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구애 - 2011년 제42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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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생활의 불확실성과 톱니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

여느 단편 소설과 같이 '산책'이란 글도 몇 안되는 등장인물과 일상적인 일들로 이루어져 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 임신한 아내와 소도시로 근무지를 옮기고 그곳에서 개와 멧돼지가 등장하고 숲에서 헤매다 문득 서울 생활을 동경한다. 글 속에는 필자가 숨겨놓은 보물을 있어 나는 오늘도 보물을 찾아보았다. 사나운 멧돼지 소리, 어둠 속, 툭하면 우는 임신한 아내, 하루살이들이 공격, 물컹한 짐승, 음침, 어두운 밤, 암흑, 통곡, 저승길, 사신, 한기, 신음, 먹구름, 차가운 공기, 무덤, 무거워진 눈 등등. 주인공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거의 잿빛이나 흙빛이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생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살고자 했지만 '불안'감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불어나는 것을 경험한 주인공은 다시 숨이 턱턱 막히는 서울 생활을 그리워한다는 설정으로 필자는 물레 방아처럼 무한히 반복되고 불안성의 곳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필자는 다니던 회사를 퇴직 후 바로 <저녁의 구애>를 쓰기 시작했다고 하며 약간의 불안정한 상태였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또한 프랑스와 독일 소설을 많이 읽은 필자에게는 '불확실하고 무질서한 세계'를 잘 나타내 준 카프카의 영향이 컸다는 것을 이번 기회로 알게 되었다.

한 치 앞도 못 보는 인생이라는 노래 가사가 있듯이 '우리는 하얀 도화지에 매일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는 게 아닌가'하는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그렇지만 대지에 발을 굳게 디디고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해준 편혜영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2020..1.20.월


인공이란 걸 의식할 수 없었으므로 그에게는 자연이나 다름없었다. 매연이 섞인 공기,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진 수종이 같은 가로수, 빌딩 숲 사이로 올려다보는 하늘 따위가 그가 자라면서 경험한 자연의 대부분이었다. 푸른 하늘과 청명한 공기, 광활하고 너른 평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따위는 애당초 그의 삶과 관계없는 것이었다. 그는 이제껏 검은 하수가 흐르는 단단한 아스팔트, 밤이면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흥건한 건물의 도시 골목, 매연을 뿜으며 날쌔게 달리는 택시의 불빛 같은 것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는 무겁게 침묵하고 차가운 공기를 내뿜고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나무로 가득 찬 숲과 그 숲을 품은 소도시가 싫어졌다. 모든 길을 감추는 숲에 비하면 한눈에 모든 길이 훤하게 들어오는 도시는 그야말로 천국에 가까웠다. p.146-147



• 124-126
아내는 임신 중이어서 무척 예민해져 있었고 자신과 뱃속 아기의 고통에 무심하다며 툭하면 울음을 터트렸다. 그런 와중에 그는 지방으로 발령이 났고 아내도 찬성한다.

• 127
아내가 자고 있는 사이 산책을 나오는 데 하루살이들의 등쌀에 숲으로는 산책을 가지 않는다.

• 118-134
시골집은 전 지사장의 모친이 임대업을 하고 있어 111번지로 얻게 되었는데 집을 못 찾다가 지사장이 전화로 109번지 문을 통과해야 나온다고 한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 개가 달려 들었고 그는 놀란 아내를 진정시킨다. 109번지 지하를 지나자 3층 건물의 111번지가 나타난다. 다소 음침해 보였지만 아내는 만족을 한다. 그런데 아까 그 큰 개가 따라다녔고 짖는 소리에 불면이 시작되어 서너 시간 잠을 잔다.

• 134-135
이사 오던 날 울던 멧돼지가 다시 울었고 아까 그 개는 놀라 삼층에 살고 있는 우리 집으로 와서 낮게 으르렁 거린다.

• 136-139
서류를 정리하는 중에 아내는 개가 짖는 소리에 언제 퇴근하냐며 엉엉 통곡하기 시작했고 그는 외출 신청서를 제출한다. 한숨 푹 자고 싶어 한다.

• 140-147
그는 개와 함께 약수터가 있는 산책로를 들어선다. 어두워졌을 때 그는 검은 비닐봉지에서 고깃덩어리를 꺼내 개에게 주었고 그것을 먹은 개는 토하고 설사를 한다. 끙끙거리는 개를 두고 그는 숲으로 계속 돌아다니다 먹구름을 낀 하늘을 보게 된다. 이윽고 하루살이들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며 거기 누구 없느냐고 크게 소리치지만 적막만이 감돈다. 이 와중에 그는 서울 생활을 동경하며 천국 생활과 견준다.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와서 전화도 못 한다.

• 147-149
어디선가 낯선 소리를 듣게 되는데 멧돼지 소리였고 죽어가는 개의 소리도 듣는다. 갑자기 기침이 나고 걸음을 재촉하는 중에 달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죽은 개를 발견하고 한기를 느낀다. 이에 담배를 꺼내다 집 열쇠를 잃어버리고 담배만 피워댄다. 라이터 불꽃 주위로 벌레들이 몰려들고 라이터를 관목 숲으로 던진다. 하나 이때 잠이 몰려온다. 자꾸 눈이 감기고 시커먼 어둠이 그를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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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구애 - 2011년 제42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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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한 구애?🌲

등장인물들과 상황은 단촐하다. 직장을 다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에 사직서를 냈고 지금 병상에 누워있는 한 어른의 추천으로 다른 사업체에 다닐 수 있었는데 10년도 훨씬 지난 직장 동료 그렇다고 절친도 아니었던 친구에게 그 어른이 곧돌아가실 것 같으니 화환을 보내달라는 황당한 전화를 받게된다. 이때 한 여자가 등장하는 데 그 여자는 '김'이라는 주인공을 알뜰하게 사랑한다. 그러나 김은 마음을 쉽사리 주지않고... 장례식장에 가는 과정과 장례식장에서 한 사고를 목격하게 되고 김은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하게 된다. '저녁의 구애'



김은 과거에 은혜를 입은 그 어른에 대해 온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장례식장에 거의 와서 우동집에 들른 것. 물론 크게잘못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무정하게 대했던 여자에게 지진이 일어나는 지역에서의 불안감으로 얼떨결에 고백을 한다. 누구나 김의 입장이 되면 그렇게 행동할 수 도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조용히 나즈막히 우리의 내면을 살펴보라고 한다. 자극적인 단어나 훈령조의 문체도 없지만 천천히 그러나 깊이 입장을 전달한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로 나의 마음속의 한 부분을 건드려준 편혜영 님에게 감사드린다.
2020.1.18.토

마지막으로 본 것이 10년 넘는 친구에게서 화환을 주문한 사람은 '김'의 친구(p37)였는데, '김'이 아는 어른의 아프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친구는 "네게 화환을 부탁해"(p38)하며 비용문제를 흥정하는 것이 매정하다는 생각에 '김'은 전화를 끊었다. '김'이 사직서를 내고 실직상태 였을 때 다른 도시의 사업체에 소개해 주신 분이 혼수상태라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 다고 친구가 말했다.(p41)

남쪽으로 830km 떨어진 곳에 장례식장이 있었고(p41), 김은 "키가 작은 것이 돌아가신 아버지 탓이라고 생각했는 데 나중에 오해임을 깨다게 된다.(p43) 출발하려고 시동을 걸었을 때 '여자'와의 약속을 깨닫고 취소 전화를 하는데 , 김에게 마음이있는 그녀는 작은 선물도 하곤 했으나 왠일인지 그는 그녀에게 마음이 열지 않는다.(p45)

남쪽으로 120킬로미터 정도에서 마라톤으로 정체가 되고,(p45) 병원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가 오는 데 김은 병원으로 가지 않고 시가지로 가 우동을 먹는다. '그에게 탄생은 지나간 일이었고 소멸은 먼 미래의 일이었다.'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것은 어쩌지 못하는 사이 모두에게 닥치는 일이었다. 그러니 두려울 게 없었다. 모두 무사한데 자신에게만 불운이 닥치는 것, 김이 생각하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p51)

장례식장에 도착한 김은 여자에게서 전화를 받는 데 냉담하게 대응하고 마는데 실은 여자에게 많은 위안과 온기를 얻은 것은 사실이었고(p54), 어느 분이 돌아가시어 지방에 왔다는 말에 여자는 농담이라고 생각한 듯 웃음을 터뜨린다.(p55) 어둠이 어른의 숨처럼 천천히 내려앉고 있었는데 누군가 담뱃불을 빌려달라고 했고 얼마후 여자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언제 오냐며 여자는투덜거리고 도로옆에서 담배피고 있는 중에 마라토너를 지켜보게 되고,(p58) 잠시 후 한 트럭이 가드레일에 부딪혀 차는 화염에 휩싸이게 된다. 그 사이 김은 경찰이나 구급대원, 병원의 응급센터에 전화를 거는 대신 여자에게 전화를 걸고 불쑥 사랑을 고백한다.(p60)

모든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지진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으며 주민들은 지진 발생 시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지도를 부적처럼 품고 다니는 도시에 있어서인지 김은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말을 여자에게 계속 하고 있었다.(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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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01-19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이 나오지 않고 성만 ‘김‘으로 나오는 인물이 주인공인가요. 이름없이 성만 등장하니까 조금 다른 느낌이네요. 아마도 작가의 의도가 있겠지요.
초록별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초록별 2020-01-19 14:45   좋아요 1 | URL
네~~^^ ‘김‘이 주인공입니다..
 
명화 300선 & 화가와 화파 - 반드시 알아야 할
쉬리원과 예술기획팀 지음, 이정은 옮김 / 꾸벅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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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시절에 그림을 너무 잘 그려 외부 상도 많이 받은 절친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불조심, 방공 포스터 등등 그림대회가 많았다. 제출 몇 칠 전부터 친구 몇 명과 그 친구 집에서 합숙을 했다. 포스터는 스케치와 색깔 정해지면 누구나 쉽게 그릴 수 있었다. 그 친구가 그려준 밑그림에 색깔을 칠하고 제출하곤 했다. 덕분에 나는 특선, 가작, 입선 등등 상장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 매우 부도덕한 일을 했다는 기억에 간간이 고개가 숙여진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친구들과 함께 직접 카드를 만들어 노상에서 판매를 했고 그 돈으로 크리스마스이브엔 집에서 맥주 파티도 했다. 지금 그 친구는 홍대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림에 대해선 문외한이라 전시회 가 본 기억이 많지 않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그림을 알고 싶어 하는 본능이 가끔 고개를 든다. 이번에 포스팅할 책은 '명화 300선'이란 화집인데 다른 책과는 다른 점이 있어 소장하고 있다.

300점의 그림과 함께 그 그림이 그려진 시대적 상황과 그림에 대한 설명이 함께 실려있어 그림을 이해하기 쉽고 역사적 사실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더불어 화가의 의도를 글 마지막에 새겨 넣었다.

​가끔 여유 있을 때 또는 바쁠 때 간단하게 펴 볼 수 있는 책을출판해준 꾸벅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2020.1.18.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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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8 1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왜 책읽기가 힘들까? - 당신의 편견을 깨는 생각지도 못한 독서법
도야마 시게히코 지음, 문지영 옮김 / 다온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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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책을 난독하며 읽을 때
머리에서 화학작용이 발생한다.
이런 정신적 화학작용이 융합되어 뜻하지 않는
세렌디피티(뜻하지 않은 행운)가 생겨난다.
-이재범-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 중에 제목에 이끌려 책을 대여하고 읽어보았다. 내가 '책읽기가 어렵다'는 의식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제목이 전부가 아님을 이내 알게 되었다. 실용서이므로 목차의 큰 제목만 읽어도 될 듯 하여 나열하였다. 한 사람을 만나면 하나를 배우고 책 한 권을 읽으면 하나의 메시지를 얻을 수 있듯 이 책에서는 '난독'이란 단어가 두드러졌다. 나 또한 읽은 책들을 보면 대부분이 문학에 치우쳐 있음을 알게 된다. 편식이 몸에 좋지 않듯 편독도 좋지 않다는 것을 재삼 깨닫게 해주신 도야마 시게히코와 번역해주신 문지영 님께 감사를 드린다.
2020.1.17.금

<1장 책은 선물하는 것이 아니다>
공짜로 받은 책은 재미가 없다. 오히려 직접 구매한 책에서 감동하는 경우가 많고(p19), 먼 관계의 사람은 성향을 잘 알 수 없어 불안할 때도 많지만 기쁨, 새로움 등은 그러한 불안에서 탄생한다.(p20) 또한 좁은 전문 분야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제대로 된 서평을 쓰기에 한계가 있다.(p25)

<2장 좋은 책이 외면당하는 이유>
'책은 왜 읽는가?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 도대체 어떤 책이 재미있는가?(p51)

<3장 알 때까지 읽는다?>
필자는 "난해한 문장에 겁먹지 마라"라고 하며 "끝까지 읽다 보면 사물의 도리나 진리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p60)더불어 "완벽하게 이해"는 없으니 몇 번이고 읽을 것을 주문한다.(p64)

<4장 박학다식한 바보를 만드는 독서법>
읽으면 읽을수록 우수한 사람이 되리라 착각하며, 실제로 박학다식하게는 될 수 있지만 그에 반해 머릿속이 공허해진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다.

<5장의미를 해체하는 읽기 속도>
단어를 천천히 읽으면 정보성이 높아지지만 빨리 읽으면 지적인 느낌이 강해진다.(p91) 책은 바람과 같은 빠른 속도로 산뜻하게 읽어야지만 비로소 재미있는 의미를 털어놓는다. 책은 바람과 같이 읽어야 좋다.(p99)

<6장 익숙한 독서는 위험하다>
다양한 장르의 책에 흥미를 가져보자. 한 가지의 전문 분야에 몰두하다 보면 '전문 바보'가 될 우려가 있지만 난독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p 113) 난독의 첫 시작은 신문, 잡지가 좋겠다고 하며,(p114) 표제어로 기사 내용을 추측하는 것은 굉장한지적 작업으로 두뇌활동을 좋게 하는 효과도 크다.(p115)

<7장 난독이 선물하는 뜻밖의 발견>
난독이 아니고서는 세렌디피티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p133)

<8장 언어의 흐름을 살려야 의미가 산다>
하나하나 독립된 말에 속도를 붙여 읽으면 앞 단어의 잔상이 작용을 일으켜 다음 단어와의 사이에 있는 공백을 메워 연결된 흐름이 생겨난다.(p144)

<9장 작가와 작품을 절대시 하지 마라>
있으면 좋은 조건들로부터는 멀어지고 불리한 곳에서 노력하는 편이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p168)

<10장 글을 새롭게 하는 힘, 에디터십>
단독으로는 좀처럼 재미있지 않았던 글에 그 글과는 대조적인글을 나란히 두거나 하면 새로운 맛이 나고는 했다.(p178)

<11장 모국어가 지배하는 독서의 발견>
세상 물정에 밝은 사람은 드문드문 흩어져 있는 것들을 적절하게 연결하여 말하지 않은 부분의 의미까지도 이해한다. 바로 이러한 점이 언어가 가진 흥미로움이라 할 수 있다.(p192)

<12장 '고전'이라 불리는 생명력>
고전은 작가 혼자서는 탄생할 수 없으며 후세의 수용에 의해 완성되는 듯하다. 절대적 작가라는 개념은 고전에 관한 한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p208)

<13장 난담이 두뇌를 깨운다>
중국인은 그 옛날 귀가 눈보다도 고도의 지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하다. 총명의 총은 귀의 현명함을 명은눈의 현명함을 뜻하는데 명한 것보다는 총함을, 즉 귀를 더 중요시했다.(p225)

<14장 기억만큼 망각도 중요하다>
인간은 지식으로 현명해질 수 있지만, 망각을 통해 지식으로는불가능한 사고를 활발하게 작용시킬 수도 있다.(p245)

<15장 산책하듯 읽는다>
"나의 두뇌는 걷지 않으면 잠들어버린다." - 몽테뉴<수상록>중
나는 만보기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매일 1만 2천 보 정도를 목표로 자유롭게 걸었다. 나이가 들면서 산책을 좀 줄이기는 했지만 지금도 8천 보 이상은 걷는다.(p259)

<16장 아침과 함께 깨어나라>
아침부터 하루가 시작하는 생활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문화의 지속성을 설명하는 데 있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저녁형 인간이 전통적, 아침형 인간이 진보적이었다는 말이다.(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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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록웰 켄트 그림, 황유원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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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함께 읽기🌲

작년 가을 자칭 모비 딕 전도사라고 하신 조규형 교수님의 모비 딕 강의를 들었다. 그 분의 모비 딕에 대한 사랑은 대단했다.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LP나 CD를 모으 듯 그 분은 모비 딕에 관한 각국의 원서들은 상당수 수집한 사진을 보여 주셨는데 과연 모비 디 광팬임이 입증되었다. 그래 이번 겨울에 꼭 읽어보라고 몇 번이나 당부하셨는 데 마침 모비 딕 함께 읽는 모임이 급조되어 카톡으로 단상을 서로 교환하기에 이르렀다. 함께 가면 먼 길을 갈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14일에 완독할 수있었다.

1월 1일부터 새벽에 2시간씩 읽으며 신나는 항해를 했다. 과연 모비 딕은 명작 중의 명작이었다. 철학, 심리학, 문학, 해양학, 종교 등등 각종 장르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튀어 나와 긴박감이 계속 이어졌다. 모비 딕이라는 향유고래를 통해 ‘신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느꼈고 에이해브 선장의 지칠 줄 모르는 집요함과 인간내면의 복수심, 악 그리고 다른 인종과의 유대관계에서 화자인 ‘이슈메일‘과 이교도인 ‘퀴퀘그‘의 우정을 통해 인종문제를 부각시킨 점이 두드러진다. 884페이지에 달하는 그것도 다양한 분야의 글을 읽으며 멋진 항해를 했던 것 같다. 선원의 경험으로 인간의 심리와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써내려느라 고생하신 허먼 멜빌과 번역해주신 황유원 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20.1..16.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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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슈미얼로 불러달라. (중략) 나는 조용히 배에 오른다. 놀랄 일은 아니다. 바다를 알게 되면 신분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언젠가는 바다에 대해 나와 비슷한 감정을 품게 될 테니까. (p35)


하지만 지고의 진리, 신처럼 광대무변한 진리는 오로지 망망대해에만 존재한다. 따라서 설령 바람이 불어가는 쪽 해안이 안전한 곳이라 할지라도, 그곳에 불명예스럽게 내동댕이쳐지기보다는 으르렁대는 무한의 바다에서 목숨을 다하는 편이 낫다!(p187)


인간의 광기는 하늘의 제정신이며, 모든 인간적 이성에서 멀리 벗어날 때에야 마침내 인간은 이성의 기준에서는 터무니없고 미친 듯 보이는 천상의 사고에 도달하게 되는 법이다. 그리하여 행복할 때나 불행할 때나 신과 같이 태연하고 무심해지는 것이다.(p637)


지혜가 곧 비애일 때도 있지만, 비애가 곧 광기일 때도 있다. - ˝모비 딕은 멜빌이 솔로몬과 그리스도에게서 배운 예지와 비애 그리고 우리들의 비겁함이 ‘광기‘라고 부르는 것을 기반으로 쓰였다˝라고 말했다.(p650)


우리는 그 주제의 크기만큼이나 확장된다. 웅장한 책을 쓰려면 반드시 웅장한 주제를 택해야 한다. 벼룩에 대한 책을 쓰려고 시도해본 이들이 많겠으나, 그 주제로는 결코 불후의 명작을 쓸 수 없다.(p696)


그때도 에이해브의 편집광적인 마음속에는 지금 겪고 있는 모든 고통과 괴로움은 과거의 불행에서 직접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어김없이 떠올랐다.(중략) 기쁨과 슬픔 사이에는 여전히 불평등이 존재하는 듯하다. 왜냐하면 에이해브가 생각하기에, 세속에서 느끼는 가장 큰 행복이라 할지라도 그 속에는 무의미한 하찮음이 도사리고 있지만, 마음속 모든 슬픔의 밑바닥에는 신비로운 의미가 도사리고 있고, 어떤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곳에 대천사의 장엄함이 도사리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중략) 신들 자신도 늘 기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해야 한다. 인간의 이마에 새겨진 지워지지 않는 슬픔 모반은 그것을 새긴 신들의 슬픔을 보여주는 흔적일 뿐이다.(p708-709)


다리 치수라! 좋아. 뭐, 처음 해보는 일도 아닌데. 그래! 거기야. 거기 손가락을 대고 있게.(중략) 바이스가 꽉 움켜쥐는 느낌을 한 번 더 느껴보게 해주게.(중략) 이 미끌미끌하고 믿을 수 없는 세상에서 무언가가 꽉 붙드는 기분을 느껴본다는 건 좋은 일이지.(p716)


˝오오! 에이해브.˝ 스타벅이 소리쳤다. ˝셋째 날인 오늘, 바로 지금이라도 얼마든지 관둘 수 있어요. 보세요! 모비 딕이 당신을 쫓고 있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선장님, 바로 당신이 모비 딕을 미친 듯이 쫓고 있는 겁니다.(p872)



작살이 던져졌다. 작살을 맞은 고래는 앞으로 날듯이 헤엄쳐 갔고, 밧줄은 불붙을 듯한 속도로 홈을 따라 풀려나가다 그만 엉키고 말았다. 에이해브는 엉킨 밧줄을 풀기 위해 몸을 구부렸다.(중략) ˝아니, 배는? 이런 세상에, 배가 어디로 사라진 거지?˝ 이윽고 그들은 시야를 흐리는 아련한 물안개 사이로 비스듬히 기운 채 사라져가는 피쿼드 호의 환영을 보았다.(중략)에이해브의 배는 사탄처럼 천상의 생명을 일부라도 끌고 와 투구처럼 쓰기 전까지는 지옥으로 가라앉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고는 모든 것이 무너져내렸고, 거대한 수의 같은 바다는 오천 년 전에 넘실거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그 바다에서 넘실대고 있었다.(p879-880)


<에필로그>

연극은 끝났다. 그렇다면 여기서 누군가가 무대 위로 나서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 난파선에서 한 사람이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파르시가 사라진 후, 에이해브가 지휘하는 보트의 뱃머리 노잡이 자리는 공석이 되었고, 우연히도 운명의 여신들은 그 자리를 나에게 넘겨주었다.(중략) 그 거대한 부력 덕분에 물속에서 아주 힘차게 솟아오른 관으로 된 구명부표가 바다 위로 길게 솟구쳤다가 아래로 떨어져서는 내 곁을 둥둥 떠갔다. 나는 그 관을 붙든 채 꼬박 하루 낮과 밤 동안 부드러운 장송곡 같은 대양 위를 떠다녔다.(중략) 이틀째 되는 날, 어느 배 한 척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더니, 마침내 나를 바다에서 건져주었다. 그것은 정도에서 벗어난 항해를 이어가던 레이철호였다. 잃어버린 아이들을 찾아왔던 길을 되짚어가다가 엉뚱한 고아만 찾고 만 것이다.(p883-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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