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록웰 켄트 그림, 황유원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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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함께 읽기🌲

작년 가을 자칭 모비 딕 전도사라고 하신 조규형 교수님의 모비 딕 강의를 들었다. 그 분의 모비 딕에 대한 사랑은 대단했다.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LP나 CD를 모으 듯 그 분은 모비 딕에 관한 각국의 원서들은 상당수 수집한 사진을 보여 주셨는데 과연 모비 디 광팬임이 입증되었다. 그래 이번 겨울에 꼭 읽어보라고 몇 번이나 당부하셨는 데 마침 모비 딕 함께 읽는 모임이 급조되어 카톡으로 단상을 서로 교환하기에 이르렀다. 함께 가면 먼 길을 갈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14일에 완독할 수있었다.

1월 1일부터 새벽에 2시간씩 읽으며 신나는 항해를 했다. 과연 모비 딕은 명작 중의 명작이었다. 철학, 심리학, 문학, 해양학, 종교 등등 각종 장르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튀어 나와 긴박감이 계속 이어졌다. 모비 딕이라는 향유고래를 통해 ‘신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느꼈고 에이해브 선장의 지칠 줄 모르는 집요함과 인간내면의 복수심, 악 그리고 다른 인종과의 유대관계에서 화자인 ‘이슈메일‘과 이교도인 ‘퀴퀘그‘의 우정을 통해 인종문제를 부각시킨 점이 두드러진다. 884페이지에 달하는 그것도 다양한 분야의 글을 읽으며 멋진 항해를 했던 것 같다. 선원의 경험으로 인간의 심리와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써내려느라 고생하신 허먼 멜빌과 번역해주신 황유원 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20.1..16.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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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슈미얼로 불러달라. (중략) 나는 조용히 배에 오른다. 놀랄 일은 아니다. 바다를 알게 되면 신분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언젠가는 바다에 대해 나와 비슷한 감정을 품게 될 테니까. (p35)


하지만 지고의 진리, 신처럼 광대무변한 진리는 오로지 망망대해에만 존재한다. 따라서 설령 바람이 불어가는 쪽 해안이 안전한 곳이라 할지라도, 그곳에 불명예스럽게 내동댕이쳐지기보다는 으르렁대는 무한의 바다에서 목숨을 다하는 편이 낫다!(p187)


인간의 광기는 하늘의 제정신이며, 모든 인간적 이성에서 멀리 벗어날 때에야 마침내 인간은 이성의 기준에서는 터무니없고 미친 듯 보이는 천상의 사고에 도달하게 되는 법이다. 그리하여 행복할 때나 불행할 때나 신과 같이 태연하고 무심해지는 것이다.(p637)


지혜가 곧 비애일 때도 있지만, 비애가 곧 광기일 때도 있다. - ˝모비 딕은 멜빌이 솔로몬과 그리스도에게서 배운 예지와 비애 그리고 우리들의 비겁함이 ‘광기‘라고 부르는 것을 기반으로 쓰였다˝라고 말했다.(p650)


우리는 그 주제의 크기만큼이나 확장된다. 웅장한 책을 쓰려면 반드시 웅장한 주제를 택해야 한다. 벼룩에 대한 책을 쓰려고 시도해본 이들이 많겠으나, 그 주제로는 결코 불후의 명작을 쓸 수 없다.(p696)


그때도 에이해브의 편집광적인 마음속에는 지금 겪고 있는 모든 고통과 괴로움은 과거의 불행에서 직접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어김없이 떠올랐다.(중략) 기쁨과 슬픔 사이에는 여전히 불평등이 존재하는 듯하다. 왜냐하면 에이해브가 생각하기에, 세속에서 느끼는 가장 큰 행복이라 할지라도 그 속에는 무의미한 하찮음이 도사리고 있지만, 마음속 모든 슬픔의 밑바닥에는 신비로운 의미가 도사리고 있고, 어떤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곳에 대천사의 장엄함이 도사리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중략) 신들 자신도 늘 기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해야 한다. 인간의 이마에 새겨진 지워지지 않는 슬픔 모반은 그것을 새긴 신들의 슬픔을 보여주는 흔적일 뿐이다.(p708-709)


다리 치수라! 좋아. 뭐, 처음 해보는 일도 아닌데. 그래! 거기야. 거기 손가락을 대고 있게.(중략) 바이스가 꽉 움켜쥐는 느낌을 한 번 더 느껴보게 해주게.(중략) 이 미끌미끌하고 믿을 수 없는 세상에서 무언가가 꽉 붙드는 기분을 느껴본다는 건 좋은 일이지.(p716)


˝오오! 에이해브.˝ 스타벅이 소리쳤다. ˝셋째 날인 오늘, 바로 지금이라도 얼마든지 관둘 수 있어요. 보세요! 모비 딕이 당신을 쫓고 있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선장님, 바로 당신이 모비 딕을 미친 듯이 쫓고 있는 겁니다.(p872)



작살이 던져졌다. 작살을 맞은 고래는 앞으로 날듯이 헤엄쳐 갔고, 밧줄은 불붙을 듯한 속도로 홈을 따라 풀려나가다 그만 엉키고 말았다. 에이해브는 엉킨 밧줄을 풀기 위해 몸을 구부렸다.(중략) ˝아니, 배는? 이런 세상에, 배가 어디로 사라진 거지?˝ 이윽고 그들은 시야를 흐리는 아련한 물안개 사이로 비스듬히 기운 채 사라져가는 피쿼드 호의 환영을 보았다.(중략)에이해브의 배는 사탄처럼 천상의 생명을 일부라도 끌고 와 투구처럼 쓰기 전까지는 지옥으로 가라앉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고는 모든 것이 무너져내렸고, 거대한 수의 같은 바다는 오천 년 전에 넘실거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그 바다에서 넘실대고 있었다.(p879-880)


<에필로그>

연극은 끝났다. 그렇다면 여기서 누군가가 무대 위로 나서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 난파선에서 한 사람이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파르시가 사라진 후, 에이해브가 지휘하는 보트의 뱃머리 노잡이 자리는 공석이 되었고, 우연히도 운명의 여신들은 그 자리를 나에게 넘겨주었다.(중략) 그 거대한 부력 덕분에 물속에서 아주 힘차게 솟아오른 관으로 된 구명부표가 바다 위로 길게 솟구쳤다가 아래로 떨어져서는 내 곁을 둥둥 떠갔다. 나는 그 관을 붙든 채 꼬박 하루 낮과 밤 동안 부드러운 장송곡 같은 대양 위를 떠다녔다.(중략) 이틀째 되는 날, 어느 배 한 척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더니, 마침내 나를 바다에서 건져주었다. 그것은 정도에서 벗어난 항해를 이어가던 레이철호였다. 잃어버린 아이들을 찾아왔던 길을 되짚어가다가 엉뚱한 고아만 찾고 만 것이다.(p883-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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