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종원도 따라 하는 황석영의 요리열전요즘은 TV를 거의 시청하지 않는다. 즐겨보는 것은 아침, 저녁 뉴스, 수요일에 하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다. <골목식당>은 말 그대로 골목 사이사이에 자리 잡은 아담한 장소이다. 중간중간 백종원의 요리 시범에 감탄을 짓기도 한다. 그런데 바로 그도 놀라워할 셰프가 있었으니 바로 황석영이다.제목이 밥도둑이라 국내외 여행하면서 만났던 음식에 대한 평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몇 장을 넘기고 나니 나의 짐작은 저만치 도망갔다. 몇 개월 전에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서 김훈은 라면 끓이기의 달인이라고 개인적으로 인정한 적이 있다. 그러나 황석영의 음식에 관한 내공은 말을 잇지 못한다. 목차에서 알 수 있듯이 군대 시절의 닭서리부터 사랑하는 사람과의 식사,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들, 유럽을 돌아다니며 맛보았던 서양 요리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향토 음식들을 맛깔나게 풀어나갔다. 오늘 새벽에 일어나 읽기 시작했는데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하고 때로는 미소가 지어지게 하는 책이었다. 어떤 요리법은 직접 해보고 싶었다. ■ 감상이 책을 읽고 나니 나에게도 잊지 못할 요리가 새록새록 생각났다. 서울 신설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1학년이니 점심 도시락을 없이 4교시면 집에 왔다. 막 점심시간이었다. 출출한 상태로 집에 오면 외할머니께서 연탄불 위에 생꽁치에 굵은소금을 뿌려 구우신 후 찬물에 밥을 말고 내가 밥을 수저로 뜨면 할머니께서 생선가시를 발라 내 숟가락에 올려주셨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할머니가 구워주신 꽁치의 냄새와 맛이 또렷이 기억난다. 또 한 가지는 막내 이모의 동치미다. 겨울방학 때 이모집에 놀러 가면 청국장과 동치미를 꼭 내오셨다. 그 맛을 잊지 못해 지금도 겨울이면 누나가 청국장을 해주시고 아내가 동치미를 담가 주는데 그 맛은 안 난다. ■ 음식을 먹는 것은 추억을 먹는 것이다.누구나 살아가면서 매일 적어도 2-3번의 식사를 하게 된다. 그 음식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음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음식을 먹는 행위는 단지 음식만을 먹는 것이 아니고 추억을 함께 먹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