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응전 - 기계·인터넷·AI, 기술 혁명에 응답한 인간의 전략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35
모종린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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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응전 : 상대편의 공격에 맞서서 싸움. 

또는 상대편의 도전에 응하여 싸움.

네이버 국어사전

 제목부터 뭔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응전이라는 단어가 평소에 쉽게 접하거나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단어는 이 책의 내용을 가장 정확히 요약하고 있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의 우리의 삶은 AI를 빼고는 이제 더 이상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저자가 말하는 제3의 응전 역시 현시대를 조망하는 내용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현재 우리 시대의 뜨거운 감자인 AI와 인간의 동행에 관한 이야기다.


 우선 응전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위에서 이야기했는데, 이 응전의 상대는 과연 누구일까? 바로 이 응전은 기술과 인간의 응전이라가 말할 수 있다. 현대 AI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 제3의 응전이라면, 제1과 제2의 응전의 상대는 누구일까?


 저자는 역사 속에 기술에 맞선 세 번의 응전이 있다고 주장한다. 제1이 미술공예운동, 제2가 대항문화운동 그리고 제3이 크리에이터 문화다. 미술공예운동은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시작되었는데, 산업 혁명으로 인한 대량 생산 체제와 노동의 기계화에 대한 비판으로 발생한 운동이었다. 산업 혁명으로 인류의 삶은 급속하게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기계화로 인하여 생산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생활이 이루어졌지만, 기계의 대량생산으로 인하여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사태 또한 벌어졌다. 바로 그에 대하여 인간이 직접 만든, 장인의 손길이 담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술공예운동이 일어난다.


 그렇다면 대항문화운동은 무엇일까? 대항문화운동은 1960~7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된 운동인데 대량소비 사회와 기술관료제에 대한 비판으로 발생하였다. 이 운동은 환경파괴와 소외, 획일화와 물질주의 등의 현대 산업사회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한편, 대안적 생활 양식과 가치를 중시했다. 전 지구적 공동체 성과 연대와 협력을 중시하며 이루어진 운동이다.


 크리에이터 문화란 2000년대 이후 SNS와 유튜브 같은 1인 미디어 환경이 발전함에 따라 빅 테크 기업 중심의 플랫폼에 대한 비판으로 일어났는데, 이에 대해 오픈소스나 블록체인 기술 등의 디지털 기술의 창조적 전유와 민주화를 강조한다.


 사실 책에서 가장 궁금하고 기억에 남는 내용이라면 두 번의 응전을 겪으며 문제가 되었던 기술(기계)과 인간이 과연 공존할 수 있는가이다. 오늘 읽었던 기사 중 하나가 막내 작가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왜 그런 걸까? 바로 챗 GPT가 막내작가의 일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바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주된 내용 역시 맥락을 같이 한다. 기계와 인간의 공존에 대해 책 안에도 다양한 의견들이 등장한다. 


 책 안에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는데, 기술은 인류에게 양날의 검과 같다는 말이었다. 풍요와 편리함을 얻는 대신, 환경파괴와 인간소외 같은 문제들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과 다른 인간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저자는 창조성, 자율성, 공동체성을 꼽는다. 바로 기술과 인간의 공존을 이야기할 때, 이 인간 고유의 능력이 기술에 의해 침범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인간과 기술은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할 수 있다. 기술과 인간은 일방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만은 않는다. 기술에 대해 인간이 끌려간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의 진보에 기술이 영향을 미쳤으며, 기술 역시 인간의 진보를 통해 또한 진보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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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잘 노는 아이가 꿈을 이룬다
강인숙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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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결국, 부모가 할 수 있는 건 아이의 한 걸음 한걸음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는 일,

그리고 때로는 넘어질 기회를 주는 것 또한 사랑이다.

 터울이 큰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꽤 오랜 기간을 교회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했었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그래도 아이를 키우는 것이 조금은 수월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매일매일 아이들과 얼굴을 붉히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매일이 전쟁이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육아서의 도움을 받지만, 작심삼일 일 때가 많다. 육아서를 읽을 때마다 반성 모드 겸 좀 더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엄마가 되기로 다짐하지만, 솔직히 화 앞에서 도로 아미타불이 될 때가 많다. 


 물론 육아서는 문제가 없다. 깨달은 바를 오래 기억하지 못하는 내 문제니 말이다. 한동안 자괴감이 들어서 육아서를 피할 때도 있었다. 뻔한 얘기나 자기 잘난 맛이 담겨있는 육아서를 읽으며 우울감이 더 심해진 때도 있었다. 물론 내 낮은 자존감 덕분일 테지만, 그럼에도 괴로운 건 어쩔 수 없다.


 솔직히 이 책은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다. 그래서 더 와닿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유치원에서 30년을 일하고 있는 저자는 터울 큰 아이 3명을 키우는 워킹맘이다. 우리 아이들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화를 내지 않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이해시킨다는 것이다. 같은 말인데도 조곤조곤 설명해 주는 모습이나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역시 선생님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를 느낀다. 그랬기에 30년 경력의 유치원 선생님이라는 문구를 봤을 때 나와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용기 아닌 용기(?)를 받은 부분이 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아침 준비와 아이들 등교 준비를 해 놓고 정작 빈속으로 출근하는 며느리를 보고 시어머니의 한마디에 서러웠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지금이야 그 말에 숨겨진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고 하지만(나는 아무리 읽어도 그 숨겨진 의미를 깨닫지 못하겠다.), 공감이 확 되었다. 


 책의 전반부에는 육아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아이의 성향에 따른 육아 방법이나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의 부모가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이 담겨있다. 특히 2장에 담겨있는 부분은 내가 평소에 궁금해하고, 한편으로 아이를 다그치게 되는 예민한(?) 내용이었는데, 그를 통해 다시금 엄마의 모습을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후반부에 비로소 놀이에 관한 내용이 등장한다. 물론 이 책은 놀이책도 아니고, 놀이법을 설명해 주는 책도 아니다. 이 책은 육아서다. 그렇기에 놀이의 방법이나 활용법보다는 이런 놀이가 있고, 이런 놀이를 했을 때 발생하는 상황들에 대해 포커스를 맞추어 부모가 이 상황에서 아이들이 이렇게 반응했을 때 어떻게 이끌어가주면 좋을지를 교육학의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실제 아이와의 대화가 중간중간 등장하기 때문에 좀 더 실감 나게 읽을 수 있었고, 그래서 더 이해가 잘 되었던 것 같다.


 사실 부모가 되니 기왕이면 학습과 연계된 놀이를 찾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놀이가 아닌 학습에 포커스가 맞추어지게 되고, 놀이를 가장한 학습을 하게 될 때가 많다. 당연히 아이는 처음에는 모르다가 나중에는 속았다! 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꼭 놀이 시간에 부모가 원하는 학습의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아이가 즐거워한다면 그것으로 되었다는 내려놓는 마음이 필요할 것 같다. (물론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은 그 안에서 하나라도 배우게 된다는 사실!) 


 책을 읽으며 그동안 아이들과 놀이를 한다는 미명하에, 가끔은 안 좋게 끝났던 상황들이 떠올라서 부끄러웠다. 그럼에도 책을 읽으며 아이들의 이런 반응이 나왔을 때 어떻게 이끌어주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는데, 꼭 활용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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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소 도감 딩동~ 도감 시리즈
이원중 엮음, 박시룡 감수 / 지성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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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이 시골인지라, 뒷집과 옆집에는 아직 소를 키운다. 동물에 대한 인지가 생긴 후로 아이들은 시골에 내려가면 일어나자마자 소 구경을 간다. 소에게 여물을 주며 자랑을 하기도 하고, 소가 여물을 안 먹을 때는 시무룩해져서 오기도 한다. 그 사이 송아지였던 소가 커서 새끼를 낳기도 하고, 팔려간 후 또 다른 소가 생기기도 했다.  여전히 시골만 가면 아이들은 소 구경에 나선다. 특히 겁이 없는 둘째의 소 사랑은 극진하다. 


 그래서 이 책을 보는 순간, 소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림으로 보는 소가 아닌, 세계 각국의 다양한 모습의 소를 사진으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책을 보자마자 여기저기 넘기며 좋아한다. 어린이집만 끝나고 오면 "엄마! 소 책 어딨어?" 하는 둘째 덕분에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나 역시 도시에서 태어나서 자랐기에, 소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교과서에서 다루는 정도가 전부였다. 이 책을 보면서 놀랐던 것은 이렇게 많은 종류에 소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실 소의 모습과 이름, 특징 등이 구별되어 있지 않았다면, 같은 소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소가 참 많아서다. 내용이 길지 않고, 각 품종에 따른 특징들이 담겨있는데 글 밥이 많지 않아서 글씨를 모르는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소의 이름과 주로 활용되는 분야(고기소, 일소, 젖소, 경기소 등)가 나누어진다. 소의 고향과 함께 특징이 복잡하지 않게 서술되기에 아이와 함께 사진을 보면서 각 소의 특징들을 설명해 주면 좋겠다.  또한 책의 초반에 소의 생태에 관한 글이 있으니, 부모님이 먼저 읽고 아이에게 설명해 주면 소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을 더 넓힐 수 있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며 놀랐던 것이 유럽 특히 영국 쪽에 소의 종류가 많다는 사실이다. 물론 인간에 의해 품종개량이 되면서 소의 종류가 더욱 늘어나긴 했지만, 소 역시 어떤 환경에서 자라나느냐에 따라 기후, 병충해, 거친 땅에 적응하며 잘 버텨낸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책에 등장한 소 중에 베티수라는 종이 있는데, 이 소는 야생에서 사는 소로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의 높은 산에서 산다고 한다. 근데 지금은 스페인 사스토이아 보호구역에 45마리만 남아있다니 안타깝기도 했다. 베티수의 특징은 뿔이 아주 길고, 누런색을 띤 갈색의 털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보통 보게 되는 소하면 누렁이라고 부르는 황소와 젖소인 홀스타인종 인 것 같다. 뒷집에서 본 황소가 무슨 종인가 궁금해서 누런 소가 나오면 더 열심히 찾아봤는데, 뭔가 조금씩 달라 보였다. 반전 아닌 반전이라면, 황소의 이름이 그리 낯설지 않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허탈할 정도로...ㅎㅎㅎ 참고로 일본 소 역시 우리가 익숙한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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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단편선 소담 클래식 6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임병윤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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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추리소설, 탐정소설의 원조! 하면 그동안은 셜록 홈스의 아서 코난 도일이나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을 떠올렸다. 근데, 그들보다 먼저 추리소설을 쓴! 천재 탐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바로 에드거 앨런 포다. 애드거 앨런 포가 창조한 탐정은 뤼팽과 비슷한 이름의 오귀스트 뒤팽이다. 


 꾸준히 읽어오는 소담출판사의 소담 클래식 시리즈의 6번째 책은 포 단편선이다.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 7편이 담겨있는데, 이 시리즈에 등장하지 않았다면! 또한 에드거 앨런 포에 대한 글이 없었다면! 정말 모르고 지나갔을 내용이다. (내용을 다 읽고, 뒷부분에 나온 걸 읽고 나니 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 부분에는 공포소설 틱한 이야기가 등장하고, 뒷부분에는 탐정 뒤팽의 활약기가 등장한다. 둘 다 좋아한다면 아마 무척 만족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공포소설 특유의 어둡고, 음습한 이야기들이 앞 면을 장식한다.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처음 만났는데, 그래서인지 책의 처음으로 등장한 검은 고양이는 꽤 진한 인상을 남겼다.


 사실 (멀쩡해 보였던) 한 남자의 자신이 경험한 기묘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느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사이코패스 같은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마지막에는 경악하며 마쳤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지금은 아니지만, 과거에는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의 기억인데, 당시는 장례식을 집에서 했었다. 동네에 초상이 나면, 전봇대 등에 장례를 알리는 발자국 같은 종이가 붙기도 하고 노란색 등으로 장례를 알리기도 했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앞 집에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친하게 지내는 동생의 할아버지였는데, 아직도 기억에 나는 게 굴뚝(?) 같은 곳을 막았다. 고양이가 굴뚝으로 들어오게 되면 죽은 사람이 일어날 수 있다는 미신(?)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그만큼 고양이에 대한 뭔가 기묘한 느낌은 우리나라의 과거에도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을 따르는 길 고양이를 데리고 온 나(주인공)는 검은 고양이에게 플루토(염라대왕)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몇 년간 친하게 지냈다. 폭음에 빠져서 지내던 어느 날, 그날도 술에 취해 들어온 나를 보고 슬금슬금 피하는 플루토를 보고 화가 난 나는 플루토를 꽉 잡았고, 놀란 플루토는 내 손을 문다. 갑자기 분노가 폭발한 나는 술기운에 고양이의 한쪽 눈을 파낸다. (이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다음날 자신이 저지른 일을 깨닫게 된 나는 후회를 하지만, 그날 이후로 나를 피하는 플루토에게 악감정이 계속 생긴다. 결국 플루토를 목매달아 죽이고 만다. 얼마 후 화재가 나서 집이 다 불타고 마는데, 유일하게 남은 한쪽 벽에서 고양이의 형상을 보게 된 나는 고양이 형상의 목에 밧줄이 매여있는 걸 보고 놀란다. 그 이후 다시 비슷한 고양이를 만나는데, 플루토와는 달리 가슴에 흰 털이 나 있었다. 자신을 따르는 고양이를 귀여워하고 데리고 오지만, 또 특유의 변덕이 올라오면서 이번에도 고양이에게 위해를 가하려 한다. 그날도 도끼를 들고 고양이를 해치러 가는데 아내의 제지를 받게 된다.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난 주인공은 결국 아내에게 도끼를 휘둘러 아내를 죽이고 만다. 아내의 시신을 벽에 넣고 발라버리며 살인을 감추고 말지만 그 이후 드러난 사실은 몹시 기묘하기만 한데...


 탐정 C. 오귀스트 뒤팽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는데, 오래 알고 지냈던 파리 경찰국장 G 씨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건이 드러난다. 최고위급 인사로부터 중요한 문서가 왕실 저택 안에서 도둑맞았다는 이야기였는데, 유력한 범인으로 꼽는 D 장관의 사무실을 7일 동안 수색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 사이 보상금은 두 배 이상 오른 상황이다. 국장의 이야기를 들은 뒤팽은 국장이 그 편지를 찾을 수 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5만 프랑의 개인 수표를 끊어주겠다는 말을 한다. 뒤팽은 지금 바로 그 수표를 적어준다면, 바로 편지를 찾아주겠다고 말한다. 5만 프랑의 수표를 받은 뒤팽은 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서 국장에게 건네는데...


 포 단편선 안에 담긴 작품들은 현재의 눈으로 볼 때는 특별해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비슷한 기묘한 사건이나 예상치 못한 복잡한 트릭이 담긴 작품들을 접했던 독자들에게는 뻔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시의 눈으로 본다면, 얼마나 획기적이고 놀라운 작품이었을까? 포의 작품 안에는 죽음과 음습한 분위기들이 곳곳에 담겨있다. 대놓고 귀신이나 공포의 분위기를 드러내기보다는 주변의 묘사를 통해 점점 공포의 분위기가 다가오는 느낌을 받으며 오히려 더한 공포를 느낄 수 있게 구성한 것도 놀랍다. 탐정물의 경우도, 전혀 보이지 않는 사건의 해결을 하나하나 풀어내는 것도 현재의 추리소설들이 여전히 사용하는 기법이라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그의 작품은 여전히 진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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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예수의 언어 - 영원불멸의 고전에서 길어올린 삶의 지혜와 진리의 가르침
김학철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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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역"이 붙은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이제서야 초역의 뜻을 깨닫다니... 민망하다. 초가 처음 초(初)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뽑을 초(抄)였다. 혹시 나와 같은 착각(?)을 하는 독자들을 위해 이야기하자면, 초역(抄譯)은 원문에서 필요한 부분만 뽑아서 번역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초역에 대해 왜 새롭게 알게 되었는지는, 이 책의 서두에 등장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 담임목사님을 비롯하여 많은 목사님들이 성경은 한 절이 아닌, 전체 문맥과 맥락을 알아야 정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저자 역시 성경은 그렇게 번역을 해야 하기에, 고민을 했다고 한다. 다행히 "초역" 예수의 언어였기에, 책을 쓸 수 있었다고 한다.


 사실 종교의 성서나 정경을 읽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다른 종교의 정경을 읽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종교적 색채보다는 신약의 4복음서(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 속에 등장한 예수의 언어를 통해 종교를 넘어선 삶의 방향과 가치관에 대한 책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종교적 가르침을 넘어 예수가 성경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조언이라고 봐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어렵지 않게 번역하고 있다.  



사실 처음 한 장을 넘기며 낯섦을 느꼈다. 그동안 읽어오던 성경을 좀 더 편안하게 재해석하고 설명해 주고 있기에 성경이라는 느낌보다는 에세이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 내용은 분명 성경에 있는 내용임에는 틀림없다. 그렇기에 오히려 누구나 어렵지 않게 내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겠다 싶다.


 예수의 언어 속에는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향한 애정이 가득하다. 많이 가지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 스스로를 드러내며 잘난 척하는 사람들을 향해 예수는 그런 모습은 위선이고 잘못된 것이라고 꾸짖는 장면들도 많이 등장한다. 소위 돌직구를 날리는, 바른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렇기에 예수의 언어에는 사랑이 담겨있다.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위로하고, 그들을 배려하고,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을 어느 곳에서든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말씀이 여러 번 다른 번역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이야기처럼 테마를 끊어서 번역하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40년 넘게 읽어 온 성경임에도,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와닿는 부분들도 여럿 있었다. 


한 공동체의 수준은

그곳에서 약한 사람이 어떤 대우를 받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한 사람의 됨됨이는

약한 사람을 대하는 자사에서 드러납니다.

그대의 표정, 몸짓, 말 한마디에 흔들릴 수 있는 사람에게

함부로 하지 마세요.

하느님도 여러분을 그렇게 대하시잖아요.

- 마가복음 9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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