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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30분 회계 - 투자 유치를 위한 명쾌한 재무제표 만들기, 개정판
박순웅 지음 / 라온북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타트업 전문 회계는 없습니다.
스타트업 단계와 성장 과정에서 주로 발생하는 이슈에 대한 회계 기본을 익혀야 합니다.
회계업무로 밥을 벌어먹고 산 지 17년이 되었다. 막 회계 자격증을 따서 입사한 회사를 꽤 오랜 시간 다녔는데, 처음 해보는 법인 회계 업무인지라 각 시즌이 되면 머리가 아팠다. 다행히 매년 경험이 쌓일수록 나만의 노하우가 생기다 보니 자연스레 미리 정리하고 확인을 하긴 했지만, 매번 쉽지 않았던 것은 영업팀과의 문제였다. 대표이사 역시 영업맨 출신인지라, 영업에 대한 마인드와 그에 대한 보상은 컸지만, 회계는 그저 정리하는 정도의 역할이라 치부했기에 급여 인상폭도 바닥이었고, 무엇보다 회계 프로그램을 쓰는 것을 상당히 좋아하지 않았다. 덕분에 엑셀로 장부를 만들어 복식부기를 했다. 당연히 자체 기장이 아니기에, 매년 법인세를 앞두고는 전체적으로 계정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가 참 많았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외상매출금 관리였다. 외상매입금은 발주서 등의 전표가 있어야 지급이 되기에 그나마 빠뜨리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외상매출금은 전표 누락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못할 뻔하기도 하고 받을 시기가 지났음에도 체크하지 않고 두어서 악성채권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때마다 업체에 전화를 해서 돈을 달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내 일이 될 때가 있어서 참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꽤 오랜 시간 회계 일을 했음에도,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막 자격증을 땄던 신입 때에 비해 늘 쓰는 것만 쓰다 보니 회계지식을 놓치는 경우가 자꾸 생겨서 자극을 위해서가 첫 번째 이유였고, 혹시 내가 잘못 처리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두 번째, 읽고 좋으면 영업팀이나 대표님께 권하고 싶어서가 세 번째 이유였다. 우선 책을 읽으면서 속이 시원해지는 경험을 했다. 아무래도 이 책의 저자와 회계사기에 회계인의 입장에서 답답하지만 해결하지 못했던 부분을 속 시원하게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앞에서 힘들었던 외상매출금 부분 역시 대표이사와 영업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부분이라는 것!
당연히 외상매출금은 자산성 계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외상매출금이 악성채권이 되어서 실제 받지 못하는 경우는 비용을 인식해야 한다는 부분을 읽고 좀 놀라웠다. 그 밖에도 재고자산의 경우 감가상각을 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 또한 비용으로 인식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겠다. 영업권이나 개발비 등의 무형자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히 개발비는 언젠가 비용으로 인식을 해야 한다. 그저 재무제표를 예쁘게 만들기 위한 방법들이 결국 시한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책을 읽으며 또 하나 얻게 된 것은 바로 정부 지원금에 대한 분개였다. 그동안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받았던 지원금을 보면 상당수가 급여에 보전 성격으로 주어지는 지원금이 많았다. 내가 그동안 분개했던 것이나, 회계법인들에서 기장한 내용을 보면 대부분 영업 외 수익으로 인식해서 잡이익 성격으로 정리를 했었다. 근데, 실제 지원금의 성격에 따라 영업이익 혹은 판관비 등의 비용에서 직접 상계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당기순이익의 측면에서 보자면 내가 했던 분개나 책에서 소개하는 분개에 차이점이 없긴 하지만, 상당수 회사들이 영업이익의 수치에 관심이 많고, 해당 부분의 숫자가 크게 나오는 것을 선호한다. 그런 면에서 복잡하긴 하지만 보조금의 성격에 따라 분개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어서 실제로 활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가 어려워지니 기업을 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내가 다녔던 회사 중에는 VC 등의 투자금 상환 등의 문제로 결국은 기업 회생에 들어가서 파산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에도 다시금 느끼는 것은 회계는 회계팀만 알아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표이사를 포함해서 각 구성원들이 회계의 흐름을 파악하고, 함께 건강한 회사로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