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탄생 - 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외 지음, 박종성 옮김 / 에코의서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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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매일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생각의 파편들에 대해서 숙고하는 일은 많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류사를 놓고 보자면 학문의 각 분야에서 명성을 드러낸 사람들의 공통적인 것은 '창조적 사고'라고 해도 무방하다. 구체화되기 이전 첫 단계는 생각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럼 생각이란 무엇이고 생각은 어디서 어떻게 떠오르는 것인가.

■ 창조적 사고를 이끄는 생각도구 13가지
이 책의 핵심은 '창조적으로 생각하기'이다. 먼저 창조적 사고의 본질을 이해하고 창조적으로 사고함으로써 새로운 방식으로 지식을 재통합할 것을 말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창조적 사고로 두각을 나타냈던 과학자, 인문학자, 예술가, 공학 기술자 들의 사고 기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 마음에 남는 글...
1. 나는 책을 읽을 때 등장인물에 완전히 감정이입하고 했다. 때로는 나 자신을 잊고 그들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 때도 있었다. - 버지니아 울프 -

2. 모든 지식은 관찰에서 시작된다. 예리한 관찰자들은 모든 종류의 감각정보를 활용하며, 위대한 통찰은 모든 사물에 깃들어 있는 매우 놀랍고도 의미심장한 아름다운을 감지하는 능력에 달렸다.

3. 진정한 의미에서 추상화란 불필요한 부분을 도려내가면서 사물의 놀라운 본질을 드러나게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4. 모든 것은 우리 머리의 어딘가에 해부학적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를 불러내고 재연하는 훈련을 통해 나는 지금의 나보다 열 배는 더 영민해진다.

5. 작가는 묘사하는 있는 인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그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의 감각으로 세상을 느껴야 한다. - 알퐁스 도데 -

6. 대나무을 그리려면 먼저 대나무가 내 속에서 자라나게 해야 한다. 손에 붓을 쥐고 눈으로 집중을 하면, 그림이 바로 내 앞에 떠오른다. 그러면 그것을 재빨리 잡아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냥꾼을 본 토끼처럼 그림이 잽싸게 사라진다. - 소동파 -

7. 과학자는 우주의 한 점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고, 시인은 시간의 한 점에서 일러나는 모든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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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밥도둑
황석영 지음 / 교유서가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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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종원도 따라 하는 황석영의 요리열전
요즘은 TV를 거의 시청하지 않는다. 즐겨보는 것은 아침, 저녁 뉴스, 수요일에 하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다. <골목식당>은 말 그대로 골목 사이사이에 자리 잡은 아담한 장소이다. 중간중간 백종원의 요리 시범에 감탄을 짓기도 한다. 그런데 바로 그도 놀라워할 셰프가 있었으니 바로 황석영이다.

제목이 밥도둑이라 국내외 여행하면서 만났던 음식에 대한 평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몇 장을 넘기고 나니 나의 짐작은 저만치 도망갔다. 몇 개월 전에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서 김훈은 라면 끓이기의 달인이라고 개인적으로 인정한 적이 있다. 그러나 황석영의 음식에 관한 내공은 말을 잇지 못한다. 목차에서 알 수 있듯이 군대 시절의 닭서리부터 사랑하는 사람과의 식사,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들, 유럽을 돌아다니며 맛보았던 서양 요리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향토 음식들을 맛깔나게 풀어나갔다. 오늘 새벽에 일어나 읽기 시작했는데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하고 때로는 미소가 지어지게 하는 책이었다. 어떤 요리법은 직접 해보고 싶었다.

■ 감상
이 책을 읽고 나니 나에게도 잊지 못할 요리가 새록새록 생각났다. 서울 신설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1학년이니 점심 도시락을 없이 4교시면 집에 왔다. 막 점심시간이었다. 출출한 상태로 집에 오면 외할머니께서 연탄불 위에 생꽁치에 굵은소금을 뿌려 구우신 후 찬물에 밥을 말고 내가 밥을 수저로 뜨면 할머니께서 생선가시를 발라 내 숟가락에 올려주셨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할머니가 구워주신 꽁치의 냄새와 맛이 또렷이 기억난다. 또 한 가지는 막내 이모의 동치미다. 겨울방학 때 이모집에 놀러 가면 청국장과 동치미를 꼭 내오셨다. 그 맛을 잊지 못해 지금도 겨울이면 누나가 청국장을 해주시고 아내가 동치미를 담가 주는데 그 맛은 안 난다.

■ 음식을 먹는 것은 추억을 먹는 것이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매일 적어도 2-3번의 식사를 하게 된다. 그 음식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음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음식을 먹는 행위는 단지 음식만을 먹는 것이 아니고 추억을 함께 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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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04-15 2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통해 좋았던 기억을 다시 생각하셨군요. 음식에는 그런 특별한 기억이 있는 것 같아요. 금방 생각나지는 않지만, 제게도 있을거예요. 그렇지만 그런 느낌을 잘 전달하는 글을 쓰기는 어려운 일 같습니다.
초록별님, 휴일 잘 보내셨나요. 편안한 하루 되세요.^^
 
필경사 바틀비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허먼 멜빌 지음, 공진호 옮김, 하비에르 사발라 그림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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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비 딕>의 저자 허먼 멜빌의 단편소설 <필경사 바틀비>​
2개월전 <모비 딕>을 12회에 나누어 읽었다. 작년 모비 딕 전공자이신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800여 페이지의 책을 꾸준히 읽어나갔다. 선원의 경험이 있다고 하지만 선원들, 배, 고래잡이 등의 묘사는 섬세함의 극치였고 고래와 항해에 대한 지식은 방대했다. 그 여운을 안고 그의 단편소설 <필경사 바틀비>를 만났다.

주요 인물은 화자(나)는 변호사이고, 직원은 50세 후반의 터기. 오전엔 정상적이었다가 오후만 되면 비정상적으로 돌변하다, 니퍼즈는 오전엔 소화불량이지만 오후에는 일을 잘하고, 12살 소년 진저 넛이 있는데 법관이 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르지 않고 잔심부름을 한다. 월 거리의 변호사인 화자는 어느 날 새 직원을 채용하게 된다. 그의 이름이 바틀비이다. 주인공인 바틀비는 평소에는 차분하고 성실하게 일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 일을 시키는 느닷없이 "그렇게 안하고 싶습니다"를 말하며 일하는 것을 거부한다. 한 두번이면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그 빈도수가 많이지고 결국 통제 불능 상태까지 와서 해고하려 했지만 그것도 성사되지 않는다. 결국 화자 즉 변호사는 바틀비를 떼어 두고 다른 사무실로 이사를 가게 된다. 그 전 사무실 주인이 바틀비를 경찰에 신고하게 되고 감옥에 수감된다. 면회를 간 변호사에게 "식사를 안하고 싶습니다" 라고 말한다. 며칠 후 변호사는 교도소를 방문하게 되고 바틀비는 담옆에서 무릎을 웅크리고 차가운 돌에 머리를 갖다댄 채 누워 숨진다. 변호사는 그가 전에 워싱턴의 배달 불능 우편물 취급소에서 근무했다는 것이 알게 된다.

이 소설의 배경은 자본주의의 상징인 월가이다. 화려한 건물들로 즐비하지만 변호사 사무실은 사방이 거무칙칙한 높다란 벽돌벽으로 되어 있다. 또한 실내는 반투명유리 접이문이 사무실을 분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문은 변호사만 열 수 있게 되어있다. 그리고 변호사는 자본가들의 이익을 변호하는 인물이고 직원들은 화자의 명령에 따라 기계적을 필사만 한다. 이에 바틀비는 명령을 계속 거부하는 데 작가는 바틀비를 통해 자본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자로 묘사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자본주의 질서에 대한 저항이며 자본주의 대한 폐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짧은 글이지만 여운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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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 말 - 소박한 개인주의자의 인터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박완서 지음 / 마음산책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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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드러운면서도 날카로운, 평범하면서도 깊이있는 문체

지난 주에 박완서님의 <휘청거리는 오후 1,2>를 단숨에 읽었다. 평범한 일상 생활속에서 인간 내면의 속살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부드러운 단어들로 우리가 미쳐 깨닫지 못하는 소중한 것들은 하나하나 수면위로 들어나게 하여 정화시켜 준다.

'말' 시리즈가 있다. 내가 읽은 시리즈를 보면 <그림의 눈, 철학의 말>, <수전 손택의 말>, <보르헤스의 말>, <백영옥의 말>,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말이 칼이 될때> 등이다. 제목에 '말'이 들어간 책들은 작가들의 솔직한 속내를 한 걸음 더 들어가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이 책 <박완서의 말>도 예외는 아니었다.

23세에 결혼해서 자녀 다섯을 키우다가 마흔 살에 <나목>으로 등단한 작가 박완서. 작고하기 전까지 펜을 놓지 않았던 작가는 어려서 부터 소설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이 책은 맏딸 호원숙씨가 엮은 책으로 대담 형식으로 되었있어 읽기가 편하다. 시인 고정희, 정효구, 김경수 문학평론가, 소설가 공지영, 시인이며 수필가인 피천득 선생 등이 나온다. 서문에 고정희 시인의 말이 박완서 작가를 가장 잘 표현한 것 같다.

편안한가 하면 날카롭고
까다로운가 하면 따뜻하고
평범한가 하면 그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운 작가 - 시인 고정희

이 책을 통하여 작가 박완서의 내면 세계의 한 단면을 보면서 '은유'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핵심을 찌르는 단어들을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 툭툭 던져 놓으므로써 독자들이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문체는 사람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힘이 있다. 인터뷰 내용 중에 '중산층의 허위의식, 속물근성, 기회주의적 속성' 등이 작가가 던지는 화두가 아니었을까. 평범하게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자기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싶은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 기억하고 싶은 선생님 말씀들

- 편견과 고정관념이 무너질 때가 이미 지났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변화의 길을 늦춰서는 안되겠지요.(p.17)
- 사람에겐 감정적 독립이 가정 어려운 게 아닌가 하는 것이 내가 불행을 겪고 난 뒤의 생각입니다.(p.20)
- 나는 후배들에게 최소한 조급한 작가는 되지 말자라고 말해요.(p.31)
- 저는 중산층의 허위의식, 안이한 태고, 속물근성, 기회주의적 속성은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p67)
- 저는 이념이 먼저인 작가는 아니에요. 사람이 사람을 억압하는 사회가 싫은거죠.(p.89)
- 나는 무의식적으로 지나치는 법이 없어요. 뭐든 의식화해서 기억속에 챙겨두죠.(p.124)
- 남자들에 의해 왜곡되었거나 환상적으로 처리된 것에서 벗어나 실제 여성 모습을 드러내는, 여성 주체적인 소설이 바로 페미니즘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p145)
- 진보적인 여성 운동가들이 주장하는 여권 운동에 대해서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는 동조하지만 소설속에 너무 생경하게 드러나는 것은 좋아하지 않아요.(p.163)
- 인생에 귀하고 좋은게 얼마나 차고 넘치는지 그런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아요.(p.177)
- 죽음은 어차피 오는 것, 내 머리속에는 죽음에 대한 걱정은 없어요. -피천득-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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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쪼가리 자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1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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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과 악은 과연 분리될 수 있는가?
과연 완전한 선이 존재할까? 완전한 악은 어떤가? 동전의 양면처럼 선과 악은 늘 공존한다. 그 비율이 다를 뿐. 하루에도 마음속에서는 수많은 선과 악이 지나친다. 책을 읽다 보면 지극한 선을 상징하는 인물도 있고 지극한 악을 상징하는 인물도 나온다. 그런데 한 사람이 동시에 그런 모습을 한다.


등장인물부터 정리해본다.
주인공 메다르도 자작, 화자(나, 자작의 조카), 쿠르치오(하인), 세바스티아(유모), 트릴로니(의사), 피에트로키오도(목수), 파멜라(양치기 소녀), 갈라테오(나환자), 위그노 교도들(에제키엘레, 에시우) 등이다.

간단 줄거리...
메다르도 자작은 하인 쿠르치오와 함께 전쟁에 참가했다가 적의 포탄에 맞아 몸이 반쪽으로 되어 테랄바 영지로 귀향한다. 그 이후로 자작은 나쁜 반쪽으로 영지 주민들을 괴롭힌다. 파멜라라는 양치기 소녀와 결혼하기 위해 나쁜 자각과 착한 자작이 결투를 하게 되고 합체가 되어 테랄바 마을에 평화가 찾아온다는 내용이다.


살펴볼 내용...​
이탈로 칼비노는 한때 글이 써지지 않아 집의 다락방에 올라갔다가 옛날에 읽었던 동화책을 보고 이 소설을 착안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 이해하기 쉬운 용어나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다. 선악이란 추상적인 개념을 표현하고자 작가는 신체로 분리시켜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지선, 지악은 따로 구분될 수 없는 것이고 동전의 양면과 같아 불완전한 인간의 실체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내었다. 자작의 조카인 화자 '나'의 눈으로 삼촌의 일생을 담담하게 그려나감으로써 인간의 보편적 선과 악을 표현하고 있다.

매일 우리는 선과 악의 선택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그 선택의 기로에서 기준이 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중용, 중도 등 여러 잣대가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잣대는 무엇인가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다. 내일도 모래도 내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봐야겠다. 동화 모티브로 쓴 '우리의 선조들'이라는 3부작 중 나머지 두 작품 <나무 위의 남작>, <존재하지 않는 기사>에서 이탈로 칼비노의 또 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

" 그렇게 해서 모든 사람들이 둔감해서 모르고 있는 자신들의 완전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야. 나는 완전해. (...) 넌 온전한 두뇌들이 아는 일반적인 지식 외의 사실들을 알게 될 거야. 너는 너 자신과 세계의 반쪽을 잃어버리겠지만 나머지 반쪽은 더욱 깊고 값어치 있는 수천 가지 모습이 될 수 있지. 그리고 너는 모든 것을 반쪽으로 만들고 너의 이미지에 맞춰 파괴해 버리고 싶을 거야. 아름다움과 지혜와 정당성은 바로 조각난 것들 속에만 있으니까."
- 자작이 반쪽짜리 낙지를 쓰다듬으며, p.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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