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재미있는 미술사 도슨트 : 모더니즘 회화편 - 14명의 예술가로 읽는 근대 미술의 흐름
박신영 지음 / 길벗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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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술과 담을 쌓고 살다가, 양질의 입문서들 덕분에 겨우 발은 디민 상태이다. 작품과 작가들을 알아가는 것 까진 좋았는데, 늘 헷갈리고 어려운 것이 있다면 미술사의 연대이다. 어떻게 발전되었는지, 누가 어떤 사조에 속하는지에 대해 맘 편하게 알 수 있도록 정리된 책을 만났으면 싶었는데 정말 깔끔하게 미술사를 알 수 있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여전히 어렵고 복잡해 보이는 모더니즘 회화를 들어가면서도 과연 이해가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첫 장부터 정말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듯한 표현들이 가득해서 더 기대가 되었다. 미술사의 연대만큼이나 난해한 것은 피카소의 그림처럼 낙서처럼 보이는 그림이 명작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들에 대해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유치원생이 끄적여놓은 듯한 그림을 보고 무엇을 이해하고,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특히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모더니즘 회화의 경우 정말 잘 그린, 아름다운 작품 같은 생각이 잘 안 들기도 하다. 이 모든 궁금증들을 속 시원하게 풀어낼 책이 고팠다. 그리고 만날 수 있었다. 우선 시작에 앞서 저자는 모더니즘 회화의 연대를 표로 정리해 준다. 표만 봐서는 '이게 뭘까?' 싶긴 하지만, 군데군데 그래도 들어본 것 같은 사조들과 작가들이 등장한다.

 

 

 

 

 

 

회화의 가장 큰 시작은 바로 프랑스혁명이라 불리는 시민혁명이다. 나라의 주인이 바뀐 큰 정치적 변화와 도대체 미술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 읽고 보니 이해가 된다. 그동안의 미술은 귀족과 왕궁에 전시할 만한 크고 화려한 그림들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혁명을 통해 왕정이 몰락한다. 그에 따라 더 이상 귀족 중심의 그림이 아닌 서민들의 실생활을 그린 그림들이 등장하게 된다. 개인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화폭에 담은 낭만주의와 실제 삶을 리얼하게 담은 사실주의를 시작으로 늘 똑같은 형태의 주제를 담은 그림이 아닌 다양한 모습의 그림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 빛을 직접 관찰하고 색으로 표현한 인상주의가 등장한다. 사실 전 대의 그림과 비교해서 인상주의 그림은 썩 잘 그린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뭔가 추상적이고 흐릿하고 가볍게 그린 그림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고전 회화에 비해 인상주의 그림이 더 가볍고 흐릿하게 보이는 이유는 빛은 시간에 따라 그 질감과 색감이 달라지는데 짧은 시간 내에 포착한 부분을 바로 표현해 내야 한다는 실제적이 이유가 있었다. 이 책에 내용은 이렇게 진행된다. 미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질문들처럼 막상 누구에게 묻기 쉽지 않은 부분을 구체적이고 쉽게 이해시켜준다. 계속 이어지는 회화들의 사조가 왜 등장하게 되었는지, 무엇을 중심으로 변화가 일어났는지, 그에 속하는 작가들은 누가 있고 그들의 그림에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특히 마티스와 피카소가 등장하는 야수주의와 입체주의에 상당한 궁금증으로 가지고 있었다. 야수주의는 색의 붕괴로, 입체주의는 형태의 붕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사과는 빨간색, 하늘은 파란색이라는 기존의 인식을 붕괴하여 사과를 빨간색이 아닌 작가의 생각 속의 다양한 색을 끌어와서 칠하고 그렸던 야수주의와 그림의 외곽선을 붕괴시켜 작품의 기본 형태 자체를 무너뜨리는 입체주의는 이후에 드러나는 모더니즘 회화의 견인차가 된다. 특히 피카소는 인상주의나 고흐, 고갱, 세잔 등 선배들의 그림을 카피해 자신만의 색상으로 새로운 작품을 구성한다. 바로 창조적 모방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이후 등장하는 추상주의는 앞에서 말한 아이가 끼적인 그림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미술사에서는 획기적이고 완전한 해방을 나타낸다고 하지만, 나와 같은 사람들은 바로 미술이 어렵고, 다가가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사조라고 할 수 있다. 이 추상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까? 문화의 양극화. 이어지는 내용을 통해 정말 오랜 시간 담을 쌓게 만들었던 미술과의 벽이 한결 좁혀진 것 같다.

이 책은 도대체 이 그림(특히 추상화)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복잡한 모더니즘 회화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바로 앞에서 말한 두 마리 토끼를 쉽게 잡으면서 미술에 대해 다방면으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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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친절한 거짓말 - 총리가 된 하녀의 특별한 선택
제럴딘 매코크런 지음, 오현주 옮김 / 빚은책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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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한 줄에 눈이 갔다. 하녀가 총리가 되다니... 과연 이런 극적인 상황이 어떻게 펼쳐진 건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총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특히 자연재해처럼 스케일이 큰 작품을 좋아하는 터라 작품 속에 무슨 일이 펼쳐졌는지 더더욱 궁금해졌다.

아팔리아의 퍼모스트저택은 총리 관저다. 총리는 프래스토시에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무례하고, 독단적이고 날카로운 성격을 지녔다. 2개월 내내 멈추지 않고 쏟아진 비로 아팔리아는 쑥대밭이 되었고, 수많은 이재민이 생겨났다. 하지만 자연재해를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 때마침 열린 회의에서 기상학자들의 메모가 도착한다. 그리고 총리는 조만간 비가 그친다는 소식을 회의에 모인 사람들 앞에 전한다. 긍정적인 소식에 모두 희망을 가지고, 이 소식은 신문에까지 대서특필된다. 근데 그날 밤, 총리는 짐을 챙겨 기차에 오른다. 남편인 티모르 필로타판타솔(티미) 대위와 하녀 글로리아 위노우, 골든 레트리버인 데이지를 데리고 말이다. 하지만 기차 승무원은 하녀와 개의 출입을 막는다. 결국 데이지와 글로리아는 기차에서 내리게 된다. 티모르는 그런 데이지를 받기 위해서 내려갔다가 기차는 출발하고 총리만 기차를 타고 떠나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티모르와 글로리아, 데이지는 기상학자들의 편지를 보고 사색이 된다. 비는 앞으로도 계속 내린다는 말이 쓰여있었기 때문이다. 이제서야 모든 일에 아귀가 맞기 시작했다. 요리사를 해고하고, 짐을 챙긴 이유는 바로 이곳을 떠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계획이었던 것이다. 급기야 총리가 도망쳤다는 사실이 발각될 위기에 놓이자, 티모르는 비슷한 체구의 글로리아에게 총리인 척 연기를 하라고 한다. 총리의 말투를 연습하고, 여러 가지 제스처를 취해본다. 총리의 옷과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회견에 나서는 글로리아. 감기에 걸렸다는 말로 겨우 위기를 모면한다. 하지만 앞으로도 총리가 돌아올 때까지 자신이 총리인 척해야 한다는 사실에 부담감을 느끼는 글로리아. 5개의 공장 중, 숟가락을 만드는 1공장에서 일하는 친구인 히기를 찾아가서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으려다 결국 마음을 접는 글로리아는 공장을 순회하며 노동자들의 삶을 마주한다.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여러 가지 방도를 찾지만, 쉽지 않다. 이미 총리에 의해 재해 상황 속에서 모든 것을 덮어놓고 나라를 구하는 데 힘을 써야 한다는 법령이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고용주들은 비로부터 기계를 지키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무급으로 펌프질을 시키고, 그 일에 국민들을 동원하기 위해 자녀와 반려동물들을 보호소에 맡기는 조치를 취한다. 글로리아가 총리인 척 방문한 공장에는 해고된 요리사의 딸이 있었는데, 요리사의 간청으로 그 딸을 총리 관저로 데리고 온다. 총리의 부재를 아는 사람이 많아질까 봐 더 이상의 인원은 데리고 오지 말라는 티모르의 말에 따라 히기를 데리고 오지 못한 게 마냥 아쉬운 글로리아.

계속되는 비에 뭔가 대책을 내야 하는 상황 속에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글로리아. 프래스토시를 지키기 위해서는 다른 도시의 사람들이 피해를 봐야 할 상황이 불 보듯 뻔한데... 과연 이 위기를 하녀 글로리아는 극복할 수 있을까? 또한 총리에 기세에 눌려 자신의 능력은 물론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던 남편 티모르는 글로리아에게 제대로 된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책 속에는 글로리아의 시선뿐 아니라 클렘이라는 아이가 키우던 개 하인즈의 시선이 교차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여러 가지 생존에 대한 어려움에 처해있고, 수해로 개들 사이에 광견병이 출몰함에 따라 사람들은 떠돌이 개에 대한 큰 반감을 가지고 있다 보니 하인즈의 삶은 녹록지 않다. 과연 하인즈는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총리가 도망가는 장면을 보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시대 왕들 몇 명이 떠올랐다. 조선시대까지 가지 않고 현대에 이르러서도 위기 상황 속에서 자신만 쏙 빠져나가는 위정자들을 생각보다 자주 마주할 수 있지 않은가? 타의로 시작한 총리 자리지만, 적어도 글로리아가 총리보다는 더 책임감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그런 지도자 아래서 생존을 걱정하는 시민들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한편, 전에 얼굴에 점을 찍고 다른 사람처럼 행동했던 모 드라마가 떠오르기도 했다. 어떻게 40대의 총리와 15살의 소녀를 구분할 수 없을까? 아무리 총리가 모자를 쓰고, 장갑을 꼈다고 해도 말이다. 아무리 연습을 해서 총리의 말투를 구사했다고 해도 엄연히 다른 데 말이다. 그만큼 관심이 없다고 봐야 할까? 아니면 작품을 만들기 위해 감수해야 할 이야기였던 걸까? 어떤 면은 지극히 실제적이지만, 어떤 면은 또 판타지 같기도 한 작품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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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모닝 - 매일 아침 내 삶을 리부팅하는 시간
여주엽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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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모닝에서 중요한 건 단순히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얼마나 일관적으로 해낼 수 있는가'하는 부분이다.

한참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이 붐을 이룬 적이 있었다. 당시 학생이었던 나는 그 책을 읽으며 한동안 자극을 받았던 것 같다. 물론 그 후 직장 생활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자연스레 아침형 인간(?)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지만 동기요인이 사라지니 역시 다시금 "좀 더 자자, 좀 더 눕자"의 자세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직장을 그만두고 나니 그동안 내가 출근하기 위해 아이들 역시 일찍 일어나야 했다는 사실이 제일 마음에 걸렸다. 그러다 보니 제일 먼저 틀어진 것이 기상시간이었다. 나 역시 아침에 출근할 곳이 없어지니 자연스레 늦게까지 책을 보거나 할 일을 하고 결국 새벽에 잠들어 늦게까지 자는 생활이 몸에 배기 시작했다. 한 달여를 그렇게 보내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슈퍼 모닝! 제목을 보는 순간, 아침형 인간의 후속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는 슈퍼보다는 모닝에 방점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아침형 인간을 기반으로 한 것은 맞다. 저자 역시 하루 중 자신이 스스로 어떤 영향도 없이 컨트롤할 수 있는 시간으로 새벽 혹은 아침 시간을 꼽았기 때문이다. 다른 점이라면 거기서 더욱 확장해서 삶의 전 영역을 스스로 계획하고 점검하고 조정하며 성과를 이루어나간다는 것이다. 확장판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내가 보기에 저자는 흙수저도 아니었던 것 같고, 창업하기 전까지 다녔던 회사 역시 공기업으로 굳이 무언가를 바꿔야 할 정도로 피폐한 삶은 아니었던 것 같다.(내가 읽었던 대부분의 자기 계발 책의 저자들의 경우 낙오하고 관리되지 않은 삶을 바꾸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상당히 계획 지향적인 사람인 것 같다. 인생의 목표를 정해놓고 그에 따라 추진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20대에는 규모 있는 회사에서 경험을 쌓고, 30대 초반에 퇴사를 한 후 창업을 했으니 말이다. 사실 놀랍기도 하고, 이렇게 빡빡하게 살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나 또한 상당히 계획적인 사람인데, 저자가 세운 12개 영역의 목표와 경험치 등을 토대로 한 KPI 지수까지 산출해 내는 것을 보고 입이 벌어졌다.

우선 시작은 내가 왜 슈퍼모닝을 이루어야 하는지의 명확한 이유를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저 성공하고 싶어서, 돈 많이 벌고 싶어서 와 같은 이유는 초반에만 힘을 실어줄 뿐, 장기적으로 삶을 끌고 갈 구체적인 동기부여가 되지 못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5WHY를 통해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이유를 먼저 세우기를 조언한다. 나 스스로 명확한 동기가 세워진 후에야 실행에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삶의 각 영역을 기업을 경영하듯이 구체적으로 세분화해 세워나간다. 물론 처음에는 가장 관심 있고, 시급한 영역부터 하나씩 실행하길 조언한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 말이다. 저자는 계획을 세우는 것뿐 아니라 계획의 실패 후도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24시간을 살면서 25시간짜리 계획을 세우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작은 단순하고 성취하기 좋은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실행이 안 되었을 때 수시로 계획을 들여다보고 수정하는 습관 또한 필요하다. 이는 저자가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다녔던 회사에서의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 저자는 과거 국방과학연구소의 연구원으로 근무했는데, 무기를 만들고 그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원하는 목표치에 닿지 않을 때마다 수시로 수정을 하게 되었는데 바로 그 내용을 슈퍼 모닝에 대입한 것이다.

우리가 어떤 일을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헛수고했다'라고 실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게임 캐릭터에게는 헛수고라는 게 없다.

낮은 수준의 아이템이라도 나오거나, 약간의 경험치가 쌓이거나, 숨은 이벤트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실은 우리 삶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공인된 결과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해도 분명 내 삶에 경험치를 높여준다.

저자는 자신이 지키고 있는 슈퍼모닝 1시간 루틴 SWORD 또한 소개한다. 사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 역시 다시 예전의 패턴을 찾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본격적으로 그동안 하지 못했던 계획들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마구 밀리기 시작했다. 운전 연수, 캘리그래피 수업, 큰 아이 태권도 학원 보내기, 취업 준비와 각종 이직 수업들... 거기의 날짜가 정해져 있는 서평들까지... 나 역시 결국 내 시간 중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시간은 새벽시간밖에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리고 아직 없애지 않은 과거 알람 시간인 6시에 맞춰 기상을 했다. 첫날인지라 우왕좌왕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결국 놓칠 수 있었던 오늘의 할 일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사실 시작이 반이기도 하지만, 작심삼일이기도 하다. 오늘이 첫날 그리고 내일이 둘째 날, 셋째 날은 주말부터 이어지는 연휴다. 저자는 365일 매일같이 슈퍼모닝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인증까지는 아니더라도, 나 역시 아침 시간을 관리해서 인생을 관리하고 주체적으로 내 삶을 경영해 봐야겠다.


우리가 어떤 일을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헛수고했다‘라고 실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게임 캐릭터에게는 헛수고라는 게 없다.

낮은 수준의 아이템이라도 나오거나, 약간의 경험치가 쌓이거나, 숨은 이벤트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실은 우리 삶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공인된 결과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해도 분명 내 삶에 경험치를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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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탐정 사무소 - 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
이락 지음 / 안녕로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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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와 친하지 않다. 아마 수능에 시가 나오지 않았다면, 근처에도 안 갔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시를 읽어야 할 필수 요소가 사라지고 나니 정말 담을 쌓고 살았다. 그러다 보니 정말 시집을 펼쳐보지도 않은 터라 몇 년 전부터 1년에 시집 1권 읽기를 목표에 두게 되었다. 내가 시와 친하지 않은 이유를 살펴보면, 시 안에 담긴 의미를 깨닫는 게 쉽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산문은 그나마 펼쳐서 글을 쓰다 보니, 읽는 데는 시간이 걸려도 결국 의미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되는데, 시는 짧은 문장 안에 담겨있는 의미를 아무리 읽어도 모를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내게 시는 어렵고 재미없는 장르가 되어버렸다.

이 책의 제목을 읽고 솔직히 걱정이 되었다. 탐정 사무소는 좋은데 앞에 "시"가 붙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궁금하긴 했다. 시를 통해 추리를 하는 탐정이라니... 거기에 성인이지만, 시를 어려워하는 초등생들을 위한 책이라는 문구에 한번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주제 자체가 신선했다. 많고 많은 탐정소설을 만났지만, 시를 가지고 사건을 풀어낸다는 사실만 해도 무척 색달랐기 때문이다. 에필로그까지 합치면 총 7 건의 사건 그리고 11편의 시가 등장한다. 이 중 내가 들어 본 시는 1/3 정도 되는 것 같다. 탐정 설록은 원래 경영학을 전공한 투자가였는데, 시의 매력에 빠져서 탐정이 되었다. 그리고 그의 조수인 성완승은 시를 낭독하고, 커피를 내리는 일을 주로 맡아서 한다. 책 속의 이야기는 누군가가 남기고 간 시로부터 시작된다. 누군가에게 시 하나만 남기고 갑자기 사라지거나, 시를 답장으로 주기도 한다. 그리고 도무지 이게 무슨 뜻인 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바로 시 탐정사무소를 찾는다. 설록은 그들이 남기고 간 시를 읊으며 시를 통해 그들의 마음을 대신 표현해 준다.

"세간에 '설록 앞에서 시를 펼치지 마라.

네 영혼까지 훑어볼 것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설록 탐정은 시어 하나하나를 해석하며 그 시를 남기고 사람의 상황과 마음, 과거의 상태와 그가 하고자 하는 행동 등을 추리해낸다. 짧은 시 속에 이 모든 게 들어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설록의 조수인 성완승 역시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처럼 상당한 추리를 해내고, 고3 야구선수가 가지고 온 시 속에 담긴 의미를 탐정처럼 풀어내기도 한다.

제일 기억에 남는 사건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제목의 사건이었다. 사건 속 주인공 권정진이 절벽에서 떨어졌는데, 오경철 형사는 그가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상황을 토대로 그가 자살을 기도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권정진의 모친이 사건을 의뢰하면서 설록은 그의 행동에 의문점을 나타낸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권정진이 읽었던 사무원이라는 시와 권정진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땅끝이라는 시를 토대로 말이다. 내가 이 사건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사무원이라는 시 때문이었다. 나 역시 얼마 전 오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사무원 속 인물 정도는 아니지만, 나 역시 점심시간을 쪼개고 화장실을 참으면서 바쁘게 일했던 때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았지만 말이다. 다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상황 속에 있어서인지, 정진의 이야기가 남일 같지 않았다.

그 밖에도 사라진 셋째를 찾는 형제들의 이야기, 재벌그룹의 외동딸을 찾는 사건 등 다양한 사건 속에 시가 대입되며 색다른 추리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사라지기 전 시를 남기고 간다는 상황 자체가 실제적이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시와 추리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느낌이 들어서 한결 흥미로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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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교과서 따라쓰기 1-2 - 개정2판 국어 교과서 따라쓰기
컨텐츠연구소 수(秀) 지음 / 스쿨존에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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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입학을 앞둔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내 나름 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공부와 관련된 학원을 보내지 않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터라 따로 학원을 보내지 않고 있다. 아파트에 살면서 수시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니면서 자연스레 숫자를 알게 되었고, 여기저기 쓰여있는 간판을 읽고 싶어 해서 엄마표 한글놀이 정도만 같이 하다 보니 자연스레 한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혼자 한글을 깨우치다 보니 한글이나 숫자를 쓰는 순서가 제멋대로기도 했고, 왼손을 주로 사용하다 보니 ㄱ이나 ㄷ을 거꾸로 쓰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고민이 되었다. 주위에서는 학습지나 태블릿 등을 가지고 배운다고 하는데, 내가 아이를 너무 방치해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자연스레 한글을 활용하고 구구단 노래나 영어 특별활동 등을 통해 조금씩 초등학교의 맛을 보고 있긴 하지만, 당장 한글을 쓰는 순서나 연필 잡는 방법 같은 기초부터 다시 잡아줘야겠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싶던 차에 1학년 국어 교과서 따라 쓰기 책을 만나게 되었다.

누구나 처음 접하는 교과서와 쓰기 공책 등 당장 학교에 입학하면 많은 것이 낯설 것이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아이다 보니, 먼저 접하게 해주고 싶어서 국어 쓰기 공책을 사줬는데, 사방형 네 칸짜리 한중 작은 한 칸에 깨알같이 글자를 쓰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나는 당연하다 생각하는 게 아이 입장에서는 당연하지 않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라면 국어 교과서 따라 쓰기 책에는 그런 기초부터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선 바른 자세와 바르게 연필을 잡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첫 장에 나온다. 기초가 되지만, 누구도 쉽게 설명해 주지 않는 부분을 읽으며 자연스레 연필을 잡고 책상과 의자에 바르게 앉는 방법을 만날 수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어 교과서를 만나보자! 국어의 시작은 바로 한글이다. 자음과 모음. 그런데 어떤 순서로 써야 할까? 요즘 학교에서는 1학년 1학기에 한글을 배운다고 한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한글은 물론 구구단까지 어느 정도 떼고 들어갔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반 이상의 아이들이 한글을 익힌 후 입학을 한다고 한다. 우리 아이의 경우만 봐도 한글을 읽는 것은 잘하는데, 막상 쓰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기역부터 히읗까지 순서에 맞춰서 쓰는 것도 쉽지 않아 한다. 첫 장을 넘기고 나면 자음과 모음을 따라 쓸 수 있도록 번호가 적혀있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모양으로 쓰면 글씨가 예쁠지 글자의 모양을 익힐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국어 교과서의 각 단원별로 등장하는 단어나 문장이 차례대로 등장하기 때문에 교과서를 보기 전에 이 책을 통해 예습을 할 수도 있고, 입학 후에는 연습이나 복습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외워 쓰기(받아쓰기)의 경우 각 단원의 내용이 출제되기 때문에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할 수 있고, 국어 쓰기 공책과 같은 모양으로 글씨를 쓸 수 있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쓰기를 익힐 수 있다. 공부만 하면 지루해할 아이들의 마음까지 생각해 공부하고 나면 줄긋기나 색칠하기 등을 통해 재미있게 한글을 공부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각 장마다 가위 표시가 있다는 것이다. 필요한 부분을 잘라서 가지고 다니거나, 틈틈이 공부할 수 있는 것 또한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1학기와 2학기의 차이점이라면 단어의 난이도 차이라 할 수 있겠다. 1학기는 쌍자음이, 2학기는 이중 받침이 나온다. 국어 쓰기 공책처럼 띄어쓰기까지 배울 수 있기에 교과서와 병행하며 공부하면 여러 가지고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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