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미술관 - 그림에 삶을 묻다
김건우 지음 / 어바웃어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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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마네의 초상화는 인물의 속마음을 느낄 수 없는 인간미 없는 그림"이라고

투덜대기도 한다.

이에 대해 마네는 "그림 한 점으로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믿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억지인가?"라고 되묻는다.

그림은 빛을 통해 색의 물리적 침투까지 허용하지만 사람의 속마음까지 비춘다고 믿는 것은

예술가의 지나친 허영심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태어날 때는 누구나 울면서 태어나지만, 죽을 때는 어떤 표정으로 죽을지 결정할 수 있다. 아마 죽음의 순간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생 미술관이라는 제목의 이 책 속에는 22명의 화가들의 삶이 순간이 담겨있다. 후대에는 명망 있는 화가로 이름을 날린 그들이지만, 생전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상당했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물론 후대에라도 작품으로 인정받았지만, 그들의 삶의 순간 그런 대접과 사랑을 받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총 4개의 챕터 속에서 만나본 화가들은 저마다의 모습은 달랐으나,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당시의 관습에 반기를 들고, 자신만의 생각을 화풍에 담은 화가들도 상당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FM으로 살아온 나이기에 그런 모습이 상당히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범인(凡人) 과는 생각이 다르긴 하겠지만 말이다. 상을 타기 위해, 명성을 얻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굴절시키지 않았다. 시대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나만의 길을 간다는 생각이 작품 속에 그대로 드러난다. 때론, 상처 입은 모습조차 작품으로 표현해 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화가가 두 명 있었다. 한 명은 에드가 드가였고, 다른 한 명은 에두아르 마네였다. 에드가 드가는 특히 발레리나를 모델로 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여성을 묘사하고 관찰하는 작품들을 많이 만들었던 그임에도, 여성에 대한 편력이 심했고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고 한다. 그런 그의 삶에는 어린 시절 자신의 삼촌과 바람을 피운 어머니의 모습이 상처로 남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미워하고 죽기를 바랐던 어머니가 동생을 낳고 사망했지만 드가의 삶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상처는 더 큰 상처를 낫게 되었을 뿐... 드가는 작품을 위해 직접 취재를 하고 같이 지내기도 한다. 특히 이른 나이에 눈의 질환을 얻어서 그림보다는 조각으로 전향을 하기도 했는데, 그가 만든 14세의 무용수라는 조각은 정말 살아 숨 쉬는 발레리나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던 것 같다. 마지막까지 그의 어린 시절의 상처는 치유되지 못한다. 어린 시절의 상처가 그의 삶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 것이다.

또한 에두아르 마네 또한 유명한 화가지만, 그의 삶은 참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매독과 류머티즘 등으로 사망하게 된 그는 시대를 따르는 예술가가 아니었다. 나체의 여인이 정복을 갖춘 신사들과 함께 등장하는 풀밭 위의 점심식사나 창녀를 모델로 한 올랭피아는 미술계로부터 큰 질타를 받았다. 웃긴 것은 마네가 그린 그림들은 실제 그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겉으로는 고상한 척하면서 뒤로 지저분한 일을 벌이는 그들의 모습이 마네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까? 물론 그 역시 트러블 메이커였지만, 삶도 작품도 한결같았던 것 같다.

 

 

 

인생 미술관에는 각 화가들의 시작이 부고문으로 시작된다. 한 장의 기사 같은 부고문 속 모습이 그들의 삶을 유추해 준다. 장례식의 순간까지 쓸쓸했던 화가 반 고흐는 100년 후의 마을 주민들로부터 성대한 장례식을 선물 받는다. 마치 과거에 대한 사과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22명의 화가와 그들의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삶의 멋과 맛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림이 선명한 칼라로 같이 담겨있어서 읽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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