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힐링과 걷기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이 모든 것의 시작인 제주의 둘레길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둘레길은 오름을 품고 있다. 제주도가 화산이 폭발한 화산지형임은 학창 시절 교과서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오름 역시 화산의 한 종류라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의 주인공인 어승생오름이라는 이름은 많이 낯설었다. 제주도 하면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한라산보다 어승생오름이 먼저 생긴 선배라는 사실에 놀랐는데, 어승생오름이 품고 있는 많은 생물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참 많은 것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우선 오름이 무엇인지를 알아보자. 오름은 지질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수주에서 수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소규모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된 소화산체를 말한다. 제주에는 총 455개의 소화산체가 있는데, 오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약 360여 개 가량이 된다고 한다. 한라산의 북서쪽 방향에 있는 것으로 해발 1,169미터나 되는 높은 오름인 어승생오름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긴 걸까? 두 가지 가설이 있는데, 첫 번째는 조선시대 어승마(조선시대 제주에서 진상된 말)을 키우던 곳이 어승생오름 아래라서 그런 말이 생겼다는 설과 물이 풍부한 어승생오름은 몽골어 어스새이(물이 좋다는 뜻)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다. 저자는 상대적으로 두 번째 가설이 더 신뢰할 만 하다고 이야기한다.
어승생오름에는 수많은 동식물을 품고 있다. 표고버섯 재배의 자목으로 사용되는 서어나무, 느티나무, 고로쇠나무는 물론이고 습지에서 자라는 골풀, 제주조릿대나 참억새, 올벚나무와 참딸나무 등이 자란다. 습지로 유기물이 모이고, 동물들의 배설물이 한대 섞이며 양질의 영양분을 공급한다. 그렇기에 높은 고도에도 불구하고, 지형이 화산지형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동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굴뚝새, 직박구리 같은 새들은 물론이고 무당개구리와 노루 그리고 멧돼지까지 다양한 군의 동물들도 만날 수 있다. 특히 멧돼지는 상당히 공격적이고 위험한 동물이므로, 새끼가 보이면 꼭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멧돼지를 만났을 때 눈을 쳐다보면서 등을 보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오름 덕분에 생활의 지식 또한 알아간다.
오름과 둘레길의 인기가 많아질수록, 아쉬운 점이 생긴다. 인간의 손을 타는 순간 자연의 깨끗하던 환경이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소중한 만큼 지키고 보전해야 할 의무 또한 우리에게 있다. 어승생 오름을 통해 오름 속의 살고 있는 다양한 동식물들과 그들과의 공생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