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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집 - 원작으로 다시 읽는 안데르센 동화 10편 ㅣ 지성주니어 클래식 1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에드먼드 뒤락 외 그림, 윤후남 옮김 / 지성주니어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 이웃집 오빠의 집에는 동화 전집이 있었다. 매일 가서 오빠의 전집에 있는 동화를 한 권씩 꺼내 읽었던 기억이 있다. 우리 집에는 없었던 책이기에, 오빠는 관심이 없는(오빠는 당시 초등학교 고학년이었다.) 책을 혼자 독차지하면서 이 책 저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더 이상 책을 안 읽는 오빠를 대신해, 아저씨가 그 책을 내게 주었을 때 꼭 읽고 싶던 공주 책을 가지고 신이 나서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중에는 안데르센 동화들도 있었던 것 같다. 성냥팔이 소녀, 인어공주, 벌거벗은 임금님, 미운 오리 새끼... 제목만 들어도 내용이 떠오르는 작품들이 많으니 말이다.
책은 언제 읽느냐에 따라 다가오는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알기에, 한번 읽은 책도 차마 처분하지 못하나 보다. 20대에 읽었던 책을, 10년 후 다시 꺼내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 당시는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던 부분이, 유난히 걸리기도 하는 걸 보면 시간이 흐르면서 당시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하게 되어서 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성인이 되어 다시 읽는 안데르센의 동화는 내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마냥 궁금했다. 내용은 너무 잘 알고 있지만, 내게 다가오는 느낌이 다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 책 안에는 10편의 안데르센 동화가 담겨있다. 제목만 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책도 있지만, 제목조차 낯선 작품도 있다. 다행이라면 제목이 낯설지 내용이 낯설지는 않다는 사실? 각 동화의 표지에는 한 줄짜리 평이자 속담이 담겨있다. 동화를 통해 깨닫게 되는 교훈을 한 줄로 표현했다고 보면 좋겠다.
10편 중 낯선 제목을 가진 눈의 여왕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악마가 만든 거울 이야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가난한 마을에 사는 두 아이 카이와 게르다는 남매처럼 사이가 좋은 친구였다. 서로를 아끼며 따뜻한 마음을 가진 둘은 늘 함께 놀았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던 카이는 눈의 여왕에 대한 질문을 건넨다. 눈의 여왕에 대한 할머니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펑펑 내리는 눈 속에 유난히 큰 눈덩이가 카이의 심장에 박힌다. 바로 악마가 만든 거울의 파편이었다. 옛날 악마가 만든 거울이 있었다. 그 거울에 비춰보면 모든 것이 안 좋고, 고약하게만 보였다. 악마가 운영하는 학교의 학생들이 거울을 가지고 놀다 그만 떨어뜨리고 만다. 땅에 떨어진 거울은 조각조각이 나서 작은 파편이 여기저기 퍼져나간다. 문제는 파편이 박힌 사람들이 이상해진다는 것이다. 눈에 파편이 들어간 사람은 사물과 사람의 나쁜 면만 보고 안 좋게 이야기를 한다. 파편이 심장에 박힌 사람은 심장이 얼음덩어리처럼 차가워진다. 파편이 심장에 박힌 카이는 예쁜 장미를 보고 발로 밟으며 소리를 지르고, 점점 심술궂어진다. 게르다에게도 상처 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눈이 많이 내리던 어느 날, 카이는 흰색 모피와 털 모자를 쓴 사람이 이끄는 썰매에 자신의 썰매를 묶었다. 그리고 그 썰매는 순식간에 마을을 벗어난다. 썰매의 주인은 바로 눈의 여왕이었다. 한편, 카이가 사라지자 게르다는 카이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강의 도움으로 카이를 찾아 나선 게르다는 한 노파의 집에 머물게 된다. 노파는 사실 요술쟁이였는데, 혼자 지내는 것이 적적하던 차에 게르다를 보자 함께 살고 싶어졌다. 그래서 게르다가 떠나지 못하도록 장미(게르다와 카이는 장미에 대한 깊은 추억이 있다.)를 땅속으로 숨겨둔다. 하지만 어느 순간, 게르다는 장미를 떠올리게 되고 꽃들과 까마귀 등의 도움으로 카이를 찾아 나서는데...
눈의 여왕 이야기 보다 악마가 만든 이상한 거울에 관한 이야기가 내 가슴 깊이 박혔다.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눈을 가진 사람의 눈과 심장에 악마가 만든 거울의 파편이 박힌 것은 아닐까? 그 파편은 사랑하는 사람의 눈물만이 빼낼 수 있다는 사실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역시 동화가 주는 교훈은 참 선명하다. 오랜만에 마주한 안데르센 동화집을 통해 어린 시절의 추억뿐 아니라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인생의 교훈도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