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봄 - 개정판 레이첼 카슨 전집 5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 에코리브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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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작은 마을에서 젖소 190마리의 떼죽음을 당하고 마을 주민이 메스꺼움과 고열에 시달리며 기형아들이 출생하는 등 한 마을을 황폐화된 사건을 다룬 영화가 있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이 영화는 현재진행형인 사건을 다뤄 더 큰 충격을 주었는데 세계 최대의 화학기업 듀폰의 독성 폐기물질(PFOA) 유출 사실을 다룬 다크 워터스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변호사 롭 빌럿은 자신의 커리어와 가족들까지 위협하는 대기업의 견제 속에서 20년간 홀로 싸운 끝에 피해자 전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으며 끝이 난다. 지금도 진행 중이라는 환경문제를 다룬 영화이기에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영화 다크 워터스의 롭 빌럿보다 30년 앞서 유해 화학물질의 폐해를 주장한 이가 있다. 침묵의 봄의 레이첼 카슨이다. 저자는 지금은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은 살충제인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의 유해성을 주장하고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침묵의 봄에서는 DDT를 중심으로 화학 살충제가 살포 되었을 때 지하수, 하천, 토양 및 지구의 지표 생물 그것을 먹고 사는 새나 물고기 등의 피해 그리고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되돌아오는 피해를 자세히 설명한다.


지금이야 살포된 유독 화학물질이 하천이나 토양에 남아 생물체에 축적이 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1960년대 해충을 박멸하고 생산성을 높이려는 방안으로 제기된 살충제의 폐해를 밝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먹고 사는 것이 먼저일 때 나머지는 뒷전이 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화학 살충제의 폐해를 밝히고 있지만 그것을 무작정 막는 것은 아니었다. 2참아야 하는 의무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물론 화학 살충제의 전면적인 금지를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지적하려는 것은, 독성이 있고 생물학적 문제를 일으킬 잠재성을 가진 살충제를 그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의 손에 쥐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37쪽)


마치 칼과 불을 대하는 것과 같아 보였다. 불과 칼은 일류의 문명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되는 도구이다. 그 도구를 사용하여 사냥과 다른 도구의 제작이 더 쉬워졌고 생존을 넘어 문명을 발전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도구는 사람을 쉽게 해할 수도 있는 도구이다. 문제는 그것을 쓰는 이가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데 저자가 말하는 화학 살충제도 이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또 한 가지 저자가 지적하는 것으로 국가에서 지정하는 허용량의 단면이다.


허용량 기준을 정할 때 미국 식품의약국은 실험실 동물 대상의 유독물 실험을 바탕으로 그 동물에게 문제를 일으키는 양보다 훨씬 낮은 선을 규정해놓았다. 언뜻 안전을 확실히 보장하는 듯한 이 방식은, 사실 중요한 것들을 무시하고 있다. 실험실 동물은 극도로 통제된 상황과 인위적인 환경에서 엄격하게 정해진 분량의 화학물질만을 먹고산다. 이에 반해 상황이 대단히 복잡할 뿐 아니라 어떤 화학약품들을 함께 섭취하고, 또 얼마나 많이 섭취하는지 제대로 알 수 없고 꼼꼼하게 분석할 수도 없는 우리 인단들은 전혀 다른 처지에 놓일 수도 있는 것이다. (210쪽)


최근 불거진 식품첨가물인 아스파탐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식품의약국은 다양한 물질의 효능과 안정성을 검사하고 승인하기에 그곳에서 발표하는 가이드라인은 일반적인 삶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저자가 지적한 대로 우리는 다양한 상황에서 복잡하게 화학약품을 섭취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것까지 고려된 허용량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하루 물 2L를 마시는 것은 우리 몸에 필요한 일이지만 우리는 야채나 다른 음식 속에서도 수분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꼭 2L의 물을 매일 마실 필요는 없다는 것과 비슷한 경우인 것 같았다.


뛰어난 사람이라도 한계가 분명 존재하기에 홀로 거대한 집단과 사회에 맞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다크 워터스의 롭 빌럿 변호사나 침묵의 봄의 저자 레이첼 카슨을 보면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상대가 거대하거나 위협적이라고 옳고 그름을 따라갈 수만 있다면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쉽지 않은 일이기에 그것을 해낸 그들이 더 크게 보이는 것 같다.


다음은 책을 다 읽은 뒤에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은 저자가 인용한 장 로스탕의 말이다.


참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면, 알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다. (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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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숲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천선란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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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자신들을 지구 종말의 생존자라 믿는 주인공이 실제는 자신의 신체부위를 스폰서에 제공하는 복제인간임을 깨닫고 유토피아라 믿고 머물던 곳을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아일랜드는 호기심을 가진 복제인간도 흥미로웠지만 그들이 유토피아라 믿고 살고 있는 땅 속 생활이 인상적이었다.

 

그와 비슷한 지하 생활을 다룬 소설인 이끼숲은 식물의 말이 들리는 주인공의 이야기인 나인과 뱀파이어와 외로움에 대한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에 이어 세 번째로 읽은 천선란 작가의 소설이다. 사전 정보 없이 집은 책이었기에 이끼숲이 무엇을 지칭하는지 모르고 읽어 나갔다. 연작소설이라고 소개된 이끼숲에는 바다눈’, ‘우주늪’, ‘이끼숲 이렇게 3편의 소설로 이루어 져 있으며 생명공학 연구소의 경비원인 마르코, 의사인 치유키, 통신국의 소마, 씨앗 저장고의 지킴이 톨가, 기계실의 정비공인 의주, 지상 탐사대에 들어가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아 건설 현장에 일하는 유오 그리고 의주의 쌍둥이 자매 의조가 주인공으로 그들의 이야기로 이루어 져 있다.

 

먼저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지하 세계에 대해 소개하자면 는 지상에서 추방 된 인간이 다시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며 살아가는 곳으로 철저한 감시와 통제로 이루어진 조지 오웰의 1984의 빅브라더의 세계와도 같아 보였다. 지하 세계는 인구의 출산 계회부터 위원회에 보고되고 그들의 허가받은 이들만이 엄지 손톱만한 칩을 머리에 심어 드나드는 곳마다 인식을 하게 한다. 반면 허가 받지 못한 이들은 체포되어 어디론가 끌려 같다. 그리고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하루에 한 알 꼭 먹어야 하는 ‘VA2X’라는 알약도 등장한다. 지하 도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는 이 약은 복용을 오랫동안 주단하면 환각, 정신 분열, 우울증 따위의 정신 질환과 뼈가 삭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묘사되고 있다. 또한 일종의 보험으로 시민의 클론을 만들어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면 영화 아일랜드처럼 클론의 일부를 이식하는 시스템도 구축이 되어 있다. 이러한 곳에서 나고 자란 이제 학업을 마치고 현장 업무에 투입된 여섯 명의 아이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먼저 바다눈은 생명공학 연구소의 경비원인 마르코의 이야기이다. 그는 밤에 홀로 경비를 서다 어디서 들려온 노래 소리를 따라가다 그곳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은희를 만나 새로운 감정을 느낀다. 그녀와 함께 밥을 먹고 나이 제한이 있는 재즈 바에서 노래를 들으며 그녀에서 빠지게 된 마르코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난생 처음 지하 도시의 끝에 위치한 그녀의 집에도 방문한다. 지하 세계에 몰아친 파업이라는 광풍에 휘말려 비록 그녀와의 만남은 짧게 끝이 나는 마르코의 사랑과 모험이야기이다.

 

다음으로 우주늪에서는 여섯 명의 주인공 외에 다른 이가 등장한다. 의주의 쌍둥이 자매이지만 위원회에 보고가 되지 않아 지하 세계의 시민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 의조이다. 그녀가 웜홀이라고 부르는 지하 도시의 배관을 타고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생활을 하고 있는 그녀는 제비뽑기로 자신이 이렇게 선택된 것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기도 하고 의조에 대한 감정을 쏟아 내기도 한다. 그러던 중 치아키를 만나 새로운 만남에 눈을 뜨게 되는 이야기이다.

 

마지막으로 이끼숲에서는 여섯 명의 친구 중 한 명인 유오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그의 죽음으로 그의 클론까지 폐기가 되자 그것을 막기 위해 유오의 클론을 데리고 지하 도시를 탈출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구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하지만 무엇을 구해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구한다는 건 일이 일어나기 전에 그것을 막는 것인데 나는, 우리는 언제나 일이 일어난 뒤에야 그곳이 위험했음을, 우리가 위태로웠음을, 세상이 엉망이었다는 것을 안다. 항상 먼저 간 이들이 남은 자들을 구한다. (278쪽)


지하도시에서 여섯 명의 아이들은 서로를 구하고 구해지는 관계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가 말하는 구해지는 이야기가 맞는 것도 같았다. 이끼숲에서 모두가 탈출을 결심했을 때 그곳에서 디에고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톨가는 다른 친구들을 도와주지만 자신은 남겠다고 말한다. 그 모습을 본 소마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어쨌거나 나는 디에고를 끌어안던 톨가의 단단한 팔을 기억한다. 그 팔은 톨가가 만든 최초의 울타리다. 모험만을 꿈꾸던 톨가가 만든 오두막. 그곳에는 디에고가 있다. 이제 톨가는 태풍을 뚫고 바다를 건너는 것이 아니리 태풍으로부터 집을 지켜야 한다. 집은 시간이 지날수록 견고해지겠지. 지키고 싶은 것이 생긴다는 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외골수가 되어가는 과정이니까. (184쪽)


재미있게도 지하 도시, 클론이 나오는 SF소설이고 그곳에 탈출을 하는 모험적인 이야기이지만 그 말이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지키고 싶은 것이 생긴다는 건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외골수가 되어가는 과정’...


자연스럽게 누구보다 탈출을 하는 모험을 꿈꿨지만 그곳에 남게 된 톨가의 삶을 응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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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제155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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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생각나는 것은 호빵뿐 아니라 가족이다. 같이 살고 있더라도 혹은 따로 살고 있더라도 가족으로 묶여 있다면 부쩍 추워진 날씨 덕에 안부도 물으며 따뜻한 겨울을 날 준비를 한다. 그것이 이 땅에 태어나 가장 처음 맺는 가족이라는 관계이다.


나오키 상을 받은 오기와라 히로시의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그런 가족의 관계를 다룬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각기 등장하는 인물이 다르고 다루는 주제도 다르지만 모두 한 번씩은 겪어 봄직한 가족이라는 서먹한 관계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단편인 만큼 좀 더 재미있게 본 편도 있고 조금 아쉬운 편도 있었다.


남편과의 다툼을 그린 멀리서 온 편지나 학대를 당한 아이의 탈출을 그린 하늘은 오늘도 스카이 편은 조금 아쉬웠다. 반면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편은 딸을 잃은 부부의 심정을 그린 성인식이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외동딸을 교통사고로 먼저 보내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부부는 5년이 지나 딸의 또래가 성인식을 할 나이가 되자 딸의 성인식을 대신 가기로 하는 내용의 단편이다. 무려 20년이나 지나 자신들의 성인식이 아닌 딸의 성인식을 딸을 대신해 가려는 결심을 하기 까지 심정을 담담히 그리고 있다.


성인식에서 부부가 죽은 딸인 스즈네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우리 부부는 둘이서만 즐기고 웃는 것을 죄악처럼 여기고 있었다.

몇 년에 걸쳐 조금씩 웃고, 취미 생활도 챙기고, 반찬이 맛있다고 느끼고, 술에 취하고 별 느낌 없이 텔레비전을 보고, 그럴 수 있게 되었는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마음의 아픔은 시간이 해결해준다. 흔히들 하는 말이다.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 몇 년이 지나야 해결될 수 있을까. (성인식)


배우자를 먼저 보내면 홀아비나 과부, 부모가 없으면 고아라고 지칭하는 말이 있지만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를 가리키는 말을 없다고 한다. 한 단어로 그것을 표현할 수 없기에 단어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둘이서 즐기고 웃는 것조차 죄악으로 여기는 모습에서 딸을 먼저 보낸 부모의 심정을 조금 엿볼 수 있었다.


책의 제목과 같은 단편인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머리를 깎으러 들어간 손님에게 나이가 많은 이발사가 머리를 깎으며 자신이 살아온 지난 삶을 독백의 형식을 하나 둘씩 풀어내는데 말미에 손님과의 관계를 암시하는 대목이 나와 재미있게 본 편이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문장인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처럼 행복해 보이는 가족보다 결핍이 있고 아픔이 있는 가족사를 보면서 우리는 가족의 소중함을 더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속의 아픔을 가진 가족 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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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관우에게 말하다 2 - 실패하더라도 굴복하지 않는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유연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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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말 위, , 오나라로 대표되는 삼국지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이다. 어느 작가는 촉한 정통론에 입각한 삼국지연의의 초반 주인공은 유비이고 후반의 주인공은 제갈량이라고 평한 적이 있다.


삼국지에서 세력의 방향을 정하는 3대 전투 중 관도대전은 조조와 원소의 싸움이고 적벽대전은 조조와 주유의 싸움, 이릉대전은 유비와 육손의 싸움으로 여기서 조조는 2, 오나라도 2회이지만 유비가 관여하는 전투는 이릉대전 한 개뿐으로 이 전투에서 유비는 육손에게 참패를 당한 뒤 백제성에서 숨을 거둔다. 이것만 보아도 삼국지연의는 유비의 시각으로 쓰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삼국지연의에 관한 재미있는 해석을 본 적이 있다. 바로 유비를 섬기는 관우와 제갈량의 대립이다. 심리학이 관우에게 말하다 2권에서도 제갈량과 관우의 미묘한 신경전을 많이 다룬다. 유비가 제갈량을 휘하에 들이기 위해 세 번이나 제갈량의 집인 융중을 찾아간다는 일화는 삼고초려로 잘 알려져 있다. 그곳에서 유비는 제갈량의 천하삼분의 계를 듣고는 군사로 초빙한다. 그 자리에는 관우도 같이 있었다. 이때부터 제갈량과 관우의 유비 진영에서의 이인자의 대립이 시작된다.


제갈량은 제갈량대로 유비가 직접 가르침을 찾아온 경우였으니 유비 진영에서 영향력을 넓히려 하고 관우는 처음부터 유비를 받들며 온갖 고생을 하며 이 자리까지 왔으니 그 자리를 어린 제갈량에게 내주기가 싫은 것이다. 삼국지연의에서 유명한 장면인 적벽에서 동남풍을 불게 하는 제갈량이나 사후 신성시되며 숭배를 받는 관우이기에 둘 다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것으로 묘사되고 있으나 서로 질투를 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인간적인 모습까지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형주 남부 3군을 정벌하는 과정에서 관우가 장사라는 성을 공격하는 대목이다. 다른 장수들이 공을 세워 관우는 자신도 공을 세울 기회를 제갈량에게 청한다. 이에 제갈량은 군령장을 쓰면 보내주겠다고 하고 관우는 군령장을 쓰고 장사로 출진하는데 장사에는 황충이라는 무시무시한 장수가 있었다. 제갈량은 관우가 쉽게 이기지 못할 것이라 예상을 하지만 전투는 위연이라는 장수의 도움으로 관우가 쉽게 성을 점령할 수 있었다. 성을 점령하고 황충 및 위연은 유비에게 항복을 하지만 제갈량은 도리어 위연의 목을 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연이 배신을 할 상이라는 이해 못 할 이유로 말이다. 후에 출사표를 쓰고 장안으로 진격할 때 요긴하게 데리고 다닌 장수에 위연이 포함되는 것을 보면 제갈량의 주장은 억지로 보인다. 저자 역시 관우의 공에 흠집을 내기 위해 제갈량이 위연을 이용한 것이라고 평한다.


그리고 방통이 낙봉파에서 사망을 하고 유비가 도움을 청하자 제갈량은 근거지인 형주를 관우에게 맡기고 장비와 조운을 데리고 익주로 향한다. 이에 대해서도 저자는 제갈량이라면 장비와 조운 중 한 명을 형주에 남기고 갔어도 형주를 쉽게 잃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다른 장수들이 익주를 점령하며 공을 세우는 과정에서 형주를 지키기만 한 관우가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마르크스의 이웃 효과'로 설명한다. 이는 다음과 같다.


집은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다. 만약 주변의 집들이 똑같이 작다면 그것은 거주에 대한 모든 사회적 수요를 충족시킨다. 하지만 만약 작은 집 옆에 궁전이 지어진다면 그 작은 집은 한순간에 오두막으로 전락하고 만다. (170쪽)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들이기에 이런 생각을 가졌을 것이라고는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그들도 인간이기에 질투와 시기심을 충분히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기에 행동과 일어난 사건을 통해 그들의 심리를 짐작해 보는 것이지만 그것을 통해 삼국지를 더욱 풍부하게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심리에 대해 조금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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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관우에게 말하다 1 - 의리를 무기로 천하를 제압하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유연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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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 보는 웹툰에 나와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 서울 지하철 1호선 동묘앞역의 동묘가 관우를 보신 사당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조차 신으로 숭배 받는 관우이기에 중국에서는 관우를 모시는 사당이 적지 않다고 한다. 잘 알려진 대로 관우는 신화속의 신이 아니고 중국 대륙을 통일한 장군도 아니다 한나라 황실의 후예인 유비의 의형제로 무너진 한 왕조를 다시 세우려고 하지만 결국에는 형주를 지켜내지 못하고 비운의 최후를 맞는 비운의 촉나라 장수이다. 그렇다면 관우는 왜 후대 사람들에게 신으로까지 추앙을 받을까?

 

심리학이 관우에게 말하다를 쓴 심리학자 천위안에 따르면 중국인들에 관우는 재물신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이재(理財)에 밝은 민족으로 신뢰를 중요시하며 어떤 행위는 인정-이치-의 잣대가 순서대로 기준이 된다. 이런 중국인의 특성은 오늘날 꽌시문화로 이어져 오는데 이런 신뢰를 가장 잘 보여준 인물이 관우라는 것이다. 관우가 신으로까지 된 이유로는 조금 부족해 보이기도 하지만 전혀 수긍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의리를 무기로 천하를 제압하다라는 부제의 심리학이 관우에게 말하다 1권은 유비, 관우, 장비가 조조와의 싸움에서 패하고 유비는 원소의 진영으로, 장비는 산적 두목으로, 관우는 조조에게 잠시 항복을 하는 대목을 시작으로 관우가 조조에게 원소와의 싸움에서 공을 세우고 은혜를 갚고 그를 떠나가는 것까지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관우 및 조조의 심리를 현대 심리학의 이론으로 풀어 나간다.

 

이미 일어난 행동을 가지고 그들의 심리를 역추적하는 과정을 현대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찾기에 어쩌면 억지스러운 면도 없지는 않고 또한 약속을 한 사람이 받는 구속력인 약속 이행의 원칙, 받은 만큼 줘야한다는 호혜성의 원리, 가장 먼저 본 첫인상이 다음 것의 판단에 영향을 끼친다는 초두 효과, 당사자가 아닌 자의 칭찬이 더 크게 다가온다는 제삼자의 칭찬 효과 등 다양한 심리학적인 용어가 등장한다. 그런 심리학적인 실험은 관우의 시대와 1000년이 넘는 시간의 간극이 있지만 관우가 활약하는 시대와 지금의 시대의 사람이 살아가면서 바라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기에 적용하는데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개인적으로 지금껏 가장 많이 읽은 책으로는 삼국지를 꼽는다. 삼국지는 등장인물이 많기에 읽을 때마다 응원하게 되는 인물이 바뀌는 것도 계속 읽게 되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껏 관우를 응원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어제의 적이 친구가 되는 난세를 살아가면서도 한없이 우직하고 하나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면이 어쩌면 인간적이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관우의 행적에서 대표되는 의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5문의 6명의 장수를 베면서까지 나아가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더 깊은 인상을 주는 것 같다.

 

삼국지와 관우와는 크게 관련은 없어 보이지만 책의 첫머리에 있는 문장이다.

 

삶 자체는 눈에 보이는 방향대로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생각은 물구나무를 서듯이 거꾸로도 할 수 있다.

만약 거꾸로 보는 시각으로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 인생에서 겪게 될 수많은 시행착오를 비껴갈 수 있을 것이다. (14쪽)

 

앞으로의 삶에서 겪게 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거꾸로 보는 시각, 다르게 생각하는 방식을 연습해보는 것만으로도 역사를 공부하고 그 무대를 살아간 이들의 심리를 공부해 보는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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