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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 계절
진분홍 지음 / 좋은땅 / 2026년 9월
평점 :

영원에게 드리워진 회색이 짙어짐을 느낀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에 앉은 무력감을 읽었다.
세상에는 원래 그런 것은 없다. 스스로 문을 열려고, 다음 단계를 넘어가려 애를 썼을 것이다.
함께 일하는 직원은 청춘이다. 나는 이미 그 찬란한 청춘을 누리고 마음껏 휘둘렀다.
그런데 자꾸만 청춘에게 꼰대질이다. 어설픈 조언과 미래에 대한, 그리고 청춘을 예찬한다. 쓰레기다.
공허하다. 그건 너 입장이고, 나는 다르다. 내가 이 회색의 문지방을 넘어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고 노력을 안 해봤을까 하는 청춘의 눈빛이 매섭다.
나는 오늘 진분홍 작가의 소설 ‘무채색 계절’에서 그 쓸쓸함과 고독의 내음을 맡았다.
어느 때는 그래야 했고, 어느 때는 다른 것들이 온다. 다만, 그것을 받아들일 의지가 있느냐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찬란한 아침은 반복되고 나무는 새롭게 변화한다.
그러니 어둠과 겨울만 생각하지 말고, 아침과 여름의 풍성함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작가가 영원에게 했듯이 우울의 바다에서 발버둥 쳐보기도 할 테지만 힘을 빼고 흐름에 따라가 보길.
그리고 그 끝에서 발을 딛고 걸어 나오길 기원한다.
더불어 하고 싶은 일이 많고 해보고 싶은 일로 정신이 없어지길 노란 물결을 영원에게 선물한다.
○ 놀이터에서 이별을 말했던 그.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가난을 미안해하던 그. 그가 쓰던 비누 냄새가 분명했다. 영원의 눈에서 예열도 없이 눈물이 툭하고 떨어졌다.
눈물의 의미는 그와 함께했던 때가 그리워서가 아니었다. 그가 보여 준 사랑을 벌써 잊었다는 미안함에 더 다가왔다._P61
○ - 이런 걸 ‘지친다’라고 하는 걸까? 내가 꼭 지우개가 된 것 같아. 반듯한 모양이었는데 할 일을 마칠 때마다 자꾸만 닳아 없어지는 것 같거든…_P139
○ - 적게 가진 게 가난이겠냐… 너처럼 분수보다 많은 걸 바라는 게 가난이겠지…._P165
○ 영원은 늦게서야 깨달았다. 우울의 바다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발버둥 치는 게 아니라. 그저 힘을 빼고 물결의 흐름에 따라 쓸려 가는 것이라는 걸. 그러다 발이 바닥에 닿으면 그때 차고 올라오면 되는 거였다. 그렇게 스스로 다독이며 시간을 오랫동안 짓무른 상처를 아물게 했다.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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