 누군가에게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다는 것과 혹여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더라도 삶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기대하고 사랑하고 열심히 했던 만큼 상처받고 슬플 뿐, 인생은 그렇게 쉽게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게 삶일 텐데 미리 스스로를 패배자처럼 대하지 않았으면 해서 이 글을 썼다.

 

P76.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사람_자기 자신의 삶을 잘 살 때 반드시 사랑은 다시 찾아와.

 

P92. 누구나 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할 때가 오는 법인데, 그 일이 나에게 다가오는 속도가 남들보다 조금 빨랐을 뿐이라고. 겪으면 안 되는 일을 겪은 게 아니라 무조건 한 번은 겪어야 하는 일을 조금 빨리 겪었을 뿐이라고.

 

P178. 누군가와 함께 할 때 가장 중요한 태도는 그런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려는 것이다. 애초에 사랑이란 건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같은 곳을 보고 같은 길을 걷는 것이다. 네가 맞았다, 네가 틀렸다가 아니라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 서로가 가진 본래의 모습을 바꾸려 들거나 다그치지 않고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 인정을 바탕으로 기다리고 이해하며 함께하는 것. 이것이 진짜 사랑이 아닐까.

 

P193.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결국 사람이 치유해준다.

 

P205. 글 잘 쓰는 사람과 작가가 될 수 있는 사람의 차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얼마만큼 솔직하게 써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서슴없이 보여줄 수 있는가로 갈리는 것 같다. 글 잘 쓰는 사람은 많아도,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보여줄 때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P359. 무기력할 정도로 지친다는 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열심히 살았다는 거니까. 최선을 다한 사람들에게는 지칠 자격 또한 있는 법이야.

 

P371. 아무것도 없는 어둠뿐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앞에 있는 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눈을 뜨면 꽃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밤하늘이 아무리 어두워도 달이 떠 있는 것처럼. 아무리 구름이 많이 껴도 그 뒤에 별이 가득 존재하는 것처럼. 삶이 아무리 괴롭더라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은 누군가의 자랑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견디기 힘든 일이 몰려왔을 때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당신도 자신에게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포기하지 말자. 지지 말자. 나는 누군가의 자랑이다.

 

 

#당신이라는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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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인생 후반의 즐거움을 준비하는 시간 -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습관
양성필 지음 / 포르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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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인생 후반의 즐거움을 준비하는 시간_양성필

 

100세를 산다면 딱 절반인 시기다. 남은 절반의 삶은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살자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십을 통해 나름의 인사이트를 얻고 싶었다. 저자의 나이를 유추해보니 동년배다. 그래서 그런지 통찰에 대한 사고가 비슷하다. 차이는 있지만 알차게 살려고 많은 준비를 하는 중이다. 진정 오십을 앞두고 있다면 저자의 생각을 경험해보자. 그럼에도 인생의 정답은 없지만,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매일 매일이 설렌다.

 

P24. 인생 2막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데에도 당연히 철저한 공부와 준비가 필요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P27. 빅토르 위고의 말마따나 미래는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약한 자들에게는 불가능이고, 겁 많은 자들에게는 미지(味知)이며, 용기 있는 자들에게는 기회다.

 

P36. 인생의 후반전에는 주도적인 시간 관리, 긍정적이고 자발적인 태도, 초심을 잃지 않는 습관을 만들어 보자.

 

P73. 작은 목표로 시작해서 빨리 작은 성공을 만든 후에 목표를 조금씩 높이는 것이 좋다. 크든 작든 성공을 경험해 엔도르핀이 돌기 시작하면 그다음에는 가속도가 붙기 마련이다. 그리고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자신에게 보상하는 것도 잊지 말자.

 

P157. 옛말에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했던가. 한 번 성공의 맛을 본 사람은 어떻게 하면 성공에 이룰 수 있는지 깨달아, 조금씩 더 큰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P242. 인생에는 수학 문제처럼 명확한 정답이라는 게 없다. 하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게 아닐까? 미리 정답이 정해져 있고, 모두가 똑같이 살아가면 세상이 얼마나 시시하겠는가. 매일 똑같은 하루를 보내는 듯해도 날마다 다른 일이 생기고, 내 뜻대로만 굴러가지 않기 때문에 인생은 열심히 살 만한 가치가 있다.

 

P245. 삶을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무엇을 해야 한다는 말을 줄이고 무엇을 하고 싶다는 말을 늘려나가는 것부터라고 한다. 지금 하는 일을 멈추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떠올려 보고 실천에 옮기자. 단언컨대 행복을 뒤로 미룰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오십

#오십,인생후반의즐거움을준비하는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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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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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겹의 마음
권덕행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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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겹의 마음_권덕행

 

오랜만에 산문이다. 권덕행 시인의 산문으로 한참을 읽다가 어~ 작가가 남자인 줄(이름에서 풍기는 고정관념~ 그러고 보니 둔감했나?). 그제야 권덕행 시인을 검색해보았다. 산문 곳곳에 시인의 간결한 문체가 묻어있다. 그리고 여성스러움에 세심함이 녹아있다. 산문엔 작가의 삶이 투영된 진솔함이 뚝뚝 묻어난다. 그래서 참 인간적이다. 소소한 일상에 담긴 시인의 시각으로 파노라마 비디오를 한 편을 본 느낌이다. 때로는 위안을, 한편으론 집에 계신 아내를 반추하며 놀라기도 하고, 지금도 손을 잡고 산책을 함께하는 아내의 따뜻함이 전해지듯, 인간다움으로 소통하려는 시인의 마음을 생각해 본다.



P32. 다시 가을이다. 머리가 말갛게 되도록 찬 바람이 불면 떠밀려서라도 산책을 갈 것이며, 도토리와 밤을 줍듯 쓸 만한 단어들을 만지작거리는 날들이 될 것이다.

 

P37. 손글씨로 시도 많이 적었더랬다. 만나고 있던 사람에게 꾸역꾸역 시를 써서 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는 내가 적은 시를 좋아했던 게 아니라 그저 나의 흔적을 가지고 있었던 거다. (중략) 글씨를 쓰면 날것 그대로의 감정에 사로잡힐 때가 많다. 필터를 거치지 않은 말의 몸통 같은 것, 그 시절의 선명한 목소리 같은 것, 되돌릴 수 없는 마음 같은 것, 글씨는 그런 것인데. 어느새 손이 굳어버렸다.

 

P47. 어린 짐승 같은 것들은 딱 한 철 나를 사랑하고는 돌아보지 않는데! 원래 사랑은 점점 야위어 가니까요. 우리는 언제쯤 비슷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요.

 

P141. 한 걸음 떨어진 채 먼 풍경이 되는 이들을 바라보는 것도 괜찮다. 날마다 자라는 의심을 걷어낼 수 있으니 말이다.

 

P148. 그 외에도 이니셜이 새겨진 목걸이나 옷, 연필이나 수첩 따위를 가져본 적이 있다. 그런 것들을 보고 있으면 허기가 찾아올 때마다 마음이 조금 부풀어 오른다. 새겨진다는 것은 그런 것일 테니까.

 

P171. 내 몸에 대해 알 길은 없지만, 앓지 않고 산다는 것만으로도 오롯이 자신의 일상을 누리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앓고 나서야 이 모든 일상에 감사함과 경이로움을 동시에 느낀다. (중략) 이런 나를, 그래서 눈부시지도 특별나지도 않은 나의 이 하루하루를 애틋하게 보듬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P201. 나만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말하고 싶어지는 순간들을 조심해야 한다. 입술이 쌓이는 순간, 입 모양이 겹치는 순간들 말이다. 내가 말하는 순간 그것들은 결국 나로 치환되니까.

 

P205. 택배를 기다리는 것은 비우는 것보다 채우는 것에 기울어지는 마음이다. 모자라고 굶주린 표정을 들이키는 일이다. 물건의 궤적을 좇는 마음이다. 나의 욕망과 넘치는 마음을 택배 상자는 반듯하게 포장하여 내민다.

 

P230. ‘그냥이라는 말에 누군가는 무력함을 느끼고, 누군가는 집요하게 의문을 제기하고, 도 누군가는 그냥을 정말 그냥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아마 그냥있어 본 사람일 것이다. 나처럼 그냥 있기로, 아니 그냥이라고 대답하기로 결정한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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