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장, 작지만 큰 변화의 힘 - Small Big Change 365
김익한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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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새해가 되면 올해는 작년과 달리 뭔가를 성취하고 싶다는 생각과 그를 위한 계획을 세우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많은 계획들이 막상 한 해의 말미가 되었을 때, 이루어진 기억이 그리 많지 않다. (계획을 기억하는 것조차 대단한 일이 되기도 한다.) 왜 그런 걸까? 별것 아닌 작고 소소한 계획이 아닌 실행이 불가능한 거창한 계획을 세워서일까? 아님 지구력이 결핍되어서 일까?

2025년을 시작하면서, 나 또한 여러 가지 고민이 생겼다. 늘 작심삼일로 끝나는 생활을 청산하고 싶기도 했다. 조금 더 실행 가능한, 변화를 꿈꾸며 이 책을 마주하게 되었다. 책의 저자는 국내 1호 기록 학자라고 한다. 기록 학자가 쓴 루틴은 과연 무엇일까?

우선 책의 두께와 달리 매일 읽어야 할 분량은 한 페이지다. 일주일을 기준으로 1~6일까지의 루틴이 매주 등장한다. 월요일은 습관, 화요일은 태도, 수요일은 생각, 목요일은 관계, 금요일은 성장, 그리고 토요일은 의미다. 큰 주제 안에서 매일 다른 소주제가 주어진다. 가령 1일차는 습관이라는 주제 안에서 나를 칭찬하는 습관을 가져보자는 내용이다. 우리 문화권에서는 스스로를 향한 칭찬이 부끄럽고, 그러다 보니 인색해진다. 타인을 향한 칭찬보다 어려운 게 나를 향한 셀프 칭찬이 아닐까 싶다. 근데 새해 첫날부터 셀프 칭찬이라니...! 하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나를 칭찬하는 것은 단지, 기분만 좋게 하는 것을 넘어서 내 스스로 내 강점을 파악한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내 삶에서 내가 잘하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효과도 볼 수 있다.

61일차인 금요일의 주제는 성장이고, 소주제는 내용을 실패에 밀리지 마세요다. 실패는 두려움과 불안으로 연결되는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실패에게 지지 않을 수 있을까? 저자는 세 가지로 나눠서 실패에 지지 않는 법을 설명한다. 첫째, 현 상황에 최선을 다하기. 둘째, 비평과 지적을 수용하기. 셋째, 성숙한 마음 갖추기. 무엇보다 실패한 나 자신을 수용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오늘의 미션을 세 가지로 정리해서 설명한다. 첫째, 둘째, 셋째 이렇게 구분되어 있기에 이해도 빠르고 정리도 쉽다. 매일 주제 안에서 실천해야 할 내용이 담겨있고, 일요일에는 일주일의 미션 중 한 번 더 실천해 보면 좋을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도면화하거나 적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매일 저자가 제시하는 내용들을 읽고 적어보자. 꾸준한 실천이 결국은 변화를 이뤄내는 습관의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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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한자 어휘 - 한자에 약한 요즘 어른을 위한
권승호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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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한자세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중. 고등학교 시절 한자를 과목으로 배웠다. 따로 공부를 했을 정도로 한자에 관심이 많긴 했지만, 손에서 놓으니 자연스레 잊히게 되는 게 언어가 아닌가 싶다. 전공이 행정학이었어서, 전필과목 중 상당수가 법 과목이었는데 확실히 내가 배운 전공서적들은 한자와 한글이 병기되어 있거나, 한글로만 된 경우도 상당수여서 한자를 몰라도 딱히 읽는 데 어려움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내가 한자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다분히 문해력!!!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학부모가 아니라면 문해력에 대해 이토록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법 하지만,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고 나니 이래저래 고민이 되었다. 내가 학교 다닐 때와 지금의 교과서를 비교해도 사실 그리 차이를 못 느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우리 때도 산수 교과서는 지금처럼 문장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그때는 지금처럼 문해력을 키워야 한다는 사실이 과제처럼 다가오지 않았던 것 같다. 아이를 적게 나아서일까? 아님 책보다 전자매체들에 적응된 세대여서 그런 걸까? 아이에게 문해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나 역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는 업무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헷갈리는 단어들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자주 사용하는 결제와 결재의차이... 뜻을 알지만, 아직도 기안을 올릴 때마다 한 번씩 다시 확인해 보게 된다.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단어들이 우리 생활 속에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 특히 알면 유식하고 상식이 있는 사람이지만, 잘못 쓰면 이것도 모르냐는 핀잔을 들을만한 단어들도 상당수 있다.


마냥 검색창을 켜두고 모든 문서를 작성할 수는 없을 터! 그렇다면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은 확실히 구분해서 머릿속에 넣어두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어른이라면! 이 책에 주목해 봐도 좋겠다. 한참 이슈가 되었던 심심한 사과나 중식처럼 한편엔 의외로 설마... 이런 걸 모를까! 하는 단어들이, 한편엔 이게 이런 뜻이었어?! 싶은 단어들이 있다. 한두 사람이 모르면 무식하다 하겠는데, 생각보다 과반에 가까운 사람이 모른다면 한번 생각해 볼 상황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상당히 유용하다. 우리가 헷갈리는 단어들은 대부분! 거의! 전부! 한자다. 하지만 쓰기를 한자가 아닌 한글로 쓰기에 헷갈리고,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물론 한자로 쓰여있다고 해도 음과 뜻을 모르면 무용지물일 테니, 그렇다면 이해하고 알아야 할 것이다.

책 안에는 총 여섯 개의 주제가 담겨있다. 우선 꼭! 알아야 할, 모르면 무식하다 여겨질 수 있는 단어들이 정리되어 있다. 이것만 알아도 웬만한 대화에서 평균 이상을 점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앞에서 말한 결재와 결제처럼 회사 생활을 하려면 꼭 알아야 할 한자들이 들어있다. 두 번째 주제를 마스터하면, 사회생활이 한결 편해질 수 있다.

세 번째와 여섯 번째는 상식 그 이상의 유능함을 뽐낼 수 있는 주제다.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어려운 한자어와 자주 쓰지 않지만 활용하기 좋은 사자성어가 정리되어 있다. 네 번째는 헷갈리는, 비슷해 보이는 한자어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다섯 번째는 스포츠나 의학용어들이 정리되어 있다.


한번쯤은 헷갈리는 단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는 책이 있었으면 싶었는데,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독자라면 꼭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2025년 좀 더 정확하고, 제대로 된 문해력을 통해 언어생활도, 회사 생활도 승승장구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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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의 레시피
이부키 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모모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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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를 더 소중히 여길 걸 그랬다.

p. 48

새엄마 오토미가 갑작스럽게 71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도쿄에 살던 딸 유리코는 친정으로 돌아온다. 33년을 같이 살았던 엄마. 유리코는 오토미 엄마를 줄여서, 늘 오토미를 옴마라고 불렀다. 결혼을 하고, 전보다 자주 보기 힘들었던 옴마였지만, 33년간 오토미는 유리코의 엄마이자 아쓰타 료헤이의 아내였다.

짐을 챙겨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유리코의 마음은 어려웠다. 남편과 이혼을 준비 중이었기 때문이다.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시어머니를 두고, 더 이상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유리코의 마음은 착잡했다. 더 이상 자신을 위로해 줄 옴마가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더 큰 상실감으로 다가왔다.

아쓰타 료헤이 역시 그랬다. 하필 아내와 마지막으로 주고받은 말이, 도시락 가방에 묻은 소스 때문에 버럭 화를 내며 나갔던 기억이기 때문이다. 그날 아내는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져 그렇게 홀로 세상을 떠났다. 평생을 살가운 남편은 아니었지만, 오토미의 부재는 료헤이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오토미가 떠난 이후로 식음을 전폐하고, 우유 몇 모금 넘기는 걸로 식사를 대체했다. 당연히 목욕도 하지 않아서 몸에 쉰내가 가득했다.

료헤이와 유리코. 남겨진 가족은 둘이었다. 하지만, 둘 다 자신의 마음조차 다독이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는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리고 노란 머리의 젊은 여자가 집으로 들어온다. 19살에 이모토 사치에라는 아이는 과거 오토미가 자원봉사를 했던 곳에서 오토미에게 그림 편지를 배우는 복지시설 리본하우스의 원생이었다. 오토미가 자신에게 남긴 편지를 가지고 49재를 준비하기 위해, 남겨진 료헤이를 챙기라고 자신에게 돈을 남겨주고 갔다고 했다. 우선 이모토는 료헤이를 화장실로 보내고, 목욕을 시킨다. 오토미의 레시피로 음식을 만들어서 료헤이를 먹인다. 그리고 돌아온 유리코와 함께 49재를 준비한다. 이모토 뿐 아니라 자신이 오래 타던 차를 양도받은 브라질 청년인 카를로스(하루(미)라는 애칭을 지어준다.) 역시 오토미와 과거의 인연으로 이들을 돕기 위해 집으로 찾아온다. 옴마가 남겨준 그림편지는 이들 모두에게 각자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옴마의 49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옴마가 원생들에게 만들어주었던 발자국을 옴마를 위해 만들기로 마음을 먹은 유리코.

하지만 옴마에 대한 기억이 너무 적었다. 어느 것 하나 떠오르지 않아서 난감해진 유리코. 하지만 과거 옴마와 같이 했던 사람들의 도움으로 하나 둘 옴마 오토미의 발자국이 완성되기 시작한다. 드디어 49재의 밤. 늘 독설을 내뱉는 다마코 고모는 이번에도 유리코와 료헤이가 준비한 49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이도 낳지 못하는 조카 유리코와 역시 아이를 낳지 못하고 죽은 오토미에게 건네는 조언은 오히려 마음을 스크래치 내게 만든다. 그 말에 참고 있던 료헤이는 화를 내고, 49재의 분위기가 얼어붙기 시작하는데...

네 마음이 얼마나 쓸쓸한지는 잘 알아.

하지만 그건 다른 누구도 채워주지 못하는 거야.

네 연표의 빈 곳은 네가 움직이지 않으면 메우지 못해.

p. 294

49재의 밤이 지나고,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간다. 함께 준비하던 사람들이 떠나고 무언가를 깨닫게 된 료헤이. 아주 강력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으니 기대해도 좋다. 한 사람의 인생을 돌아보며, 그 인생이 각자에게 주었던 감동과 기억들이 하나둘씩 풀어지니 또 다른 추억과 그리움이 된다. 아마 오토미가 원했던 것도 이런 것이었을까? 색다른 49재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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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에 읽는 재클린의 가르침 - 다시 태어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지적인 대화
임하연 지음 / 블레어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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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재클린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인물이 한 명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이름뿐이었다. 아마 이 책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내 기억 속의 재클린은 영부인 2년 만에 남편을 잃은 안타까운 여성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을 통해 만난 재클린은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미국의 35대 대통령이자, 최연소 대통령. 그리고 2년 만에 총격으로 사망한 존 F. 케네디의 아내 그리고 선박왕 오나시스와 재혼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주인공인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처음에는 상속자가 재클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재클린의 사상을 물려받은 상속자라는 인물과 학생의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몇 년 전 인기를 끌었던 미움받을 용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 미천했는데, 책을 통해 만난 재클린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는 당찬 여성이었다. 남편의 죽음 앞에서 몸을 사리기보다는 먼저 전면에 나서는 용기 있는 여성이었으며, 훗날 영부인이 되는 힐러리 로댐 클린턴에게 "당신은 당신 자신이어야 해요"라는 조언을 건넨 모습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물론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재력 있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고 들었는데,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집안 형편이 좋았던 것은 맞지만,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계속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특히 가톨릭 신자였던 부모의 이혼은 주변 사람들에게 좋지 못한 인상을 주었다. 여러 가지로 이유로 사실 재클린은 어렸을 때 왕따 아닌 왕따를 당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재클린의 사상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주변의 판단이 아닌 자신의 판단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갈 줄 아는 사람이 바로 재클린이었다. 소위 상대적 박탈감, 주위에 반응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의 생각으로 자기의 삶을 지켜나갈 줄 알았기에, 그녀는 재클린일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 줄 알았다. 그랬기에 힐러리에게도 그런 조언을 건넬 수 있었던 것 같다.

책 안에는 상속자라는 단어가 상당히 자주(학생과 상속자의 대화긴 하다.) 등장하는데, 그렇다면 이 상속자는 재클린으로부터 무엇을 상속받았을까? 사실 책 안에 이야기는 현실과 동떨어지게 느껴지기도 한다. 소위 금수저 무용론이라 할 수 있는 내용을 비롯하여 부모의 재력이 아닌 자신의 성취를 이끄는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글쎄... 이론적으로는 맞을 수 있겠지만, 현실에 대입하기에 너무 팍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재클린의 사상은 현재는 쓸모가 없는 것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녀의 생각의 차이, 관점의 차이는 여전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충분히 울림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졸부 같은 가짜 상속자가 아닌, 성취를 통해 나뿐 아니라 사회와 타인을 포용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그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진짜 상속자의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 바로 재클린의 사상이다. 나 자신만을 위한 닫힌 꿈이 아닌, 주변을 향한 열린 꿈을 계속 꾸고 실천해가는 것이 바로 재클린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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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나의 앤, 우리의 계절에게 -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다시 봄, 다섯 계절에 담은 앤의 문장들
김은아 지음, 김희준 옮김 / 왓이프아이디어(What if, idea)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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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는 순간 무척 반가웠다. 내가 꾸준히(하지만 드문드문) 읽고 있는 앤 전집의 이야기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같은 동아리 선배가 소개해 준 책이 바로 그린게이블즈 앤 시리즈였다. 만화로 본 빨간 머리 앤이 무려 10권짜리 전집이었다니... 그러고 보면 만화 앤도 어디까지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기는 한다. 무슨 바람인 지 몇 년 전 그린게이블즈 앤 시리즈 전집을 구입했다. 그리고 나니, 책장 가장 위 칸에 자리를 잡고 묵힌 책이 되어버렸다. 우연한 기회에 책장 속 책들이 콧바람을 쐬게 되었고, 그때부터 한 권씩 파먹기 시작해서, 조만간 4권을 읽을 차례이다. 책 안에는 원서 8권의 내용과 그곳을 방문했던 저자의 이야기들이 같이 녹아있다. 빨간 머리 앤을 사랑하는 저자여서 그런지, 원서 속 앤의 이야기와 저자의 방문기와 자신의 경험이 책 안에 같이 담겨있다. 앤과 비슷한 생각, 비슷한 감정, 비슷한 상황들이 어우러지니 색다른 맛이 느껴진다.

특히 앤이 자신의 이름을 Ann이 아닌 Anne으로 불러달라는 대목이 나도 기억에 남는데, 저자의 이름과 내 친동생의 이름이 같아서 나도 피식 웃음이 났다. 내 동생도 은아가 아닌 은하로 꽤 자주 불렸던 기억이 있어서다. 사촌 언니가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냈는데, 내 이름은 제대로 쓰고, 동생 이름을 은하로 썼었어서 엄청 속상해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그래서인지, 둘째 딸의 이름도 "아"가 아닌 "하"로 지었던 것은 내 그 경험 때문이었나 보다. 막상 우리 둘째의 이름을 지어준 친정 아빠가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 봉투에 "아"로 지어서 버럭 했던 건 안 비밀.

물론 10권 중 3권까지 읽긴 했지만(그리고 나는 원서가 아닌 번역본을 읽긴 했지만), 이 책 안에 담긴 앤의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나 역시 3권의 그린게이블즈 앤을 읽으며, 와닿는 문장들이 참 많았다. 처음에는 앤에 이런 문장이?! 하면서 놀랐던 기억도 있는데 이제는 앤이라는 인물에 대해 조금 친밀해져서 그런지, 고개가 자연히 끄덕여진다. 무엇보다 아직 읽지 못한 앤 속의 문장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떠난 사람 뒤에는 끝을 맺지 못한 일이 남아 있게 마련이지.

하지만 그걸 마무리하는 누군가도 항상 있는 법이란다."

린드 부인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온 나라가 슬픔에 싸여있다. 갑작스러운 큰 사고에 어제 하루 종일 가슴이 먹먹해서 무엇도 손에 잡히지 않는 하루를 보냈다. 그래서인지, 책 속에 담겨있는 마지막과 죽음 등의 내용에 자꾸 눈이 가고 멈춰있게 된다. 책 속에 이 부분은 앤의 친구인 루비 길리스가 폐결핵으로 죽게 되는 장면에서 린드 부인이 힘들어하는 앤에게 건넨 말이다. 얼마 전 읽었던 부분이라서 이 부분을 읽으면서 해당 장면이 떠올랐다. 갑작스러운 이별은 모두를 아프고, 당혹게 한다. 이 페이지에 저자 역시 자신의 지인들과의 이별을 담아놓았다. 그저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인지라, 유가족들의 고통과 슬픔을 온전히 공감할 수 없지만, 그들의 마음에 위로가 찾아오길 기도해 본다.

어느 날 밤, 윌터가 물었다.

"엄마, 바람은 왜 행복하지 않을까요?"

앤이 대답했다.

"그건 바람이 이 세상이 시작된 순간부터 생겨난 모든 슬픔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앤은 길버트(학교에서 만난 첫날 빨강 머리라고 앤을 놀려 칠판으로 머리를 맞고 앤과 원수가 된 친구. 훗날 둘은 부부가 된다.)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 아들 윌터가 앤에게 물었던 말이다.(아직 책에서 만나지 못한 내용이었다.) 앤만큼이나 상상력이 풍부한 앤의 아이들은 이런 시적이고, 상상할 수 없는 질문을 털어놓는다. 어찌 보면 무척 철학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나는 무척 당황스러웠을 거 같은데(바람과 행복이 같이 쓰일 수 있는 단어일까? 아주 더운 날 부는 바람이나, 몹시 추운 날 부는 바람이라면 몰라도... 뜬금없는 바람이라니;;;), 앤은 역시 특유의 상상력이 엄마가 되어서도 여전한 것 같다. 아들 윌터의 물음에 정말 시적으로 대답하는 걸 보면 말이다. 앤은 긍정적인 아이였지만, 세상을 살면서 슬픔을 자주 목도하다 보니 조금씩 어른스러워진다. 그렇다고 부정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지만, 초반의 앤과 결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그렇기에 아이의 질문에도 이렇게 대답을 해줄 수 있는 것 같다.

그린 게이블즈의 앤 원서와 저자의 경험 그리고 4계절이 어우러지니, 또 다른 앤이 완성되었다. 나라가 큰 아픔을 겪는 시점에 마주한 내용이라서 나 또한 더 감정이 이입되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시간이 꽤 흐르고, 다시 이 책을 만나게 된다면(그땐 남은 7권을 완독하고 나서였길 바란다.)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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