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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누구니 - 젓가락의 문화유전자 ㅣ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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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별세하신 이어령 교수님의 한국인 이야기 두 번째 책을 만나게 되었다. 첫 번째 책이었던 탄생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었는데, 참 흥미롭고 놀라운 이야기가 많았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젓가락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꽤 오래전 티브이 다큐에서 한중일의 젓가락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봤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 교수님의 책 속에 담긴 우리 민족의 젓가락 이야기는 좀 더 깊이 있고, 흥미롭고 재미도 있었다.
사실 예전 DJ.DOC라는 그룹이 불렀던 노래 가사 중에도 등장하지만, 나 역시 소위 X자 젓가락질을 한다. 그렇기에 어려운 자리에서 식사할 때면 나도 모르게 위축되기도 하고, 자꾸 눈치를 보기도 했다.(오죽하면 외국인과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물론 내 남편은 한국인이다;;) 사실 젓가락이 이렇게 다양하고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수천 년 전부터 젓가락과 숟가락 문화는 이어지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의 인접 국가인 일본과 중국 역시 젓가락을 사용하여 식사를 하고 있지만, 우리와는 차이가 있다. 특히 젓가락을 사용하는 전 세계의 30%의 인구 중에서 우리 민족만이 쇠로 만들어진 젓가락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젓가락과 숟가락을 합해서 수저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다른 민족과 달리 우리 민족은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사용하여 식사를 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특히 젓가락은 두 개의 짝이 있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나는 제 역할을 해낼 수 없고 쓸모 없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짝 문화뿐 아니라 젓가락에서 파생되는 이야기를 12개의 고개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야기도, 감동이 되고 놀라운 이야기도 가득하다.
특히, 한 사람이 일생 동안 손가락을 구부렸다 폈다 하는 횟수가 대략 2,500만 번이나 되는데, 그중 엄지 혼자 45%를 수행한다고 한다. 엄지손가락이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렇다 해도 놀랍다. 그뿐만 아니라 젓가락질은 인간만의 고유한 행동이라고 한다. 침팬지의 경우 포크질이나 숟가락질을 할 수 있지만, 젓가락질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아시아권의 경우 쌀을 먹는 나라들이 많은데, 그중에도 단연 우리가 젓가락을 사용하는 이유에는 환경적 영향도 있다. 인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나라들의 경우 쌀의 품종이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끈끈하고 찰진 쌀을 먹기에 젓가락 문화가 발전했다. 반면, 동남아권의 경우 쌀이 찰기가 없다. 인도의 경우 젓가락 문화보다 손가락을 사용하는 이유가 쌀보다 난이 주식인 문화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우리의 젓가락 문화를 통해 우리 문화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게 알아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제는 저자의 한국인 이야기에 대한 저서를 만날 수 없어서 마냥 아쉽기만 하다. 그럼에도 두 권의 한국인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