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오컬트나 호러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끌렸던 이유는 무엇일까? 제목만큼이나 흥미로웠고, 개개인의 사정과 상황들이 적절히 섞여있는데다가 우리나라 사람만 느낄 수 있는 감정선이 얽혀있어서 꽤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배경은 서울 인근에 위치한 현월동이다. 서울 근교인지라, 서울의 재개발 붐은 이곳까지 영향을 미쳐서 외국인 노동자 등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살던 이곳도 재개발 붐이 일어나고 집값이 치솟기 시작한다. 하지만 현월동 중에서도 낙후된 건물인지라, 그나마 시세가 비싼 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집값이 오르는 추세인지라 챠밍 미용실에까지 월세를 20만 원 올라달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이 소식에 한숨을 내쉬는 챠밍미용실 원장.
사실 차밍 미용실은 좀 독특하다. 낮에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머리를 손질해 주는 이곳은, 밤이 되면 간판에 불빛이 들어오며 죽은 자들을 위한 미용실이 된다. 이곳의 손님들은 망자들로, 그들을 떠올리거나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때론 과거의 모습으로, 때로는 본인이 원하는 모습으로 단장하여 꿈으로 그들을 찾아간다. 물론 모두가 죽은 누군가를 그리워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영일 슈퍼 할머니의 경우는 남긴 유산을 가지고 싸우는 아들들의 성화로 그들을 찾아가기 위해 챠밍 미용실을 찾았기 때문이다.
물론 미용실을 찾는 망자들은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있다. 바로 해피가 그 주인공이다.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덫에 걸려 한쪽 다리가 잘린 해피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길을 가다 불이 밝혀진 곳으로 향했고, 그곳이 바로 챠밍 미용실이었다. 챠밍미용실 원장(대부분 그녀를 챠밍이라 부른다.)은 송아지만 한 해피를 보고 깜짝 놀라 도깨비를 호출한다.(이 둘은 무슨 관계일까? 책을 읽고 나면 알게 된다.) 그리고 마음이 약한 챠밍은 미용실을 찾는 손님들의 딱한 사연을 듣고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오지랖(?)을 가졌기 때문에, 해피의 소원을 들어주고자 판(챠밍과 도깨비의 사용자(?)라 볼 수 있다.)까지 소환하게 된다. 해피는 어린 시절 수연이와 행복했던 당시(꿈)로 돌아가 수연을 만나고 싶다.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이 그리워하고 기억해야 꿈에서라도 만날 수 있는 법인데, 수연이는 해피에 대한 기억이 부모 때문에 왜곡되어 있어서 해피를 기억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실 실제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수연이와 해피는 정말 친하게 지냈지만 몸이 커지는 해피를 키우기 힘들었던 수연의 부모는 해피를 유기한다. 해피를 찾아오라고 우는 수연에게 작은 강아지를 해피인 것처럼 말해서(당시 수연이는 4살이었기에 가능했다.) 새로운 강아지를 키우게 한다.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해피가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인지라 챠밍과 도깨비는 고민이 되지만, 결국 해피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챠밍 미용실 외에 또 하나의 장소는 바로 챠밍 미용실이 자리한 건물인 펠리치따 오피스텔이다. 낡은 오피스텔에 세 들어 살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또 다른 축을 차지하고 있다. 201호에 이사 오게 되는 의명 역시 그중 한 사람인데, 의명은 남다른 데가 있었다. 바로 죽은 사람을 감지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의명의 이야기와 도깨비, 챠밍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면서 여러 이야기가 등장한다. 과거에도 현재처럼 미용업에 종사했던 챠밍의 과거(참잉) 이야기와 왜 챠밍과 도깨비가 앙숙 아닌 앙숙의 관계가 되었는지도 드러난다. 사람보다 더한 중노동에 시달리면서, 차라리 죽기를 원하는 챠밍은 500년 동안 판과 강제 계약을 맺고 있는데 그에 얽힌 사연은 과연 무엇일까? 흥미로운 챠밍 미용실. 후속작이 너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