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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 말 - 소박한 개인주의자의 인터뷰 ㅣ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박완서 지음 / 마음산책 / 2018년 7월
평점 :
■ 부드러운면서도 날카로운, 평범하면서도 깊이있는 문체
지난 주에 박완서님의 <휘청거리는 오후 1,2>를 단숨에 읽었다. 평범한 일상 생활속에서 인간 내면의 속살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부드러운 단어들로 우리가 미쳐 깨닫지 못하는 소중한 것들은 하나하나 수면위로 들어나게 하여 정화시켜 준다.
'말' 시리즈가 있다. 내가 읽은 시리즈를 보면 <그림의 눈, 철학의 말>, <수전 손택의 말>, <보르헤스의 말>, <백영옥의 말>,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말이 칼이 될때> 등이다. 제목에 '말'이 들어간 책들은 작가들의 솔직한 속내를 한 걸음 더 들어가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이 책 <박완서의 말>도 예외는 아니었다.
23세에 결혼해서 자녀 다섯을 키우다가 마흔 살에 <나목>으로 등단한 작가 박완서. 작고하기 전까지 펜을 놓지 않았던 작가는 어려서 부터 소설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이 책은 맏딸 호원숙씨가 엮은 책으로 대담 형식으로 되었있어 읽기가 편하다. 시인 고정희, 정효구, 김경수 문학평론가, 소설가 공지영, 시인이며 수필가인 피천득 선생 등이 나온다. 서문에 고정희 시인의 말이 박완서 작가를 가장 잘 표현한 것 같다.
편안한가 하면 날카롭고
까다로운가 하면 따뜻하고
평범한가 하면 그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운 작가 - 시인 고정희
이 책을 통하여 작가 박완서의 내면 세계의 한 단면을 보면서 '은유'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핵심을 찌르는 단어들을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 툭툭 던져 놓으므로써 독자들이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문체는 사람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힘이 있다. 인터뷰 내용 중에 '중산층의 허위의식, 속물근성, 기회주의적 속성' 등이 작가가 던지는 화두가 아니었을까. 평범하게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자기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싶은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 기억하고 싶은 선생님 말씀들
- 편견과 고정관념이 무너질 때가 이미 지났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변화의 길을 늦춰서는 안되겠지요.(p.17)
- 사람에겐 감정적 독립이 가정 어려운 게 아닌가 하는 것이 내가 불행을 겪고 난 뒤의 생각입니다.(p.20)
- 나는 후배들에게 최소한 조급한 작가는 되지 말자라고 말해요.(p.31)
- 저는 중산층의 허위의식, 안이한 태고, 속물근성, 기회주의적 속성은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p67)
- 저는 이념이 먼저인 작가는 아니에요. 사람이 사람을 억압하는 사회가 싫은거죠.(p.89)
- 나는 무의식적으로 지나치는 법이 없어요. 뭐든 의식화해서 기억속에 챙겨두죠.(p.124)
- 남자들에 의해 왜곡되었거나 환상적으로 처리된 것에서 벗어나 실제 여성 모습을 드러내는, 여성 주체적인 소설이 바로 페미니즘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p145)
- 진보적인 여성 운동가들이 주장하는 여권 운동에 대해서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는 동조하지만 소설속에 너무 생경하게 드러나는 것은 좋아하지 않아요.(p.163)
- 인생에 귀하고 좋은게 얼마나 차고 넘치는지 그런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아요.(p.177)
- 죽음은 어차피 오는 것, 내 머리속에는 죽음에 대한 걱정은 없어요. -피천득- (p.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