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쪼가리 자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1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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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과 악은 과연 분리될 수 있는가?
과연 완전한 선이 존재할까? 완전한 악은 어떤가? 동전의 양면처럼 선과 악은 늘 공존한다. 그 비율이 다를 뿐. 하루에도 마음속에서는 수많은 선과 악이 지나친다. 책을 읽다 보면 지극한 선을 상징하는 인물도 있고 지극한 악을 상징하는 인물도 나온다. 그런데 한 사람이 동시에 그런 모습을 한다.


등장인물부터 정리해본다.
주인공 메다르도 자작, 화자(나, 자작의 조카), 쿠르치오(하인), 세바스티아(유모), 트릴로니(의사), 피에트로키오도(목수), 파멜라(양치기 소녀), 갈라테오(나환자), 위그노 교도들(에제키엘레, 에시우) 등이다.

간단 줄거리...
메다르도 자작은 하인 쿠르치오와 함께 전쟁에 참가했다가 적의 포탄에 맞아 몸이 반쪽으로 되어 테랄바 영지로 귀향한다. 그 이후로 자작은 나쁜 반쪽으로 영지 주민들을 괴롭힌다. 파멜라라는 양치기 소녀와 결혼하기 위해 나쁜 자각과 착한 자작이 결투를 하게 되고 합체가 되어 테랄바 마을에 평화가 찾아온다는 내용이다.


살펴볼 내용...​
이탈로 칼비노는 한때 글이 써지지 않아 집의 다락방에 올라갔다가 옛날에 읽었던 동화책을 보고 이 소설을 착안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 이해하기 쉬운 용어나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다. 선악이란 추상적인 개념을 표현하고자 작가는 신체로 분리시켜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지선, 지악은 따로 구분될 수 없는 것이고 동전의 양면과 같아 불완전한 인간의 실체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내었다. 자작의 조카인 화자 '나'의 눈으로 삼촌의 일생을 담담하게 그려나감으로써 인간의 보편적 선과 악을 표현하고 있다.

매일 우리는 선과 악의 선택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그 선택의 기로에서 기준이 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중용, 중도 등 여러 잣대가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잣대는 무엇인가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다. 내일도 모래도 내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봐야겠다. 동화 모티브로 쓴 '우리의 선조들'이라는 3부작 중 나머지 두 작품 <나무 위의 남작>, <존재하지 않는 기사>에서 이탈로 칼비노의 또 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

" 그렇게 해서 모든 사람들이 둔감해서 모르고 있는 자신들의 완전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야. 나는 완전해. (...) 넌 온전한 두뇌들이 아는 일반적인 지식 외의 사실들을 알게 될 거야. 너는 너 자신과 세계의 반쪽을 잃어버리겠지만 나머지 반쪽은 더욱 깊고 값어치 있는 수천 가지 모습이 될 수 있지. 그리고 너는 모든 것을 반쪽으로 만들고 너의 이미지에 맞춰 파괴해 버리고 싶을 거야. 아름다움과 지혜와 정당성은 바로 조각난 것들 속에만 있으니까."
- 자작이 반쪽짜리 낙지를 쓰다듬으며, p.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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