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네 종말 탈출기
김은정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진이 없으면 모두 할머니를 까먹지 않을까?"

"아니, 까먹을 수가 없어. 보지 않아도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있는 건

절대 잊을 수 없으니까......"

P.52

한참 종말과 휴거가 거론되던 때가 있었다. 세기가 바뀌는 1999년과 모 선교회로 나라가 들썩였던 때였다. 물론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종말은 오지 않았다. 단, 기후 위기의 문제가 꾸준히 대두될 뿐이다. 이 가족이 살고 있는 시대에도 12월 21일 종말로 사회가 시끄럽다. 그리고 최씨 가족은 가족이라 하지만, 남보다 못한 사이로 한 건물 안에 살고 있을 뿐이다.

책의 화자는 8살이 된 최한라라는 아이다. 솔직하고, 똑똑한 한라의 친구 영민은 자기 할아버지의 말을 빌려 한라의 가족에게 별명을 붙여준다. "콩가루"라고...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한라는 그저 콩가루를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자신의 가족을 그린 그림에 제목을 콩가루라고 지었으니 말이다.

최씨라고 불리는 외할아버지(외할머니의 사촌인 이모할머니 덕분에 한라는 최씨의 본명이 최가눔인줄 안다.), 이혼녀인 엄마 고은, 한때 삼촌이었지만 지금은 하마를 닮은 히메이자 이모 고완, 혼자 다락방에서 생활하면서 밖과 격리 중이지만 한라의 물음에 언제나 척척박사처럼 대답을 해주는 막냇삼촌 척척 고준, 외할머니의 막냇동생이라 지하실에서 살고 있는 뚜러정 정두섭 그리고 한라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가족이 맞지만, 서로 같은 집에 살지만 말을 섞거나 같이 모이지 않는다. 그저 생활공간만 같을 뿐이지, 남과 다름없으니 말이다. 그런 이들이 한곳에 모이게 된 계기가 있었다. 바로 오래전부터 가족의 일을 얘기해 주는 이모할머니의 방문 때문이었다. 이 이모할머니는 신내림을 받았는데, 그래서 집안의 대소사를 한 번씩 이야기해 줬다. 그중 하나가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병과 사망에 관한 것이었고, 고완의 성별에 관한 것이었다. 물론 둘 다 가족에게는 좋은 내용은 아니었다는 게 최씨를 비롯한 가족들이 이모할머니를 썩 좋아하지 않는 이유였다.

사실 최씨는 빈 땅에 주차장을 지어놓고 주차료를 받아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그 땅을 좋은 값에 팔게 된다. 그리고 그 땅에는 한 선교회가 들어와 배 모양의 건물을 짓는다. 그리고 동네 뒷산을 아라랏산이라고 부른다. 덕분에 동네는 사이비 출연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해진다. (사이비가 뭔 지 모르는 한라는 과거 뽀로로 모자가 아닌 뽀르르 모자를 샀던 경험에 비추어 사이비를 뽀르르로 부른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이모할머니가 집을 방문한 것이다. 이모할머니는 꿈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서 똘똘 뭉쳐서 12월 21일 전에 몸을 피해야 하는데, 그곳이 바로 최씨가 판 땅의 지하란다. 가뜩이나 남보다 더 한 상황의 가족들에게 이 이야기는 영양가 있는 말이 되었을까?

책 중간중간 가족사가 등장한다. 볼에 상처가 있어서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은 외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이야기, 원빈을 닮았다던 한라의 친부 이야기, 아무리 잘해도 아들인 동생에게 치여서 이쁨 받지 못했던 엄마 고은의 이야기, 법학과를 가고 싶었지만 가부장적인 최씨 덕분에 식품영양학과에 들어간 엄마 이야기,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성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던 히메 이야기 등 실제 이야기와 한라의 눈으로 보이는 가족의 이야기 속에서 웃음과 눈물의 그 어딘가를 헤매고 다닌다. 제목만큼이나 흥미로웠다. 왜 이들이 하나로 뭉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풀어지면서, 이들 가족 안에 아픔까지 마주할 수 있었다. 사건이 마무리되고 이들은 똘똘 뭉치는 콩가루가 될 수 있을까?


"사진이 없으면 모두 할머니를 까먹지 않을까?"

"아니, 까먹을 수가 없어. 보지 않아도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있는 건

절대 잊을 수 없으니까......" - P5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또 다른 세상의 완벽한 남자
C. J. 코널리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신의 집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직업은 그녀의 직업이 아니었다.

자신의 남편은 그녀의 남편이 아니었다.

자신의 죽은 오빠는 살아있었다.

P.205

타임슬립을 넘어 다른 차원에 내가 또 존재한다면 어떨까? 제목 그대로 또 다른 세상의 내 삶과 지금 내 삶이 어떤 사고로 인해 뒤바뀌게 된다. 나라는 존재는 그대로인데, 나를 둘러싼 중요한 사람들이 바뀌었다. 그리고 그들은 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문제는, 뒤바뀐 세상의 내가 누리는 상황들이 그동안 꿈꿔왔던 완벽한 삶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쓸까?

부동산 관련 라디오 방송인 토크 뉴욕의 오픈 하우스의 진행자로 일하는 조시 캐번디시는 오늘 36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방송 직전 핸드폰이 울리고, 겨우 방송 사고를 모면하고 내려온 조시. 오빠 데이비드의 생일 축하 문자였다. 데이비드는 지금 여행 중이지만, 동생을 끔찍이 사랑하기에 생일 문자를 보낸 것이다. 현재 브루클린의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조시는 같은 합창단에서 활동하는 피터를 짝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피터는 동거하고 있는 여친 미셸이 있다. 그런 어느 날, 피터가 조시에게 연락을 한다. 미셸과 계속 싸우고 있고, 조만간 헤어지려고 한다는 말에 마음이 설레지만 환승 연애나 양다리 남친은 사절이라며 자신의 마음을 꿋꿋하게 전하는 조시에게, 조시의 생일에 함께 저녁을 먹자고 약속을 한다. 약속 시간에 맞춰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선 조시는 건널목에서 사고를 당한다. 몇 년 전에도 같은 자리에서 사고가 났었는데...라는 생각을 하고 필름이 끊긴다. 정신을 차린 조시는 병원에 있다. 근데, 뭔가 낯설다. 친구 수지가 한쪽 손을 잡고 있는데, 반대쪽 손을 잡고 있는 남자는 누구일까? 낯설 디 낯선 이 남자가 조시의 남편 롭(로버트)이란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둘은 결혼한 지 2년이 넘었다니 더 당황스럽다. 사고로 머리를 다쳐 기억을 잃은 게 아닐까 싶지만, 롭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기억에 있으니 놀랄 노릇이다. 연락을 받고 온 엄마와 동생 로라는 보이지만, 왜 데이비드는 안 보이는 걸까?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면 전화라도 올 텐데 말이다. 다행히 외상이 심하지 않아서 퇴원을 하고 집으로 향하는데, 고급 펜트하우스 18층이 자신의 집이란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집도, 남편이라는 롭도 낯설기만 하다. 그 와중에 롭은 돈도 많고, 외모도 상당히 준수하고, 조시를 너무 사랑하는 남자다. 이렇게 완벽한 남자가 남편이라니...! 근데 데이비드 소식을 듣고 조시는 패닉 상태에 빠진다. 2년 전 하와이에서 열린 조시의 결혼식에 참여했던 데이비드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단다. 사랑하는 오빠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은 조시에게 큰 충격이었다.

한편, 같은 곳에서 사고를 당하고 깨어난 조시는 오래전 가지고 있던 가방과 구형 핸드폰을 보고 당황한다. 남편 롭과 약속이 있었는데, 자신의 소식을 모르는 롭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핸드폰에서 롭의 번호를 찾지만 보이지 않는다. 자신은 분명 할스타인 앤드 파우스트사에서 일하고 있었고, 맨해튼에 있는 펜트하우스에 살고 있었는데, 지금의 조시는 이름만 같을 뿐 직업도 다르고 결혼도 하지 않았단다. 그리고 남편인 롭은 다른 재벌 상속녀와 연애를 하고 있다니...! 다행이라면 2년 전 사망했던 오빠가 살아있다는 점이다. 데이비드에게 문자를 보내자 답이 바로 왔다. 문자를 보고 조시는 가슴이 뛴다. 사랑하는 오빠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꿈만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롭이 너무 그립다. 낯선 지금의 상황이 이해 가지 않을 뿐이다.

두 차원의 조시가 번갈아가면서 등장하는데, 서로의 존재를 어렴풋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브로클린의 조시는 맨해튼의 조시의 것을 자신이 빼앗은 것 같아 죄책감을 가지고 산다. 사랑하는 오빠 데이비드의 죽음에 죄책감도 가지고 있다. 자신이 하와이에서 결혼하지 않았다면 오빠가 하와이에 오지 않았을 것이고 죽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한편, 맨해튼의 조시는 낯선 피터와의 만남에 다가가는 것이 힘들다. 사랑하는 남편 롭은 다른 여성과 연애 중인 것도 그녀에게는 고통이다. 다행이라면 둘 다 자신의 원래 자리를 그리워한다는 사실이다. 과연 이 둘이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모든 게 뒤죽박죽된 것 같지만, 생각지 못한 반전도 기다리고 있다. 같은 사람이 다른 평행 우주 속에서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내용 자체가 신선했다. 나라면 어떨까? 너무 완벽한 삶에 매료되어서 그저 그 자리를 지키고 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브로클린의 조시는 너무 순진하고 착한 것 같아서 괜히 좀 아쉽기도 했다.


자신의 집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직업은 그녀의 직업이 아니었다.

자신의 남편은 그녀의 남편이 아니었다.

자신의 죽은 오빠는 살아있었다. - P2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퀸의 대각선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나 자신만의 특별한 관점을 뽐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은 체스가 주제다. 여러 권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만났지만, 이번 작품은 기존의 작품들과 결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만들어낸 새로운 세상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닌, 현재의 우리의 삶 혹은 과거의 역사의 접점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선들이 책 안에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책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니콜 오코너와 모니카 매킨타이어라는 두 소녀다. 두 소녀 다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아빠의 목장에 간 니콜은 양들의 운명을 듣게 된다. 이미 양들의 운명은 얼마 후 죽게 되는 걸로 결정되어 있었고, 주인 또한 정해져 있었다. 양들을 탈출(?) 시키고 싶었던 니콜은 어린 시절같이 지내던 목동 걔를 유인해 낭떠러지로 향하게 한다. 개를 쫓아간 양들 역시 개처럼 모두가 죽고 만다. 니콜의 아버지는 니콜의 생각을 바꿔주고자 체스를 알려주는데, 니콜은 체스에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빠른 속도로 체스를 습득하게 된다.

한편, 많은 무리 속에 있는 걸 힘들어하는 모니카 매킨타이어는 이름처럼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타인과 함께 있을 때는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는 모니카. 반의 대표를 뽑는 자리에서, 자신의 뛰어난 두뇌를 자랑하던 모니카는 대표에서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자신보다 능력이 없음에도 대표가 된 친구의 머리를 자르는 것으로 복수를 한다. 이 일로 학교에 호출된 엄마는 니콜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한다. 모니카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시작한 체스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모니카. 그렇게 주니어 대회를 석권하고 세계대회로 향한다. 천재적인 체스 실력을 가진 그녀들은 결국 세계대회에서 격돌하게 된다. 체스를 잘 둔다는 공통점 외에 그녀들은 생각부터 가치관, 성격까지 다른 부분이 더 많았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걸 힘들어하는 모니카는 대회의 결승전에서 니콜을 만난다. 이미 그녀들의 실력에 주위 사람들은 그녀들을 둘러싼다. 극도의 답답함을 느끼는 와중에 게임까지 원하는 대로 되지 않고 급기야 니콜에게 지고 마는 모니카는 게임을 마치자마자 일어나 니콜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른 후, 그녀들은 재 대결을 하게 된다. 이번에는 모니카가 승리를 하지만, 이번에는 먼저 번 보다 더한 끔찍한 상황이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그녀들은 어떤 일을 겪게 될까?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번 작품에는 특이하게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니콜과 모니카를 감싸고 있다. 소련 붕괴와 냉전체제, 9.11테러,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서로 척을 지고 있는 세계사의 문제들이 마치 니콜과 모니카의 관계를 의미하듯 등장한다. 물론 그녀들의 세 번째 만남은 극단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 속에서 펼쳐지니 말이다. 이념과 생각과 가치관의 차이가 빚어내는 대결들이 세계사 속 사건의 양쪽 진영의 이야기로 옮아가니 더 피부에 와닿았던 것 같다. 과연 집단과 개인에서 누가 옳고 그를까? 아니 이 둘은 과연 정답이 있는 것일까? 읽는 내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재였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퀸의 대각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나 자신만의 특별한 관점을 뽐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은 체스가 주제다. 여러 권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만났지만, 이번 작품은 기존의 작품들과 결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만들어낸 새로운 세상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닌, 현재의 우리의 삶 혹은 과거의 역사의 접점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선들이 책 안에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책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니콜 오코너와 모니카 매킨타이어라는 두 소녀다. 두 소녀 다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아빠의 목장에 간 니콜은 양들의 운명을 듣게 된다. 이미 양들의 운명은 얼마 후 죽게 되는 걸로 결정되어 있었고, 주인 또한 정해져 있었다. 양들을 탈출(?) 시키고 싶었던 니콜은 어린 시절같이 지내던 목동 걔를 유인해 낭떠러지로 향하게 한다. 개를 쫓아간 양들 역시 개처럼 모두가 죽고 만다. 니콜의 아버지는 니콜의 생각을 바꿔주고자 체스를 알려주는데, 니콜은 체스에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빠른 속도로 체스를 습득하게 된다.

한편, 많은 무리 속에 있는 걸 힘들어하는 모니카 매킨타이어는 이름처럼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타인과 함께 있을 때는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는 모니카. 반의 대표를 뽑는 자리에서, 자신의 뛰어난 두뇌를 자랑하던 모니카는 대표에서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자신보다 능력이 없음에도 대표가 된 친구의 머리를 자르는 것으로 복수를 한다. 이 일로 학교에 호출된 엄마는 니콜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한다. 모니카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시작한 체스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모니카. 그렇게 주니어 대회를 석권하고 세계대회로 향한다. 천재적인 체스 실력을 가진 그녀들은 결국 세계대회에서 격돌하게 된다. 체스를 잘 둔다는 공통점 외에 그녀들은 생각부터 가치관, 성격까지 다른 부분이 더 많았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걸 힘들어하는 모니카는 대회의 결승전에서 니콜을 만난다. 이미 그녀들의 실력에 주위 사람들은 그녀들을 둘러싼다. 극도의 답답함을 느끼는 와중에 게임까지 원하는 대로 되지 않고 급기야 니콜에게 지고 마는 모니카는 게임을 마치자마자 일어나 니콜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른 후, 그녀들은 재 대결을 하게 된다. 이번에는 모니카가 승리를 하지만, 이번에는 먼저 번 보다 더한 끔찍한 상황이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그녀들은 어떤 일을 겪게 될까?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번 작품에는 특이하게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니콜과 모니카를 감싸고 있다. 소련 붕괴와 냉전체제, 9.11테러,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서로 척을 지고 있는 세계사의 문제들이 마치 니콜과 모니카의 관계를 의미하듯 등장한다. 물론 그녀들의 세 번째 만남은 극단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 속에서 펼쳐지니 말이다. 이념과 생각과 가치관의 차이가 빚어내는 대결들이 세계사 속 사건의 양쪽 진영의 이야기로 옮아가니 더 피부에 와닿았던 것 같다. 과연 집단과 개인에서 누가 옳고 그를까? 아니 이 둘은 과연 정답이 있는 것일까? 읽는 내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재였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라진 아내가 차려 준 밥상 매드앤미러 2
구한나리.신진오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드 앤 미러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두 작가의 작품이 한 권에 담겼다. 이 둘의 접점은 한 문장이다.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사라진 아내가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궁금했다. 이 한 줄이 작품 안에서 어떻게 풀어질지 말이다. 두 작품의 분위기나 시대가 좀 달라 보이는데, 첫 작품이 전통 민간신앙 혹은 오컬트의 느낌이 풍긴다면, 두 번째 작품은 호러의 요소를 담은 타임슬립이라 해야 할까? 차원을 달리하는 세상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묏맡골이라는 마을에 한 만삭의 여인이 들어왔다. 혼자 걷지도 못하는 몸으로 들어온 그녀가 임신 중이었기에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내치지 않는다. 그렇게 그녀는 그곳 사람들의 도움으로 아들을 출산한다. 묏맡골은 예부터 삼인상이라는 형태로 신을 섬기고 있었다. 무당으로 보이는 당골은 매년 상달고사를 지낸다. 예부터 이어져 내려온 풍습인지라, 마을 사람들은 당골의 말에 따라 상달고사도, 삼인상도 정성을 다해 차려낸다. 당골에게는 수와 연, 현이라는 세 딸이 있었는데, 나는 현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 말고도 수철 형이 현을 좋아한다. 내 마음을 전하지 못한 상태다 보니, 나는 수철형이 계속 신경 쓰인다. 그러던 어느 날, 현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녀는 후대 당골로, 당골은 딸 밖에 낳지 못한다. 자신이 낳은 딸 중 하나가 자신을 이어 당골이 된다. 문제는, 당골이 태어나서 걷기 전에 남편이 죽고 만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어머니는 나와 현의 결혼을 반대한다. 마을에서는 일정 나이가 되면 일을 맡긴다. 이곳저곳을 다니며 자신이 잘할 수 있을 찾는 것인데, 나는 대장간의 나루아재 아래에서 대장 기술을 배운다. 어느 날, 일을 마치고 돌아가니 어머니가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며칠 후 돌아가신다. 어머니는 내게 현과 결혼을 하면 안 된다는 유언을 남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모르고 있던 차에,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서는 현은 얼굴이 눈물투성이다. 그리고 현의 말에 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걸 알게 된다. 마을에 갑작스럽게 군인들이 들이닥친다. 피투성이로 마을에 들어왔다가 당골의 큰 딸 수와 함께 사라진 남자 때문이었다. 신국의 장군은 그렇게 묏맡골 남자들에게 군역을 지우고, 그날 이후 묏맡골의 남자들은 끌려가 장애를 입고 돌아온다. 그 중 유일하게 군역을 지지않는 사람은 나와 나루 아재뿐이었다. 그들에게 화척의 피가 흐른다는 장군의 말 때문이었다. 그날부터 나는 다시금 외지 사람처럼 마을 사람들과 거리를 두게 된다. 그리고 이번에는 월국에 장군이 들이닥쳐 여자들을 강제로 데려가는데...

두 번째 작품은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 한민규와 진승희의 이야기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민규는 피를 흘린 채 옆 좌석에 있는 승희를 마주한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차 밖으로 나와 119에 신고를 하려고 하지만, 이상하게 전화의 전원이 켜지지 않았다. 승희의 전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인가를 찾아 나선 둘은 길을 가다가 눈처럼 보이는 것을 잔뜩 달고 있는 버섯을 보고 기겁을 한다. 길을 걷다가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을 마주하게 된 민규는 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고자 가까이 가는데, 가까이서 본 여자는 아까 본 버섯처럼 눈을 잔뜩 달고 있고, 괴이하게 생긴 몸체로 민규에게 달려드는 것이다. 급하게 자리를 피한 민규와 승희는 겨우 민가처럼 보이는 곳을 발견하고 들어서는데, 그곳은 다 무너져가는 절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일행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먼저 머물고 있었다. 그중 한 아이가 아까 민규가 본 괴물에게 물려서 큰 상처를 가지고 있는 걸 보게 되는데...

두 작품의 접점을 찾는 재미가 은근히 쏠쏠하다. 요즘 매미가 자주 보여서 그런지, 두 번째 작품의 제목에 매미가 들어가서인지, 첫 작품에서도 매미가 등장한다. 갑자기 매미가 많아져서 시끄럽게 울어대던 때가 있었다는 문장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작품의 공통점을 찾아가는 것도 꽤 흥미를 돋우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모든 게 좋을 때는 마냥 좋던 사람들이, 어긋난 하나의 상황을 통해 척을 지고 상대에게 날을 세우는 모습들 속에서 나는 그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떠올려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