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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평점 :
언제나 자신만의 특별한 관점을 뽐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은 체스가 주제다. 여러 권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만났지만, 이번 작품은 기존의 작품들과 결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만들어낸 새로운 세상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닌, 현재의 우리의 삶 혹은 과거의 역사의 접점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선들이 책 안에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책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니콜 오코너와 모니카 매킨타이어라는 두 소녀다. 두 소녀 다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아빠의 목장에 간 니콜은 양들의 운명을 듣게 된다. 이미 양들의 운명은 얼마 후 죽게 되는 걸로 결정되어 있었고, 주인 또한 정해져 있었다. 양들을 탈출(?) 시키고 싶었던 니콜은 어린 시절같이 지내던 목동 걔를 유인해 낭떠러지로 향하게 한다. 개를 쫓아간 양들 역시 개처럼 모두가 죽고 만다. 니콜의 아버지는 니콜의 생각을 바꿔주고자 체스를 알려주는데, 니콜은 체스에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빠른 속도로 체스를 습득하게 된다.
한편, 많은 무리 속에 있는 걸 힘들어하는 모니카 매킨타이어는 이름처럼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타인과 함께 있을 때는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는 모니카. 반의 대표를 뽑는 자리에서, 자신의 뛰어난 두뇌를 자랑하던 모니카는 대표에서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자신보다 능력이 없음에도 대표가 된 친구의 머리를 자르는 것으로 복수를 한다. 이 일로 학교에 호출된 엄마는 니콜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한다. 모니카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시작한 체스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모니카. 그렇게 주니어 대회를 석권하고 세계대회로 향한다. 천재적인 체스 실력을 가진 그녀들은 결국 세계대회에서 격돌하게 된다. 체스를 잘 둔다는 공통점 외에 그녀들은 생각부터 가치관, 성격까지 다른 부분이 더 많았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걸 힘들어하는 모니카는 대회의 결승전에서 니콜을 만난다. 이미 그녀들의 실력에 주위 사람들은 그녀들을 둘러싼다. 극도의 답답함을 느끼는 와중에 게임까지 원하는 대로 되지 않고 급기야 니콜에게 지고 마는 모니카는 게임을 마치자마자 일어나 니콜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른 후, 그녀들은 재 대결을 하게 된다. 이번에는 모니카가 승리를 하지만, 이번에는 먼저 번 보다 더한 끔찍한 상황이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그녀들은 어떤 일을 겪게 될까?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번 작품에는 특이하게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니콜과 모니카를 감싸고 있다. 소련 붕괴와 냉전체제, 9.11테러,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서로 척을 지고 있는 세계사의 문제들이 마치 니콜과 모니카의 관계를 의미하듯 등장한다. 물론 그녀들의 세 번째 만남은 극단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 속에서 펼쳐지니 말이다. 이념과 생각과 가치관의 차이가 빚어내는 대결들이 세계사 속 사건의 양쪽 진영의 이야기로 옮아가니 더 피부에 와닿았던 것 같다. 과연 집단과 개인에서 누가 옳고 그를까? 아니 이 둘은 과연 정답이 있는 것일까? 읽는 내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재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