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마음, 떠나는 마음 - 불완전한 우리 삶을 채우고 완성하는 것
티아 루 지음, 공민희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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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머무는 것과, 떠나는 것 중에 어떤 것을 더 좋아하는가? 나는 머무는 것을 좋아한다. 모험이나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 변하지 않는 것을 더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물론 머무는 것과 떠나는 것. 어느 것이 좋고, 나쁘다는 것은 없다.

책에는 두 주인공이 등장한다.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카페를 열고 있는 댄과 보트를 몰고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는 선장 아키. 댄은 한곳에 뿌리내린 커다란 오크나무 같은 사람으로, 아키는 갈매기처럼 날개를 펼친 채 날아다니는 사람으로 묘사한다. 그렇기에 댄이 자주 하는 말은 "난 여기 있을 테니 언제나 들러."이고, 아키는 "있잖아, 내가 그리로 갈게!"라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둘 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하게 여긴다. 하지만 종종 이런 생각이 떠오를 때도 있다. 카페를 찾는 다양한 여행객들을 만나고 났을 때,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진다. 아키 역시 기관실 옆 그의 침실에 누워서 기계가 시끄럽게 돌아가는 소리를 듣고 있을 때면, 누군가가 옆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버릴 수 없다. 그리고 외로워진다.

아키도, 댄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열심히 살지만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삶에 대한 궁금함과 동경이 있다. 댄은 늘 똑같이 카페로 출근해 청소를 하고, 문을 열고 손님들을 기다린다. 아키는 새로운 곳으로 배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그러고 보면 댄의 삶도 머물기만 하는 삶은 아니다. '오늘은 어떤 손님들을 만날까? 그들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들을까?' 매일 만나는 동네 사람들도 있지만, 새로운 여행자들이 카페를 찾아오면 댄 역시 그들의 이야기 속 여행지로 떠나게 되니 그렇게 보자면 매일 댄도 떠나는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아키는 어떨까? 아키는 새로운 곳으로 배를 몰고 가지만, 그곳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그들의 집에서 함께 지내다 보면, 마치 머물러 있는 것처럼 포근함을 느낀다. 그렇게 보자면 매일 아키 역시 머무는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아키와 댄은 어떻게 될까?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면서 짧은 글 밥과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는 참 깊다는 것을 느낀다. 어린이 동화라고 하지만, 오히려 어른에게 더 깊은 여운과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아키의 눈으로, 댄의 눈으로 본 세상을 마주하면, 내 삶 또한 돌아보게 된다. 앞에서 말했듯이 나는 머무는 삶을 좋아한다. 책을 읽고 나니 같은 듯 다른 매일의 일상에 집중하면 내 삶이 마냥 머무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물러 있지만 떠나는 삶, 떠나고 있지만, 머무는 삶. 우리 모두 그런 이중(?) 적인 삶을 살고 있는 건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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