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들의 지적 대화 - 세상과 이치를 논하다
완웨이강 지음, 홍민경 옮김 / 정민미디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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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인기가 많았던 지대넓얕시리즈를 좋아한다. 벌써 10년 가까이 된 것 같은데, 당시 나를 비롯한 독자들이 이 책에 열광했던 이유는 "지식"과 "상식"의 범위를 어디로 잡을 것인가에 갈급함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 정도는 상식 선에서 알고 있어야 한다고 범위를 지정해 준 책이 바로 지대넓얕이었다. 물론 읽으면서, 생각보다 우리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 상식의 범위가 참 넓고 깊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책을 읽고 나니 왠지 모르게 뿌듯함과 소위 "~척"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이후로도 꾸준히 독서를 하고 있긴 하지만, 앎에 대한 범위에 대해서는 늘 고민이 된다. 자연스레 상식과 지식을 구성하고 넓혀주는 책에 관심이 생기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상당히 두꺼운 벽돌 책이다. 그럼에도 "지식인"들의 "지적 대화"라는 제목이 과거 지대넓얕 처럼 나를 이끌었다.

이 책의 저자는 물리학자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다루는 분야는 물리학을 넘어서 인문학의 영역까지를 범주로 한다. 역사와 교육, 사회와 미래 등 과학이 아닌 인문학에서 다룰법한 주제들이 책을 구성하고 있다. 시작부터 놀라웠던 것은 지식인의 의미에 관한 저자의 통찰이다. 똑같은 지식인이라는 한글이지만, 한자어를 통해 비교하자면 지식인(知識人)과 지식인(智識人)으로 둘의 의미는 미묘하게 다르다. 앞에 지식인은 알 지(知)이고, 뒤에 지식인은 지혜 지(智)다. 아는 것과 지혜의 차이가 무엇일까? 우리가 그동안 이야기하는 지식인은 전자의 지식인을 뜻했다. 하지만 저자는 지혜와 식견이 있는 지식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후자의 지식인은 생각, 관점, 견해를 가지고 해결 방안을 제시할 줄 아는 사람이다. 즉, 아는 것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유추하고 그에 따라 변화의 방향까지를 제시할 줄 아는 사람이 바로 지혜 있는 지식인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책 안에서 지식인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기대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읽으며 놀라웠던 것은, 그동안의 상식이나 생각과는 다른 모습과 주장이 여러 곳에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우선 고통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고통을 통해 인간이 한걸음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에, 고통은 필요하다고 또는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달랐다. 사람들이 성장과 발전을 고생의 결과물로 받아들이는 것은 착각이라고 말이다. 연습과 고통은 다르다. 오히려 고통의 시간 때문에 더 성장할 수 있는 것을 늦출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고통은 아이에게 더욱 필요악이다. 성인들은 고통을 이겨내거나, 고통을 통해 다른 생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데 비해, 아이들은 당장의 현실 이상을 생각할 수 없기에 아이일수록 고통의 짐을 지워주면 안 된다고 말한다.



엄마의 입장이어서 그런지, 4장 중 특히 2장인 교육에 관심이 많이 갔다. 특히 큰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선행학습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있다. 이 책 안에도 선행학습이나 학원에 대한 내용이 등장하는데, 상당히 충격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행학습이나 학원의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학원이나 기타 사교육에 돈을 들이는 것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통계치를 근거로 한다. 오히려 하려는 의욕이 있다면, 문제 풀이나 문제집을 통해서 스스로 학습하는 게 학원을 다니는 것보다 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아마도 학원은 타의에 의해서 가는 경우가 많고, 학습은 자기가 주도해서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 안에서의 차이를 이렇게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책 안에 등장하는 저자의 모든 주장에 대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조사된 통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그게 전체의 의견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사교육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만 봐도 강남권 학생들이 소위 SKY 대학에 입학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기 때문이다. 또한 타고난 환경이 성공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저자는 한부모 가정의 자녀에 대해 좀 부정적인 통계를 이야기하는데, 한부모가정의 자녀라고 삐뚤어지거나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 극단적인 일반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앞에서 말한 지식인이 되어간다는 생각이 드는 게, 저자의 의견을 그대로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내 의견과 생각이 정리되고 나만의 해결 방안이 정립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상당수 모르고 있거나, 관심이 있었지만 왜곡되어 있던 지식들이 이 책을 통해 정리되기도 했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을 맛보고 싶다면, 또 그에 대해 저자의 의견과 내 의견을 비교해서 생각하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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